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7-06(수)
 
원숭이 2.jpg▲ “2016년도 트렌드 키워드 슬로건은 ‘Monkey Bars’” (김난도 외, 『트렌드코리아 2016』)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니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고린도전서 13장 12절)
 
1. ‘개와 늑대의 시간’을 넘어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새벽이나 해 질 녘, 저 멀리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을 말한다. 진실과 거짓을, 적과 동지를 구분하기 힘든 상황으로 이러한 불투명성을 견디고 날이 밝으면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저 언덕 너머에 있는 실루엣이 개인지, 늑대인지.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진실과 거짓을 제멋대로 조작하고 속이는 언행을 비유)로 끝난 2014년에 이어 2015년도 혼용무도(昏庸無道,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로 인해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로 끝나, 이제 개와 늑대의 시간을 넘어 사물의 본질을, 사건의 진실을 명확하게 깨달은 지금, 사람의 중요성을, 사랑의 힘을 믿어야 할 시간이 2016년 붉은 원숭이의 해와 함께 다가왔다.
 
2. 헬조선과 혼용무도의 시간
가장 빛나고 희망찬 시절을 보내야 할 21세기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 부른다. 지옥(헬, Hell)과도 같은 계급 국가라는 말이다. 이러한 헬조선과 함께 등장하는 4가지 키워드는 ‘수저계급론’과 ‘노오오오력’, ‘N포세대’와 ‘열정페이’이다. ‘수저계급론’은 더는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사회, 자수성가한 부자가 없는 나라를 뜻한다. 가령, 미국의 억만장자 75%는 자수성가형 부자이지만, 대한민국의 억만장자 75%는 상속자들이라고 한다. 수저계급론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분위기이다. 따라서 ‘노오오오력’은 힘든 삶에 대한 관심보다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만 해대는 것을 비꼰 말이다. 앞이 안 보이는데 대통령까지 나서서 노오오오력하라고만 한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더 노오오오력했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모든 것(N)을 포기한다. ‘N포세대’의 젊은이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에 내 집 마련, 인간관계, 저녁이 있는 삶, 여가, 꿈, 희망 등 포기해야 할 것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세대이다. 더구나 시간, 정성, 열정을 쏟아 부어 일해도 받는 돈은 형편없이 적은 ‘열정페이’만을 받고 있다.
헬조선을 떠나 지구촌으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이다. 2016년은 중국의 경기침체와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로 자산가격의 급변동과 잠재성장률의 저하, 원자재 가격의 추가 하락 등 세계 경기 회복에 큰 부담을 주는 요인들로 가득하다. 지난 고도성장기에 우리는 항상 수요가 초과하는 상황이었다. 상품이 부족하니 생산하는 대로 소비됐고, 주택이 부족하니 집값은 항상 올랐고, 자금이 부족하니 이자율은 높았다. 더구나 인력이 부족하니 젊은이들은 쉽게 취직이 됐다. 그러나 이제 모든 분야에서 공급이 과잉되면서 소비 부진, 취업난, 물가하락 등 경기침체로 접어들게 되었다. 과도한 규제와 간섭을 최소화하고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혁신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나 혼용무도의 시대에 정치와 행정의 혁신, 리더십의 복원은 요원하다. 특히 올 4월에 있을 총선으로 인해 문제를 풀어야할 정치가 더 문제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2016년 병신년(丙申年) 붉은 원숭이해에 정말 병신년이 되어 원숭이처럼 웃음거리가 될 것인지, 아니면 ‘원숭이처럼 능숙하고 재빠르게’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며 다방면의 개혁이 일어날지(사실 丙은 火로 새로운 문화와 창조를 의미하며, 申은 金으로 법의 강화와 다방면의 개혁을 의미한다) 걱정반 기대반 우려가 된다. 
 
3. 붉은 원숭이의 해, Monkey Bars!
원숭이는 영장류 가운데 사람을 제외한 동물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것이다. 사람과 모습이나 행동이 비슷해 친근하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원숭이는 영리하고 재빠르다. 순우리말로는 잔나비(원숭이의 고유어인 ‘납’에 날쌔다는 ‘재다’가 합쳐짐)라고도 하는데, 원숭이해에 태어난 사람은 재주가 많고 총명하며 언제나 좋은 면을 먼저 생각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나 속담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자기 재주를 너무 믿다가 실수를 하고 낭패를 볼 가능성도 있다. 김난도 교수팀의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6년 전망인 『트렌드코리아 2016』 (미래의 창, 2015)는 2016년도 트렌드 키워드 슬로건을 ‘Monkey Bars’로 정했다. 몽키바는 원숭이처럼 매달려서 이동할 수 있게 만든 구름다리 형태의 놀이기구이다. 2016년 대한민국을 둘러싼 정치, 사회, 경제적 위기의 깊은 골을 원숭이가 구름다리를 넘듯 신속하고 현명하게 무사히 건너 안정된 2017년에 도달하고자 하는 소망을 담았다고 한다. 그 10가지 트렌드를 간략히 살펴봄으로 2016년도 새롭게 다가올 문화를 펼쳐보자(이하, 『트렌드코리아 2016』에서 인용함).
 
1) Make a ‘Plan Z’(‘플랜 Z’, 나만의 구명보트 전략) 
플랜 A가 최선, 플랜 B가 차선이라면 플랜 Z는 최후의 보루이다. 저성장, 취업난, 고용불안, 양극화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더욱 악화되는 가운데 사람들은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면서도 풍요의 시대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여전히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 한다 이 역설적인 긴장 속에서 나타나는 소비형태가 플랜 Z인데, 단지 무조건 아끼고 긴축하는 것이 아니라 ‘적게 쓰지만 만족은 크게 얻으려는 전략’이다.
2) Over-anxiety Syndrome(과잉근심사회, 램프증후군)
불안정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불안이 일상화되고 있다. 대중매체와 SNS를 통해 시시각각으로 일어나는 재난과 사건사고를 시각적으로 접하면서 대리외상을 경험한다. 또한 기업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불안과 공포를 역으로 이용하여 상품화하고 판매 전략(공포마케팅)을 세운다. 램프증후군은 근심이라는 환영의 마술램프를 들고 스스로를 지나치게 괴롭히는 현상을 말한다. 동화 속 알라딘이 마술램프에서 마법의 거인을 깨우듯 실현 가능성이 없는 걱정들을 램프에서 불러내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과잉근심시대가 도래했다.
3) Network of Multi-channel Interactive Media(1인 미디어 전성시대)
과거 비주류로 여겨지던 1인 방송이 최근 들어 메이저 콘텐츠로 급부상하고 있다. 공중파 TV에서도 1인 미디어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한류 전파의 새로운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블로그로 시작,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로 성장했다가 이제 1인 방송의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4) Knockdown of Brands, Rise of Value for Money(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
구매의 나침반이던 브랜드의 역할이 흔들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브랜드가 약속하는 환상을 믿지 않으며 소비자끼리 소통하면서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한다. 가격과 성능의 대비를 의미하는 ‘가성비’가 브랜드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사치의 시대’가 가고, ‘가치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를 가린 복면 뒤에서도 절대가치라는 가창력을 뽐낼 수 있는 기업이, 그리고 사람이 인정받는 시대가 될 것이다. 
5) Ethics on the Stage(연극적 개념소비)
기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유행처럼 번지는 기부에 기꺼이 동참하지만 자발성보다는 부분적 강요로 기부 피로를 느끼는 소비자들이 이제 개념소비로 과시가 된 착한소비, 놀이가 된 기부 등을 창출했다. 사실 메리 제인 라이언이 『줌: 행복한 사람들의 또 다른 삶의 방식』의 ‘주는 행복론’에서 설파했듯이 베푸는 것이 ‘단순한 적선’이 아니라, ‘행복을 위한 선택’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자신을 사랑해서 남도 사랑하는 것(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 이제 기부는 헌신적인 기부에서 본인의 존재가치를 확인시켜주는 기부로 바뀌고 있다.
6) Year of Sustainable Cultural Ecology(미래형 자급자족)
‘늙어갈 용기’가 필요한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오래 건강하고자 하는 욕망은 커졌지만 환경오염과 자연재해가 심각해지고 도시생활의 사회경제적 조건이 악화되면서 자족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어떻게 하면 현대 자본주의의 도회적 교환경제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그것을 보완해 줄 좀 더 지속가능하고 인간적인 삶을 누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것은 친환경적, 생태주의적 삶을 실천하려는 노력이다. 가령 베란다와 옥상 등의 주거공간을 활용한 ‘친환경 상자텃밭’이 바로 그것이며 차후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과 상용화가 시작될 것이다.  
7) Basic Instincts(원초적 본능)
‘단기 불황에는 매운맛, 장기 불황에는 단맛’이 뜨는 것처럼 자극적인 것이 주목을 받는다. 최근 대중문화 현상을 살펴보면 하드코어급의 극단적 콘텐츠에 주목하고 세련된 A급 보다는 촌스런 B급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자신을 망가뜨리는 적나라한 솔직함에 공감하며, 질서정연함보다는 어이없는 부조화에 열광한다. 이처럼 사회 전반에 확산된 절망, 분노, 갈등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더 원초적이고 자극적인 감각에 탐닉하도록 주문한다. 이러한 ‘원초적 본능’은 잔인하고 유치하고 솔직한 것들을 적나라하게 추구함으로 힘든 현실을 돌파해 나가고자 하는 사회적 현실을 역설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8) All’s Well That Trends Well(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
자원이 충분하지 않고 정식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대단히 있어 보이게 만드는 능력인 ‘있어빌리티’가 SNS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역량이 되고 있다. ‘보이게’를 강조하면 있는 ‘척’이 되지만, ‘능력’에 방점을 찍으면 포장력이자 연출력이 되고 자신을 브랜딩하는 하나의 기술이 된다. 돈과 센스, 인맥이 있어빌리티의 과시대상이 되었다.
9) Rise of ‘Architec-kids’(‘아키텍키즈’, 체계적 육아법의 등장)
최근 젊은 부모들의 치밀하고 과학적인 ‘체계적 육아’에 대한 열기가 심상치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똘똘 뭉쳐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정성 들여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보면 마치 검증된 공법을 총동원해 건축물을 설계, 시공해나가는 것 같다. 자녀들을 빌딩 건축하듯 하나씩 하나씩 공들여 키운 아이라는 의미로 건축의 아키텍쳐(Architecture)와 아이의 키즈(kids)를 붙여 아키텍키즈가 등장했다. 고도성장기인 1980년대에 태어나 본격적인 치맛바람, 바짓바람 속에서 성장한 1세대가 이제 스스로 부모가 되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육아에 대한 정답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10) Society of the Like-minded(취향 공동체)
대세를 따르기 보다는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이제 이색적인 취미를 당당하게 혼자 즐기기도 하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기도 한다. 돈이 없는 것보다 취향이 없는 것이 더 부끄러운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식당에서 주문할 때, ‘아무꺼나’는 사라졌다. 자신의 취향을 찾아 공동체를 추구한다. 교회도 자신의 특성을 가질 때 성장하고 부흥할 것이다.
이처럼 2016년 붉은 원숭이해는 원초적 본능의 과잉근심을 있어빌리티를 추구하는 취향공동체로 구성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현상의 기반에는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빈부의 격차가 취향을 넘어 존재 자체로 까지 확장되는 헬조선에서 그 맹위를 떨칠 것이다. 
 
4. 잠들기 전에 가야할 먼 길
『기독교와 자본주의의 발흥』 (한길사, 2015)에서 기독교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분석하고 ‘부의 숭배를 부추긴 기독교의 원죄’를 지적하며 그 해결방법을 제시한 영국의 경제사학자인 R. H. 토니는 이렇게 말한다. “가난이 넘칠수록 필요한 건 ‘연대와 평등’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평등과 연대의 회복이 모든 문제의 답”이라고 한다. 2016년 어쩌면 험난한 시간이 될지도 모르지만, 사랑에 기반한 연대와 평등을 통해 지난한 시간을 견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야 한다.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기 때문이다.
‘눈 내리는 밤 숲가에 서서’에서 고단한 삶의 영속성을 이야기하는 로버트 프로스트는 이렇게 말한다.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지만 나에겐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이제 어린아이가 아닌 장성한 사람이 되어 이 험난한 세상에 사랑을 품고 붉은 원숭이해를 살아가야할 것이다. 서두에 인용한 고린도 전서 13장 12절의 앞 절(11절)과 뒷 구절(13절)에서 사도 바울도 그렇게 말했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11절)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13절)
그렇다. 우리에겐 아직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and the miles before I sleep)’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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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최병학 목사의 문화펼치기⑪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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