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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세상에 눈높이를 맞춘 교황이야기
    종교가 영화를 만드는 방식 장르에 있어서 종교영화로 분류될 수 있는 영화들은 교리와 역사(사건) 그리고 인물 이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춰 제작되어 왔다. 교리는 종교가 주장하는 가치관을 드러내며, 역사는 종교가 현실사회 속에서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를 보여주고, 인물은 종교가 추구하는 이상을 드러낸다. 그러나 종교영화 속에서 이 세 가지는 균등하게 배분되기 보다는 혼재되기도 하며 영화에 따라서는 강조점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기독교영화를 예로 들자면 기독교변증영화의 성격을 갖고 있는 <신은 죽지 않았다>(2014)는 대학 신입생이 무신론자인 철학교수에 맞서 하나님의 존재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교리’에 초점을 맞춘 기독교영화다. 반면 애니메이션 <켈스의 비밀>(2009)은 9세기 무렵 수도원에서 제작된 아일랜드의 국보 ‘켈스의 서(The Book of Kells)’라는 이름의 성경 제작 과정을 서사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기독교 역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를 다룬 <루터>(2003) 같은 기독교영화들은 ‘역사’와 ‘인물’ 모두에게 초점을 맞춘 ‘역사 속 인물’을 보여주었고 세실 드밀 감독의 예수의 생애를 그린 <왕중왕>(1927)이나 <십계>(1956) 같은 성서영화들은 대개 ‘역사’와 ‘인물’ 그리고 ‘교리’가 함께 스크린에 투영되어 총체적으로 기독교신앙의 면모를 드러내었다. 종교영화 가운데서 가장 최근에 제작된 <두 교황>(The Two Popes, 2019)은 철저히 인물에 초점을 맞춘 가톨릭 영화다. 2005년 교황에 오른 베네딕토 16세와 그의 뒤를 이어 2013년 교황이 된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선출과정과 그들의 만남가운데서 일어났던 일화들을 모았다. 영화 제작 시점에서 살아있는 전·현직 교황 두 사람의 교황선출 과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냈을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로 제작되어 배우가 현 교황 역을 맡아 밀도 높은 연기를 보여주었다는 점은 크게 화제가 되었다. 앤서니 홉킨스(베네딕토 16세 역)와 조너선 프라이스(프란치스코 교황 역)라는 관록 있는 세계적인 배우들을 내세워 교황 역을 맡긴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독교 영화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역을 누가 맡느냐 하는 점은 배우의 평판과 이미지 등을 두루 고려하여 신중하게 선택하듯이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교황 또한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영화에서 교황 역을 맡은 배우들은 교황이 가진 권위와 영화가 추구하는 대중적 친밀감 모두에 부응할 수 있는 성공적인 캐스팅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 영화의 제작사가 넷플릭스(Netflix)란 사실은 관객의 호응도를 평가하는데 어렵게 만들었다. 넷플릭스의 영화들은 대부분 극장개봉이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 즉 월 사용액을 지불한 넷플릭스 회원들이 TV나 컴퓨터 모니터 혹은 휴대폰으로 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의 제작비용이나 작품의 수준이 결코 극장상영용 영화들에 비해서 떨어지지 않으며 현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연출자나 배우들이 대거 넷플릭스의 영화제작에 나서면서 넷플릭스의 신작영화들 가운데 주요영화들은 극장상영과 인터넷 상영이라는 두 가지 상영방식을 모두 택하고 있는 중이다. 이것은 인터넷 영화가 과연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작 상영되는 영화들과 같을 수 없다는 전통을 고수하는 유수의 세계 영화제 관계자들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중의 호기심을 보다 자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9년 12월 11일에 개봉한 <두 교황>의 공식 관객 수는 27,598명이다. 현 교황이 갖고 있는 대중적 인기에 비하면 결코 많은 수는 아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다는 인터넷 서비스의 장점은 이 영화의 대중적 영향력을 수치로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보여주고 싶은 교황’과 ‘보고 싶은 교황’ 종교영화의 연출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충분히 드러내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라면,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터뜨리는 충격요법이 두 번째다. 두 방법 모두 영화의 흥행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기독교인들에게 익숙한 성경의 내용이나 기독교 문학작품의 영화화는 관객의 호기심을 떨어뜨릴 것 같지만 오히려 자신의 신앙과 경험을 재확인하고 학습하려는 의도를 가진 관객들이 적지 않은 까닭에 지금까지도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사도 바울의 로마감옥 생활을 묘사한 <바울>(2018)이 27만 명이 넘는 기독교인 관객을 모아서 흥행에 성공했는가 하면 애니메이션 <천로역정:천국을 찾아서>(2019)는 무려 3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아 역대 급 기독교영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가톨릭 영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두 교황>이 개봉되기 한 달 전 로마교황청이 직접 제작에 나선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 교황 : 맨 오브 히스 워드>(2018)가 한국의 극장에 상영되었다. 익히 잘 알려진 현 교황의 행적을 따라가며 교황의 육성이 담긴 메시지를 담은 영화지만 <두 교황> 보다 많은 39,138명의 관객을 모았다. 독일 영화의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이 교황청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이 영화는 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필리핀의 재해 현장과 지중해 난민캠프 등 가난과 고통이 있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메시지를 전하는 로드무비 형식으로 연출되었다. 고급 리무진 대신 소형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축구를 좋아하고 탱고를 즐기는 서민형의 소박한 교황의 이미지가 영화 속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다. 로마 교황청이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교황의 모습인 셈이다. 그러나 <두 교황>은 신선한 충격을 관객에게 선사한다는 점에서 앞의 영화와는 다르다. 즉 세상이 보고 싶은 교황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죽음 때문에 세계 각국의 추기경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를 일컫는 콘클라베(Conclave)로 시작한다. 빗장을 걸어 잠근 성시스티나 성당 안에서 교황 선출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우리는 말로만 들어왔을 뿐이다. 영화 또한 실제모습이 아닌 연출인 까닭에 콘클라베 전부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관객으로서는 보고 싶은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2013년에 있었던 콘클라베는 종신직인 교황이 스스로 사퇴 후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었다. 새롭게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독교 역사상 최초의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이면서, 최초의 예수회 출신이며, 또한 최초의 남반구 국가 출신이라는 ‘최초’의 수식어가 여럿 붙어있다. 영화는 이 최초를 가능하게 한 인물이 바로 전 교황이며 새로운 교황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려는 바티칸의 의지가 담겨있음을 말하고 있다. 교황의 회개와 변화 <두 교황>은 전·현직 교황의 미묘한 갈등이 어떻게 창조적인 계승으로 이어지며 세계를 향한 변화의 발걸음으로 도약하는 지를 보여준다. 영화의 끝부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되는 베르고글리오(조너선 프라이스)는 자신이 갖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추기경직을 사임하기 위해 교황 베네딕토 16세(앤서니 홉킨스)를 만난다. 베르고글리오는 어떻게든 교황의 사인을 받기 위해 서류를 내밀지만 베네딕토 16세는 오히려 자신의 사임 의사를 밝히며 베르고글리오에게 교황직을 권유하기에 이른다. “이런 난국이 있나. 내가 승낙해주지 않으면 당신은 교회에서 은퇴할 수 없고. 당신이 남기로 동의하지 않으면 난 사임할 수 없고.” 베네딕토 16세가 베르고글리오에게 교황이 되기를 권했던 이유는 그가 노쇠한 바람에 교황직을 수행할 만큼의 건강을 갖고 있지 않은 까닭도 있지만 교회는 변화가 필요하고 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베르고글리오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베네딕토 16세는 보수적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교황의 전통을 강화시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낙태, 피임, 동성애 등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가톨릭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을 고수해왔다. 현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가톨릭의 가르침을 따를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전 교황들과 다를 바 없지만 사랑과 긍휼이라는 자세를 취한다는 점에서는 분명 변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지적인 수도단체인 예수회 소속이지만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난한 자를 섬겼던 성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딴 것은 현 교황이 과거와 다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예증인 셈이다. 또한 영화에서 두 교황이 서로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장면이기도 하다. 현 프란치스코 교황은 1970년대 아르헨티나의 군사독재정권이 국민과 교회를 탄압할 때 저항하지 않고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영화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과거 문제가 된 사건을 흑백장면으로 처리하며 적지 않은 시간을 써가면서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교황은 무흠한 인물이 아니다. 그 역시 실수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며 살아온 과거가 있다. 그러나 교황은 회개했고 이를 영화를 통해 온 세상에 알리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회개는 변화를 향한 첫걸음이었다. 갑자기 찾아온 교황 영화는 가톨릭의 홍보용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12억 명의 신자를 둔 가톨릭의 수장이 고백한 회개와 변화를 통해 현대인이 교회에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리스도인이 세상을 향해 가져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 정도는 알 필요가 있다. 영화가 사회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는 사실은 새해에도 변함이 없음을 기억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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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1-28
  • [문화] 왜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완성일까?
    민주주의 완성을 위한 경제학자의 제언 신년특집으로 신앙 서적이 아닌 시민교양서를 선정해 보았다. 세계인이 격찬한 에버트 인권상에 빛나는 촛불혁명으로 2017년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공언한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과 결과의 정의로움이 집권 4년을 앞둔 지금, 이를 체감하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나아지기는커녕 더디기만 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살림의 경제학자 강소돌 교수는 공정성, 공공성, 생동성이 살아 숨 쉬는 민주사회를 만들 때 비로써 완성된다고 주장한다. 남은 과제로 저자는 엘리트주의, 전문가주의, 시장만능주의, 가부장주의, 중앙집권주의, 국가주의를 극복하여 자율적인 시민적 역량에 기반한 생동성vitality 민주사회를 제시하고 있다. || 저자 강수돌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서 수학 중 돈벌이 경영이 아닌 ‘살림살이 경영’에 관심을 두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문의 길에 들어선 후 독일 브레멘대학에서 노사관계로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 이후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교수로 있으면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저서로는 《행복한 삶을 위한 인문학》 《나부터 세상을 바꿀 순 없을까》 역서《중독사회》《세계화의 덫》 등이 있다. 파람북, 2019. 14,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을 기독 서적들 《현대사회의 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책임》 개정4판 존 스토트 / IVP / 2006 《교회의 윤리 개혁을 향하여》 문시영 지음 / 대한기독교서회 / 2016 《공공신학으로 사는 길》 최경환 지음 / 공공신학으로 가는 길 / 2019 《정의 평화교육시리즈1~3권》 정주진 지음 / 대한기독교서회 / 2014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현호 기쁨의집 대표, 김형기 팔복교회 목사 ▲ (출처: 다음카페에서) 생동성 민주주의를 위하여“보통사람들인 우리 시민이 주인이 되는 진짜 민주주의를 위해선 자유민주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그 대안을 나는, 사람과 자연의 생명력이 살아 있는, 생동성 vitality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영혼의 자유를 위하여김길구 교수신문이 선정한 2019년도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였습니다.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인 공명조가 자신만 살려고 다른 한쪽을 죽이면 결국 같이 죽게 된다는 의미로 작년 한 해 분열된 우리사회를 반영한 것이라 씁쓸했습니다. 올해는 공존공영(共存共榮) 같은 따뜻한 얘기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김형기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한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영육 간에 강건하세요.김현호 국내·외의 여러 요인과 100여일 앞으로 다가선 선거로 꽤나 시끄러운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최근의 이란과 북한 등의 돌발변수도 우려가 됩니다. 이달의 책은 촛불 이후 한국사회의 행방을 모색하는 시민교양서를 선정했습니다.김길구 무례한 기독교란 말들이 회자될 때 교양을 높여 보자는 취지로 이 코너가 기획됐으나, 지금은 기독교의 위기란 말이 일상화된 시기라 교양, 문화 같은 말이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만큼 우리의 삶에 여유가 없어졌어요. 책 표지에는 인권상인 에버트상에 빛나는 촛불혁명과 새로운 정부의 출현에도 ‘왜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완성인가?’라는 도전적 부제를 달았습니다. 이 책을 적극 추천하신 목사님께 선정이유를 들어보죠.김형기 기대가 실망으로 바꿔서일까요? 개혁피로감이랄까? 허탈감이릴까? 지금 이런 분위기잖아요? 문재인 정권 4년 차에 돌입했고,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변화가 더딘 이유도 궁금하고, 제목도 눈에 띄죠. 사실 저자도 잘 몰랐고, 책 내용도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목만으로도 오늘 모임의 길잡이 역할은 하겠다고 생각했지요.김현호 최근에 시사와 관련하여 언론 등에 발표한 다양한 주제들을 묶어서인지 우리가 아는 친숙한 생활 주변의 사례들이라 생소하지 않고요, 저자 자신이 ‘돈벌이 경영’이 아니라 ‘살림살이 경영’ 자로 소개하듯 서민들의 삶과 관련된 일상의 문제들을 다뤄서 저자의 관점에서 사회를 들여다보는 계기는 된 것 같아요.김길구 저자는 민주주의가 헌법에 명시된 대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라고 했을 때 우리는 주인이라기보다는 노예에 더 가깝다며, 촛불혁명은 위대한 성과지만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한 시작에 불구한데 가야할 길은 멀다며 극복해야할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어요. 주목할 것은 영혼의 자유 특히 물질에 장악당한 영혼의 자유를 되찾는 일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김형기 그가 주장하는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하여 극복해야 할 과제로는 엘리트주의, 전문가주의, 시장만능주의, 가부장주의, 중앙집권주의, 국가주의입니다. 성서에도 요시야와 느헤미야의 개혁이야기가 있습니다만, 두 사례 다 비슷하게 출발했지만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차이는 국민의 의식화, 조직화, 동원화 과정의 차이였습니다.김현호 저자는 보수우파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돈벌이의 무한자유를 추구하는 자본계급의 이념으로 이는 가짜민주주의라며 그 대안으로 인간과 자연까지 아우르는 시민적 역량을 중시하는 생동적민주주의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입니다. 공정성의 가치김길구 저자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되묻고 있고, 이를 완성하기 위하여 우리 사회의 공정성, 공공성, 생동성으로 나눠 얘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 순서를 따라가 보죠.김형기 우선 저자는 공정성의 가치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요. 세목들로 보면 정치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제도화되고 있지만 ‘민주주의는 공장 문 앞에서 멈춘다’는 말이 상징하듯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공존에 대한 현장의 얘기, 직장 내 왕따문제와 갑질에 속수무책인 직장문화 등 돈에 종속되어버린 시장의 폭력성과 수단화되어버린 노동의 소외문제 등을 다루고 있어요,김현호 기울어진 운동자처럼 불공정한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읽다가 문득 복음주의자 존 스토트를 떠올렸어요.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19세기 노예제 폐지운동에 앞장선 예를 들면서 일(노동)은 고용주와 개인의 계약문제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의 공동의 문제이자 세계의 문제라며, 이를 위하여 생산뿐 아니라 소비적 측면까지 고려한 윤리적 소비와 공정무역fair trade까지 언급하면서 그리스도인은 사회구조를 바꾸려는 노력과 함께 사회정의를 이루기 위하여 사회행동social action의 필요성을 주장합니다. 공공성의 가치김길구 IMF사태 이후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의 전 지구적 단일시장에 편입되면서 정치, 사회, 경제를 포함한 사회 전 영역이 황폐화 되었어요. 그 결과 직장인 85%가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에 시달리고, 최고의 실업률, 최저의 출산율, 최고의 산재, 최저의 행복도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김형기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교육 불평등을 낳고 이것이 취업 불평등을 낳으며 다시 이것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낳은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결국 생존을 결정하는 건 결국 금수저냐? 흙수저냐? 의 ‘수저의 색깔’인 셈이죠.김현호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 더욱 근본적인 문제, 의식의 문제라고 봅니다. ‘인간적 필요와 충분함의 미학을 온 삶의 과정에 녹여내는 진정한 시스템 전환’만이 민주주의와 삶의 질을 고양하니까요..김길구 이런 주장들은 늘 있어 왔고 지금도 있어요. 한 예로 2004년 가나에서 열린 세계개혁교회협의회의 공식 신앙고백문인 아크라 문서에는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를 신앙과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규정하였고, 2006년 WCC의 아가페 문서에는 무한 경쟁의 신자유주의 세계질서를 ‘죽음의 경제학’으로 표현하면서 여기에 맞서는 대안으로서 ‘생명의 경제학’을 제안하기도 했지요.김형기 이러한 입장은 신앙적 측면뿐 아니라 우리 삶의 전 영역에 총체적 복음으로서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하나님의 주권과 다스림을 인정하고, 우리 사회를 하나님의 선한 통치로 바꾸려는 신앙에 기초한 고백에 기초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생동성의 가치김길구 끝으로 생동성의 가치인데요? 영어로는 vitality 활력이예요. 저자는 이 생동성에 대하여 뭐라고 말하고 있나요?김현호 특별히 생동성 민주주의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진 않지만 권력과 돈으로부터 벗어난 영혼이 자유로운 시민들의 자율성에 기반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새로운 세상, 혹은 시스템으로 묘사했는데 너무 추상적인가요?김형기 읽으면서 느낀 것인데 가장 현세적이어야 할 경제학자의 글에서 영혼의 자유, 돈으로부터의 자유, 인간과 생명의 가치 등 기독교의 가치들이 녹아있어서 놀랬어요. 그리스도인인 우리들이 정작 더 세속화 되어 있지 않은지 되새겨봐야겠네요.김길구 끝으로 강수돌교수의 글중 일부를 옮기는 것으로 오늘의 얘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과연 우리는 속물주의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속물주의는 마음의 습관이기도 하지만, 자본이 만든 제도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속물주의에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기보다 당당함을 느끼는 것도 이미 자본(돈벌이 논리)을 내면화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자연성인 내면의 본성, 즉 영혼의 자유를 회복하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새 세상을 열려면 이 속물주의와 부단히 투쟁해야 한다. 알콩달콩 소중한 우리네 삶을 도둑맞지 않기 위해서다. [정리: 김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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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1-13
  • 기독교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시대를 기약하는 한 해
    세계를 장악한 만화왕국 디즈니 2019년 세계 영화계는 디즈니와 애니메이션이 장악한 한 해로 기억할 것이다. 금년 한 해 동안 디즈니가 전세계적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영화만 무려 6개나 된다. 3,4월 봄날에는 <캡틴 마블>과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온 세상의 마블 팬들을 사로잡더니, 여름을 기다리던 5,6월에는 <알라딘>이 실사영화로 돌아왔고, 추억의 팬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4>를 개봉시켰다. 한 여름에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만화영화를 실사로 제작한 <라이온 킹>으로 여름방학 특수를 누리고는 올 겨울 <겨울왕국2>로 동심을 낚아채갔다. 이들 영화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두 만화와 관련 있는 영화란 사실이다. <캡틴 마블>과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마블사(Marvel Entertainment Inc)의 캐릭터를 일반 영화화한 것이고, <토이스토리4>와 <겨울 왕국2>가 전형적인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라면, <알라딘>과 <라이온 킹>은 과거 애니메이션 작품을 실사 영화한 작품들이다. 만화의 힘은 얼마나 놀라운가! 코흘리개나 보는 것으로 치부했던 만화는 셀룰로이드 용지에 그려서 일일이 사진을 찍어서 움직이는 그림을 만들었던 시절을 멀찌감치 뒤로하고 이제는 손이 아닌 순수하게 컴퓨터로만 작업하여 실제 보다도 더 사실 같은 화면을 연출하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연령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르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금년과 같이 디즈니의 세계 영화계 장악은 이미 오래 전에 예견된 일이었다. 1995년 디즈니는 당시 애니메이션 전문 스튜디오인 ‘픽사(Pixar)’와 손을 잡고 '토이스토리'를 제작한 후 <니모를 찾아서>(2003)와 <인트레더블>(2004) 등을 연이어 흥행가도에 올려놓았다. 디즈니는 디지털 기술로 현대적 감각의 이미지를 제작하는 픽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2006년에 무려 72억 달러(약 8조5000억원)에 픽사를 사들였다. 픽사의 슬로건은 “예술은 기술에 도전하고, 기술은 예술에 영감을 불어 넣는다”로 디즈니의 가족 중심적이며 판타지적인 요소가 픽사의 철학과 결합하며 외연은 급속히 확장되어 갔다. 무엇보다도 콘텐트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2009년 공상 과학 만화 잡지사로 출발한 ‘마블 엔터네인먼트(Marvel Entertainment)’를 40억 달러에 매입한 것은 할리우드의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왜냐하면 마블은 ‘스파이더맨’을 비롯하여 ‘엑스맨’과 ‘아이언맨’ 등 무려 5천여 개의 캐릭터를 보유한 만화시장의 강자였던 까닭이다. 이 캐릭터들은 고스란히 디즈니의 자산이 되었고 10년 전 40억 달러(약 4조 7000억원)의 투자는 오늘날 투자금액의 4.5배가 넘는 182억 달러(약 21조 4000억원)의 매출을 통해 대박이 난 거래였음이 증명되었다. 그밖에도 2012년에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제작한 루카스 필름을 연이어 인수한데 이어서, 2017년에는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 중 하나인 ‘21세기 폭스사’를 인수하면서 미디어 시장에서 최고의 강자로 등극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채널만 돌리면 디즈니 영화를 보게 되었고, 극장에만 가면 디즈니 영화를 골라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디즈니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고, 이것은 디즈니의 세계관에 대한 분석이 시급히 필요함을 의미하는 일이기도 하다. 기독교 고전은 강하다-‘천로역정’ 기독교 애니메이션계도 꿈틀거린 한 해였다. 비록 국내에서는 장편 만화영화 한 편만이 개봉되는데 그쳤지만 그 위력은 제법 컸다. 그동안 수입한 영화들의 연이은 흥행부진으로 어려움에 처해있었던 ‘CBS의 영화사업부’를 소생시키는 119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니 말이다. 로버트 페르난데스 감독의 <천로역정:천국을 찾아서>는 기독교고전의 힘을 보여준 애니메이션이었다. 존 번연의 고전 명작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을 컴퓨터영상합성기술(computer generated imagery)을 통해 세련되고 기품 있게 만들었다. 디즈니의 톡톡 튀고 감각적인 영상미와는 다르게 고전적인 작품의 정취가 잘 묻어나도록 안정감 있는 색채와 캐릭터를 구성하였다. 이것은 <천로역정>이 애니메이션 세계에 있어서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최고의 기독교 소설의 내용과 의미에 집중하도록 시선의 분산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점은 장점임에 틀림없다. 비교적 단순한 이미지는 주인공 크리스천의 말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면서 기독교 고전으로서 관개에게 전하는 메시지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단점은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 시킨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천로역정>은 신세대적 관점에서 보자면 판타지 장르에 속한다. 그리스도인의 인생 여정 가운데 있을 수 있는 각종 유혹들이 은유로 묘사되고 있지만 초월적 존재와 세계를 묘사되기 때문에 인터넷 게임이 보여주는 판타지적 이미지에 익숙한 젊은 사람들이라면 마음에 썩 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신세대들에게 애니메이션을 통해 신앙을 전하려고 하는 의도가 있었다면 애니메이션이 갖고 있는 기술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숙제를 남긴다. 메시지를 통해 관객을 ‘납득’시키려 하기 보다는 그림의 감성을 통해 우리가 가야할 신앙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천로역정>은 공식 극장관람 인원이 296,588 명이라는 기독교 영화사상 최대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이것은 기독교 고전의 힘이다. 신앙에 정말 유익이 되는 기독교 고전이란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읽기에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선입견과 시간상의 이유로 책을 접할 수 없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애니메이션 <천로역정>은 17세기에 쓰인 명작이 21세기에 와서도 여전히 신앙을 성찰하는데 유익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왜 고전이 중요한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최고의 성탄영화를 만나라-‘더 크리스마스’ 그렇다면 기독교 애니메이션의 최고작은 무엇일까? 교회교육용으로 나온 비디오 영화들이 주를 이루었던 기독교 애니메이션 세계에서 극장용 크리스마스 영화로 제작된 <더 크리스마스>(The Star, 2017)는 최고의 기독교 애니메이션으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예수님 탄생 이야기를 성경에 충실하게 풀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동물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한 흥미로운 상상력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진일보한 기독교 애니메이션의 모습을 발견하게 만든다. 특히 <나니아 연대기>시리즈를 제작한 ‘월든 미디어’와 ‘소니 픽쳐스’의 기독교 브랜드인 ‘어펌 필름’이 손을 잡고 만든 영화란 사실에서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이며 디즈니의 여느 영화 부럽지 않은 색채감과 화면전개에 있어서 역동성을 자랑한다. 방앗간에서 연자 맷돌을 돌리던 당나귀 보는 왕의 캐러반의 일행이 되어 왕을 자신의 등에 태워보고 싶다는 소원을 가지고 있다. 드디어 사고를 위장하여 방앗간을 탈출한 보는 정혼한 사이인 요셉과 마리아에게 발견되어 베들레헴 여행길에 동행하게 된다. 한편 동방박사 세 사람을 태우고 온 세 마리 낙타는 헤롯왕의 사악한 흉계를 눈치 채지만 헤롯왕은 도사견 두 마리와 함께 킬러를 보내 새롭게 탄생할 왕을 죽일 것을 명령한다. 보와 그의 동물 친구들은 마리아와 탄생할 아기 예수를 보호하기 위해 킬러의 도사견들과의 한판 승부를 펼친다. <더 크리스마스>의 가치는 동물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증언하며 그 분이 참으로 경배 받으시기에 합당하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데 있다. 이것은 마치 민수기 21장에 기록된 거짓 선지자 발람을 깨우쳐주기 위해 하나님께서 발람이 타고 가는 당나귀가 사람의 말을 하도록 한 사건에 비견될 수 있다. 성경에 당나귀가 말을 한 사건이 의미가 있듯이,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은 만화영화 속에서 말하는 당나귀를 지켜보며 그가 보여주는 성탄절의 깊은 뜻을 보고 들을 수 있다. 사람이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는 일이 둔해지거나 어두워 질 때 하나님은 당나귀를 통해서 깨닫게 도와주셨다면, 현대문화 속의 기독교 애니메이션의 역할이란 바로 발람 앞에서 말하던 당나귀의 모습을 재현시키는데 있다. 당나귀가 말을 하다니? 놀랄 일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은 모든 상상력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초월적인 일들도 모두 묘사할 수 있다. 당나귀가 말을 한다고 애들이나 보는 유치한 우화정도로 여겨서는 안 된다. 만화는 어린이들이 많이 보는 장르임에 분명하고 이 어린이들은 만화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할 필요가 있다. 즉 기독교 애니메이션은 다른 영화들이 가르쳐 주지 못한 진정한 삶의 자세를 어린이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더 크리스마스>는 주인공 당나귀 보가 만삭의 마리아를 등에 태우고 베들레헴으로 갔다는 장면을 통해 캐러반의 일행으로 왕을 태우고 싶다는 소원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단순한 왕이 아니라 만왕의 왕이신 예수를 태운 셈이니 어린 관객들은 우리는 미처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이 우리를 향하신 그 깊고 위대한 뜻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 또한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죽이기 위해 파견된 킬러의 두 마리 도사견이 보의 친구들에 의해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지고, 무엇보다 예수님의 탄생을 다른 동물들과 함께 지켜보며 경배하게 되는 변화의 과정은 기독교 만화영화가 디즈니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기독교 애니메이션 속에서 악당은 영원한 악당으로만 남지 않고 변화한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이 변하듯이 말이다. 자칫하면 잊혀질 뻔한 기독교 최고의 성탄 애니메이션 <더 크리스마스>는 어린이들에게 크리스마스의 느낌을 평생토록 기억하게 만들 만한 작품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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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2-27
  • “삶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닌, 품어야 할 신비”
    힘든 이들을 위한 치유의 메시지 자살률 세계 1위인 우리나라! 모두가 힘들다며 아우성이다. 강단에서도 치유의 메시지가 넘쳐나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프다. 그동안 영화 <밀양>과 소설 <오두막>을 소재로 한 「숨어 계신 하나님」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 의 출간에 이어 자신이 주례한 장례예배의 설교를 통하여 죽음의 의미를 곰 씹어본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의 연작을 통하여 상처와 치유의 문제에 천착한 바 있는 저자는 최근작 「가만히 위로하는 마음으로」에서 우리 사회 아픔의 근원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평소 영감 있는 글쓰기 작업을 통하여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설득력 있는 메시지 는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안겨준다. ◈ 저자소개 ∥이 책의 저자 김영봉은 감리교 신학대학원과 미국 남감리교 대학교의 퍼스킨 신학교,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교에서 연구하고 1992년부터 10년 동안 협성대학교에서 신약학을 가르치다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버지니아 주 와싱톤한인교회에서 목회 중이며 목회에 지친 이들을 위한 ‘목회멘토링사역원’을 설립하여 미국과 한국의 교회갱신을 위해 애쓰고 있다.저서로는 「가상칠언 묵상」, 「가장 위험한 기도, 주기도」, 기독교서회 100주년 기념 주석 시리즈 「마태복음2」와 유진피터슨의 「메세지」 신약을 감수한 바 있으며 그 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IVP 간 / 2019년10월 / 11,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숨어계신 하나님》 / 김영봉 저 / IVP / 2008《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 / 김영봉 저 / IVP / 2011《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 / 김영봉 저 / IVP / 2016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현호 기쁨의집 대표, 김형기 팔복교회 목사 ▲ 많은 이들이 고난을 피하는 길로 믿음을 오해하고 있다.〈SBS 드라마에서 차인표의 분노하는 모습〉 저항하라, 그리고 기적과 신비에 눈떠라!“ 삶을 저주로, 일상을 무덤으로 느끼게 만드는 모든 세력에 저항하십시오. 그리고 매일 당신 앞에 펼쳐지는 기적과 신비에 눈뜨십시오. 그것이 우리 시대의 아픔의 문제를 극복하고 초월하며 변모시키는 진정한 힘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아프다김길구 5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는 아픔과 함께 살기입니다. 우리나라는 작년 한 해 하루 평균 37.5명이 자살을 하여 OECD 중 수년째 부동의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10대의 자살률이 전년 대비 무려 22.1%가 증가했는데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걱정입니다.김현호 더욱 놀라운 것은 서울대학교 학생의 절반이 현대의 흑사병으로 불리는 마음의 병인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김형기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라는 도종환의 시가 생각납니다. 깨어진 세상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상처이지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두가 다 아프다고 봐야지요. 잡을 수 없는 목표를 향해 숨이 차도록 달려온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까요.김길구 문제는 상처가 전환되지 않으면 전이 된다는 데 있어요.김현호 모두가 아프다는 것을 전제로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의 겉모습만 보지 말고 내면도 함께 보려고 애써보세요. 물론 그 전에 우리 자신의 내면에 꽈리 튼 상처를 마주보는 용기가 있어야겠지요. 김형기 래리 크립이 말했듯 내적치유를 위한 가장 강력한 힘은 ‘믿음의 공동체’에 있는데 오늘의 교회는 더 많은 상처를 주고받는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믿음의 공동체 회복을 통하여 진정한 인격적 사귐을 가져야겠어요. 그러려면 가식의 가면을 벗고 사도바울처럼 ‘꼭 자랑을 해야 한다면 내 약점을 자랑 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김길구 흥미로운 것은 미국사회에서도 한인들의 자살률이 소수민족 중 가장 높다는데요? 최근 연예인 설리와 구하라의 연이은 자살로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김현호 문제는 10대와 20대 그리고 30대의 경우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고요. 7~80대 자살률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과거에는 우울증이 중년에나 찾아오는 홍역 정도로 알았는데 이제는 세대와 계층을 초월하여 확산 중으로 주위에서 조울증, 정신분열증, 공황장애 같은 말들을 듣는 것이 일상화 되었습니다. 김형기 ‘터널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지요. 어려운 시절을 보내다 보면 마치 터널 안에서 영영 못 벗어날 것 같은 절망감에 빠져드는데, 우울증이 깊어지면 죽음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지요. 우리는 생명을 도구화시켜 결국 모두의 생명을 값싸게 만드는 세상의 풍조에 결연히 맞서 ‘선한싸움’을 싸워야 합니다. 생명은 관계 안에서 존재김길구 다음은 용서에 대하여 말해보죠. 한 통계에 의하면 작년 SNS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가 ‘혐오’와 ‘분노’였다고 합니다. 인간으로서 용서는 쉬운 일이 아니죠. 예수님은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하셨지만… 김형기 용서는 내 마음에서 시작하지만 화해는 상처를 준 상대와의 관계에서 이루어집니다. 용서는 어그러진 관계를 고치는 것이고 화해는 그 관계를 완성하는 일이라고 봐야지요. 그래서 용서는 나의 것이지만, 화해는 우리의 것입니다.김현호 에버레스트 워딩턴 교수는 용서의 다섯 단계를 말했는데 먼저 상처를 생각하고, 상처 입힌 사람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용서의 애타적 선물을 주고, 당신이 용서에 전념하고, 붙잡고 있는 것이다 고 했어요. 우리가 한 용서가 진정성이 있는지 가늠해볼 대목입니다.김형기 본문에서 소개한 캐롤라인 볼로냐 기자가 제시한 잘못된 ‘사과의 기술’ 7가지를 소개하면 도움이 되겠네요. 핑계 대기, 진심이 아닌 건성으로 하기, 메시지나 이메일 등으로 때우기, 미안하다고 하면서 토 달기, 상대방에 책임전가하기, 너무 늦게 혹은 너무 일찍 사과하기, 사과한 즉시 용서받으려고 기대하기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김길구 다음은 불공정한 조건에서 살기입니다. 사회의 양극화나 불공정을 뜻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은 원래 홈경기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인 스페인 축구의 명문구단 FC바르셀로나 구단의 운동장을 빗댄 표현입니다. 우리사회도 요즘 불공정에 대해서 예민합니다. 혹자는 조국이전의 시대와 이후의 시대로 나누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김형기 강남좌파로 대중적 인기가 많았던 조국 전 장관의 위선에 우리가 실망한 것은 이러한 불공정에 대한 분노 때문입니다. 사회적 분노는 그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대해 ‘아프면 환자지 뭐가 청춘이야’라는 유명 연예인의 패러디는 우리 사회의 출발선이 다른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분노와 불안, 그리고 절망의 늪에 대한 항변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불균형이 나아지기는커녕 우리뿐 아니라 지구적으로 더욱 확대, 심화되고 있는데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입니다.김현호 자칫 이 토론도 자기개발서처럼 우리 사회의 구조적 제도적 개선 없이 개인적인 신앙의 문제로만 보면 치부해 버리면 비슷한 딜레마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김길구 이에 대하여 저자는 성서의 희년정신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믿음이란 원죄로 인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태초 에덴동산처럼 평평한 운동장에서 영원한 춤판에 참여할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거죠. 김형기 예수님이 말씀하신 하나님의 나라는 저자의 표현대로 미래에 죽고 나서 가는 곳이기 이전에 ‘지금’, ‘여기에’ ‘뚫고 들어오는 나라’입니다. 하나님은 현존(現存)하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김현호 하나님의 사랑과 의가 교회 안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편만해야 합니다. 밤에 우리나라 땅을 밟은 외국인들이 수많은 십자가의 불빛에 놀라듯이, 예수의 정신이 사회제도 곳곳에 녹아있는지 의문입니다. 도리어 최근의 행태는 기득권 유지에 급급해 교계가 수구골통화 되고 있어 교회가 변혁의 주체가 아닌 사회발전의 걸림돌이 아닌지 의심스러워요. 그런 행태는 성서와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냐? VS 신비냐? 김길구 끝으로 죽음에 대해서는 루게릭병의 고난 속에서도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줘 ‘삶과 죽음을 끌어안는 최고의 휴머니스트’로 알려진 미치 앨봄 교수의 “진실은, 당신이 어떻게 죽어야 할지 알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알게 된다” 글로 시작되는데요. 읽어보니 어땠어요.김현호 삶을 ‘풀어야 할 문제’로 보는 사람과 ‘품어야 할 신비’로 보는 사람은 다들 수밖에 없겠지요. 저자의 말대로 신비로 생각하는 사람은 때론 부조리하고 때론 억울한 일을 겪어도 허허 웃으며 넘어갈 수 있습니다. 김형기 요즘처럼 각박한 사회에서는 이런 사유의 너그러움이 긍정적 삶의 에너지가 되겠네요. 아울러 고대 로마에서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는 개선장군에게 군중들이 환호하며 ‘당신도 죽는다는 것을 잊지 마라 –Momento Mori-’라는 외침은 삶의 절정의 순간에도 겸손함을 잃지 말라는 삶의 지혜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길구 따듯한 책이었습니다. 읽으면서 다소 힐링이 되셨는지요? 두 분께서 의무감 때문에 책이 주는 즐거움을 잊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호에는 분위기를 바꿔서 고려대 강수돌 교수의 〈촛불 이후 한국사회의 행방〉이란 책으로 왜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완성인가? 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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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2-09
  • ‘82년생 김지영’을 보며 사회의 거울로써 영화를 생각하다
    영화와 사회는 역동적 관계 영화와 사회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역동적인 관계다. 영화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과 같고, 사회는 영화의 영향을 받아서 변화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영화들이 사회와 역동적인 관계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해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들이 무려 1천6백 편이 넘지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는 수십 편에 불과하고 그 마저도 기억의 뒤편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기 일쑤라서 모든 영화를 상대로 영화와 사회와의 역동적 관계를 논하는 일은 민망하기까지 하다. 때로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써의 영화가 현실을 제대로 비추는 투명한 거울이 아닌 오목거울이나 볼록거울처럼 현실을 왜곡시키는 바람에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미국 공황기에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상업영화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당시의 할리우드 영화들은 실직과 빈곤의 사회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대저택에 살며 화려한 파티를 즐기고 멋진 자동차를 소유하고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자식들과 함께 사는 행복에 겨운 부자들의 세상만을 묘사하는데 급급했다. 그래도 사회적 영향력은 적지 않아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극장을 찾아서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그려진 영화를 보며 환상에 잠기곤 했다. 비현실적인 영화는 어려운 현실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게 만드는 도피처 역할을 한 셈이었다. 그러나 보고 싶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사회현실을 반영하는 바람에 예상치 못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한 영화들도 적지 않다. 2011년 황동혁 감독의 <도가니>는 공지영 작가의 원작 소설 <도가니>가 해내지 못한 사회적 영향력을 과시하며 우리 사회 ‘도가니 신드롬’을 몰고 왔었다. 청각장애아동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일어난 교장과 교직원들의 성폭력사건을 묘사한 이 영화는 2006년에 광주인화학교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2009년 공지영 작가를 통해 소설로 등장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문화적 이슈였지 사회적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영화를 본 사회는 달랐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그리고 경찰청장과 여야 국회의원들이 앞 다투어 영화를 봤고, 장애인들을 향한 성폭력에 강력 대처하는 법안, 이른바 ‘도가니법’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영화의 힘이라 말할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신드롬의 이유는 정의가 실종된 한국사회를 비추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영화가 해냈기 때문이었다. 우리와 함께 사는 82년생 김지영 이번에는 김도영 감독의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사회의 거울로써의 영화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조남주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 한 이 작품은 페미니즘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여성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한국사회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가 화제가 된 이유는 영화의 내용에 대한 분석과 비판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가부장적인 문화에 익숙한 우리 사회의 남성네티즌들의 막연한 여성혐오적인 시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약 2만 명이 참가한 네이버의 네티즌 영화 평점을 보면 남성 네티즌은 10점 만점에 1.88점으로 거의 테러 수준에 가까운 평점을 주었는가 하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여성 네티즌 들은 9.47점의 평점을 주는 바람에 남녀 성대결과 같은 구도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 평점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이 극과 극의 대조를 보인 이유는 영화를 보지 않은 남성 네티즌들이 평소 가지고 있었던 여성 혐오적인 감정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영화를 본 관객들의 가운데 남성(9.54점)의 평점은 여성(9.60점)의 평점과 거의 비슷한 높은 점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단지 52년생이나 62년생 여성이라면 ‘다 그런가 보다’ 하며 넘어갔을 것 같은 우리 사회의 여성 차별적인 행태들이 82년생 여성에게는 인격과 삶을 훼손하고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일 수 있음을 영화는 보여주었다. 정대현(공유)과 결혼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지영(정유미)은 어린 자식을 돌보며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이다. 명절이면 시댁에 가서 음식 만드느라 눈코 뜰 새 없고, 육아와 가사에 올인하느라 자기계발은 꿈도 꾸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래도 자신의 실력을 인정해준 옛 직장의 상사가 차린 회사에 취업을 해보려 하지만 애를 맡길 곳이 없어서 결국 포기하고 마는 그에게 찾아 온 것은 정신질환이었다. 영화는 정신에 어려움을 겪는 아내를 위해 휴직을 고려하는 자상한 남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 영화가 결코 남성혐오적인 메시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할뿐만 아니라, 오히려 남편 대현(공유)의 아내에 대한 사랑과 돌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여성에 대한 차별을 줄이고 남녀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가족의 가능성을 그리고 있다. 여성혐오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 여성혐오의 출발점은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여성의 활발한 사회적 역할을 이해하지 못한데 있다. 기독교 심리학자인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는 자신의 저서 <여성 그대의 사명은>에서 서구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여성을 홀대해왔음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것은 유교문화권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첫째, 현대 이전의 사회에서 여성은 종처럼 취급당해 왔었다. 즉 자기 인생의 주체로서 삶을 살기 보다는 가족이나 남편을 위해 인생을 사는 존재로 전락했었다. 독립적이며 인격적인 존재로 살 권리를 박탈당하고 집에서는 부모나 형제의 그늘에서 살았으며, 결혼을 해서는 이기적인 남편의 뒷바라지를 해야 했고 직장에 다니더라도 승진은커녕 여성을 과소평가하는 고용주의 종살이 하는 존재로 취급받아왔다. 둘째, 여성은 남성의 성적인 쾌락을 만족시키는 ‘대상’으로 취급당해 왔다. 투르니에의 말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들의 ‘관음증적으로 훔쳐보는 대상’이 된 것이다. 남성들은 여성을 인격체로 대우하기 보다는 사고파는 물건을 보는 시각으로 대한 것과 다름없었다. 즉 여성은 남성의 욕망을 자극하는 도구로 전락되었고, 단지 성적 매력의 대상으로만 표현되는 분위기 속에 살아왔던 것이다. 셋째, 여성은 매력이나 품위를 제공하는 장식 도구로 취급당함으로써 물건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여성이 사회발전의 주체로서 역할을 인정받지 못하고 남성의 옆에서 보조를 맞추는 들러리나 기껏해야 광고의 모델처럼 미모를 상품화 시키는 도구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과거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 생산의 중요한 역할은 근육을 쓰는 힘이 여성 보다 우월한 남성의 몫이었다. 그러나 지식정보화사회를 사는 오늘날 생산의 도구는 힘이 아니라 세련된 두뇌와 이를 컴퓨터와 지식에 적용하는 정밀한 능력이다. 즉 여성의 특징이 지식정보화시대에는 더 어울리게 된 것이다. 여성의 활발한 사회적 진출과 남성의 전유영역에서 조차 여성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에 남성들이 함께 살고 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여성에게 남성의 지위나 역할을 강탈당했다는 뜻이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서 상호조화와 보완을 이루어야 하는 사회문화적 변화를 받아들여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왜곡된 여성관의 근저에는 잘못된 인간관이 내재해 있다. 즉 인간 안에 존재하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가 이상적인 인간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한 인간 안에는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면이 함께 내재해 있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와 상호보완은 한 인격체 안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폴 투르니에 말을 빌리자면 남성은 사물의 세계를 세우는 데 적합하고, 여성은 인격의 세계를 잘 형성한다. 따라서 이 둘은 동등한 동반자로서 서로 긴밀히 협력하여, 각각 자신의 사명을 수행함으로써 더욱 조화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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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1-25
  • ‘오직’, 성서, 은혜, 믿음, 그리스도, 하나님께 영광
    알기 쉽게 풀어 본 종교개혁의 5가지 원리 난 10월의 마지막 날은 마틴 루터가 교회갱신을 위하여 비텐베르크 대성당의 정문에 95개조의 논제를 붙여 종교개혁의 횃불을 든지 50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저자들은 500여 년 전 참된 믿음을 추구한 마르틴 루터의 개혁 원리인 오직(SOLA) 성서, 은혜, 믿음, 그리스도, 하나님께 영광의 5대원리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신앙과 삶 속에서 적용되어할 원리라고 말한다. 제이슨 앨런과 동료 4명이 한 주제씩 알기 쉽게 풀이한 이 책은 교회의 편법세습 용인과 불법건축물 파문에 이어 종교와 정치의 위험한 동거 - 빤스××의 망동 등 교계 안팎으로부터 따가운 시선과 질타가 쏟아지고 있는 이 때 교회갱신의 의미를 되묻게 하는 좋은 지침서이다. 178쪽의 적은 분량이라 소그룹 토론 교재로도 좋을 듯. ◈ 저자소개 ∥이 책을 주도한 제이슨 앨런은 텍사스대 남침례신학교(M.Div, Ph.D)를 졸업하고 Midwestern Bapist Theological Seminary의 최연소 총장으로 선출되었으며, 웹사이트 WWW.jasonkallen.com을 통해 개혁적 관점에서 교육, 신학, 설교, 문화 등의 다양한 주제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제라드 윌슨 목사(미 버몬트주 미들타운 스프링스 커뮤니티 담임)와 그의 Midwestern Bapist Theological Seminary 동료 교수들인 제이슨 듀싱 학장, 조직신학 매튜 바렛 교수, 기독교신학 오웬 스트라첸 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했다.생명의말씀사 간 / 2019년 / 12,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교양으로 읽는 종교개혁 이야기》 / 이상규 저 / 도서출판 영음사《종교개혁 핵심질문》 / 마이클 리브스 外 저 / 복있는 사람《오직 믿음- 칭의의 교리》 / 토마스 슈라이너 저 / 부흥개혁사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현호 기쁨의집 대표, 김형기 팔복교회 목사 ▲ 마르틴 루터는 보름스 제국회의에서 종교재판을 받았다. 보름스에 있는 종교개혁기념공원. 루터를 비롯한 여러 종교개혁가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오직’ 교리는 기독교적인 삶의 토대이자 안내자“‘오직’이라는 단어를 개신교가 강조한 다섯 가지 핵심, 즉 성경, 믿음, 은혜, 그리스도, 하나님의 영광에 붙여 말하는 순간, 신학과 교회와 우리의 신앙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교리들이 생성된다.” 용어의 힘김길구 이 책의 제목은 ‘오직’(SOLA) 종교개혁의 5대 원리입니다. 첫 장부터 용어의 힘에 대해서 얘기해요. 평신도들도 종교개혁 하면 낯설지 않은 슬로건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혜 등 종교개혁의 핵심 주장을 이처럼 분명하게 표현한 사례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김현호 교회사를 돌아봐도 용어나 문구 때문에 분열된 예가 많아요. 본문의 예처럼 ‘성령께서 성부와 성자로부터 나온다’는 의미를 지닌 ‘필리오크베’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11세기에 동방정교회와 로마 가톨릭이 분열되었고, 16세기 종교개혁가들이 ‘이것이 나의 몸’이라는 해석을 둘러싼 성만찬 논쟁으로 분열되었는데, 후에 ‘오직’이라는 이 단어는 종교개혁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간결하게 표현한 멋진 문구예요.김형기 몇 마디의 말이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가 쓴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는 의미인 ‘넛지(nudge)’ 란 책을 보면 짧은 용어와 문구 하나가 국민이나 소비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준다고 했는데, 요즘 교계를 보면 거친 용어와 문구가 난무해 기독교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까 염려됩니다. 95개 조항의 반박문이 종교개혁을 촉발김길구 우리가 기념하는 종교기념일이 마르틴 루터가 교회갱신을 위한 토론 주제 95개조 논제를 비텐베르크 대성당 정문에 붙여놓은 날입니다.김현호 대학가의 대자보처럼 토론의 논제를 성당입구에 붙여 놓은 안내문의 일종이지요. 이런 주제로 토론해 보자는 것인데 95개의 많은 논제 중에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면죄부’ 판매였습니다. 만연한 교리적 변질과 교황청의 부패, 성직자들의 도덕적 윤리적 타락과 함께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지요.김형기 결과적으로 루터의 이 작은 시도가 130여 년 동안 전 유럽을 흔들며 교회는 물론 정치,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게 되었죠.김길구 루터 자신은 당시의 교회 즉 로마 가톨릭의 갱신이 목적이었지만 그 파급효과는 교회를 넘어 결과적으로 세계사의 큰 물줄기를 바꿨습니다. 그 요인은 무엇일까요? 김현호 우선 루터 이전의 개혁자들이 있었어요. 위클리프, 후스 같은 이들이지요. 그들의 개혁은 실패했는데 화형을 당한 후스의 “ 너희가 오늘은 거위를 불태워 죽이지만 앞으로 백년이 지난 뒤에는 너희가 삶거나 죽일 수 없는 백조가 나타날 것이다,”라는 유언이 이루어졌는데, 마르틴 루터는 당시의 국제 정치, 사회적 상황과 특히 인쇄술의 덕을 톡톡히 봤어요. 이 95개조 논제가 활자화되면서 한 달도 안 되어 전 유럽을 강타했으니까요. 김형기 구텐베르크가 서양의 금속활자를 발명한 시기가 1453년으로 종전의 양피지 등의 가죽에 필사하여 성서 한 권을 찍어내는데 3년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활자의 혁명’이 종교개혁에 끼친 영향력은 지대했지요. 루터가 종교개혁을 시작한 것은 60여 년이 넘은 1517년 후의 일이니 인쇄술의 급격한 발전은 문자가 소수 지배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화 되었다는 뜻이죠. 혁명의 여건이 마련된 것입니다. 이로써 성서가 자국어로 번역되어 대중화가 가능해줬으니까요. 오직 성서, 오직 은혜김길구 첫 번째 원리 Sola Scriptura 오직 성서입니다. 이 책의 표지그림은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키기 3년 전인 1514년부터 말씀을 전했던 성모 마리아 교회 정면에 붙어있는 종교개혁의 화가 루카스 크라나흐의 ‘개혁의 제단화’라는 그림 중에 하나인데 루터는 한쪽 손가락엔 성서본문을, 또 다른 손가락으로는 그리스도를 가르치고 있어요. 교회갱신의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그림입니다. 김형기 성서만이 우리의 신앙과 삶의 유일한 규범이라는 선언입니다. 여기서 성서란 우리가 쓰는 신구약 66권만을 말하는 것인데, 가톨릭은 지금도 성경 이외에도 토비트서, 유딧서, 마카비서 등 우리가 외경이라고 부르는 7권을 제2의 경전으로 부릅니다.김현호 이뿐 아니라 전통(傳統)을 성서와 동일한 권위로 받아들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전통은 교황이 공식적으로 선언한 문서나 교회의 결의사항을 포함하는 그런 개념으로 일상에서 우리가 쓰는 단어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성서의 해석권도 교황에게만 있어요. 김길구 두 번째 원리로 Sola Gratia 오직 은혜로 구원을 받는다는 것이죠. 김현호 우리는 값없이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함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구원은 인간의 수고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이를테면 우리의 선행과 하나님의 역사가 결합된 신인협력 사역의 결과가 아닌 오로지 하나님 자신의 단독사역이라는 것입니다.김형기 가톨릭은 하나님의 은혜만으로 부족하다고 주장합니다. 뭔가 인간의 공덕, 공로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는 오직 은혜는 믿음을 뒷받침하는 힘으로 선행은 은혜의 결과라고 보지요. 본회퍼가 말한 ‘값싼 믿음’과 많은이의 공감을 일으킨 영화 ‘밀양’에서는 호도된 은혜를 고발한 것이지요. 오직 믿음, 오직 그리스도김길구 세 번째 원리는 sola Fide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하심을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오직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은혜로 구원을 받는다는 의미인데요…김형기 이 원리는 루터 자신의 중세적 신앙의 경험에서 유래합니다. 인간의 선행과 참회를 통해 진로의 하나님과 화해하려는 그가 성서연구를 통하여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에 의한 구원이라는 이신칭의(以信稱義) 즉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루터신학의 핵심사상에 도달하게 되지요.김길구 다음은 원리는 구원은 sola Christus 오직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선언입니다.김형기 이것은 그리스도의 희생적인 사역과 그분의 제사장적 중보사역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로마 가톨릭의 사제는 하나님과 우리사이의 중보자이지요. 그러나 개신교는 성직자가 구약의 제사장이나 가톨릭의 사제로서의 중보자임을 부인합니다.김현호 다만 사역자들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감사할 뿐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맺기 위해 그들에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 교회 현장에서 교역자의 성직주의가 아직도 만연한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직 하나님께 영광김길구 soli Deo Gloria 오직 하나님께 영광입니다. 참고로 본문을 보면 종교개혁의 슬로건으로 널리 알려진 ‘오직’이라는 말은 어디서 유래됐는지 알 수 없다고 하네요. 루터나 칼빈 같은 개혁자들도 이 말을 사용하지 않았는데요. 다만 멜란히톤이 “우리는 오직 은혜로 의로워지고, 오직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라는 문구를 사용한 적은 있다고 합니다.김현호 이 문구를 서구사회에 정착시킨 이는 두 명의 음악가들인데, 바흐와 헨델로 자신이 작곡한 작품의 끝에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뜻하는 라틴어 SDG를 적었답니다.김형기 고전10:31에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 하였고, 웨스트민스트 신앙고백 소요리문답에 인간의 목적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라고 되어있지요.김길구 끝으로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 5대 원리가 주는 가장 시급한 교훈은 무엇일까요.김현호 리처드 백스터는 ‘강단의 개혁이 교회의 개혁으로 나가는 길이다’고 했어요. 500년이 지난 지금도 사제에서 목사로 명칭만 바꿨지 목회자들의 성직주의는 여전하다고 봐야지요.김형기 루터의 말대로 ‘영광의 신학’을 버리고 ‘십자가의 신학’으로 돌아가는 것이겠지요.김길구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는 김영봉 목사님의 삶이 어렵다고 느끼는 우리에게 드리는 〈가만히 위로하는 마음으로〉를 가지고 힐링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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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1-12
  • [영화] 기계문명에 종속 될 미래를 위해 돌아온 경고
    할리우드 SF 액션영화의 화려한 복귀 할리우드 최고의 SF 액션 영화를 한편 꼽으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터미네이터2>(1991)를 위해 엄지를 치켜 들 것이다. 비록 기계인간을 향해 쏜 것이긴 하지만 총기난사와 같은 어린 청소년들이 보기에 다소 과격한 폭력장면이 있는 것을 제외한다면 스토리나 배우들의 연기,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추격 장면과 무엇보다도 슈퍼컴퓨터를 사용한 특수효과에 이르기까지 뭐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오락영화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연출자는 관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명확히 알고 있다. 적절한 공포와 유머를 섞을 줄도 알고 공상과학 영화라고 하지만 줄거리는 나름 그럴듯한 개연성도 갖추고 있다. 최첨단 촬영 기술에 능숙한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타이타닉>(1997)과 <아바타>(2009)를 통해 세계 흥행시장을 휘어잡을 수 있었던 것도 <터미네이터1,2>를 연출하면서 쌓아두었던 내공의 결과였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소환되어 오는 것은 언젠가는 스스로 생각하는 컴퓨터가 나타나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사회가 탄생할지 모른다는 어두운 설정이 꽤나 일리 있어 보이는 까닭이다. 과학자들은 컴퓨터는 단지 제공된 프로그램 안에서만 작동한다는 원리를 내세워 인간과 기계와의 전쟁은 단지 허구적인 상상력에 불가하다고 말하지만, 이세돌 9단을 물리친 알파고의 위력을 실감한 우리로서는 적어도 창조적인 사고능력을 갖추진 못하더라도 빅데이터를 가지고 끝없이 정보를 확장시키고 반복된 적용을 통해 인간을 농락할 만한 괴물이 제작될 가능성을 완전히 뿌리치지는 못하고 있다.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는 지금까지 ‘터미네이터’란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온 영화 가운데 <터미네이터1,2>를 직속으로 잇는 작품이다. 2015년도에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5번째 영화 <터미네이터: 제네시스>가 개봉하는 바람에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는 <터미네이터6>로 불릴 만도 하지만 제작진이나 감독, 그리고 ‘터미네이터’의 골수팬들은 이 영화야말로 <터미네이터1,2>를 잇는 연속작으로 참다운 3부작을 완성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2편의 연출을 맡아 <터미네이터>를 최고의 SF 액션영화로 만든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직접 제작을 맡아 <터미네이터> 본래의 흐름과 맥을 이을 뿐만 아니라, 1,2편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물론 그동안 스크린에서 뜸했던 린다 해밀턴까지도 컴백함으로써 그후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악에 대항하는 신구(新舊)의 연합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는 <터미네이터2:심판의 날>로부터 27년의 시간이 흐른 뒤 사건을 진행시키지만 근본 이야기의 구조는 매우 유사하다. <터미네이터2>가 미래 반군의 지도자가 될 어린 존 코너를 제거하기 위해 기계들을 조종하는 스카이넷이 액체금속으로 만든 T-1000(로버트 패트릭)을 과거로 보내지만, 미래의 인간 지도자 존 코너 또한 새롭게 프로그램 된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을 과거로 보내 어린 자신과 어머니 사라 코너(린다 해밀톤)를 보호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인간 파멸을 위해 프로그램된 T-1000은 자신 보다 성능이 다소 뒤떨어진 T-800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게 된다. 미래로부터 온 터미네이터의 존재를 잘 파악하고 있는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의 등장은 다시 한번 여전사의 역할을 그녀에게 부여하기도 하지만 악에 대항하기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중심에 서게 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인간과 선하게 프로그램화된 기계, 남성과 여성, 노인과 젊은이 등 다양한 모습의 존재들은 서로 다른 차이를 넘어 미래 인간세상의 구원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T-1000과의 싸움이 나서게 된다.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에서 미래 인류의 생존을 위해 보호받아야 하는 인물은 존 코너에서 대니 라모스(나탈리아 레이즈)로 바뀌었다.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는 대니의 입장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는 위치에서 이번에는 대니를 위한 싸움에 나선다. 대니를 죽이기 위해 더욱 진화된 액체금속 터미네이터 ‘Rev-9’(가브리엘 루나)는 T-1000을 대신하고, 전편에서 T-800이 했던 역할은 슈퍼 솔져인 그레이스(맥켄지 대이비스)가 맡는다. 즉 미래의 인간을 구원할 지도자를 제거하려는 인공지능 세력과 어떻게든 이를 막아보려는 인간과 또 다른 기계인간 여전사 연합의 대돌이 각종 액션을 동반하며 펼쳐지고 있다. ‘터미네이터’는 성경에서 아이디어를 빌렸는가? 제임스 카메룬의 <터미네이터>는 항상 미국의 보수적인 기독교인들로부터 극단의 평가를 받곤 했다. 한쪽에서는 화려한 액션으로 위장한 폭력장면이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는가 하면, 다를 한편에서는 기독교의 종말론에 입각한 메시아사상을 최첨단 문명을 누리는 현대인의 시각에서 재구성한 것이 아니냐는 우호적인 시선도 있었다. <터미네이터1,2>의 진정한 후속편인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도 마찬가지다. 공관복음서에 기록된 메시아 탄생의 역사적 사건을 구조적으로 모방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편의 경우 미래세계에서 인간 구원을 위해 싸우게 되는 존 코너의 아버지는 어머니 사라 코너를 보호하기 위해 미래에서 온 카일 리스(마이클 분)다. 그로 인해 사라는 동정녀 마리아의 잉태처럼 매우 신비스러운 임신을 하게 된다. 스카이넷이 보낸 사이보그 T101은 사라 코너와 이름이 같은 동명의 사람들은 모두 죽이는 한편, 2편에서 T-1000은 어린 코너를 살해하기 위해 주변의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한다. 동방박사로부터 그리스도의 탄생 소식을 들은 헤롯대왕은 그 때를 기준으로 두 살 아래의 사내아이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하는(마2:16) 성경내용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그러나 주의 사자가 꿈속에서 위험을 알려준 덕분으로 아기 예수와 모친 마리아는 애굽으로 피난을 가게 된다(마2:13). <터미네이터1>의 마지막 장면에서 미래의 인간 지도자를 잉태한 사라 코너는 살해위험을 피해 멕시코로 떠나간다. 사라 코너에게 인간이 멸절당할 운명으로부터 구원할 지도자가 자신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리는 카일 리스의 행동이나 사라 코너를 보호하기 위해 나타난 T-800과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의 그레이스는 마치 예수의 탄생을 알렸던 천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다. 여주인공의 이름이 사라인 것도 흥미롭다. 주인공 사라 코너의 ‘사라’는 아브라함의 아내이며 ‘열국의 어머니’란 뜻을 가진 사라(Sarah, 창17:16)와 같다. 그녀가 신비스럽게 잉태한 아들의 이름은 존(John)인데 이 이름 역시 엘리사벳과 제사장 사가랴 사이에서 천사의 예언 과정을 통해 태어난 세례 요한의 이름과 같다.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에 등장해서 대니를 보호하는 슈퍼 솔저 ‘그레이스’는 서구의 기독교인에게는 흔한 이름이지만 ‘은혜’를 뜻하는 ‘Grace(그레이스)’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어디까지나 성경의 여기저기를 베껴서 조합하고 상업 영화의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서 허구적인 상상력을 덧입힌 통속적인 영화일 뿐이다. 노인이 된 사라 코너가 다시 한 번 총을 들고 싸우고 미래의 희망으로 또 다른 인물 대니가 등장하는 것은 아무리 우격다짐으로 집어넣는 다고 하지만 성경의 맥락과는 전혀 맞지 않는 얘기다. 그러나 이렇게는 생각할 수 있다. 성경이 현대 영화제작자들에게 문화콘텐츠의 원천으로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십계>와 <삼손과 데릴라>를 만들었던 세실 드밀 감독은 성경이 얼마나 위대한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바 있다. “누구든 성경 20쪽 만 읽을 수 있다면 영화 한 편을 만들 수 있다” 성경은 세상과 인간의 처음과 끝에 대해서 말하는 유일한 책이다. 기독교인에게 성경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도 살아서 우리에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의 통로이지만,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자들에게는 뭔가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꼭 들춰봐야 하는 참고서와 같다. <터미네이터>의 기본 골격은 세상의 종말과 구원의 메시아 존재에 대한 성경의 이야기를 참고했을 뿐이다. 놀라운 컴퓨터 그래픽과 좋은 기술을 가지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할리우드는 단지 돈을 벌고 감독의 영광을 위한 가장 세속화된 성지임을 증명하는 듯하여 안타까울 뿐이다.
    • 문화
    • 영화
    2019-10-28
  • [기독교교양읽기] 캄캄한 밤에 별처럼 빛난 화가
    반 고흐의 예술과 신앙- 고난을 통한 치유의 묵상 - 반 고흐만큼 가을에 어울리는 이도 드물 것이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품은 해바라기와 추수를 앞둔 밀밭 위로 넘실대는 구름, 그리고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 우리는 근대미술을 연 이 위대한 아마추어화가에게 열광한다. 그의 인기에 힘입어 꾸준히 출간되는 고흐 관련 책을 올해는 박철수목사가 펴냈다. 저자는 캔버스에 자신의 신앙과 근대적 사고를 통합하려고한 고흐의 생애를 헨리 나우웬의 ‘상처 입은 치유자’를 키워드로 추적해 본다.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영원을 추구한 화가의 짧지만 불꽃같은 삶을 통해 우리가 왜 위로받고 치유 받는지? 아트지에 옮겨진 90여장의 작품과 편지, 그리고 그의 삶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가을 밤, 별이 빛나는 밤에 읽으면 좋을 책. ◈ 저자소개 ∥박철수: 연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총신대학 신학대학원(M.Div.),풀러신학대학원(D.Min.)를 마쳤다.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지도위원과 성서한국이사로 있으며, 분당두레교회 담임, 겨자씨형재단 대표, 「복음과상황」 초대편집장 및 발행인을 역임하고, 한동대학교에서 〈성경적세계관〉을 강의한 바 있다. 저서로는 하나님나라/축복의 혁명/성경제사/두개의 십자가 등이 다수가 있다.대장간 간 / 2019년 / 20,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고흐의 하나님》 / 안재경 저 / 홍성사《영혼의 순례자》 / 캐슬린 에릭슨 저 / 청림출판《고흥의 영성과 예술》 / 최종수 역편 / 한국기독교연구소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현호 기쁨의집 대표, 김형기 팔복교회 목사 ▲ 너무나 멀리 떨어진, 너무나 먼 길이기에 슬프나, 멀리 영원한 도성을 바라보기에 희망에 가득 차 있다. 성직자 대신 화가의 길로“이건 신학과는 거리가 멀어, 그저 난롯가에 있는 저 가난에 찌든 목수나 농부, 또는 광부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영원한 안식처가 있다는 느낌, 그런 감정과 영감에 사로잡힐 수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려는 것뿐이야.”(고흐의 편지에서) 근대미술을 연 반 고흐김길구 오늘은 머리도 식힐 겸 분위기 전환용으로 문화에 관한 책을 선정해 봤습니다. 고흐는 저보다 정확히 100년 전 사람입니다. 두 분 다 고흐의 팬으로 알고 있고 김목사님은 고흐관련 시도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가 특별히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김형기 흔히 예술가들의 작품을 평가할 때 그 화가와 작품의 완성도, 그리고 작품의 미술사적 위치를 보고 평가하는데, 고흐는 그 외에도 동생 테오와의 애틋한 형제애 등 숱한 얘기꺼리가 많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봅니다. 김현호 그림 못지않은 방대한 독서량에 바탕한 그의 글쓰기 작업도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부분이지요. 그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들은 세계 서간문학(書簡文學)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특이한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고요.김길구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 ‘고흐지수’가 있다고 해요? 그 나라에 고흐작품이 몇 점 있느냐는 것인데, 그만큼 그는 문화의 아이콘이 된지 오래입니다. 고흐에 대한 사랑은 우리나라도 유별나서 서울 전시회에 70만이 넘는 최다인파가 다녀갔어요. 김현호 그의 작품은 현재 고국인 네덜란드에 364점, 미국에 190점, 스위스에 80점 등이 많이 가지고 있어요. 살아생전에는 유화를 1점 밖에 팔지 못한 비운의 화가이지만 지금 그의 작품들은 천문학적인 최고가를 갱신 중입니다. 김길구 누구나 한두 명씩은 좋아하는 예술가가 있겠지만, 특이한 현상은 저 주위에 고흐를 좋아하는 분들은 팬 수준을 넘어 매니아에 가까워서 놀랐습니다.김형기 당시 화가들의 등용문인 아카데미 출신이 아닌 늦깎이 독학의 아마추어, 그것도 늦은 나이에 화가로서 1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900점의 작품과 드로잉 1,700여점을 남기고 37살의 나이로 불꽃같은 삶은 살아간 그의 치열성은 하루를 의미 없이 소비하는 우리들에게 큰 울림을 주지요.김현호 혹자는 생전에 유화 1점밖에 못 판 불우한 천재에 대한 미안한 생각에서 그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고흐에게는 뭔가 우리를 끄는 힘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김길구 저는 헨리 나우웬의 책을 통해서 고흐를 접했습니다만, 고흐에 대한 교계의 관련 책도 여러 권 있지요?김현호 예. 몇 년 전에 출판된 안재경목사님의 〈고흐의 하나님〉이란 책이 있어요. 그의 고국인 네델란드의 화란한인교회에서 7년 동안 목회하시면서 고흐에 매료돼 지은 책인데. 고흐의 생애와 그림의 신앙적 측면과 목회자의 단상을 담은 책입니다.김형기 제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캐슬린 에릭슨의 <영혼의 순례자 반 고흐>라는 책입니다. 교회의 위선에 실망하고, 지금으로 말하면 가나안신자로 기성교회를 떠났고, 기독교가 금지하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흐의 평가에 대한 반론으로 그간 간과되어 온 고흐의 영적시각(spittual vision)을 재조명한 책입니다. 그의 결론은 하나님을 향한 ‘영적인 삶’이야 말로 반 고흐의 삶과 신앙과 그림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키워드임을 역설한 책인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상처입은 치유자 반 고흐김길구 우리도 어느새 그의 예찬론에 빠져들고 있네요. 이제부터는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책 제목이 <반 고흐 상처 입은 치유자>예요? 그리고 제호 밑에 “나는 항상 이렇게 생각한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은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김형기 세잔느, 고갱, 고흐를 흔히 근·현대미술을 연 선구자라고 합니다. 고흐는 사물의 형태를 예쁘고 정확히 그리지 않았고 당시에 일반화된 원근법도 무시한 채. 느낌에 따라 형태를 과장하가나 변형시키며 어떠한 관습이나 틀에도 매이지 않았습니다. 자연을 모방한 사실적인 묘사는 막 보급되기 시작한 사진기의 몫으로 넘어가요. 이런 과도기에 새 시대를 연 것입니다.김현호 고흐는 밀레를 참 좋아했습니다. 그를 닮고 싶어 했죠. 우리가 어릴 때 보았던 〈만종〉이나 〈이삭 줍는 농부〉 등의 그림들을 그냥 농촌의 서정적인 풍경정도로 알고 향수를 달레잖아요. 종전의 그림을 생각해 보세요. 예술은 권세 있고,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기풍 있고, 우아하고 예쁘게 그린 그림이 좋은 그림이지요. 이런 시대에 밀레는 힘든 서민의 삶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굳이 영웅이나 성서의 주인공들이 없어도 노동을 마치고 들녘에서 기도하는 농부의 일상에서 우리는 경건함을 느끼잖아요. 이것이 근대라는 시대정신이었습니다. 예술이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예술이 된 것입니다.김길구 여기서 중요한 말씀을 하셨어요. 화가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닌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공해 주는 사람이다. 문학이나 예술가들이 그래서 중요해요. “신성하고 위풍당당한 큰 예배당에는 없는 그 무엇이 사람의 눈 속에는 살고 있거든, 불쌍한 가난뱅이나 창녀의 영혼이라 할지라도 한 인간의 영혼이 내 눈에는 더 흥미롭다”는 고흐의 작품을 감상할 때 어떤 사람은 바로보지 말고 비스틈히 봐야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의 삶과 작품, 그리고 글 속에서 한 인간의 영혼을 찾는 것도 의미가 있겠죠.김형기 동생 테오의 생활비로 연명하는 고흐는 굴하지 않고 화가라는 직업을 신앙의 소명으로 이해하고 그의 목표를 분명히 했어요. “갈기갈기 찢어진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는 예술을 원했다. 엄마가 상처 받은 아이를 위로하듯 반 고흐는 위로가 되는 미술을 준비하라”는 소명과 함께 “위로는 현대의 삶의 회피할 수 없는 슬픔 속에서도 삶을 분명하게 바라보는데 있다” 고 함으로써 그의 그림에 숨어 있는 종교성을 강조했어요. 종교3부작-<피에타>, <나사로의 부활>, <선한사마리아인>김길구 1888년 12월23일 일요일 밤 반 고흐는 고갱과의 다툼 이후 정신발작으로 자신의 귓불을 면도칼로 잘른 후 24일 병원에 실려 가고 고갱과 헤어진 후 5개월 후인 1889년 5월에 생레미의 생폴드모솔 정신병원에 자진해서 입소한 후 그곳에서 〈별이 빛나는 밤〉, 〈자화상〉, 〈마지막 자화상〉, 〈아이리스〉,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밀밭〉과 〈해바라기〉 같은 아를에서 그렸던 작품의 연작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생레미에서 완성하는데 그중 관심을 끄는 것은 종교 3부작입니다.김현호 3점의 종교화는 고흐 자신이 겪던 비참한 고통과 회복의 희망을 담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어요. 〈피에타〉는 이태리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란 뜻인데,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앉고 있는 모습을 그린 들라크루아의 <피에타>의 모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피에타〉와 〈나사로의 부활>에서 예수의 얼굴 대신 자신을 그려 넣어서 주인공의 고통과 비애에 공감하며 죽음과 부활, 치유와 재생을 기원하는 고흐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작품입니다.김형기 고흐가 토마스아캠퍼스의 책 <그리스도를 본받아>와 존번연의 〈천로역정〉을 즐겨 읽고 영향을 받았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요. <선한사마리아인>은 종교의 형식보다는 사랑의 실천을 표현하며, 제사장과 레위인으로 상징되는 기성 종교인들의 행태를 힐난하는 의미도 있다고 봐야겠지요. 저자는 이 책에서 19세기 고흐를 조명할 뿐 아니라 시대를 넘어 기독교의 본래의 정신을 일깨우며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 상처 입은 치유자 고흐의 정신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김길구 장시간 수고하셨습니다. 끝으로 〈드 포르트푀유〉에 게재된 이삭손의 글로 마치겠습니다. “그는 캄캄한 밤에 홀로 분투하면서 자신의 길을 갔던 선구자다. 그의 이름을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것이다. 그가 바로 반 고흐다.”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미뤄진 제임스 앨런 외 《종교개혁의 5대원리》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길구]
    • 문화
    • 기독교인문학
    2019-10-14
  • [영화] 비극이 사랑을 만나 희극이 된 영화
    차승원표 희비극 차승원표 코미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리>는 추석연휴가 끝나더라도 오랜 시간 동안 기억되는 한국영화로 꼽힐만한 가치가 있다. 도박과 범죄조직이 등장하는 블록버스터 급의 영화들이 추석 극장가를 압도하며 <힘을 내요, 미스터리>를 밀어내는 듯한 형국을 보였지만 관객들은 마음 한구석에 진한 감동의 메시지를 간직하며 두고두고 얘기할 거리가 풍성한 이 영화를 찾게 될 것이다. 이것은 마치 자극적인 향신료가 들어간 이국적인 음식에 한번은 손이 갈 수 있지만 연거푸 찾기 쉽지 않은 이치와 같다. 대신 잘 익은 김치만 있다면 늘 먹는 반찬에 그 밥이라 할지라도 결코 질리지 않는 집밥의 맛에 <힘을 내요, 미스터리>를 비유할 수 있다. <힘을 내요, 미스터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장애인을 둔 가족드라마의 장르를 반복하면서도 <럭키>(2016)를 만든 이계벽 감독의 스타일로 색다르게 변형시킨 착한 영화다.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아빠와 어른스러운 어린 딸의 동행은 <아이 엠 샘>(2001)에서 이미 그 감동의 깊이를 확인했고, 백혈병과 같은 불치병을 앓고 있지만 어른 뺨치는 똑똑함과 의젓함은 <열두 살 샘>(2012)이나 우리나라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2014)의 아역주인공들을 보는 듯하다. 출생의 비밀을 안은 채 아빠와 대면하는 어린 소녀라든가 화재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는 소방관들의 희생적인 모습, 깡패 같지 않은 깡패들의 희화된 이미지 등 <힘을 내요, 미스터리>에는 어디선가 본 것 같고 익숙한 장면들이 퍼즐처럼 하나의 그림을 위해 맞춰져 있다. 익숙하지만 다른 영화의 매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장르 영화를 새롭게 인식시키는 것은 차승원이 있기 때문이며, 그가 2003년 2월 18일, 대구 중앙로역에서 일어난 대구지하철 화재참사에서 인명을 구하는 소방관 역할을 맡아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설정이 주는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 때문이다. 첫째, <힘을 내요, 미스터리>가 차승원표 영화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신라의 달밤>(2001)으로 출발하여 <광복절 특사>(2002)를 거쳐 <선생 김봉두>(2003)와 <이장과 군수>(2007)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뛰어난 외모와는 정반대로 망가지는 연기를 통해 웃음을 선사했던 차승원은 이 영화 안에서도 사회적 기대감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 키가 크고 잘생긴데다 근육질의 몸으로 칼국수집의 주방을 장악한 그의 첫 등장은 그를 보기 위해 줄을 선 여고생들의 행렬처럼 관객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만든다. 그러나 그는 여지없이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외모의 힘을 내팽개쳤고, 어눌한 목소리로 손님에게 “밀가루 몸에 안 좋아, 살쪄. 보리밥 먹어!”라고 말하는 순간 관객들은 주인공이 망가지는 차승원표 영화를 보러 왔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의 지체장애인 연기는 그와 유사한 영화들이 이미 보여주듯이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연계되어 세속에 찌든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물론이다. 어린 딸 샛별(엄채영)이의 과자를 빼앗아 먹으려는 치기어린 행동과 자신의 피를 모두 주고서라도 샛별이를 살리려는 마음이 한 인물로부터 나오는 점은 이 영화가 찰리 채플린의 영화들처럼 희비극(tragicomedy)의 구조를 갖고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둘째,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를 끌어들인 점은 코미디 장르의 특성을 넘어서서 감동의 드라마로 발전시키는 원동력 역할을 한다. 특히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주인공 철수(차승원)의 행동을 관객이 이해하도록 만들뿐만 아니라 그가 지체장애를 갖게 된 이유가 다름 아닌 참사 현장의 소방관으로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자기희생적인 구조의 결과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시킨다는 사실에서 이 영화의 개성은 살아있게 된다.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대구지하철 참사는 한국인의 기억 속에서 자취를 감췄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는 비극적 참사를 날 것으로 내놓기 보다는 잘 보듬어서 더 이상 상처가 성나는 일이 없도록 치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즉 192명의 사망자와 21명의 실종자 그리고 148명의 부상자라는 비극의 역사를 분노나 허망한 마음이 아닌 사랑과 희생 그리고 은혜를 갚는 현실의 기억으로 소환시킨 것은 이 영화를 기독교적 가치로 해석되게 하는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거기다 사고의 트라우마로 인해 지하철 계단 조차 내려가지 못하는 주인공이 자신의 딸을 위해서 과감하게 지하도로 뛰어들 수 있는 용기는 사랑의 힘이 치유를 위한 첫 걸음일 수 있음을 나타내는 일이기도 하다. ▲ 스틸컷 우리에게는 ‘착한 영화’가 필요하다 기독교영화의 세계에서 ‘착한 영화’는 세 가지의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는 그리스도인의 선행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착한 영화’는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눅10:25-37)를 따른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자기를 옳게 보이려는 마음을 가진 율법교사의 질문인 ‘내 이웃이 누구인가?’(눅10:29)에 대한 답으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강도를 만나 거의 죽게 된 사람을 구해주는 사마리아 인의 행동은 위기에 처한 영화 속 두 주인공의 상황과 겹쳐진다. 백혈병에 걸려 골수이식이 아니면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한 샛별이를 위해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철수를 비롯하여 대구일대를 주름잡는 조폭들까지 나서는 선한 행동은 누가 진정한 이웃인가를 보여준다. <힘을 내요, 미스터리>의 경우 철수는 그 자신이 선한 사마리아인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돌봄이 필요한 강도만난 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때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들을 구했지만, 유독가스 흡입의 여파로 뇌기능을 일부 잃게 되어 이제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로 그의 처지는 바뀌었다. 그러나 과거의 선행은 현재의 보상이 되어 돌아온다. 그가 화재현장에서 구한 사람들은 이제 그를 돕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나타났기 때문이다. 둘째, ‘착한 영화’는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이 공유하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힘을 내요, 미스터리>를 기독교영화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영화 제작사나 마케팅을 담당하는 홍보사 그 어느 곳도 이 영화를 기독교영화로 홍보하지 않는다. 일반 사람들 눈에는 그저 휴머니티가 물씬 풍기는 감동적인 드라마 정도로 여길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 따른 분석이 가능한 것처럼 성경적 가치관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영화의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긍정적 변화의 결과를 갖게 된 다는 사실은 세속적인 영화들에게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용서와 화해 그리고 평화라는 성경의 가치관을 보여준다. 철수와 자신의 딸이 결혼하는 것을 반대했고 그나마 시집간 딸이 지하철 화재로 죽은 까닭에 한과 울분을 안고 살아왔던 철수의 장모(김혜옥)는 사위와 화해하게 된다. 철수와 샛별 주위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폭력 여고생과 대구 조폭들은 샛별이를 위한 골수이식에 동참하기 위해 헌혈을 자처할 만큼 행동의 변화를 일으킨다. 샛별이와 함께 투병중인 어린이들은 다음 번 생일까지 살기를 소망하며 생일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죽음을 하찮게 다루는 일반 영화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생명의 고귀함을 일깨우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모두 성경적으로 합당한 내용들이다. 이 영화는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의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가치관이 무엇인지를 보여줌으로써 기독교인에게는 비기독교인과의 접촉점을 형성하게 하며, 비기독교인에게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별종이 아니라 자신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인식시킴으로써 친밀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힘을 내요, 미스터리>는 현대인들에게 접근하여 복음을 전하려는 기독교 영화제작가 필요로 하는 지혜를 제공하고 있다. 그것은 ‘착한 영화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모두 기독교 영화라는 타이틀이 걸릴 경우 관객은 그리스도인으로 한정되는 경향이 짙다.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다큐멘터리의 경우 기독교인 관객이 많이 오지 않더라도 집행된 제작비를 건지거나 많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줄어든다. 그러나 대중성을 갖춘 드라마 형식으로 기독교 영화를 제작할 경우 감독이나 제작자 모두 많은 부담을 않게 될 수밖에 없다. 관객은 제한되어 있는데다 그 관객마저도 극장에 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을 내요, 미스터리> 같은 착한 영화의 경우 성경적 가치관을 내포함으로써 기독교 문화 안에서 수용될 수 있음과 동시에 비기독교인들 까지도 관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까닭에 성경적 가치관의 전파가 용이하고 무엇보다 제작비를 회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힘을 내요, 미스터리>와 같은 착한 영화는 한마디로 교회와 세상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그 자체로 충분히 기독교 영화라 말할 수 없지만 기독교 영화가 세상에 뿌리내리고 친밀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복음이 자라는 토양을 구성하는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기독교와 교회 소리만 들려도 도망가는 세상 사람들을 향한 영화의 선교적 역할을 우리는 <힘을 내요, 미스터리> 같은 ‘착한 영화’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 문화
    • 영화
    2019-09-23
  • 대화의 시작은 상호존중에서
    대화로 풀어 보는 과학과 신학 - 철학자와 과학자가 존재와 진리를 말한다 - 작년에 고려대학교에서 개최된 제1회 베리타스(진리)포럼의 강연내용을 보완하여 올해 출간되었다. 1992년 하버드대학교에서 진리를 중심주제로 삼아 시작된 포럼을 모델로 고려대 기독교수회가 중심이 되고 조영헌교수가 실무를 맡아 설립한 한국베리스타포럼의 첫 결과물이다. 당시 수백 명 청중의 뜨거운 관심과 열기는 한국교회의 척박한 지적풍토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책에서 저자인 과학자 우종학교수, 철학자 강영안교수는 최근의 천체물리학이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과학과 철학, 그리고 신학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으로 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 저자소개 ∥강영안: 현재 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와 미국 칼빈신학대학원 철학신학 교수로 재학 중이다.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칸트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 저서로는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어떻게 참된 그리스도인이 될 것인가》, 《강교수의 철학이야기》 등 다수로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대한철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 우종학: 현재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블랙홀과 은하 진화의 천문학자다.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산타 바바라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교와 UCLA에서 연구원으로 일했고, NASA로부터 젊은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허블 펠로십과 한국천문학회가 중견연구자에게 주는 학술상을 받았다. 천체물리학저널 등 국제학술지에 100여 편의 논문을 게재한 저명한 학자이다. 학술단체인 ‘과학과 신학과의 대화’를 설립하여 과학과 신학과의 소통에 힘쓰고 있는 크리스천 과학자이다. 복있는 사람, 2019. 13,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믿는다는 것》 / 강영안 저 / 복있는 사람 《종교전쟁》 / 장대익, 신재식, 김윤성 / 사이언스북스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 / 우종학 저 / 새물결플러스 《신을 모르는 시대의 하나님》 / 강영안 저 / IVP 대화의 시작은 상호존중에서- 질문을 허용하는 교회의 환경 필요 -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현호 기쁨의집 대표, 김형기 팔복교회 목사 ▲ ■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이다! 허블망원경이 찍은 안드로메다성운(사진출처:네이버) 차이의 인정에서 출발“기독교가 무신론에 비하여 훨씬 설명력이 크다는 신학자 맥그래스의 말을 빌리면, 과학의 서사가 있고 종교의 서사가 있습니다. 두 서사를 독립적으로 읽어야지 둘을 섞으면 두 서사가 모두 망가집니다.” 질문할 수 없는 풍토가 고립자초김길구 작년 고려대에서 개최된 포럼실황을 인터넷을 통하여 본적이 있습니다. 책을 보면서 현장의 뜨거웠던 열기가 떠올랐습니다. 포럼의 첫 주제로 ‘창조와 진화’의 문제를 꺼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김형기 그만큼 이 주제가 심각하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김현호 교인들은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지만 이중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있어요. 교회에서는 창조론을 가르치는데 교실에서는 진화론이 진리이지요. 여기에 토를 달면 왕따 당하기 십상이구요.김길구 비단 과학의 문제만이 아니지요. 성서는 사랑과 나눔을 얘기하지만 사회는 승자가 독식하는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런 논리는 교회 안이라고 예외가 아니지요.김형기 요즘 국제관계를 보세요. 전입가경입니다. TV를 틀기가 무서워졌어요.김현호 그 원인을 제공한 책임이 교회도 있어요. 질문을 허용치 않으니까요. 머리 굴리지 말고 그냥 믿기만 하라는 풍토가 있잖아요. 그러니 교인들은 교회 안으로 그들만의 천국을 만들어 갈 수 밖에 없어요. 그 결과 마치 갈리파고스 섬처럼 고립되지요.김형기 그래서 교인들은 존재니 진리니 하는 거대담론에 무관심해져요. 논리가 막히니 감성팔이에 몰두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궁색해 보이는 교인들에게 이 책은 그럴 필요가 없다며 어깨를 당당히 펴라고 말합니다.김현호 이 책의 제목이 ‘대화’입니다. 숨지 말고 맞장 서서 얘기해보자는 것입니다. 우주의 5가지 특성김길구 본문으로 들어가 볼까요. 천문학자 우종학, 철학자 강영안 두 분의 글을 읽으면 우선 글들이 군더더기 없이 명료해서 진지한 주제임에도 지루함 없이 읽는 재미가 있어요. 첫 번째 주제가 <우주가 던지는 질문>으로 우교수의 주장을 들어보죠.김현호 인류가 지난 한세기 동안 과학의 발달로 이해하게 된 우주의 5가지 특성인 시공간의 광대함과 경이로움, 우주의 수학적 특성, 우주의 우발성과 지성의 출현, 인간의 이성과 수학적 우주의 공명, 끝으로 우주의 특별한 역사에 대하여 말합니다.김형기 우교수는 천체물리학자인 마틴 리즈의 《6개의 숫자》라는 책을 인용하면서 물리학의 기본이 되는 6가지의 상수, 이를테면 원자 간 결합력이 너무 컸다면 수소가 다 없어져서 물의 생성이 불가능 했다는 등의 상수가 있어 지금의 우주가 만들어졌고, 인류의 탄생이 가능했다며 이것이 우주의 특별한 역사라고 말하지요.김길구 우연 같은데 우연이 아닌 필연? ‘우주를 마치 누군가가 그렇게 세밀하게 조정한 것 같이 보인다고 해서 미세조정 우주(fine-tuned universe)라고 하는데, 마치 인류를 탄생시키기 위하여 우주가 준비해 온 것처럼 보이는 우주를 과학철학자들은 ‘인류원리’ 혹은 ‘인간원리’ 라고 한다’는 대목이 가슴에 와 닿아요.김형기 과학은 경험의 세계를 파악하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합니다. 지금의 진리는 영원한 것이 아니라 ‘잠정적이고 가변적’임을 알아야 해요. 과학은 그동안의 많은 성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학이 답할 수 없는 많은 질문에 직면해 있습니다.김현호 아인슈타인의 고백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종교심을 이루는 것은 우리의 나약하고 힘없는 정신으로 인식할 수 있는 사소한 일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무한히 우월한 영을 향한 겸손한 감탄이다’며 ‘과학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을 뿐 당위를 알아낼 수 없다’며 과학의 영역 밖에서는 온갖 종류의 가치 판단이 여전히 필요함을 말합니다.김길구 우교수는 앞에서 언급한 우주의 5가지 특성에 대하여 과학주의 무신론의 입장을 비판하며,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 이에 대해 오히려 기독교가 더 많은 답을 준다고 말합니다.김형기 예를 들면 우주의 수학적 특성에 대하여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하나님의 성품을 반영해서 질서 있게 운행되는 수학적 특성을 갖는 우주를 파악할 수 있는 이성을 가졌고, 그래서 우주의 수학적 특성과 인간의 이성은 서로 공명한다’고 변증하지요.김현호 우교수는 결론적으로 기독교신앙은 과학과 대립하지 않다며, 신에 대한 믿음은 과학으로 증명되어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학으로 경험한 우주와 잘 들어맞는다고 주장합니다. 왜 무엇이 존재하는가?김길구 다음으로 왜 무엇이 없지 않고 존재하는가에 대한 물음, 즉 존재론에 대한 얘기입니다. <왜 무엇이 존재하는가> 강영안 교수의 주제에 대하여 얘기해 보죠.김현호 강교수는 이 물음에 답하는 세 가지 방식인 반실재론, 자연주의, 유신론적 입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입장인 반실재론은 세계가 보여주는 구조와 성질은 그 자체로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이성이나 상상의 산물이라는 주장으로, 인간을 중심에 놓고 인간의 관점으로 보기 때문에 ‘인간주의’라고도 하는데, 존재하는 것들이 과연 인간의 상상력과 지성, 인간 정신의 산물인가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지적합니다.김형기 두 번째 입장은 자연주의인데요. 자연주의도 갈래가 많지만 여기서는 철학적 자연주의로 신과 같은 존재는 없으며 존재하는 것은 오직 자연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 물질적이고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는 자연 밖에 없기에 결론적으로 유물론과 무신론에 불과하다고 비판합니다.김길구 왜 무엇이 없지 않고 오히려 존재하느냐의 질문은 존재의 기원뿐 아니라 존재의 목적, 존재의 의미와 연관된 물음이기도 한데, 유신론적 답변은 삼위하나님께서 창조하셨기 때문에 하나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삶의 목적과 방식이 있어 이 모든 물음의 답이 된다는 것입니다.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김길구 제3부는 두 연사의 토론시간인데요. 토론을 보고 느낀 점 한 가지씩 얘기해 주시죠?김형기 처음엔 진부한 주제를 선택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강연과 토론의 수준을 보고 제 말을 철회했어요. ‘나는 천문학의 제사장이다’라는 케풀러의 말대로 평신도들이 재능과 자부심을 가지고 전문영역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확인했지요. 저명한 천체물리학자가 과학을 넘어 신학과 철학의 범주를 넘나들며 대학자와 대화하는 것을 볼 때 한국의 기독교도 희망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김현호 패러다임으로 유명한 쿤은 과학활동을 이른바 ‘정상과학’안에서 주어진 퍼즐들을 풀어나가기에 비유했지만 포퍼는 과학활동을 진리에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으로 이해했어요. 과거 교회사에서 저지른 갈릴레이나 원숭이 재판 등을 되풀이 않기 위해서도 과학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대화했으면 좋겠네요.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이다 는 말이 떠오른 독서였습니다.김길구 장시간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제임스 앨런 외 《종교개혁의 5대원리》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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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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