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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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을 기다리는 시간, 어머니는 한숨을 몰아쉬면서 근근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외국에서 들어오지 못한 아들을 기다리는 것일까? 하루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마지막으로 아들의 얼굴을 보고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인데… 어머니는 아쉬움 속에 잠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늘 하루를 당연하게 주어진 것으로 여기고 산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동을 하고, 저녁시간에는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밤에 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을 맞이하는 것을 당연한 일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의 전환을 해보면, 어느 수필가의 말처럼, 내가 맞이한 오늘 하루는 어제 죽어간 사람이 그토록 갈망하고 기다린 내일이 아닌가?

 

일본 에세이 [종이학]을 지은 이무라 가즈키요는 일본 의과대학을 나와 내과 의사로 일하다 32세로 세상을 일찍 떠났다. 사망 이유는 ‘섬유육종암’이 ‘폐암’으로 전이되었기 때문인데, 자신이 암이라는 것을 알고 죽음을 앞둔 시점에 남긴 글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자신 스스로 병마와 싸우는 용기, 그렇게 살면서도 남편으로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 혼자 남을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 특히 자녀를 먼저 보내는 부모의 마음을 글로 잘 표현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시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는데 / 내 두 발로 마음대로 움직이고 가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는데 / 소리가 들리고 말을 하고 손으로 잡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는데 / 아프고 보니 이 모든 것이 감사와 소중함이었다”

 

우리는 지금 예수님을 믿는 성도로서, 많은 은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매일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하고, 직장에서 일과를 보내고 저녁에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일상이 돌아보면 얼마나 큰 은혜인가?

예배를 드리고, 찬양을 하고, 기도를 하고 교회에서 설교를 듣는 이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중환자실에 입원해 보면 감사이고, 은혜임을 알게 된다.

 

이번 봄에는 유난히 벚꽃이 아름답다. 연상홍이 붉고, 따뜻한 햇살을 느끼고, 바람소리를 듣고, 흙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이 행복 아닐까?

 

CCM 가수 손경민씨가 노래한 행복이란 노래 가사가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화려하지 않아도 정결하게 사는 삶,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하며 사는 삶, 내게 주신 작은 힘 나눠주며 사는 삶, 이것이 행복이라네 / 눈물 날일 많지만 기도할 수 있는 것, 억울한 일 많으나 주를 위해 참는 것, 비록 짧은 작은 삶 주뜻대로 사는 것 이것이 행복이라네. 세상은 알 수 없는 하나님 선물 이것이 행복이라네”

당연함을 일상으로 알고 산 무지에서 감사함을 일상으로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자신도 모르게 불평, 불만을 품고 살아온 현실에서 하나님의 임재와 성령의 동행이 말만 아닌 실재가 되어 질 때 우리 속에 참 은혜가 아닌가? / 항상 내 옆에 있는 아내와 남편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은혜가 아닌가? / 내게 맡겨준 자녀가 있고 그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만으로 은혜가 아닌가? / 문제 많은 이 세상이 있기에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은혜가 아닌가? / 문제 많은 이 땅의 교회와 성도가 있어서 성령님이 지금도 역사하시고 계심이 은혜가 아닌가?

 

매일 반복되는 묵은 날, 지루한 일상의 반복에서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새로운, 새날(사43:19)을 주시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이라는 최상의 선물을 받고 지금이라는 최고의 은혜를 받고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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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칼럼] 당연한 것이 아니라 은혜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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