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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독교 교양 읽기 ①] 디지털 시대에 교회가 노년층의 자존감 세워줘야
    본지에서는 3월 개편에 맞춰 9면을 ‘문화’로 기획 했습니다. 지난 호에 게재된 ‘최병학 목사의 문화펼치기’에 이어 이번 호에는 ‘기독교 교양 읽기’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기독교 교양 읽기’는 김길구 부산YMCA 사무총장과 김수성 교수(경성대 신문방송학과 외래교수), 김현호 대표(기쁨의집)가 모여 사회적 이슈 및 교회가 직면한 현실과 과제에 대해 책, 전문가 등을 통해 알아보는 자리입니다. 매회 주제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며, 목회 및 설교에 접목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들이 제공될 계획입니다. <편집자 주> 세 남자가 의기투합했다. 〈한국기독신문〉에서 멍석을 깔아준다는 데 어찌 마다하겠는가. 책을 읽고서 허심탄회하게 우리나라 교회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다. 이 세 남자의 조합이 재미있다. 김길구. 부산YMCA 사무총장. 명실 공히 부산 시민운동의 대표이다. 신학에 청소년지도, 사회복지 등 다양한 공부를 했다. 백양로교회 안수집사다. 이 모임의 좌장이다.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신문기자 생활을 했다. 멀티미디어를 전공했지만, 독서지도사 자격을 따는 등 ‘책읽기와 글쓰기’ 보급에 여생을 걸었다. 교회에 잘 나가지 않아 항상 야단맞는다. 김현호. 기쁨의 집 기독교서점 대표. 엄청난 독서가로서 20년 이상 독서운동을 하고 있다. 책 이야기만 나오면 밤을 새울 기세다. CBS에서 ‘행복한 책읽기’를 8년째 진행. 부산행복한교회 안수집사다. 지난 3월 13일 저녁 김 사무총장 집무실에 모였다. 선택한 책은 《나이 드는 내가 좋다》였다. 둘러앉자마자 저마다 이야기 한 가닥씩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고령사회’ 진입 - 교회 기로에 서다! 김길구 : 이 책을 읽다 보니, 부산이 광역시 중에서 맨 먼저 ‘고령사회’가 된다는 최근 기사가 기억났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적으로는 65세 이상 비율이 12.7%인데 비해, 부산은 13.98%였습니다. 3월에는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접어든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교회의 고령화는 이보다 좀 더 심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현호 : 그래서 요즘 ‘노년목회’ ‘사별목회’ ‘저출산 고령화사회’와 같은, 노년을 위한 목회 세미나가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아름다운 노년을 준비하도록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뉴스앤넷, 2014년 6월 25일; 10월 28일; 11일 18일 기사 참조] 김길구 : 이 책도 궁극적으로는 ‘나이 듦을 회피하려고 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습니다. 김현호 : 교회에서 노인대학을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1주일에 한 번 건강 체조와 특강, 레크리에이션, 외부인사 특강 등을 진행하고 점심을 제공합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자칫 시간 때우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교회가 어르신들에게 시혜(施惠) 차원에서 운영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김수성 : 어르신들이 자존감을 가지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기도 사회에서 무언가 역할을 하는 주체적인 존재라는 자존감이죠.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적용하기에 조금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현호 : 맞습니다. 그래서 노인대학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의식을 일깨우고 품위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베풂을 받기보다 베푸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전인적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합니다. #노년층과 젊은이 연결 방안 모색해야 김길구 : 이 책에 어느 교회가 도입한 ‘짝기도’라는 예가 나옵니다. 서로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이지만, 어르신과 10대를 한 사람씩 짝지어 매일 서로를 위해 기도하도록 한 것이죠. 그리고 1년 후 만남의 자리를 가졌더니 어르신과 10대 사이에 진실하고 훈훈한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교회에서도 도입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아닐까요? 김수성 : 현재 우리나라 젊은 층에게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가 인터넷에 너무 의존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이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노년층과 청년층을 기도로 연결함으로써 교회에서부터 인간과 인간의 관계 회복의 중요성을 깨우쳐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은 대단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김현호 : 가톨릭교회에서 하고 있는 대부(代父)·대모(代母) 제도를 도입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리 서점에서 운영하는 독서캠프 중에 ‘이야기 회복’이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동화는 물론이고 사라져가는 우리 옛이야기를 서로 공부하고,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어린이집 등을 방문하여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입니다. 잊혀져가는 옛이야기를 직접 쓰기도 합니다. 참가하는 분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김길구 : 부산YMCA가 운영하는 한 복지관에서 평범한 어르신들의 자서전을 발간하는 사업을 하였습니다. 어르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구술(口述)하면 젊은 자원봉사자들이 그것을 받아 적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르신들의 기쁨은 말할 것도 없고, 자원봉사자들도 인생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김현호 : 교회에서도 어르신들이 돌아가면서 서로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 자녀들에게 전달한다면, 자녀들은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던 부모들의 인생역정을 깨닫게 되어 존경심이 더해질 것입니다. 김수성 : 저는 그동안 어린이주일학교처럼 노인주일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령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이 때, 교회가 적극적으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노인주일학교를 운영한다면 이런 프로그램을 쉽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현호 : 자체적으로 인력을 개발할 수도 있겠죠.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 땅을 떠나기 전에 노년의 지혜를 다 풀어놓고 갈 수 있도록 하는 어르신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독서캠프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체험했습니다. #교회가 노년공동체 디딤돌 역할해야 김길구 : 시민운동이라는 측면에서도 이런 경험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얼마 전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하다가 은퇴하는 분이 재직 당시의 경험과 노하우를 젊은 공무원들에게 전수했더니 너무 좋아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투명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도 은퇴한 어르신들의 사회를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큰 작용을 할 것입니다. 김현호 :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교회가 홀로된 어르신들의 케어타운(care town)이랄 수 있는 ‘우정공동체’ 같은 것을 설립하는데도 도움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함께 살면서 서로 돕고 말벗도 하고 할 일도 찾는 공동체라 할 수 있죠. 그러면 노년층도 품위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어렵다면 지역의 어르신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와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수성 : 부산의 경우, 앞으로 7년 후인 2022년쯤이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가는 것이죠. 현재 직장에서 은퇴하는 나이가 60세를 넘기지 못하는데 비해 평균수명은 80세를 넘어가는 현실에서, 교회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하루 빨리 교회가 대책을 세우고 시스템을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김길구 : 이 책에서는 어르신들이 자기 역할을 찾고, 남을 도우면서 남은 생을 보람차게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스마트 시대에 노년층은 구시대의 유물쯤으로 취급하는 잘못된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의 노노(老老)케어, 홀로된 어르신과 결연사업 추진 등 사목적(司牧的) 역할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하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두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다음에는 크리스토퍼 스미스와 존 패티슨이 쓴 《슬로 처치(Slow Church)》(새물결플러스)를 읽고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최근에 번역 출간된 책입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 김수성] 나이 듦…인생의 깊이를 더하다! 이 책 《나이 드는 내가 좋다》는 나이 드는 것이 서러움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노년에 겪게 되는 두려움, 외로움, 상실, 고통, 질병과 죽음의 문제를 주 안에서 힘차게 딛고 새롭게 일어설 것을 주문한다. 저자는 건강을 우상화하면서 수명 연장에만 집착하는 현실을 꼬집으면서, 하나님의 관심은 수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깊이를 더하는데 있음을 강조한다. 인생의 깊이를 더하다! 이보다 귀한 삶이 어디에 있을까? 저자는 늙는 것도 고통도 슬픔도 다 받아들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건강이 나빠지는 가운데서도 모험심을 시험할 줄 알고, 육체적으로는 기꺼이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면서도 젊은이들에게 부족한 지혜를 기꺼이 베푸는 삶을 누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겸손하게 일상에서 맞이하는 작고 아름다운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고통조차도 하나님의 찬양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앙금을 씻어버리고, 용서하고 용서받아야 한다. 그러면 이렇게 얻은 평화를 다시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고 슬픔이 덮칠지라도, 슬퍼하지만 말고 다른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며 새로운 기쁨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나님을 섬기면서 끝까지 신뢰하는 것이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그럴 때 죽음도 인간이 겪는 경험의 일부로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저자인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Johann Christoph Arnold)는 기독교 공동체 부르더호프의 목사이자 평화운동가이다. 원제 Rich in Years. 원마루 역. 포이에마. 11,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할아버지의 기도》 레이첼 나오미 레멘 지음 / 문예출판사 《나이 든다는 것》 헨리 나우웬 지음 / 포이에마 《빛 색깔 공기》 김동건 지음 / 대한기독교서회 도/서/제/공 기독교서점 기쁨의 집(초량 일본영사관 맞은 편) ☎ 051)464-1734
    • 문화
    • 기독교인문학
    2015-03-19
  • 완주자의 노래
    완주자의 노래 박종순 지음/쿰란출판사/2015.01.30./14,000원 충신교회 원로목사인 박종순 목사의 40년 목회 이야기를 엮은 책으로, 목회자의 길을 먼저 걸어온 선배 목회자로서 후배 목회자들에게 건네는 격려와 조언을 담았다. 목회는 세상 논리를 따라 일정한 공식을 적용할 수 없다. 그 대상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때와 장소, 감정과 상황을 따라 변하는 사람들을 대하려면 인내와 지구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목회는 마라톤이다'이라고 정의 내린다. 중도 포기나 탈락 없이 완주자가 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단판승부보다는 완주 목회가 중요함을 후배 목회자들에게 당부한다. 결말을 알면 두렵지 않다
    • 문화
    • 도서
    2015-03-07
  • 결말을 알면 두렵지 않다
    결말을 알면 두렵지 않다 한홍 지음/규장출판사/2015.02.16./18,000원 요한계시록은 고통받는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기록되었다. 교회를 박해하는 세력이 온 세상을 뒤덮고, 두려움이 엄습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책이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들의 환난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신다. 그래서 이 땅의 그 어떤 제국과도 비교할 수 없는 하나님나라의 권세와 영광을 보여주심으로써, 당신의 자녀들로 하여금 고통스런 현실을 이겨내게 하신다. 답을 아는 사람은 문제 앞에서 걱정하지 않는다! 땅의 것에 목숨 걸지 말고 하늘의 것을 추구하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땅의 시간 하늘의 시간
    • 문화
    • 도서
    2015-03-07
  • 땅의 시간 하늘의 시간
    땅의 시간 하늘의 시간 조정민 지음/두란노출판사/2015.02.16./13,000원 베스트셀러 저자 조정민 목사의 신작. 시간의 변화 없이 내 삶은 변하지 않는다. 시간을 건지려면 하나님의 뜻을 알아야 한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달으면 인생이 바뀌고 시간의 배분이 달라진다. 먼저 추구해야 할 것들을 분별하게 된다. 시간의 주인인 하나님이 이 땅에서 어떻게 살라고 하시는지를 알면 하나님의 시간표를 살게 된다. 이 책은 인간의 시간과 하나님의 시간이 어떻게 다르며,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의 시간을 살 수 있는지 흥미롭게 추적하고 있다. 지혜롭게 사는 법이 하나님의 시간 안에 있다.
    • 문화
    • 도서
    2015-03-07
  • [문화] 최병학 목사의 문화펼치기①
    : 사진-신학(Photheology) 선포 1. 겨자씨와 ‘사진 한 장’“또 이르시되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비교하며 또 무슨 비유로 나타낼까. 겨자씨 한 알과 같으니 땅에 심길 때에는 땅 위의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심긴 후에는 자라서 모든 풀보다 커지며 큰 가지를 내나니 공중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만큼 되느니라(마가복음 4:30-32).”예수께서는 이스라엘 요단강 북쪽 강가에 많이 자라는 식물인 겨자씨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비유하고 있다. 정말 자세히 보아야 보일 정도로 작은 씨인데, 일단 자라기만 하면 7m까지 자라, 새가 둥지를 틀 정도로 큰 나무로 자란다. 보잘 것 없는 작은 겨자씨 하나에 놀라운 생명력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동시에 겨자씨는 새의 모이이다. 먹잇감인 것이다. 이러한 먹히는 생명이 자라 자신을 먹이로 삼는 새들에게 그늘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당시 로마의 압제 아래 있는 이스라엘의 상황을 이 겨자씨의 비유로, 원수까지도 품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닐까?여기 사진 몇 장이 있다. 그저 그런 사진 몇 장, 그러나 그 한 장의 사진은 사람들의 가치관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겨자씨와 같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듯, 사진 한 장이라는 보잘것없는 도구가 의식을 규정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진-신학(Photo+Theology)은 사진 한 장에서 신학적 의미를 발견하여 신학적 사유의 풍성함과 신앙의 깊이를 다시금 고민하는 것이다. 인류를 사랑하시고, 죄인 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시어 십자가 그 모진 고통을 받으셨으나, 죽기까지 사랑하신 예수님의 흔적들이 담겨져 있는(혹은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사진 한 장은 신앙의 깊이와 넓이와 높이를 뒤흔들 것이다. 일찍이 “사진은 아우라를 재현할 수 없다”고 말한 발터 벤야민(W. Benjamin)은 이렇게도 말했다. “20세기의 문맹은 사진을 모르는 사람일 것”, 그러나 사진-신학은 이렇게 말한다. “21세기의 신학과 신앙인은 사진 속에서 신학적 의미를 읽어낼 줄 아는 사람들”이다. 2. 사진 인문학부산외대 이광수 교수의 사진에 관한 책인 『사진 인문학』 (알렙, 2015)을 보면 ‘사진이 존재를 증명하는 도구’라고 한다. 어떤 대상이 존재하지 않으면 사진은 나올 수 없기에 맞는 말이다. 따라서 카메라 앞에 반드시 뭔가가 있어야 한다. 동시에 사진은 시간을 담는 매체가 된다. 모든 대상은 사진 속에 담기는 그 순간부터 과거에 박제된다. 그때 그 시간은 돌아올 수 없는 과거가 되고, 그래서 지금 현재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곧, 사진 속으로 들어간 모든 시간은 과거에 묶여버린다. 수잔 손탁(S. Sontag) 역시 이렇게 말한다. “사진은 시간의 흐름이 아닌 시간의 어느 한 순간을 포착해 놓은 것이고, 그래서 사진은 ‘기억’을 하기 좋은 매체”라는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전해준 구원의 사진첩이다. 창조로부터 타락, 회개와 구원의 길에 대한 모든 순간들이 역사의 현장에 사진처럼 기록되어 있다. 그것을 기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신앙의 결과 무늬가 갈라지는 것이다. 이광수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사진과 같이 시간, 존재, 재현 등에 관한 다양한 시선과 그것을 둘러싼 권력과 맥락을 포함하는 매체는 인문학의 향연을 펼치기에 매우 적합하다. 정해진 해답이 없고, 옳고 그름도 없으며, 접하는 사람에 따라 생각을 달리하고 그 가치를 달리 부여할 수 있는 사진이란, 인간 정신을 상실해 가는 이미지가 범람하고 복제가 만능인 21세기라는 시대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인문학의 보고”라고 한다. 사진에 관한 시각과 관점은 롤랑 바르트(R. Barthes)의 풍크툼(punctum)과 스투디움(studium)의 개념을 알고 구분할 때 풍성해진다. 풍크툼은 라틴어로 점(點)이라는 뜻이며, ‘해독하기 힘든 개별적인 효과’를 말한다. 곧, 화살처럼 꽂혀오는 어떤 강렬함을 뜻한다. 가령, 한 장의 사진이 뾰족한 창처럼 나를 찌르고, 나를 상처 입히고, 나에게 얼룩과 흔적을 남길 때 우리는 풍크툼의 효과를 느낀다. 반면, 스투디움은 ‘일반화된 상징’을 뜻한다. 성서 한 구절이 우리의 심령과 골수를 쪼개고 부숴 심령이 온전하게 그리스도의 영으로 지배받는 것처럼 한 장의 사진 역시 풍크툼으로 우리 존재를 흔들 것이다. 역사학자 라나지트 구하(R. Guha)는 ‘서발턴(subaltern, 소외된 하위 계층 사람들 곧 하위주체)’이라는 하층민의 역사를 통해, ‘작은 사건’이 어떻게 ‘큰 역사’에 묻혀버리는지 탐구한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작은 사진 한 장’이 때로는 ‘역사의 큰 증언’이 될 수 있다. 가령 다큐멘터리 사진 한 장은 ‘현존을 증언’하기 때문에 역사로서의 사진의 본원적 임무를 가장 잘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의 ‘오리엔탈리즘’과 같이 사진은 그 초창기 역사에서 제국주의의 식민 침탈의 한 도구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진은 서양 지배자들이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식민지를 과학적으로 재현하여 실증적으로 보여주는데 다른 어떤 매체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과학은 어느덧 객관성과 보편성을 담보하는 것으로 대접받았고 그 과학의 총아가 사진이었다. 그래서 식민 지배 초기에 아시아로 온 유럽의 많은 식민 지배자들은 식민지 곳곳을 사진으로 남겼다.3. 사진-신학바야흐로 사진 인문학의 시대가 열렸다. 이제 신학은 사진이 존재의 본질과 현실의 고통을 드러내는 찰나를 신의 이름으로 기억해 내고, 그 사진에 신앙의 깊이를 새겨 넣어야 할 것이다. 이제 카메라를 들고, 현실의 냉혹함을 넘어 존재의 신비를 찾으러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가? 그렇다면 셔터를 누르는 순간, 찰나의 의미를 영원의 뒤안길에 소식전할 메신저가 될 수 있을진저! 최병학 목사 (남부산용호교회 담임, 부산대학교 문학박사, 부산대 윤리교육과 강사)
    • 문화
    201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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