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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문학] “ 2050년 대부흥을 위한 거룩한 전략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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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최윤식의 《2050 한국교회 다시일어선다》
이 책에서 딱 10년 전 《2020-2040 한국교회 미래지도》를 통해 한국교회 성도의 300~400만 명과 주일학교 30~40만 명대의 급감을 예측한 바 있는 미래학자 최윤식이 30년 후의 한국교회를 진단하고 이를 극복할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른바 「새로운 대부흥기를 위한 거룩한 전략」이다. 그가 예측하는 가까운 미래는 이슬람교의 부상이 아니라 ‘2050년이 되면 이단과 무신론의 나라’가 된다는 것. 이를 위하여 저자는 한국과 외국의 사례와 구 단위까지 종교별 분포도와 성향 등 다양한 통계를 동원하여 그의 주장을 논증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지금 현재 목회자 절반이 극빈층이나, 2050년대이 되면 10명 중 9명이 은퇴생활비를 못받는다는 충격적인 예측 못지않게, 앞으로 최소 두 번의 하나님이 주신 기회의 파도를 탈 수 있다면 ‘생존’이 아닌 ‘대부흥’을 맞이할 수 있다는 7가지 사역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 저자소개 ∥ 최윤식
미국의 권위있는 미래학 정규과정인 휴스턴대학교 미래학부에서 학위를 받은 전문 미래학자이며 목사이다. 지금은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세계미래학회 및 세계전문미래학자협회 창립이사와 Wendy Schultz(세계전문미래학회)의 회장을 역임하는 등 미래학의 세계적 거장들에게 사사 받았을 뿐아니라 미래학 외 경영학, 철학, 윤리학, 신학을 공부한 전문미래학자로 주목받고 있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사랑의교회에서 부목사와 예수나무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한 바 있다.
◇ 저서∥
《2030 대담한 미래》, 《제4의 물결이 온다》, 《앞으로 5년 미중전쟁 시나리오》, 《앞으로 5년 한국미래 시나리오》 외 다수가 출판되었다.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한국 교회 트렌드 2024-정확한 조사 데이터에 근거한 2024년 한국 교회 전망과 전략》 지용근 외 10인 공저 / 규장 / 2023
《한국 기독교 분석 리포트 - 2023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 1998-2023》 /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 2023
기독교인문학 〈47〉
“ 2050년 대부흥을 위한 거룩한 전략서 ”
- 7가지 사역 전략으로 대부흥기의 파도를 타라 -
위기에 일하시는 하나님
“미래는 부정적으로 보면 안 된다. 그렇다고 긍정적으로 봐도 안 된다. 미래는 ‘객관적’으로보아야 한다. ‘균형 있게’ 보아야 한다. 대신, 그 어떤 위기가 예측되더라도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긍정적이어야 한다.”
김길구 저번 호에 예고해 드린 개혁주의 대표 신학자 R.C. 스프로울의 눈으로 분석한 《서양철학이야기》는 마틴 루터 종교개혁일에 맞춰 미래학자 최윤식의 《2050 한국교회 다시 일어선다》와 순서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김현호 이 책을 보고 예상을 웃도는 한국교회가 직면할 다가올 미래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미래학자와 교회전문가들이 예측 모델을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를 수치로 보여주니 더 위기를 절감하지 않았나 생각돼요.
류지원 이 책의 저자는 최윤식과 미래목회전략연구소입니다. 미래목회전략연구소는 최윤식목사가 이사장으로 있고, 그의 제자인 서경원목사가 연구소의 대표이자 선임연구원으로 사역하며, 공동대표로는 윤찬일 목사와 미션어웨이크 대표인 김광근 목사가 사역하고 있습니다.
2050 한국교회 대전망
김길구 서두에 저자는 한국교회 138년 역사 중 발전 단계를 3단계로 대부흥기를 이끌었다고 구분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열정적인 성경읽기가 특징인 ‘평양대부흥운동’으로 상징되는 사도행전 부흥기, 제2부흥기는 제1차 부흥기를 통해 형성된 평양을 중심으로한 북쪽 기독교인들의 강력한 신앙과 열정이 남북분단과 6.25전쟁을 계기로 남쪽으로 전수된 신유와 축사 등 성령 사역과 부흥회, 기도원 사역 등을 특징으로 하는 초교파적 민족 복음화운동, 세 번째가 1970년대 한국 경제 부흥기의 시작과 6.25전쟁 이후 베이비부머 세대 등장으로 인한 인구 성장수혜로 1990년대까지 만들어진 대부흥기로, 제3의 대부흥기를 촉발시킨 결정적 사건인 빌리그레이엄 전도집회를 꼽았습니다. 이 세 번째 물결의 특징은 거대한 대중집회로 복음의 물결이 전국으로 확산되었다는 것입니다.
류지원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세 번의 대부흥기 마다 제2, 3차 대부흥기로 적게는 2~3배, 제1차 부흥기의 경우는 10배 이상 교인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구가했던 고속성장은 쇠퇴기를 맞고 있습니다.
김현호 통계적으로 2000~10년 사이를 기점으로 총 교인 수의 감소라는 대반전을 맞이하기 시작했고요, 2020~22년 ‘코로나19’라는 전염병 팬더믹으로 기독교 최대교단인 예장통합과 합동은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1%씩 교인 수가 감소하였고, 최근 2~3년에는 그 속도가 2~3배 빨라졌으며, 특히 코로나19 기간 한국에서 문 닫은 교회는 전체 교회의 15% 정도라니 정말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어요.
김길구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이탈한 교인들의 상당 수가 ‘노마드 성도’ 즉 유목민 교인들이 되어 온라인상을 떠돌며 디지털 노마드가 되었다고 사실입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2050년에는 한국사회가 이단과 무신론의 나라가 되고, 2067년이 되면 한국기독교인 총인구는 가나안 성도를 포함해도 전체 인구의 7.09%인 213만 7,764명까지 줄면서 229만 8,011명인 되는 이단에게도 추월 당할 수 있다고 예측이 무섭습니다. 올해 발표한 영국스코틀랜드 교회는 지난 22년동안 교인 수가 반토막 났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헌금 기근의 시대가 온다
김현호 2장의 제목이 자극적이예요. ‘헌금 기근의 시대가 온다’입니다. 2012년 통계로 한국 기독교인들의 헌금액이 월평균 22만2000원이었으나 2023년에는 19만5000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사회 경제적으로 살림살이의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류지원 원인으로는 고령화와 청년 일자리의 감소 등의 요인인데 저출산의 때문에 일하는 인구의 감소로 국민연금의 고갈에 대한 우려, 불경기와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 충격으로 자산이 감소하면서 점점 가난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대적 비율에서 60세 이상이 36.1%로서 교인들의 감소와 경제상황악화는 교회재정의 악화로 직결되어 대형교회 상위 10%가 70%이상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나머지 교회들은 이미 재정적으로 심각한 상태예요.
김길구 문제는 한국경제의 ‘성장의 종말’입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질 급박한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에 이 추세로 가면 2050년에는 헌금이 현재의 3분의 1로 준다고 예측까지 나왔습니다.
김현호 규모가 작을수록 재정능력 약화가 가중되죠. 한목협의 통계에 의하면 2023년 현재 한국교회 목회자의 절반 정도는 극빈층으로, 교인수 100명 미만의 목회자 월평균 사례비는 최저임금보다 적어져, 2050년쯤에는 목회자 10명 중 9명 정도가 은퇴 생활비를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우수한 인재들의 목회기피 현상이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의 대부흥이 온다
류지원 이 장에서는 위기 속에서도 아직은 희망이 있으며, 우리에게 최소 2번의 기회’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확실한 제5차 부흥기는 남·북한의 ‘통일’이 실현될 때인데, 문제는 제4차는 언제 오느냐?는 것입니다. 그것은 통일 이전에 오는데 현재의 위기를 ‘감이나 경험’에 의존하는 목회가 아니라 ‘데이터’와 하나님의 방법에 의한 성경적 전략 즉 ‘거룩한 전략’을 통하여 위기의 파고를 극복해서 제5차 통일부흥시대를 대비하라는 것입니다.
김현호 저자가 정의하기를 제4부흥기는 통일을 준비하는 부흥기이며, 제5부흥기는 통일시대에 이루어지는 부흥기라는 가슴 벅찬 예측입니다. 통일이 되면 인구감소 문제도 자연히 해결되고, 북한의 기독교인들이 자유를 얻으면서 새로운 활력으로 부흥기를 맞이하여 우리나라의 가장 큰 부흥의 역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김길구 이를 대비하는 한국교회는 현재 세 가지 형태로 나눠볼 수 있는데 현재와 같은 상황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소멸하는 교회, 다음이 다시 부흥하는 교회, 그리고 새롭게 탄생하는 교회입니다. 특별히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과거 습관에 그대로 머물러 있거나 패배주의에 빠진 교회는 스스로 소멸하게 되고, 심각한 위기나 고통을 통해서 하나님을 깨닫고 회개하고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는 교회는 다시 부흥하게 될수 있다며, 새로운 시대를 감당하기 위해서 하나님이 새롭게 세운 교회가 출현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류지원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한국 교회가 위기라고 말하는 것은 ‘변화가 필요하다.‘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이제 끝장났다.’라는 패배의식 말하는 것이 아니므로 긍정적인 말과 생각의 변화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대부흥기를 대비하는 사역 전략
김길구 이 장은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하는가 하는 7가지 해법이 담겨 있습니다. 각 페이지 마다 깨알 같은 통찰과 지혜, 사례 등이 있어 목회에 이 책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크게 보면 시대의 변화를 분별하고 다양화된 지역에 적합하고 교회가 잘할 수 있는 맞춤형 사역으로 전환하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미국의 제3차 대각성운동과 한국의 제3의 대부흥기에서 20세기 중반 미국에 일어난 제3차 부흥운동의 중심인물인 빌리그래함의 성공의 요인 중에 하나인 라디오와 TV 등의 새로운 기술문명을 복음화의 도구로 적극적으로 사용하였듯이, 국가통계청자료와 빅데이터 사용법, 그리고 혁명적인 챗GPT4를 목회에 활용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네요.
류지원 뒤바뀌고 있는 두 개의 목회 축에 주목하라고 합니다. 그 첫 번째는 1-2인 가구의 증가로 2023년 현재 이 둘을 합치면 1,368만 여 세대로 총 가구수의 62.68%를 차지하고,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2050년에는 1,732만 여 가구로 75.82%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그중에는 다문화, 한부모, 비친족, 분거, 독거가구 등의 다양한 형태의 가구들의 급증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미래가 아닌 현재 우리 교회의 모습들로 이들이 갖는 걱정거리인 경제문제, 외로움, 건강, 주거 고통, 안전 위협, 사별과 이별의 고통, 식사 문제 등에의 실생활의 접근이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김현호 앞으로 30년, 뒤바뀌고 있는 두 번째 목회 축은 ’중심연령의 변화‘입니다. 그 핵심은 신중년(新中年)세대인데 신중년의 사전적 개념은 ’주된 일자리에서 50세 전후에서 퇴직하고 재취업 일자리에 종사하며(72세) 노후를 준비하는 과도기 세대(5060세대)로 고령자나 노인들과 달리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로우며, 기술발전에 잘 적응하는 ‘활력있는 생활인’으로 2040년에는 전체인구의 34%까지 증가할 이들을 교회의 핵심인력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교회의 위기를 헤쳐나갈 동력으로 삼으라고 권고합니다.
김길구 마지막 부분은 저자는 ‘부의 사명’을 가르치면서 5가지의 힘으로 설명하는데, 현대판 요셉의 해법인 시간의 힘, 복리의 힘, 적립의 힘, 절약의 힘, 공부의 힘의 원리로 노후대책을 마련하라며, 10대의 성인식에 지인과 친척들이 부조금을 주면 부모들이 자식들의 ‘종잣돈’으로 장기투자를 통하여 사회 첫 출발 때 몫돈을 만들어 주는 유대인의 관습을 통한 지혜로운 경제생활을 소개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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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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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지일 교수, '보내심'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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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심>
탁지일 엮음 / CLC출판사 / 2023.09.30. / 248쪽 / 14,000원
“이분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아 달라는 제안을 받은 후, 교회사의 한 장을 기록하겠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읽어 내려갈 때마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자꾸만 부끄러워지는 내 모습을 매 순간 느껴야만 했다”고 탁지일 교수는 고백한다.
탁지일 교수가 엮은 신간 <보내심>(CLC출판사)은 호주 선교사들이 세운 일신기독병원 출신 의료인들의 해외 선교이야기이다. 이 책은 일신기독병원 여성 의료 선교사들의 삶과 사역에 빈틈없이 개입하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한 신앙고백이자 목회 서신이다.
이 책의 목적은 그 일신기독병원 출신 의료 선교사들의 이름을 한 분씩 불러드리며, 귀하고 소중한 사역에 감사드리고, 그동안 겪으신 힘듦과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드리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서로 만날 수 없는 일신의 동료, 선후배 선교사들이 세상 어디에선가 데칼코마니처럼 동일한 선교 사역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려는 목적도 있다.
‘보내심’을 받은 일신기독병원 출신 여성 의료 선교사들의 이야기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피난지 부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주에서 온 선교사 자녀로 부산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의학을 공부한 후,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 평생 의료 선교사로 헌신한 매혜란(He l en Pear l Mackenzie, 1913~2009)과 매혜영(Catherine Margaret Mackenzie, 1915~2005) 자매는 1952년 여성을 위한 일신기독병원을 설립했다.
그리고 이들이 세운 일신기독병원 출신 여성 의료인들이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의료 선교사들로 ‘보내심’을 받아, 헌신적인 복음 전도자들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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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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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새 영화와 옛 영화의 만남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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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영화제의 덕목
서울국제사랑영화제(2023.09.14.~09.19)가 20주년을 맞이했다. 명실공히 아시아 최초의 국제기독교영화제로 출범했지만 서울시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기독교’ 대신 보편적인 용어인‘사랑’을 선택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대신 우리나라 최초의 기독교 영화 전문 상영관으로 ‘필름포럼’을 인수하여 2개의 상영관을 상시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은 장기간 운영이 가능하도록 큰 버팀목을 갖추게 된 일이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20년 동안 한국 기독교 영화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나름 기독교 영화 발전에 공헌해온 것은 분명 한국 기독교사에 기록될 만한 역사적인 일이다. 한국 교회 성도들의 숫자가 증가하고 우리 사회가 문화의 시대로 들어갔을 때 예배당 대신 영화관을 선택한 일 자체가 놀라울 따름인 까닭이다. 특히 세속적인 문화와 영화에 길들여져 신앙 따로 영화 따로 생활했던 기독교인들에게 적어도 신앙과 영화와의 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점은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그래서 주최 측은 20주년을 맞아 매년 수여하던 ‘기독교 영화인상’을 대신해서 영화제 발전에 이바지한 사람들에게 ‘공로상’을 수여하는 행사를 개막식 무대 위에서 진행하였다.
주최 측이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서울국제사랑영화제는 영화제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최신 기독교 영화와 너무 오래돼서 구하기 힘든 옛날 기독교 영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영화전문가들이나 조직 없이 한 개인이 외국의 새로운 기독교 영화들을 찾아보는 일은 쉽지 않다. 기독교 영화제는 개인의 수고를 덜어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독교 영화예술의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기독교 영화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는 신앙을 돌아보게 만들며 세속적 문화에 대한 저항과 하나님 나라의 문화를 향한 강한 의지를 북돋는다는 점에서 어떤 유명 설교가도 할 수 없는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20회를 맞아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준비한 개막작 <지저스 레볼루션>(Jesus Revolution, 2023)은 일반 극장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새로운 기독교 영화다. 금년 봄 미국에서 개봉하여 흥행적인 면과 대중적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지만, 국내 어떤 영화사도 이 영화를 수입할 수는 없었다. 미국의 배급사는 한국 내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데 따른 수고나 비용을 감수하기보다는 넷플릭스라는 손쉬운 플랫폼을 택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손양원 목사의 순교사를 다룬 <사랑의 원자탄>(1977)은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끝내고 관객을 맞이한 옛날 영화다. 강대진 감독의 이 역작은 한국 기독교 영화의 역사를 일으킨 작품으로 익히 알려져 있지만 요즘 세대 가운데 이 영화를 본 사람은 극히 드물다. 비디오 플레이어가 각 가정마다 있었던 199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사랑의 원자탄>은 비디오테이프로 존재했었다. 그러나 비디오테이프는 장기간 보관이 어렵고 디지털 기기에 적용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하는 일은 현시대에 옛 작품을 경험하게 할 뿐만 아니라 영구 보존이 가능하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히피문화 속의 미국교회를 들여다 보다
흔히 어윈 형제 감독으로 불리우는 존 어윈(Jon Erwin)의 최신작 <지저스 레볼루션>은 우리 시대에 기독교 영화의 가치를 제대로 전수해준 수작이다. 갈보리 교회를 이끌었던 척 스미스 목사의 신학적 평가를 앞세우지 않고 미국 사회와 기성세대가 외면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예수님께로 돌아왔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훈을 얻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1960년대와 1970년대 초반까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번성했던 히피 문화 속에서 진리를 잃어버린 양들과 이들을 찾아 나서는 목자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갈보리 교회를 담임하고 있던 척 스미스(켈시 그래머) 목사는 히피들에 대한 혐오 대신 그들의 영혼에 관심을 기울이고 교회로 인도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히피 출신의 열정적인 전도자인 로니 프리스비(조나단 로미)를 만나 자신의 집에 머무르고 식사를 제공하는 등의 간단한 친절을 베푼 일이 계기가 되어 한 명 두 명 히피들이 모여들더니 어느새 그들은 갈보리 교회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맨발로 다니고 목욕은 언제 했는지 까마득하고 교육과 결혼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을 배제한 채 마약을 하고 반전운동에 나선 이들을 당시 교회들이 수용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히피들 가운데는 기성세대의 문화에 반기를 들었지만 교회가 가르치는 영적인 가르침에는 귀를 연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는 10대에 마약을 하며 히피들과 어울려 다니는 그렉 로리(조엘 코트니)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현재 하베스트 교회를 담임하고 있으며 이 영화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백미는 ‘피레이츠 코브 해변(Pirate's Cove Beach)’에서 히피들이 바닷물에 들어가 세례(침례)를 받는 장면이다.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마약에 심취했던 히피들이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그 숫자만 무려 4,500명이 넘었다고 한다. 반문화주의자이며 미국사회의 골칫거리였던 히피들이 거듭나는 이 장면을 시사주간 타임지는 ‘예수 혁명(Jesus Revolution)’이란 타이틀을 붙였다.
강대진 감독의 발견
<사랑의 원자탄>을 만든 강대진 감독은 1960년대와 7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사인 ‘신필름’에서 활동했던 다작의 연출자였다. 같은 ‘신필름’에 소속되어 1974년 <별들의 고향>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이장호 감독조차도 강대진 감독의 영화는 보았지만 강대진 감독을 만난 기억이 없을 만큼 그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그가 한국 기독교 드라마 영화에 새로운 장을 연 <사랑의 원자탄>(1977)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사랑의 뿌리>(1978)와 <석양의 10번가>(1979) 그리고 <죽으면 살리라>(1982) 등으로 이어진 기독교 영화들을 순식간에 만든 사람임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어떻게 보면 기독교 영화제가 아니라면 강대진 감독의 기독교 영화예술의 세계는 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제 기간 중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통해 복원된 <사랑의 원자탄>을 감상할 수 있고, 또한 이 영화가 영구 보존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잘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다른 기독교 영화들도 모두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서두를 필요가 있음은 두말한 나위가 없다.
<사랑의 원자탄>은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손양원 목사의 순교자로서의 삶을 묘사한 작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일반 기독교 영화와는 다르게 두 가지의 특징을 담고 있음이 발견된다.
하나는 반공정신에 대한 강하고 함축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점과 다른 하나는 손양원 목사의 아들 동인이를 둘러싼 두 여학생 사이의 묘한 연애 구도가 펼쳐진 점이다. 손양원 목사의 순교를 다룬 영화 속에 반공사상이 들어 있는 것은 두 아들이 공산분자에 의해 살해된 데다 손목사 또한 6.25전쟁 당시 인민군에 의해 처형된 역사적 사실, 그리고 1970년대 반공사상이 널리 퍼져있었던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손목사의 두 아들을 살해한 안재선을 양자로 삼았다는 점에서 기독교의 용서와 사랑의 가치가 살아있음을 분명하지만 기독교 신앙과 반공사상이 쉽게 결합되어 1970년대 첫 기독교 영화로 탄생한 점은 당시의 시대상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순교영화에 등장한 멜로 드라마적 요소이다. 영화에서 손목사의 큰 아들 동인은 고등학교 시절 리더십이 뛰어났고 영실과 경혜라는 두 여학생이 그를 좋아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손목사 가정에서는 영실이를 아꼈고 이를 질투한 경혜의 보복행위는 손목사의 순교정신을 기대한 관객들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것은 <박서방>(1960)과 <마부>(1961)등의 한국영화사의 명작을 연출하며 축적된 연출능력과 당시 인기 있었던 멜로 드라마의 요소를 삽입함으로써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시도 가운데 벌어진 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강대진 감독은 1987년 54세의 나이에 영면한 까닭에 더 이상 그의 기독교 작품에 담긴 정확한 그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증산도 교주 강일순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화평의 길>(1984)을 연출한 사실은 왜 그랬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기독교 신앙이 없다면 여러 편의 기독교 영화들을 만들 수 없다고 보는 데 갑자기 웬 증산도 영화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에 대해 이장호 감독은 당시 영화감독들의 사정이 대부분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생활고에 따른 선택이 아니겠냐는 추측을 내리고 있기는 하다.
기독교 역사를 다룬 영화들의 의미
두 영화는 모두 과거를 다루고 있지만 현재의 신앙에 각성을 일으키는 작용을 한다. <지저스 레볼루션>과 <사랑의 원자탄>이 현시대의 한국 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던지는 교훈은 분명해 보인다.
첫째, 사회적 평판이나 주관적 시각에서 사람을 판단하지 말 것을 영화는 우리에게 권고하고 있다. 맨발로 다니고 마약이나 하는 히피들을 쓸모없는 사람들로 보지 않고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 될 사람들로 바라보는 시선은 손양원 목사가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았던 애양원 사역을 바라보는 시각과 일치한다. 세상에서 버려지고 혐오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이 신앙에 바탕을 둔 사랑의 손길에 의해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지를 깨닫도록 영화는 우리를 돕고 있다.
둘째, 기독교인 혹은 교회에는 관심이 없지만 영적인 존재로 살아가기를 원하고 영혼 구원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음을 영화는 깨닫게 한다. 히피들은 세속적이며 물질만능주의 문화에 반기를 든 반문화주의자들이다. 그들은 눈에 보이는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새로운 영적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다. 1960년대 기독교를 떠난 히피들이 동양에서 건너온 뉴에이지 전도사들의 유혹에 넘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의 두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양자로 삼은 손양원 목사의 모습 또한 천국을 사모하는 영적인 이해 없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셋째, 현대의 교회는 영적 구원을 갈구하는 사람들 곁으로 먼저 다가서야 함을 영화는 보여준다. 척 스미스 목사는 벽돌로 지어진 예배당을 넘어서 해변으로 나아가 천막을 치고 예배를 드렸다. 히피들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손양원 목사는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애양원으로 갔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거기에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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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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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문학] “ 평화는 방향을 가두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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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상의 여행자를 위한 《에세이 北》
제78주년 광복절은 맞는 우리는 어느 해 보다도 착잡한 심정이다. 우리에게 해방은 곧 분단의 역사이기도 할 터인데 신냉전시대의 도래와 함께 다시 한반도에 이는 전쟁의 불안, 일본의 핵오염수 방출에 즈음하여 맞게 된 간토 학살 100주년, 거기다 육사의 홍범도 흉상 이전에 따라 불붙는 철 지난 이념논쟁 등의 와중에서 문뜩 한 인물이 떠올랐다. 가수 겸 작곡가인 평신도 이지상이다. 그는 괴짜 가수이다. 2019년 펴낸 〈여행자를 위한 에세이 北〉와 2010년 여름 출간된 〈시베리아 철도여행기 ‘스파시바, 시베리아’〉를 통해 그가 꾸는 꿈은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북한을 가로질러 독립투사들의 말 달리던 연해주와 강제 이주된 시베리아를 여행하는 화해와 평화의 대장정에 여행가이드가 되는 것이다.
◇ 저자소개 ∥ 이지상
가수 겸 작곡가. 성공회대 외래교수, 경희대 국문과 졸업, 시노래 운동 나팔꽃 동인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음반으로는 현재 6집까지 낸 대중가수로 대학에서의 전공을 살려 글쓰기 작업에도 열심이며, 노래와 글뿐 아니라 평신도로서 참여한 기독교공동체 활동과 사회활동에도 활발한 그는 성공회대학에서 ‘노래로 보는 한국사회’ 등을 강의하고 있다.
◇ 저서∥
음반으로는 《1집 사람이 사는 마을》 등 6개의 앨범을 낸 바 있으며, 산문집 《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 러시아 기행 《스파시바 시베리아》와 북한을 소개한 《여행자를 위한 에세이 北》을 출판하였다.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스파시바 시베리아》 이지상 지음 / 삼인 / 2010
《그리스도인을 위한 서양철학이야기》 / 크레이그 바르톨로뮤, 마이클 고힌 / IVP / 2019
《서양철학과 신학의 역사》 / 존 프레임 / 생명의말씀사 / 2018
“ 평화는 방향을 가두지 않는다 ”
- 디아스포라 가이드가 쓴 북한기행 예행연습기 -
광복78년, 분단78년
“신앙이라는 소중한 열매의 자양분이 전쟁과 분단, 그리고 반공이었다면 이제는 대립이 아니라 남북의 화합을 위해 그 열매를 나누어야 할 때다”
자칭 북한 안내인의 여행예습기
김길구 요즘 시국이 심상치 않아요. 그동안 고속성장을 구가하던 경제도 곤두박질 치고, 그나마 어렵사리 유지되던 남북관계도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몇 개월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사활을 건 샅바싸움이 철 지난 이념논쟁으로 얼룩지면서 안 그래도 어려운 시민들의 피로도만 높아가고 있습니다. 이럴 때 기독교 본령인 사랑과 평화, 그리고 화해의 메신저로서 희망의 노래가 필요치 않을까? 생각해서 이 책을 선정했습니다.
김현호 이 책은 ‘시인의 성정으로 노래하는 가수 – 이지상’이 2019년에 출간한 《에세이 北》입니다. 저자는 희망래일 대륙학교 교장을 맡아 2010년부터 해마다 여름에 다녀온 시베리아 여행기를 묶어 《스파시바 시베리아》란 제목으로 출판한데 이어, 북한의 역사 문화 예술 등을 소개한 책으로 시베리아 기행문은 자신이 직접 발로 뛴 체험기라면, 이 책은 북한에 대한 여러 자료를 엮은 만든 디아스포라 여행안내자를 자처하는 저자의 에세이 형식의 가이드북입니다.
시대적 사고를 노래하는 가수
김길구 이 책은 제1여정이 그리움에 설레는 가슴을 안고, 제2여정이 북한에서 뭘배울지 생각해 봤어? 제3여정이 감호에서 미역 감고 두만강에서 첫눈 맞으면으로 총3여정으로 구성 되어 있습니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자부터 알아볼까요? 가수이자 작곡가인 이지상은 대중적이지 않아 아무나 아는 가수가 아닙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대적 사고를 노래로 풀어내는 가수’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어요.
류지원 전공이 국문학이라 그런지 그는 ‘시’를 아는 음악인이예요. 그의 제3집 앨범 《위로하다, 위로 받다》에 수록된 곡의 예를 들면 정호승, 곽재구, 이용악, 허남기 등의 시를 노랫말로 작곡을 했더군요. 팬들이 오라는 곳이 있으면 통기타 하나 둘러매고 어디든 가는 그가 부르는 노래는 작고 그늘진 이들을 보듬는 ‘그 자체로 아프고, 아파서 고와’ 힐링이 되는 음류시인이라고 할까요?
김현호 그는 젊어서 만주벌판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귀국 난곡 철거민 촌에서 쓸쓸히 죽은 이우석 할아버지를 모티브로 한 민병일의 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곡을 붙여 노래를 완성한 뒤 그 역사적 현장인 만주벌판을 찾아가서 조선독립군의 치열한 삶을 추적하고, 남태평양으로 날아가 일본군 위안부의 고단한 여정을 둘러보고, 슬픈 디아스포라 재일 조선인들 찾아가선 폐교 위기의 조선인학교를 지원하고, 2010년에는 연해주의 또 다른 디아코니아 고려인들의 여정을 따라 시베리아를 찾아 나서든 등 가슴 뜨거운 행동하는 예능인이예요.
북한여행 가이드
류지원 저자는 그동안 여행 가이드로서 연해주나 시베리아, 일본 등지의 잊혀져 가는 우리 동포의 한 맺힌 자취를 찾아다녔는데, 흩어진 유대인을 뜻하는 디아스포라의 하이라이트인 북한여행 안내자를 자처하는 그의 꿈은 부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경의선을 거쳐 북녘땅과 연해주와 몽골, 대륙과 시베리아철도를 잇는 대륙횡단으로 그 여정에는 남북통일의 염원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김길구 책이 2017년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고 남북관계의 해빙무드에 젖어 있던 2019년 출간되었습니다. 북한여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과 이미 저자가 시베리아 여행기를 출간한 경험으로 미리 북한에 관한 여행 안내서를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부제로 북한여행 안내자의 ‘예행연습기’라고 했으나 우리나라 정세로 보아 그의 꿈은 불과 몇 년 사이에 격세지감을 절감하겠죠.
북한은 왜 예수를 버렸을까?
김길구 흥미로운 대목이 북한의 기독교에 대한 평신도인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이 책을 선정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8월 광복절 78년, 분단 78년에 읽어야 할 책이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이 책이 최근에 노정된 이념논쟁과 심화 되는 남북갈등, 평화와 화해 그리고 멀어져만 가는 통일의 얘깃거리의 화두를 주겠다고 생각했어요.
김현호 저자는 남과 북의 적대적인 요인으로 동족상잔의 한국전쟁 외에도 북한의 토지개혁과 관련해서 큰 사찰이나 성당 명의의 땅도 몰수되었으나 공동의 재산이어서 큰 저항이 없었던 반면 1만5천 평 이상의 토지를 가진 피해자 중에는 지주계급인 기독교인들이 많았는데, 재산을 몰수당한 이들이 사회주의 반대편인 민족주의 편에 서서 스스로 우파가 된 과정과 그중에 황해도와 평안도를 중심으로 반공운동이 거셌으며, 해방후 1953년까지 약 7만~10만의 기독교인들이 남하하여 개신교의 주류가 되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류지원 책에 윤정란이 쓴 〈한국전쟁과 기독교〉의 한경직 목사의 증언을 인용했는데 남과 북의 갈등의 선봉에 우리 기독교인들이 섰다는 게 가슴 아팠습니다. “그때 공산당이 많아서 지방도 혼란하지 않았갔시오. 그때 서북청년회라고 우리 영락교회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조직했시오. 그 청년들이 제주도 반란 사건을 평정하기도 하고 그랬시오. 그러니까니 우리 영락교회 청년들이 미움도 많이 사게 됐지요.” 라는 대목인데 우리의 반공정서가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역사의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불거진 육사의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전 문제도 일제청산 문제와 더불어 이념문제의 트라우마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독일교회에서 배운다
김길구 저자는 기차로 북녘땅을 지나 대륙을 가로지르며 시베리아를 횡단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신냉전시대에 우리의 선택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어 안타까워요.
김현호 해방 당시 남한의 기독교인구는 전체의 1%미만이었지만 지금은 20%를 상회해요. 세계 50대 교회의 반이 한국 교회가 차지하고 있어요. 놀랄만한 부흥의 성과지요. 이제는 역사의 갈등을 넘어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말씀에 따라 피스메이커로서의 성숙된 자세가 필요합니다.
평화와 화해의 역할 필요
김길구 그런 의미에서 독일의 성공사례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봐요. 2차 세계대전에 패한 후 전범국가로 동서독으로 나뉘는 아픔을 겪게 되지요. 1990년 재통일에 이르는 과정에서 교회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류지원 동족상잔을 겪은 우리 나라와 다르지만 독일도 동서독 정부가 1949년 수립되어 분단국있었으나 양쪽 교계는 사회주의나 자본주의 양쪽 이데올로기의 편을 들지 않았다고 해요. 끝까지 화해와 평화의 자리에 선다는 원칙을 지키며 분단의 영구화도 반대하면서…
김길구 독일교회가 이러기까지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얻은 교훈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2차대전을 앞두고 신학교수와 목회자를 포함한 대표적 지도층과 교회가 전쟁을 지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두 차례의 전쟁으로 온 나라가 폐허가 된뒤 값비싼 댓가를 치른 뒤에야 평화의 소중함을 알게되었습니다.
김현호 이러한 경험이 독일의 통일과정에서 평화와 화해라는 기독교 가치아래 독일 통일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교회를 통한 지원은 동서독 교류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류지원 그런 의미에서 요즘 한국교회가 정치권의 영향을 받아 정치화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교회가 현실정치에 거리를 두고 평화와 화해의 메신저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했으면 좋겠습니다.
김길구 사색의 계절 가을입니다. 다음 호에는 현재 우리 세계를 형성한 대표적 사상의 본질을 개혁주의 대표 신학자 R.C. 스프로울의 눈으로 분석한 《서양철학이야기》를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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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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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문학] “ ‘붓을 든 신학자’들의 그림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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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정의 《그림으로 신학하기》
최근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교계에도 기독교 인문학과 관련된 책들이 심심치 않게 출간되고 있다. 그동안 《구약성서: 마르지 않는 삶의 지혜》, 《교회 밖 인문학 수업》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기독교인문학자인 저자는 교리나 신학의 내용을 서양종교화의 거장들의 작품을 매개로 쉽게 풀어놓고 있다. 성서에서 죽음등 12개의 꼭지로 나눠 성서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210여 쪽의 이 책에는 1080년작 치마부에의 작품부터 1951년 피카소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서양미술사에 길이 남을 명작 139점이 동원되어 눈을 즐겁게 한다. 그동안 신앙적인 그림에 목말랐다면 갈증을 해소하는 청량제가 될 것이다. 그림을 보는 안목을 키울 뿐 아니라 쾌도난마식 경쾌한 글솜씨는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 저자소개 ∥ 구미정
이화여대 철학과, 동 대학원 기독교윤리학 박사. 신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세상의 다채로운 풍경에 신학적 사유를 덧입혀 재미있게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이은교회 담임목사로 재직 중이며,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 문화예술 계간지 『이제 여기 그 너머』 편집인이다.
◇ 저서∥《한 글자로 신학하기》와 《두글자로 신학하기》, 성경 속 여성 인물들을 새롭게 조명한 《성경 속 세상을 바꾼 여인들》 등이 있다.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교회 밖 인문학 수업》 구미정 지음 / 옥당 / 2019
《성스러움과 아름다움이 입 맞출 때》 김학철 지음 / 비아 / 2022
《인문학은 성경을 어떻게 만나는가》 박양규 지음 / 샘솟는 기쁨 / 2021
기독교인문학 〈44〉
“ ‘붓을 든 신학자’들의 그림읽기 ”
-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 -
붓을 둔 신학자들
“밀레는 하얀 빛을 가진 사람이고 어느 누구보다 훌륭해, 밀레에게는 복음이 있거든, 밀레가 그린 그림이 훌륭한 설교와 무엇이 다르랴? 제법 괜찮다는 설교도 밀레의 그림과 비교하면 검게 보여”(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에서)
김길구 지리한 장마가 할퀴고 간 자리에는 물폭탄으로 인한 피해로 농민들의 탄식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구촌 기후위기의 여파로 우리나라도 온대의 장마가 아닌 잦은 비와 국지성 호우가 일상화되는 아열대성 우기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이 실감 납니다. 빨리 정상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책 다 보셨지요. 139점의 거장들의 걸작들을 명쾌한 해설과 함께 사랑에 빠진 요 며칠 간은 눈이 호사를 누릴 수 있었는데 여러분들도 여름휴가 때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현호 저도 즐거웠죠. 성서화를 접할 기회가 적은 개신교도로서 그림에 담긴 사연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습니다. 화폭 담긴 화가의 붓질과 색상 못지않게 내면의 신앙과 사상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그것을 읽어내는 작업에서 얻는 즐거움이 컸습니다.
류지원 저자 구미정 목사는 신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글 쓰고 강의하는 기독교 인문학자로 진지하고 심각한 우리의 신학 풍토 속에서 그녀의 이야기 신학은 자유롭고 경쾌한 놀이 같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요. 말과 글로 삶의 지혜를 나누는 이런 창조적 시도가 기존의 틀을 넘어 하늘에 잇대어 세상을 꿈꾸고 있는 자유인? 이번 책은 대학의 서양종교화 교재로 기획되어 출간했다는데~분량에 비해 내용이 풍부하고 편집도 짜임새가 있어 종교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는 생각이 듭니다.
김길구 제목이 《그림으로 신학하기》 입니다. 그림과 신학의 결합이지요. 작년인가요 우리가 다룬 박양규의 《인문학은 성경과 어떻게 만나는가》란 책이 떠오릅니다. 우선 미술에 대한 얘기로 시작해서 그림에 담겨 있는 메시지를 통해 저자의 신학을 알아보는데 12꼭지를 다 다룰 수 없고 그중 2~3꼭지의 맛만 보겠습니다. 지면 관계로 작품들을 게재치 못해 의미 전달이 잘 될지 모르겠네요?
나그네-자발적 유목민이 된다는 것
김현호 이 장에서는 아브라함의 도시문명탈출기를 얘기하고 있어요. 하나님은 아브람을 선택하시고 이름을 바꾸라고 하십니다. 히브리어로 ‘아브’는 아버지, ‘람’은 높다는 뜻이고, 그의 아내 사래는 ‘공주’ 또는 ‘귀부인’을 뜻하는데 두 이름 다 부귀영화를 간절히 바라는 부모의 열망이 담겨 있는 이기적인 이름을 ‘만인의 아버지’를 뜻하는 아브라함과 ‘만인의 어머니’ 를 뜻하는 사라의 이타적인 의미를 담은 새 이름을 줍니다.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사사로운 개인에서 공공의 사람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로 이러한 존재론적 혁명을 거치지 않고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며, 극단적인 자기 중심의 이기적인 기복신앙을 질타하고 있습니다.
류지원 아브라함의 사례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복의 전제는 갈대아 우르에서 하란으로, 도시 문명과 단절하라는 것입니다. 창세기 12장부터 끝까지 사막의 여기저기를 식솔들과 함께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 인생이 펼치는 얘기 중에 그림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아브라함과 사라와 하갈 얘기 그리고 이삭을 번제 제물로 드리는 〈이삭의 희생〉 등의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같은 듯 다른 이미지
김길구 모리아산의 〈이삭의 희생〉을 소재로한 거인 3인의 작품을 비교한 적이 있는데 개신교도인 렘브란트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어린양 예수를 떠올리게 된다면, 가톨릭 신자인 카라바조 작품에서는 ‘은총’의 교리를 기반으로 한 개신교를 비웃는듯한 해석이, 그리고 유대인의 시각에서 샤갈은 울부짖는 이삭의 어머니 사라를 등장시켜 이삭, 예수,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모두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임을 표현한 작품이 기억납니다.
류지원 일반적으로 가톨릭 미술은 종교적 메시지와 상징성을 중시한다면, 개신교는 종종 개인의 신앙경험과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획일적으로 그렇다기 보다는 개인의 스타일이나 시대적인 요소 등에 영향을 받지요.
김현호 일반적으로 가톨릭 그림은 과도한 장식과 화려한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이는 고대 로마 예술 전통과 결합하여 피렌체, 르네상스, 바로크 등의 작품에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그에 반해 개신교는 실용적이고 소박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죠.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류지원 이번에는 가난을 소재로 한 얘기를 해 볼께요. 가난하면 떠오르는 화가가 있지요? 밀레와 빈센트입니다. 〈씨뿌리는 사람들〉과 흔히 만종으로 알려진 〈삼종기도〉의 작가 밀레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평화로운 농촌의 아늑한 풍경을 떠올리겠지만 이 작품이 충격적인 이유는 이전에는 화폭의 주인공들이 권세 있고, 돈 많은 사람 들이였는데 처음으로 힘없고 가난한 농부를 주인공으로 그것도 살롱에 전시까지 했으니, 혁명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김길구 시기가 묘해요. 민중화가 밀레의 〈씨뿌리는 사람〉이 1850년, 영국 런던 다락방에서 그 유명한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과 자본론 출간된 해가 1848년이었으니 사회주의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죠.
김현호 구약성경에서 ‘가난’은 칭찬받을 대상이 아니였어요.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나니’라고 선언하지요. 저자는 팔복의 첫 복, 가난을 설명하기 위해 조용필의 〈칼리만자로의 표범〉, 가난한 전도자 빈센트, 밀레의 〈씨뿌리는 사람〉과 〈삼종기도〉, 빈센트의 〈감자 먹는 사람〉들을 등장시킵니다. 밀레와 빅토르 위고를 좋아했던 빈센트는 문명을 일으킨 네피림 같은 소수의 엘리트들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작고 힘이 없지만 가난한 ‘씨 뿌리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일구면서 이 세상을 살만한 세상으로 만든다고 증언합니다.
김길구 평생 동생 테오에 기대어 가난과 고독에 시달리며 빈센트가 간 길은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었어요. 사진기가 발명되고 더 이상 사진찍듯이 묘사하던 시대가 저물어가던 시기에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자기가 보는 대로 그리는 게 진짜 화가’라는 발상의 전환이 현대회화의 길목에 서 있었던 화가로 평가받는 이유이지요.
하나님을 말하는 것은 사람을 말하자는 것이다
김길구 감정편에는 헤롯왕에 의한 자행된 유아학살을 그린 조토의 〈무구한 이들의 학살〉, 스페인 낭만주의 화가 고야의 나폴레옹 군대가 자행한 마드리드 시민들의 학살을 다룬 〈1808년 5월 3일의 학살〉, 그리고 1937년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여 유명한 〈게르니카〉의 작가 피카소가 1951년 한국전쟁의 참상을 그린 〈한국에서의 학살〉 등을 통하여 전쟁으로 인한 국가폭력의 참상을 고발한 내용도 있어요.
김현호 회화에 얽힌 깨알 상식도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미켈란젤로의 〈모세〉라는 조각상과 〈모세가 자기 백성의 고난을 보다〉는 그림, 그리고 샤갈의 〈십계명 돌판을 부수는 모세〉란 작품을 보면 모세의 머리에 뿔이 두 개가 소처럼 솟아있어요. 그러나 개신교도인 렘브란트의 작품 〈십계명이 새겨진 돌판을 던지는 모세〉라는 작품에는 뿔이 없어요. 이는 성경의 오역에서 비롯된 실수 때문인데요, 초기 기독교 교부 히에로니무스가 히브리어 성서를 라틴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일어났어요. 고대 히브리어는 모음이 없고 자음이 있는데 모음을 어떻게 발음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데 카란(빛이 났다)을 케렌으로 잘못 읽어 코르니타(뿔이났다)라고 옮긴데 따른 착오 때문입니다.
류지원 수박 겉만 핥다가 만 느낌입니다. 저번에 다룬 박양규의 〈인문학은 성경을 어떻게 만나는가〉에 나오는 대목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할께요. ‘한국의 기독교 집단이 성경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이 인문학과 관련하여 대담하게 던지는 질문이다. 성경적이지 않다면 인문학으로 성경을 읽는 태도가 필요한 이유이다. 태도에 강조점을 두는 이유는 인문학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누구든지 밀레와 고흐의 시선은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인간을 향한 ‘시선’이지, 인문학 ‘지식’이 아닌 이유이다.’
김길구 우리만의 게토에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능력을 잃어가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말씀에 응답할 영적감수성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장시간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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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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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류열풍 속 K-기독교 영화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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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열풍과 기독교 정신
한류문화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위주로 불었던 한류열풍이 아니라 유럽과 북남미를 비롯하여 아프리카와 중동지방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할 만큼 그 영향권 또한 세계적이다. 한류 문화의 내용 또한 몇몇 대중가수나 드라마에 국한된 지난날과 달리 매운맛 라면에서 K9자주포에 이르는 각양각색의 한류문화가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음악만 하더라도 클래식에서 퓨전국악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노래와 춤을 즐기는 데 현대와 고전 가리지 않는다.
어떻게 세계에 한국문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는지 한국인조차 놀랄 정도다. 새로운 한류의 현상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아래 감춰진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이화여대에서 한국학을 가르쳐 온 최준식 교수는 한류문화를 발전시켜 온 한국인의 특성을 문(文)과 신(神)에서 찾았다. ‘문’은 학문을 좋아하고 한국인의 성향을 뜻한다. 서양의 문화혁명을 일으킨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1445) 보다 금속활자로 인쇄한 고려의 직지심체요절(1377)이 빠르고, 인류 최초로 생일을 가진 문자인 ‘한글’(1443)을 만든 일 등은 한국인이 ‘문’을 좋아하는 기질적 특성을 보여준다.
최준식 교수가 말하는 한류열풍을 일으킨 한국인의 또 한가지 특성인 신(神)은 한국인의 가장 오래된 종교적 성향인 샤마니즘, 즉 무교적 성향을 말한다. ‘신명난다’는 말은 무엇에라도 홀린 듯 한마음 한뜻을 이루어 외국인이라면 감히 생각지도 못한 일을 이뤄내는 한민족의 성향을 말한다.
돈이나 기술, 시설 등 아무것도 갖춰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거북선이 그려진 5백원 지폐를 들고 영국의 투자자를 찾아가 마침내 세계최대의 조선사를 일으킨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 같은 사람은 ‘신명’나게 일을 한 사람이었다. BTS와 블랙핑크, 백남준과 임윤찬, 김연아와 손흥민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한류문화의 주인공들에게서 우리는 신명나게 몰입하는 한국인들만의 기질적 특성을 읽을 수 있다.
신(神)에 대한 최준식 교수의 해석과 적용에 백퍼센트 동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은 종교박람회장이라 부를 만큼 다양한 종교들이 존재하지 않았는가! 대신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기독교가 나라와 민족을 부흥 발전시킨 원동력의 역할을 해왔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즉 기독교는 서양의 선교사들이 내한한 이후부터 한민족의 문화역량을 발전시킨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따라서 오늘날 문화 유전자적 요소인 신(神)은 샤머니즘이 아닌 기독교가 되어야 한다. 프로테스탄트 정신에 입각해서 검약과 절제, 저축의 정신을 키웠고, 신분차별을 폐지하고 서구식의 근대교육의 길을 연 것도, 민주주의제도를 정착시킨 것도 우리나라에 들어온 기독교 덕분이다. 특히 세상을 보는 시각을 자국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를 바라보도록 시선을 넓힌 일은 한국교회와 기독교 정신이 한류문화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영화 <아버지의 마음>은 이 사실을 감동적으로 깨우치게 만든다.
우리에겐 ‘아버지의 마음’이 있는가?
7월 개봉을 앞둔 김상철 감독의 신작 <아버지의 마음>(2023)은 미국의 기독교 영화시장 진출을 생각하면서 만든 작품이다. 지금까지 미국 극장에서 상영된 한국의 기독교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객들은 재미교포들이나 한인 후손들로 대개의 경우 한인교회를 대상으로 한 홍보의 결과였다. 김상철 감독이 원하는 바는 외국의 영화상영 방식을 그대로 따라서 외국의 기독교인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즉 주목할 만한 기독교 영화로 인정받아서 소니나 디즈니 같은 메이저 영화사들이 갖고 있는 배급 경로를 따라 미국의 기독교 영화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의지가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아버지의 마음>은 우리에게는 빈곤아동구호단체인 ‘컴패션(Compassion)’의 설립자 에버렛 스완슨(Everette Swanson, 1913~1965) 목사와 컴패션의 후원자와 결연을 맺은 아동들의 성장한 일화를 보여주는 선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의 절반은 한국전쟁 당시 비참한 고아들의 실상과 선교사로 내한한 에버렛 스완슨 목사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너는 무엇을 하겠느냐?(What are you going to do?)’주님의 음성을 듣고 전쟁고아들을 돌보기로 결심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게 해서 1952년 컴패션은 시작되고 폐허가 된 상황에서 국가도 하지 못했던 전쟁고아들을 돌보는 사역을 소개한다.
영화의 또 다른 절반은 현재의 시점에서 컴패션을 후원하는 인플루언서 황태환과 그와 결연을 맺은 필리핀의 엄마를 잃은 소녀 나탈리, 그리고 컴패션의 도움으로 르완다 내전의 대학살을 견디고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메소드 등 에버렛 스완슨 선교사의 사역의 열매들을 영화는 제시한다.
특히 유튜브 채널 ‘비글부부(Bgeul Bubu)’를 운영하며 유명해진 ‘하준파파(황태환)’의 출연은 이 영화의 제목인 ‘아버지의 마음’을 매우 감동적으로 관객에게 전하고 있다. 다복하기만 한 이 가정의 6개월 된 둘째 아이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인해 하늘나라로 가버린 상황에서 아버지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미처 언급하지 못했지만 ‘세바시’에 녹화된 딸을 잃은 아버지 황태환의 마음은 이러했다.
아빠가 너의 죽음이
그냥 죽음이 아닌 희생이었다는 것을
반드시 증명시켜줄게.
너가 그냥 왔다간 것이 아니라,
너는 분명히 너의 사명을
끝냈다라는 것을
아버지의 인생을 통해서 반드시 보여줄게.
관객들은 황태환이 먼저 간 어린 딸과의 약속을 컴패션을 통해 지키고 있음을 바라볼 수 있다. 딸을 잃기 전만 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었던 컴패션의 사역은 이제 고아와 과부를 돌보시고 사랑하시는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이 자신의 마음 속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딸을 잃어버린 아픔은 부모가 없는 고아들의 처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헨리 나우웬이 얘기한 ‘상처입은 치유자(Woonded Healer)’처럼 자신이 입은 상처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주는 역할, 즉 예수님이 하셨던 일을 자신이 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첫 번째 K-기독교 영화를 꿈꾸다
김상철 감독은 미국의 기독교 영화 시장에 진출하는 첫 한국인 감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영화 기획의 단계부터 미국영화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하나님이 새롭게 주신 소명으로 인식하며 제작을 해왔기 때문이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스완슨 선교사와 컴패션을 알게 되었고, 스완슨 선교사의 전기를 쓰는 작가와 주변 인물들이 영화처럼 나타났으니 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서 황태환 출연자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용하는 언어도 영어가 주를 이룬다. 영화 흥행에 있어서 언어의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문화가 다른 대중들에게 영화의 언어가 모국어인지 아니면 외국어인지는 파급 효과면에서 차이가 있다. 내레이션 또한 해외 상영물의 경우 할리웃의 유명 배우를 섭외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미션 임파서블7>과 마블 시리즈 등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급 영화에서 항공촬영을 담당한 스티븐 오가 스탭으로 참여하여 메이저급의 영상을 제공한 면도 영상미를 높이며 높아진 대중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세대와 문화를 초월한 선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점은 이 영화가 대박이 나더라도 국뽕에 취할 염려를 갖지 않게 만든다. 빈곤과 고통에 빠진 어린이들과 결연을 맺고 아빠처럼 엄마처럼 돕는 일은 세계 구석구석 영화가 개봉되는 곳마다 오히려 확산될 필요가 있다. 전쟁의 처절한 상처를 보듬고 일어나 아버지의 마음으로 세상의 어린이들을 품는 영화를 보는 일은 자기만족이 아닌 이웃 사랑을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을 기준으로 전국에는 414개의 고아원 시설이 있었다. 이 가운데 기독교 계통의 선교사와 후원단체가 운영하는 고아원의 수가 266개 시설에 이르렀고, 이곳에는 28,748명의 고아들이 돌봄을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특히 미국의 선교사들은 미군의 협조와 본국의 교회와 긴밀히 연계하면서 다른 단체들보다도 더 많은 구호 물품과 재정, 구호 인원들을 통해 구호활동에 나섰다.
한국의 컴패션은 1952년 스완슨 목사가 전쟁고아들을 향한 간절한 사랑으로 시작되었지만, 2003년부터 한국의 컴패션은 수혜를 받는 국가에서 후원을 베푸는 국가로 전환되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기독교 한류가 번쩍하는 스파크를 일으키는 순간이다. 유엔 가입국 가운데 역사상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다른 나라에 원조를 주는 유일한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연 <아버지의 마음>은 최초의 K-기독교 영화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위한 팁이 있다면, 모든 한류문화 대열에 편승한 콘텐츠들은 일단 국내에서 사람들의 관심과 인기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개봉되는 7월 뜨거운 극장가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승부수를 띄운 <아버지의 마음>의 성공여부는 우리들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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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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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 교수, ‘6.25전쟁기 부산지역 기독교의 공존과 갈등, 1950~1953’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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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기 부산지역 기독교의 공존과 갈등, 1950~1953
이종민 지음 /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 2023.6.9. / 272쪽 / 22,000원
올해는 6.25전쟁이 발발한지 73주년이자, 휴전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에서는 1950년 6.25전쟁 73주년을 맞아 연구총서 스물일곱 번째 책으로 이종민(부산장신대 겸임교수)의 <6.25전쟁기 부산지역 기독교의 공존과 갈등, 1950-1953>을 발행했다.
1950년 6월 북한군의 거센 공격으로 남한지역 대부분이 순식간에 점령당했을 때, 낙동강을 따라 방어망이 형성된 부산지역은 유일하게 점령당하지 않은 지역이었다. 이후 부산은 1,023일 동안 대한민국 정부의 임시수도 역할을 했으며, 갑자기 몰려든 피난민들이 생명을 지킬 수 있었던 최후의 도피처였다.
피난민 가운데는 서울 경기지역을 비롯한 남한지역 기독피난민을 비롯해 평안도·함경도 등 북한지역 기독피난민도 부산으로 유입되었다. 특히 평양을 중심으로 한 서북지역 기독교인들의 유입은 한국교회사에서 ‘복음의 중심 이동’을 이루었다.
이 책은 6.25전쟁기 부산지역 기독교의 실상과 변화, 피난민의 유입, 이로 인한 기존 교회와의 공존과 갈등, 피난민 교회의 설립, 그리고 전쟁기 장로교회의 대립과 갈등을 신학적으로, 교회사론적으로 그리고 사회사적으로 분석한 연구서로서 지역교회사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였다. ‘불교의 땅’이자 ‘피난의 땅’이었던 부산에서 6.25전쟁이 복음 확산과 부산지역 교회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 오랜 동안 부산지역 교회사를 연구한 이종민 박사의 성실한 연구와 명쾌한 분석은 이런 과정에서 기독피난민과 지역교회와의 공존과 갈등이 어떻게 전개 해소되었는지를 밝히고 있다.
저자 이종민 교수는 부산장신대학교 일반대학원(Ph.D) 교회사 전공으로, 지난 2021년 전국신학대학협의회(KAATS)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부산장신대학교 부설 부산경남교회사연구소 상임연구원, 부산장신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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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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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문학] “자 이제 결혼, 하나님 나라로 리모델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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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복의 《결혼 플랫폼》
저자는 교회사역을 하면서 깊은 신학적 배경을 통하여 결혼에 관해 이해하기 쉽게 풀이하고 있으며 30년간의 풍부한 경험을 녹여 내어 가정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룩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가정에 많은 문제로 인해 흔들리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문제의식은 느끼지 못하고 관심조차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 책은 결혼을 앞둔 청년들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나가는 하나의 지침서가 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결혼 플랫폼이라는 제목에서 이 책의 방향을 볼 수 있는데 하나님이 바라는 결혼의 개념 제시와 천국 같은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삶은 이 세상의 결혼에서 느끼는 약간의 감동이 아닌 차원이 다른 감동이 있고 숨겨져 있는 의미를 재발견하게 된다. 결혼 플랫폼에서는 세 가지 환승을 제안하고 있으며 이런 과정을 통해 결혼의 감동적 의미를 되찾게 해 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 저자소개 ∥ 서상복
전문가정사역자(한국가정사역협회)로 전문상담가로 치유사역자로 31년 활동하고 있다. (사)해피가정사역연구소(해가연상담센터) 소장으로 사역하고 있으며 반디제자교회와 새로운교회 외 다수 교회에서 가정, 상담목사로 사역 중이다. 성경적 상담학교를 통해 성경과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의 전문상담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CCC전문인 간사로 대학교에서도 연애, 성, 진로, 심리상담 등을 강의하고 있다. (사)새로운가족지원협회에 입양전문상담가로 부산가정위탁기관의 상담가로, (사)보물상자와 (사)만사소년 청소년전문상담, 성전문상담가로 초중고에서 성교육을 하고 있다.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결혼 수업》 게리 토마스 지음 / 윤종석 역 / CUP / 2021
《결혼을 말하다》 팀 켈러, 캐시 켈러 공저 / 최종훈 역 / 두란노 / 2022
기독교인문학 〈43〉
“자 이제 결혼, 하나님 나라로 리모델링하자”
- 나의 나라에서 하나님 나라로 환승하기-
결혼은 하나님 나라 꽃 피우기
“하나님께서 세우고자 하시는 하나님 나라를 우리의 결혼생활로도 걸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걸작품의 가치는 작가의 영광을 가장 잘 나타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작품인 세상도 하나님의 영광으로 충만하다. 최고의 걸작품인 인간은 결혼에서도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낼 때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결혼은 하나님 나라 꽃 피우기이다.”
류지원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사회적 잇슈가 많은 결혼과 가정에 대해 부산에서 가정사역을 하고 계신 해피가정사역연구소 서상복 소장께서 새 책을 출판하신 소식을 듣고 저자를 직접 모셨습니다. 서상복 목사님 반갑습니다.
서상복 반갑습니다.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가정사역자로서 결혼예비학교와 부부상담을 해오면서 강의로 젊은이들과 사역자들을 만나는데 한계가 있어서 이번에 ‘결혼 풀랫폼’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김길구 오늘 우리가 직면한 많은 문제 중에 가장 심각한 문제를 들라면 ‘국가소멸’이 우려 되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이고, 그 근저에는 가정을 이루는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사회적 풍조의 만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이 문제는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복합적인 요인의 결과 입니다만, 이 책은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인 결혼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를 맛보려면 성경적 지식과 이에 따른 노력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김현호 그러면 성경에서는 가정과 결혼은 뭐라고 제시하는지 제대로 알게 되면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서상복 이번 책을 발행하게 된 동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결혼은 정말 어떤 비밀이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있던 중 바울이 결혼 주례를 하면서 중간에 스스로 하나님의 진리를 깨닫고 감동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비밀이 크다”라는 부분입니다. 한국교회에서는 이 비밀을 알고 감동하는 것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결혼은 세상 사람들 누구나 다 아는 감동과 행복감이 아닌 결혼 자체가 예수님과 예수 믿는 성도와의 관계로 십자가의 은혜를 통하여 하나됨으로 이해하고 그의 대한 감동으로 접근하면 우리의 가정과 청년들의 결혼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가지게 됩니다.
류지원 청년들의 결혼에 대한 무기력증이나 그리스도인의 가정에서 소망을 찾지 못하는 이유 등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의견이 있을까요?
서상복 청년들에게 전통적 방식으로 ‘결혼은 당연히 누구나 해야 되는 것이야’처럼 막연한 제시보다는 결혼의 당위성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면 먼저는 부모가 행복한 가정의 삶으로 모범을 보여주어야 하고 두 번째로는 결혼이라는 비밀을 깨우치고 그에 대하여 응답하는 것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프랫폼을 통한 삶의 방향 전환을
김현호 책의 제목에 플랫폼이라고 제시하고 있는데 열차를 환승하는 장소인 이 단어를 제목으로 사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서상복 결혼이라는 개념도 환승하지 않으면 죄의 속성을 가진 사람이 그 죄성을 그대로 가지고 삶을 영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인간의 노력으로 결혼생활이 조금은 좋아질 수 있겠지만 참 행복으로 연결되지 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의 삶을 버리고 바른 길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는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단어가 이 책의 핵심 포인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류지원 그러면 가던 길을 멈추고 어떤 열차로 환승을 해야 할까요?
서상복 환승의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내 나라에서 하나님의 나라로 환승, 둘째로, 내 중심에서 상대방 중심의 환승, 셋째로는 계약 결혼에서 언약 결혼으로 환승입니다. 내 나라에서 하나님의 나라로 환승입니다. 이는 십자가 복음을 기본으로 하는 레드카펫으로 예수님의 피를 통하여 결혼의 배경을 가져야 하고, 신앙생활의 기본과 마찬가지로 결혼도 바로 십자가가 기본 배경입니다. 내 중심에서 상대방 중심의 환승의 기본 배경은 피가 흐르는 곳에 치료의 기름이 필요하듯이 상대에게 치료해 주는 즉, 성령의 은혜가 바탕이 되는 환승입니다. 세 번째의 의미인 계약 결혼에서 언약 결혼으로 환승은 손익계산으로 가능한 것이 계약 결혼이라면 상대방의 존재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언약적 결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혼 의식 속의 의미
김길구 결혼 의식 속에 있는 레드카펫, 검은 양복, 흰색 드레스 등을 색깔별로 의미를 부여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소개를 해 주세요.
서상복 이것은 언약 신학의 배경에서 나오는 내용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레드카펫의 의미는 옛 교회당의 내부 통로 바닥에는 레드카펫이 깔려 있는 경우를 보았을 것인데, 이것은 아브라함이 하나님과의 언약 중에 짐승을 잡아 반으로 쪼개어 제물을 드릴 때 바로 그 피가 바로 레드카펫의 원조라고 보면 됩니다. 더 나아가 신약에 와서 예수님의 피를 믿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피로 언약을 맺어가는 것을 결혼식에서 레드카펫을 사용하는 의미로 볼 수 있겠습니다. 검은 양복을 입고 신랑이 입장하는 것은 예수님 죽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으며, 자신은 죽고 가정이 살아나는 의미로 볼 수 있겠지요. 이와 같은 의미들이 한국교회가 부흥과 성장에 관심을 두고 있어 현재에서 잘 다루지 않은 부분이긴 하나 실제로 신학적으로 이미 연구되어있는 부분이며 이것을 이 책에서 다루었다는 의미로 볼 때 재발견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류지원 이 책의 세 번째 중요한 의미로 제시한 계약 결혼과 언약 결혼을 제시하셨는데 언어적으로 어쩌면 같은 의미로도 볼 수 있는데 계약과 언약으로 구별한 의도를 알려주세요.
서상복 하나님 입장에서는 사랑의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에 모압 계약에서부터 언약의 요소가 가미되기 시작하였으며 다윗의 언약에는 점점 더하여졌으며 새 언약인 예수님이 오시면서 계약적인 요소는 전혀 없고 언약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결혼도 초기에는 계약을 통해 성사되지만 행복한 가정이 이루어지려면 계약은 옅어지고 언약의 요소로만 남아야 행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계약이라는 것은 철저한 문자적 약속을 의미하고 언약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표현한다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계약과 언약으로 문자적으로만 이해하려면 언어적 한계가 있습니다.
교회의 치유사역
김현호 교회에서 실천적 의미에서 가정을 바로 세우는 일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실제적인 도움이 될만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서상복 결혼 예배학교 진행이나 상담을 통해 봉착하게 되는 문제들은 대부분 사회학적 접근을 해야 해결될 문제들이었지만 교회가 사회를 향해 결혼이나 저출산 등 다양한 영역의 문제점들을 아젠다로 설정하고 발 벗고 나서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접근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 성경적 결혼관으로의 의식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이것조차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김현호 대부분 교회에서는 가정의 각종 어려운 사안들을 전문가들이 직접 상담하여 주거나 치료하는 사역이 턱없이 부족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의견이 있나요?
서상복 교회에서 재혼, 이혼에 관한 부분 등을 실제적이고 어려운 부분들을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며 목회 상담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다 상처만 받고 눈을 피해 타교회로 이적하거나 교회를 나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대안으로는 지역단위나 노회 차원에서 가정사역을 맡아 할 수 있는 국내 선교사제도를 마련하여 지역을 순회하면서 직접 상담하거나 또는 지역의 전문가 인력풀을 형성하여 도움을 주고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됩니다.
류지원 비혼선언, 저출산 문제, 1인가구 등과 같은 현실에서 교회의 역할과 결혼 및 가정의 건강한 리빌딩을 위하여 애쓰고 계시는 서상복 목사님의 결혼 플랫폼을 통하여 진지하게 대화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결혼, 따뜻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어 가는데 좋은 지침서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정리: 류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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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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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음이 서툰 남자가 남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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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로 승부하는 영화의 구조
못된 캐릭터가 변하여 선한 영향력을 주는 인물이 되는 이야기는 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형식으로 자리 잡으며 기독교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죄와 은혜라는 성경이 말하는 인간관과 구원관이 내재해있기 때문이다.
죄를 저지르는 밉상의 행동과 성격은 대중의 관심을 끄는 역할을 한다. 자신이나 이웃과 평화를 누리며 살아가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중의 기대는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죄에 대한 징벌로서 심판을 받는 캐릭터의 모습이다. 못된 성격에다 이상한 짓을 한 사람은 그에 대한 대가로서 벌을 받아 마땅하다는 논리가 여기에는 깔려있다. 다른 하나는 은혜라 말할 수 있는, 예상치 않는 누군가의 도움과 친절로 인해 밉상이던 캐릭터가 선한 이미지로 변하게 되는 일이다.
예수님을 만난 세리장 삭개오 이야기(눅19:1-10)는 캐릭터의 변화를 통해 감동을 주는 이야기의 원형적 성격을 보여준다. 삭개오는 로마의 식민지였던 이스라엘에서 자기 백성의 돈을 뜯어다가 로마에 바치는 세리였던 까닭에 대중들의 비난을 받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작은 키가 주는 외모 등은 그가 부정적 이미지가 잔뜩 묻어나는 캐릭터의 소유자란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예수님을 만난 뒤 그는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다’(눅19:8)는 폭탄 발언을 하는 등의 대중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선한 캐릭터로 변신한다.
이것은 교훈과 재미가 공존하는 이야기의 본래적 성격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된 사건’(요2:1-10)처럼 인생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능력과 변화된 인간이 보여주는 선한 삶의 가치는 대중이 선호할 뿐만 아니라 성경적 가치를 품은 행복한 이야기인 셈이다.
마크 포스터 감독이 만들고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오토라는 남자>(A Man Called Otto)는 전형적인 꼰대 기질의 남성이 같은 주거 단지에 이사 온 멕시코 출신의 가족과 조우하면서 겪게 되는 인생 변화를 그리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를 암으로 떠나보내고 삶의 의욕도 잃어버린 채 신경질만 살아있는 오토(톰 행크스)는 자신의 앞집으로 이사 온 마리솔(마리아나 트레비노)과 그의 남편 토미(마누엘 가르시아롤포)네 가족을 귀찮은 사람들로 여기기 시작한다. 주차를 제대로 할 줄도 모르고 사다리며 공구를 빌려달라고 부탁하는 등 조용하기만 했던 오토의 일상은 이사 온 사람들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한다. 다만 마리솔이 감사의 뜻으로 놓고 간 음식들이 오토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드는 바람에 그나마 굳어 있던 마음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비록 남의 집에 세 들어 이사를 왔지만 자녀가 있는 시끌벅적한 마리솔 가족이 오토의 고독한 인생에 큰 변화를 주게 될 것이란 점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누가 죽음을 멈추는가?
임신한 아내가 교통사고로 인해 유산의 아픔을 경험하고, 장애를 갖게 된 아내마저 세상을 떠난 뒤 외로운 오토의 선택은 아내의 뒤를 따라가는 일이었다. 철두철미한 성격의 오토는 전기도 전화도 끊으며 죽음을 기획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오토가 기획하는 네 번의 죽음을 보여준다. 첫째는 밧줄에 목을 매는 방법, 둘째는 엽총을 이용하기, 셋째는 차고에서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자동차 안으로 유입시켜서 질식사를 도모하는 방법, 그리고 마지막에는 철길 위로 뛰어 내려 달려오는 기차와 마주치는 방법 등이다. 물론 네 번의 서로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는 것은 앞의 방법들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음을 의미한다.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네 번째 자살시도를 제외한 나머지 방법들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 결정적 이유가 바로 마리솔과 이웃들의 등장 때문이란 사실이다. 주택단지를 매일 순찰하며 분리 수거로부터 주차 문제까지 속속들이 간섭을 해온 오토는 이웃주민들에게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제공받을 수 있는 해결사였던 것. 성격은 까칠해 보여도 도와달라는 이웃의 청을 거절 못하는 착한 마음씨의 소유자가 바로 오토라는 남자라는 사실은 이웃들이 그를 내버려 두지 않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오토의 자살 시도가 이웃에 의해 거듭 실패하게 되는 일은 OECD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행복지수가 59위(2022 세계행복보고서)에 불과한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눈여겨볼 만한 시사점이 있다.
첫째는 이웃과의 소통이 죽음을 중지시킬 수 있으며, 둘째는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행동이야말로 죽음에 대한 생각을 멀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죽고 싶을 만큼 외로운 상황이란 아무도 자신을 찾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 남을 도울 수 있는 여력의 상실에서 오는 진공의 상태라 할 수 있다. 마리솔은 남편이 다치는 바람에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가자 오토를 찾아가 차로 거기까지 데려다 달라고 요청한다. 그것도 모자라 운전연수를 해달라고 부탁하고 남편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아이들을 봐 달라고까지 한다. 그런데 툴툴거리고 퉁명스럽기 이를 데 없는 오토는 그러면서도 이러한 부탁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죽음을 내쫓는 중이다. 인간은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주어질 때 숨쉬기를 포기하지 않는 법이다.
고독한 죽음의 현장과 유품정리사
마리솔은 어느 겨울 아침, 오토의 집 앞에 눈이 치워지지 않은 채로 덮여있는 것을 보고는 오토의 집을 향해 슬리퍼 차림으로 달려간다. 부지런하고 깔끔한 성격의 오토가 집 앞의 눈을 치우지 않는다는 것은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뜻하는 메시지인 까닭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토는 침대 속에서 영면한 채 발견되고 마리솔 가족을 위한 유서를 남겨 놓는다.
한국 같았으면 또 하나의 고독사(孤獨死)로 남을 뻔했다는 생각에 따뜻했던 영화는 어느새 마음을 얼리고 만다. 죽은 후 몇 달이 지난 뒤 백골 상태로 발견된 독거노인의 주검 이야기가 불현듯 생각났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최근 사회적 고립도 조사에 따르면 전국민의 1/3은 사회적 고립의 상태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회적 고립도는 인적·경제적·정신적 도움을 구할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이 얼마인지 나타내는 지표로서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고독사의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사회에서 낯설지 않은 고독사는 유품정리사라는 신종 전문가들을 매스미디어 안으로 소환시키기 시작했다. 유품정리사는 한국사회가 겪는 비극이라 할 수 있는 고독사가 낳은 신종 직업이다.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생률,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르는 가족공동체의 붕괴, 경제적 독립이 불가능한 독거노인의 증가 등 최근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심각한 사회현상들은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남긴 흔적을 지울 사람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었다.
고독사는 가족이나 주변인들과 단절된 채 아무도 모르게 홀로 생을 마감한 후 일정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발견되는 죽음을 의미한다. 보통 좁은 방안에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와 배달된 음식물들 찌꺼기들이 썩어 있고, 술병들이 널부러져 있는 경우는 고독사 현장의 공통된 풍경이기도 하다.
2021년 5월에 공개된 넷플릭스의 10부작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는 유품정리사의 모습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와 그의 후견인 상구(이제훈)가 그루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받아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그들이 유품을 통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대신 전달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무브 투 헤븐>은 주요 국가에서 넷플릭스 인기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는가 하면, 2021 아시안 아카데미 크레이에티브 어워즈(Asian Academy Creative Awards, AACA)에서 각각 최고의 드라마 시리즈상과 남우주연상(이제훈)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품정리사 김새별이 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속에는 고독사를 방지할 수 있는 조언이 담겨있다. 귀를 기울이면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을 수 있다.
“내 가족, 내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만 있다면.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모른다. 포기하려던 삶을 부여잡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거창한 도움이 아니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작은 배려와 친절을 통해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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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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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문학] “바로 여기, 지금, 우리와 함께 계신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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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스트링펠로우 <사적이며 공적인 신앙>
흑인민권운동이 한창이던 미국 뉴욕에서 비폭력 흑인운동과 여성운동을 도운 인권변호사이자 사회운동가. 교회일치운동에도 앞장 선 평신도 신학자 윌리엄 스트링펠로우의 1962년에 출간한 첫 번째 책이다. 이 작은 책의 부제는처럼 오늘날 교회가 복음을 어떻게 외면하는지를 진단하고 있다. 전후 승전국 미국의 고도성장기와 함께 교회의 외적 성장과 물질주의에 가려 개인이 우상화되는 사적 신앙과 복음의 본질을 잃은 채 종교화 되어 점차 생명력을 잃어가는 교회의 위기를 말씀과 성례전을 포함한 공동체적 실천방안의 모색을 통하여 사적신앙에 머문 우리의 신앙을 공적신앙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1960년대 미국의 상황이 오늘 우리의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 저자소개 ∥ 윌리엄 스트링펠로우
미국의 평신도 신학자이자 변호사 겸 사회운동가로 1928년생. 베이츠 칼리지와 런던 정경대학교,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뉴욕 빈민가에서 흑인들과 라틴계 사람들에게 법률상담을 했으며,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체포된 이들을 변호하는 등 인종차별운동 등을 한 인권운동가이다. 평신도로서 교회일치운동 등에 참여하면서 칼바르트, 쟈크엘렘 등과 교유하면서 수많은 신학교와 교회관련회의에 참석 강연한 평신도신학자로 이름을 떨쳤다. 신학자 스텐리 하우워스는 그를 두고 ‘칼 바르트의 글을 현실에서 구현해 낸 인물’이라고 평했다.
◇ 저서
《죽음을 대신해서》, 《순종 안에서의 자유》, 《신앙의 단순함》, 《영성의 정치》 등이 있다.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어서와 공공신학은 처음이지》 황경철 지음 / 세움북스 / 2022
《공공신학의 눈으로 본 성경》 최경환 지음 / 지우 / 2020
《하나님나라와 공공선》 천종호 지음 / 두란노 / 2022
기독교인문학 〈42〉
“바로 여기, 지금, 우리와 함께 계신 하나님”
- 문화를 변혁하는 그리스도 -
우리의 삶에도 하나님의 생명이
“복음은 하나님이 멀리 동떨어진, 우리 손에 닿지 않은 곳에 계신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 지금, 이 세상에서 우리와 함께하고 계심을 증명합니다.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가 한때 이 세상, 역사 가운데 평범한 인간의 삶에 참여했기에 이 세상, 우리 삶에도 하나님의 생명이 분명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김길구 이 시리즈 Ⅰ이 2015년 3월부터 45회, 필진을 바꿔가며 시리즈 Ⅱ가 2023년 4월까지 42회 연수로는 벌써 8년 1개월에 걸쳐 통산 87회가 게재되었습니다. 이 책은 1960년대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에서 평신도 신학자인 저자가 직면한 미국교회 위기의 원인과 대책을 보면서 우리의 위기를 반추해 보자는 취지로 선정되었습니다.
김현호 칼 바르트의 글을 현실에서 구현해 낸 인물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평신도신학자 월리엄 스트링펠로우는 변호사로서 신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미국 뉴욕의 빈민가에서 흑인과 라틴계 사람들에게 법률 자문으로 활동하면서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체포된 이들을 변호한 인권운동가로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도왔으며, 교회일치운동에 힘쓴 기독교운동가입니다.
류지원 1960년대부터 그리스도의 신앙에 대한 글을 쓰며 수많은 신학교와 교회 관련 회의에서 강연활동으로 유명세를 탄 그가 교우한 당시의 인물만 봐도 그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어요. 당대 최고 신학자 칼 바르트, 부의 불평등 문제에 천착했던 프랑스의 신학자 자끄 엘뤌, 베트남전을 반대한 미국의 반전·평화 운동가 대니얼 베리건 신부 등 인데요, 이들의 공통점은 개인의 신앙문제를 넘어 공적 영역의 사회적 문제들을 붙들고 성경에서 언급하는 이상적인 그리스도의 삶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고민했던 분들 입니다.
‘종교화’한 교회
김길구 본문으로 들어가 보죠. 이 책은 가로㎝12 ×세로18㎝의 170여쪽에 불과한 작은 책인데요. 윌리엄 스트링펠로우의 신학을 잘 보여주는 책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1960년대의 미국에서 첫 출판된 이래 지금까지 절판되지 않은 꾸준히 팔리는 책입니다.
김현호 오늘날 교회는 복음을 어떻게 외면하는가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의 첫머리에 골로새서 2:8절을 인용 그리스도의 신앙과 종교를 구별합니다. 종교는 자기 자신을 위해 하나님을 대체할 어떤 관념을 찾고 그 관념을 숭배하고 이를 교리와 규율로 포장하는 반면 그리스도교는 우리 가운데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 자신을 드러내시고 인간의 삶에 참여하였듯이 우리의 삶에도 하나님의 생명이 자리 잡고 있다는 믿음입니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이 창조한 이 세상에서 참된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는 것입니다.
류지원 그러나 오늘날의 교회들은 ‘복음’을 마다하고 ‘종교’가 되려고 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정치와 종교를 나누려는 세상의 흐름과 하나님이 아닌 자기 스스로 신이 되려는 인간 특유의 종교성이 맞물린 결과라는 것입니다.
‘신’이 된 개인
김길구 저자가 얘기하는 ‘종교화’가 왜 나쁘냐 하면 자기가 필요로 하는 하나님 - 나의 불안을 진정시켜주고, 나의 필요를 채워주는 하나님, 그 신은 나만을 위한 신이기에 나 외의 타인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 결과 우리의 이웃, 우리 교회, 우리가 사는 지역공동체와 분리된 채 고립된 세상에서 삽니다. 그 결과 신과 나도 분리되어 개인의 신앙을 넘어 공적영역으로 나아가지 못하니, 사회도 교회를 외면한다는 논리지요. 이런 논리로 복음 떠난 신앙은 정치와 종교 등 모든 면에서 분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김현호 이 책의 편집자는 저자를 참 가톨릭신자이자 참 프로테스탄트라고 했어요. 저는 그 평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이러한 분리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하고 성사 등 교회의 실천을 전폭적으로 긍정하는 면에서 가톨릭적이라면, 자유와 개인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면에서는 참 프로테스탄트”이라는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적절한 표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류지원 저자는 세례를 중시했는데 그 의미는 하나님이 그를 위하여 은총을 베풀어서 그가 죽음의 권세에서 해방되었음을 세상에 알리는 공적 선언의 의미를 지닌 의식으로 다른 모든 세례받는 이, 교회, 교회의 모든 구성원과 함께 이 세상에 임한 하나님을 기리며 세상을 섬길 것을 서약하는 의식이죠.
공적영역의 필요성
김길구 이 책에서 말하는 공적신앙이란 무엇일까요?
김현호 저자 자신은 1960년대 마틴루터 킹 목사 등 사회운동의 거두들과 함께 인권운동과 기독운동을 하였기에 공공신학 같은 거대담론을 기대했던 독자들도 있었을거예요.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그런 대목은 없어요.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에게 다가가 자선과 봉사활동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류지원 지은이는 봉사를 해도 죽기까지 자신의 몸을 내어주신 예수님처럼 나의 생명을 내어주는 것처럼 성심성의를 다하는 것이 진정한 사적이며 공적인 신앙이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성서적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해 이 세상에서 살면서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정의로운 삶을 말합니다.
공공신학에 대하여
김길구 공공신학 하면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론이 생각이 나요. 학문, 예술, 교육 전반에 국가의 획일적인 주도하에 인본주의적이고 무신론적 세계관으로 팽배했을 때 국가, 교회, 정치, 경제 등 모든 영역에 고유한 주권이 있고, 그 중심에 하나님이 다스린다는 것으로 국가 차원에서 이를 구현하려 했으니까요.
김현호 스위스의 칼빈도 마찬가지였지요. 사실 사적 영역과 공적영역의 분리, 정치와 종교분리 등은 근대의 산물이지요. 신·구교의 긴 전쟁과 극심한 대립 속에 얻어낸 타협책이었으니까요. 다원화, 다양화 된 현대사회에서는 다른 선택이 없어 보여요. 일부 이슬람권 말고는….
김길구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우리사회가 극단화되어서 갈등의 골이 깊어 사회가 한동안 시끄러워질 전망입니다. 참그리스도인들은 개인적인 사적영역을 넘어 공적인 영역까지도 선한 영향력을 주어야 하는데, 한국교계가 지금 멘붕에 빠진 상태입니다. 코로나19의 사태가 진정되기도 전에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나는 신이다’ 란 다큐멘터리가 사이비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준데 이어, 공공연히 특정 정당의 200백만 명 당원 가입을 호언하며 정치판을 갈아엎겠다는 극우세력도 있어 그 어느 때 보다도 공공영역의 기독교 참여를 어떻게 하여야 할까? 에 대한 고민들이 깊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김현호 최근에 출간된 황경철의 《어서와, 공공신학은 처음이지?》를 참고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독일의 하이리히 베드포드-슈트롬는 공공신학의 특징을 여섯 가지로 제시하고 있어요. 성경과 신학에 기초해야 한다. 세상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이중언어로 소통해야 한다. 신학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학문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부당하고 불의한 정책들을 성경적 가치와 윤리를 따라 안내하고 시정하려는 선지자적 역할을 해야 한다. 특정 정당활동이 아닌 시민사회에 방향성을 제시하여 담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호맥락성 입니다. 운동의 방식이 지역과 나라의 현지 사정에 따라 문화와 정서의 차이로 적용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 입니다.
류지원 이밖에도 이미 고전이 된 리처드 니이버의 그리스도와 문화에 관계에서 문화와 대립하는 그리스도로부터 문화를 변혁하는 그리스도까지 5개로 분류하는 방법이 있어요. 황경철은 반드루넨(나그네), 스미스(변혁가), 헌터(신실한 함께함) 세 학자의 유형 중 저자 황경철은 반드루넨의 나그네 유형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참고해 보시면 유익할 것 같습니다.
김길구 다행인 것은 최근 공공신학에 대한 교계의 관심이 깊어지면서 논의가 활발해 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적신앙에 안주하지 않고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성숙된 그리스도인들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장시간 수고하셨습니다.
【정리: 김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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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