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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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오늘 하루 행복했어.”

학교의 3월은 정신없이 흘러간다. 새로운 아이들과의 적응, 그리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학사 업무들까지 여러 업무들이 복잡하게 얽혀가다보니 3월이 길기도 하고, 빨리 지치기도 한다. 작년 가을부터 고신대 겸임교수 업무까지 겹치다보니 평상시보다 더 버거운 학기초의 시간이었다.

4년 만에 재개된 학부모 대상 학교설명회까지 교목실이 주관해야 하다 보니 여유없는 일상으로 몰아 넣었다.

하지만 수업, 채플, 행정 등 여러 학교 업무들이 아무리 바빠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게 있는데 학생, 학부모 상담이다.

3월 중순 종교수업을 마치고 교목실로 왔더니 제자 하나가 나를 급히 따라왔다.

“목사님 지금 상담이 가능할까요?”

“ㅇㅇ야, 오늘 학교행사(학교 설명회) 준비 때문에 지금 시간이 안되는데 내일 1교시에 보자.내일 아침에 무조건 너 먼저 만날게.”

직감적으로 미루어도 되는 상담인지 즉시 필요한 상담인지는 이젠 빠르게 판단할 경험치가 쌓인지라 이 제자는 급히 봐야겠단 마음이 들었다.

다음날 출근하지마자 제자를 찾았다.

교목실에 들어오는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다.

상담의 내용은 중학교 때까지 왕따를 당한 상처로 인해서 친구들에게 다가서는 것이 두렵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거절을 당하면 어떡하나 하는 공포심이 입학 후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은 웃는데 웃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충분히 들어주고,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다. 드디어 얼굴에 머금은 눈물과 함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어서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

마무리 지으며 결론을 내려줬다.

“ㅇㅇ야, 네가 다녔던 중학교 때까지는 지금 네 담임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안 계셨고, 그리고 목사님이 그 학교에 없었어. 근데 지금 이 학교에는 네 담임선생님도 계시고 나도 있어. 그럼 된거야” 그러자 환하게 웃었다.

그날 하루를 잘 지내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날 ㅇㅇ는 집에 돌아가서 엄마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다.

“엄마 나 오늘 행복한 하루 보냈어.”

지난 10년 동안 학교를 다녀도 끌려가듯 갔던 학교여서 엄마 아빠는 늘 기도했었는데, 처음으로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하니 어머니는 울면서 감사 인사 전화를 주셨다. 여전히 이 아이는 고비 고비를 계속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젠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위한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아이들의 행복.

이것은 나의 행복이기도 하다.

매일 사라지는 초코파이를 또 채워야 하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작은 것 하나에 행복해하니 은퇴 때까지 퍼먹이는 일을 어찌 멈추겠는가.

올 한해도 이러한 행복의 시간이 많아지길 기대하며 3월, 4월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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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헌 목사] 엄마, 나 오늘 행복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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