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송길원 목사.JPG

6월 23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 과부(寡婦)의 날’이다. 국제 과부의 날은 2010년 유엔이 정했다. 인도 펀잡 지방 출신 기업인 라즈 룸바(Raj Loomba, 1943~)가 자신의 어머니를 기려 만들었다. 과부였던 어머니는 자신을 비롯 7남매를 길러냈다. 그가 설립한 ‘룸바 재단’에 따르면 설립 당시인 2015년 기준, 전 세계 과부가 2억 5,900만 명이었다. 그들의 손에 의해 5억 8,500만 명의 자녀들이 양육을 받았다. 그들 과부 중 1억 1,500만 명이 가난 때문에 생존의 위협을 당한다.

이들 과부를 넘어서 지구촌은 또 다른 가난, ‘내면의 배고픔(외로움과 고립)’을 겪고 있다. 고령층이 그들이다. 거기에다 1인 가구도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30% 가까운 사람들이 항상 또는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는 통계가 여럿이다. 세상은 초연결사회로 치닫고 있지만 여전히 모든 인간은 ‘외딴섬’처럼 살아가고 있다. 알베르 코엔은 장편소설〈내 어머니의 책>의 첫 문장을 이렇게 쓴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이고, 남의 일에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저마다의 괴로움은 황량하고 쓸쓸한 섬과도 같다.”

미국 공중보건 서비스단의 보고에 의하면 외로움과 고립에 시달리는 이들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29% 더 높다. 뇌졸중은 32%, 치매는 50% 더 크다. 노화 속도는 1년 8개월 더 빨랐고 인지능력은 20% 더 빨리 저하됐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비벡 머시 단장은 외로움이 하루 담배 15개비만큼 해롭다며 외로움과 고립을 공중보건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외로움과 고립으로 인한 ‘내면의 배고픔’은 개인의 몫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외로움으로 인한 치매 등 건강 문제가 증가되었다. 업무 효율 저하를 넘어서 자살 및 고독사가 증가하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국가 차원의 국민 돌봄이 필요해졌다.

영국은 2018년 1월,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직을 신설했다. 인간이 가진 고독과 소외에서 비롯되는 외로움을 줄이는 일이 의료비는 물론 교통사고와 범죄를 줄인다. 자살 예방의 최선책이 된다. 2021년 일본은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하고 총리관저 내각관방에 고독·고립 대책실을 출범시켰다.

외로움 시장이 커지면서 반려 로봇 상용화도 눈앞에 다가와 있다. 이미 많은 과학자들이 ‘궁극의 공감기계’라 불리는 VR로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한마디로 하면 세상은 ‘외로움’과 전쟁 중이다. 반려동물이 늘고 있다. 위로에 대한 갈망이다. 위로를 준 반려동물도 천국에 같이 갈 수 있느냐는 질문과 상담이 늘었다고 한다. 이런 세태 속에서 교회는 이들의 외로움과 고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믿음 없는 소리라고만 치부하고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구약성경 신명기에서는 ‘3대 약자’가 자주 언급된다. ‘고아’, ‘과부’, ‘나그네’가 그들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학대하지 말고 돌봐야 할 것을 강조한다. 율법서만이 아니다. 예언자들 메시지에도 이런 정신은 자주 언급된다. 4계명의 안식일 법은 대표적인 약자 보호법이나 다를 바 없다. 요즘 말로 하면 ‘약자와의 동행’이다. 신약성경으로 눈길을 돌리면 과부들에게도 적극적인 주문을 한다. “참 과부로서 외로운 자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어 주야로 항상 간구와 기도를 하거니와”(딤전 5:5)

영국의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외로움을 ‘몸과 마음에 깊은 상흔을 남기는 질병’으로 정의했다. 하나님은 이 질병에 대해 어떤 처방을 가지고 계신 걸까?

“하나님은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가정을 이루시고 사슬에 묶인 사람들을 풀어 주신다.”(시 68:6, 우리말) 개역개정은 “고독한 자들은 ‘가족’과 함께 살게 하시며”로 번역했다.

가정의 달이다. ‘가정을 교회처럼, 교회를 가정처럼’이 헛구호가 되지 않도록 저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자. 저들의 요구는 딱 하나다.

“외로운 영혼을 품어다오.”

오늘따라 시편 기자의 간구가 가슴을 울린다.

“주님, 나를 돌아다보시고,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나는 외롭고 괴롭습니다.

원수가 내 마음에 고통을 더하니, 나를 이 아픔에서 건져 주십시오.

내 괴로움과 근심을 살펴 주십시오.”(시 25:16~22, 표준새번역)

어린이 주일, 어버이 주일, 부부 주일... 교회의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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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 목사] 내면의 배고픔, ‘외로움과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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