
학교법인 고려학원(이사장 강영안 장로)의 운영주체는 대한예수교장로회(고려파) 고신총회다. 고려학원 정관 제1조에는 “이 법인은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직할 하에서 성경에 기초한 개혁주의 신학과 장로회 헌법 및 대한민국 교육이념에 따라 목사와 교회 및 국가사회 지도자 양성을 위한 고등교육을 실시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법인 이사회가 정관을 변경할 때에는 총회의 허락이 있어야 하듯이, 말 그대로 고려학원의 주인은 고신총회다.
하지만 복음병원 안에서는 총회보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고신대복음병원지부(이하 노동조합, 지부장 노귀영)의 영향력이 더 강한 느낌이다. 법인 이사회가 총회가 파송한 이사를 수차례 거부해도, 병원 노동조합 압력에는 굴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인의 감사와 징계를 요구하고, 자신들의 요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대한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압력도 행사한다. 회의중인 이사회 석상에 난입해 이사들과 실랑이를 벌여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교육부를 찾아가 병원 종합감사를 요구하기도 한다. 병원 내부에서는 노조의 경영권 간섭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낳고 있다. 하지만 법인 이사회의 행보는 노조에게 더 힘을 실어주는 느낌이다.
노동조합법 개정
지난 2010년 7월 1일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 개정됐다. 크게 두 가지 핵심사항인데, ‘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이다.
전임자란 회사 노동조합 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사람을 일컫는데, 현재 복음병원에는 노조지부장, 부지부장, 사무장 세 명이 전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전임자의 임금을 회사에서 지급했지만, 노동조합법 개정 이후 회사에서 전임자의 임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한다. 회사에서 지원을 받을 경우 노조활동의 독립성 보장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단, 타임오프제(Time-Off)를 통해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을 보장하는 제도를 보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타임오프제란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노동자와 사용자의 공통의 이해관계에 있는 활동(노사교섭, 산업안전, 고충처리, 단체교섭 준비 등)에 관해서 근무시간으로 인정하여 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만약 근무시간에 특정 정당 활동이나 개인적인 일을 할 경우 타임오프제 위반이다.
뿐만아니라 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와 더불어 노동조합에 어떠한 지원도 불법이다. 금년 초 노조활동 지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왔는데, 현대차 노조가 회사에서 자동차와 아파트를 지원받는 것에 대해 대법원은 “모두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민사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현대자동차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를 상대로 ‘사무실용 아파트 2채와 업무용 차량 13대를 모두 반환하라’는 부동산인도 청구소송(2013다72046)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은 노조가 사용자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자주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면서 “현대차가 노조에 자동차 등을 무상으로 제공한 행위는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것이어서 법이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되며 이같은 운영비 원조가 노조의 적극적 요구 내지 투쟁으로 얻어진 결과라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전국금속노동조합 등이 상용차 제조업체 스카니아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도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주기적, 고정적으로 이뤄지는 운영비 원조 행위와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 행위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잃게 할 위험성이 있다. 이는 부당노동행위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지원금 및 전임자 활동비를 지급해달라는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운영자가 노동조합에 임금이나 운영비를 지급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로 규정되며, 부당노동행위가 적발될 경우 경영자가 사법처리 될 수 있다.
시정지시서 지적사항
2012년 5월 22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서 한통의 시정지시서가 복음병원에 하달됐다. 2012년 5월22일 실시한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 이행실태 지도점검 결과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에 대한 시정지시 내용이다.
당시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귀 병원 내에 소재한 매점과 서점 및 분식점에 대한 공간을 노동조합에 무상으로 제공하여 특혜를 주고, 노동조합은 동 공간에 대하여 외부업자에게 임대하는 등 임대보증금과 매월 임차료를 지급받아 임차료 수익 및 임대보증금의 이자수익을 사용자의 어떠한 개입도 없이 노동조합이 전적으로 사용하는 등 운영비 지원 사실이 확인된다”며 “임차보증금의 이자수익 및 월 임차료 수익금을 노사공동명의의 별도 계좌로 전환 관리하고, 관련 회계 규정을 제정하여, 노사동수로 구성된 관리협의체를 운영하는 등 향후 병원 내 전체근로자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용도로 명확하게 구분하여 사용 및 관리 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그 결과를 제출해 달라”고 지시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부당노동행위) 제4호’를 위반했으니, 시정하여 그 결과를 보고해 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방노동청의 시정지시는 지켜지지 않았고, 현재도 매점과 분식점의 임대보증금의 이자수익과 매월 임대료를 노동조합이 단독으로 사용하고 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은 “사실상 (시정되었는지)관리는 불가능하다. 누군가 진정이나 고발을 할 경우 이 문제를 다시 조사할 수 있지만, 사측의 경우 법적인 책임을 져야하고, 노동조합은 불이익이 오기 때문에 어느쪽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노동조합 부지부장에게 시정지시서 내용이 왜 지켜지지 않는지 전화로 문의했다. 부지부장은 “왜 지금 시점에 와서 이 내용을 물어보느냐. 신문사가 왜 그것을 알아야 하냐”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으며 “당시 임단협을 통해 합의된 내용대로 합법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료로 1년에 1억3천여만원 수익
2015년 노동조합의 수입은 10억원이 넘어간다. 특별수입(쟁의행위 적립금+후생복지기금 적립금+임대보증금)이 6억2천8백여만원, 일반수입(조합비+수익사업+기타수입)이 4억5천여만원이다. 이중 노동조합이 매달 임대료로 벌어 들이는 돈은 1천1백만원(매점-천만원, 분식점-일백만원), 일년에 1억3천2백만원이다.(2015년 기준) 과거 임단협을 통해 직원들의 후생복지비로 사용키로 하고, 병원 1동 1층 일부 공간을 지원받아 매점과 분식점으로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 실제 노동조합은 이 돈으로 직원들의 생일, 결혼, 병문안, 조의금, 퇴직전별금으로 사용해 왔다. 2015년 결산보고를 살펴보면 ‘후복비’로 사용한 금액이 총 3천6백만원 수준이다. ‘후복비’ 명목으로 벌어들이는 돈과 지출되는 돈의 차이가 많이 난다. 노조입장에서는 명절선물비, 문화사업비, 선교사업비 등이 집행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 항목들은 말 그래도 ‘사업비’에 속해 있다. 작년 노동조합이 조합원들(1천1백명 수준)에게 조합비(조합원 임금총액의 0.74%)로 받은 돈이 3억1천8백만원 수준이다. 이중 절반 가까운 돈은 본조의무금으로 지급되고, 나머지 돈으로 사업 및 활동비, 유지비, 회의비, 사무원 인건비로 써야된다. 말 그대로 후복비는 임대사업 수익으로 모두 지출해야 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일부분은 적립하고 있다.
문제는 2010년 7월 1일부로 노동조합법이 개정되면서 병원이나 법인이 아닌 노동조합이 병원내 임대사업을 벌이는 자체가 부당노동행위가 되고 있다. 지방노동청도 특정 노동조합지부가 아닌 전체직원(교수, 직원)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수협의회 회장 정호중 교수(재활의학과)는 “그런 시정지시가 있었는지 몰랐다. 교수님들이 열악한 환경속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런 지원금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황을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경영권 간섭도 심해
복음병원 모 간부는 “직원들 징계도 노동조합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징계위원회 구성시 노사가 5:5 동수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노동조합이 반대할 경우 직원들의 징계도 할 수 없다. 또 인사위원회 구성도 5:4로 사측이 한명이 더 많을 뿐이다. 의료기계를 구입하는 의료기기위원회와 약품을 구입하는 약무위원회도 지부장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병원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비조합원인 간부(과장급 이상)의 수당인상도 노동조합과 합의가 없을 경우 원천적 무효라고 주장한다. 2013년 10월경 과장급 이상 간부의 수당을 인상했지만, 작년 노동조합이 “병원은 교직원(교수, 직원)의 임금(본봉, 직무수당, 조정수당, 직책수당)관련 체계를 변경하고자 할 때 사전에 조합과 합의하여야 한다”며 강하게 반대 압력을 넣어 다시 이전 수당 금액으로 환원 된 바 있다. 병원 모 과장은 “대외활동을 많이 하고 있지만, 수당이 적어 개인 돈을 쓰고 있다”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고, 다른 모 과장도 “그동안 임단협을 통해 병원이 노조에 너무 많은 권한을 내어 준 것 같다. 사실상 병원 집행부 손발을 묶어 놓았다”고 주장했다.
간부들의 수당 인상에는 반대하고, 약자(조합원)들의 권익을 주장하지만, 자신들의 대우는 입사동기들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입사동기들과 비교해 2-3단계 위 직급의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부장의 경우 부장급 대우(주임->계장->과장->부장)를 받고 있고, 나머지 전임자들도 과장급 대우(주임->계장->과장)를 받고 있다. 노동자의 편에서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지만, 실제 그 사람들이 받는 처우는 그들이 말하는 ‘강자’들의 대우와 별반 다를게 없다.
고용노동부, 불합리한 단협 시정 권고
금년초 고용노동부가 유노조 사업장 2천769곳의 단체협약 실태를 조사해 위법, 불합리한 단체협약 사례를 발표(고용노동부 홈페이지 : www.moel.go.kr)한 바 있다. 특히 인사 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내용들도 다수 포함됐다. 위법 내용으로는 특정 노조에게만 단체협약 협상 권한을 주는 ‘유일교섭단체’ 규정 위반(28.9%)이 가장 많았고, (조합원 가족)우선, 특별채용(25.1%), 노조 운영비 원조(9.2%) 순이었다. 이처럼 고용노동부는 전국 사업장을 대상으로 불합리한 단체협약 조사에 착수했다. 위법적이거나 불합리한 단체협약이 있을 경우 먼저 노사가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시정기회를 부여하지만, 개선을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시정명령을 하고, 시정명령 불이행시 사법조치에 들어간다.
복음병원도 복수노조가 운영되고 있다. 기존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이 현재 활동중이지만, 조합원 수는 6명에 불과하다. 유니온샵에 의해 모든 직원들은 입사와 동시에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가입되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에 가입하려면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가입해야 한다. 한국노총은 아직 한번도 임단협 협상을 가진적 없다. 이천수 위원장은 “우리도 단체협상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병원이 요청하거나, 우리가 요구하지는 않는다. 숫자가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우리는 병원이 살아야 우리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비록 숫자는 적지만,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 견제할 세력은 없어
교단 안에서도 병원이 점차 노동조합에 잠식당한다는 위기 의식이 퍼지고 있다. 그렇다고 노동조합을 욕할 수 없다. 노동조합은 투쟁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야 하기 때문이다.
한때 강성노조로 유명했던 일신기독병원의 경우 노동조합에 많은 권한을 내어주고, 병원 환경과 사회적 여건 악화로 부도위기까지 직면 한 적 있다. 일신기독병원 노조지부장은 전국민주노총 부지부장까지 활동했을 정도였다. 일신기독병원 상임이사 임현모 장로는 “당시 노조를 견제할 만한 세력이 없었다. 요구하는데로 해줄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이사회는 고민 끝에 노동운동을 했던 인명진 목사를 이사로 데려와 병원 구조조정에 나섰다. 인명진 목사는 과거 영등포산업선교회를 이끌었던 노동운동의 대부였다. 그런 인 목사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병원이 절대 정상화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300여명의 직원 중 100여명의 구조조정을 단행했을 정도였다. 당시 인목사와 노조지부장의 일화는 유명하다. 두 사람은 만날때마다 눈물로 대화를 했다고 한다. 간혹 목소리는 높였지만 두 사람 모두 병원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은 같았다고 한다. 지금 일신기독병원은 정상궤도에 올라왔고, 작년 화명동 메켄지일신기독병원을 개원했고, 현재 정관일신기독병원을 건축중이다.
복음병원도 일신기독병원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현재 부산시내 대형병원 중 가장 강성노조로 인식되는 곳이 바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고신대복음병원지부이기 때문이다. 병원이 있어야 노동조합도 존재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의 투쟁이 아닌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병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