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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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상 15장을 읽을 때마다 슬픔을 느낍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 사랑했던 사람이 버림받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버림받은 사람은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이었습니다. 그가 버림받은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일찍이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하여 광야에 나왔을 때 아말렉 족속이 그들을 가로막아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그때 모세는 두 손을 들었고, 여호수아는 군사를 이끌고 싸웠고 승리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아말렉을 진멸하겠다고 말씀하신 바 있었는데, 아말렉을 진멸하라는 명령이 사울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사울이 아말렉을 친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는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았습니다. 진멸하기는커녕 아말렉의 왕 아각을 살려서 데려왔고, 수많은 짐승도 약탈해왔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순종하지 않는 사울에게 실망하셔서 그를 버리셨습니다. 사무엘상 15장 10~11절입니다. <10 여호와의 말씀이 사무엘에게 임하니라 이르시되 11 그가 돌이켜서 나를 따르지 아니하며 내 명령을 행하지 아니하였음이니라 하신지라 사무엘이 근심하여 온 밤을 여호와께 부르짖으니라> 사무엘은 슬픈 마음으로 사무엘을 만나러 갔습니다. 그러나 그때 사울 왕은 갈멜에 자기를 위한 기념비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사무엘상 15장 12절을 보면 <12 사무엘이 사울을 만나려고 아침에 일찍이 일어났더니 어떤 사람이 사무엘에게 말하여 이르되 사울이 갈멜에 이르러 자기를 위하여 기념비를 세우고 발길을 돌려 길갈로 내려갔다 하는지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상황을 생각해 보십시오. 사울은 땅의 일만 보고 있었습니다. 땅에서는 그가 적의 왕을 사로잡고, 수많은 짐승을 약탈하여 대승을 거둔 것처럼 보입니다. 자신이 영웅이 된 것처럼 보였고, 기념비를 세울 만 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하늘의 일은 알지 못했습니다. 땅에서는 사울이 승리에 도취되어 있을 때, 하늘에서는 하나님께서 그에게 실망하셨고, 그를 왕으로 삼으신 것을 후회하셨고, 그의 왕위를 다른 자에게 주기로 작정하셨습니다. 사무엘을 통해 전달된 하나님의 말씀을 보세요. 사무엘상 15장 26~28절입니다. <26 사무엘이 사울에게 이르되 나는 왕과 함께 돌아가지 아니하리니 이는 왕이 여호와의 말씀을 버렸으므로 여호와께서 왕을 버려 이스라엘 왕이 되지 못하게 하셨음이니이다 하고 27 사무엘이 가려고 돌아설 때에 사울이 그의 겉옷자락을 붙잡으매 찢어진지라 28 사무엘이 그에게 이르되 여호와께서 오늘 이스라엘 나라를 왕에게서 떼어 왕보다 나은 왕의 이웃에게 주셨나이다> 하나님에게서 버림받은 것도 모른 채, 기념비를 만드는 사울의 모습이 얼마나 어리석습니까? 결국 그의 왕좌는 다윗에게 넘어갔습니다.

저는 한국교회도 지난 세월 동안 이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제법 열심히 하나님 나라를 위해 선교와 봉사에 힘쓴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전적으로 하나님께 순종했을까요?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념비를 세우느라 바빴습니다. 성도가 좀 모이면 목회에 성공했다고 자부했습니다. 마치 하나님의 은혜로 승리했음에도 자신이 아말렉에게 이긴 것처럼 도취된 사울과 같습니다. 그리고 사울이 기념비를 세우듯이, 한국교회도 자기 교회를 자랑했습니다. 세간에서 자신의 교회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에 우쭐했습니다. 방송에 설교를 송출하는 교회들이 많은데, 한때는 이것이 선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교회는 방송 설교도 하고 있다>고 과시하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교회들은 성도가 좀 모이면 거대한 교회와 수양관을 짓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목회자들은 박사학위 과정에 등록을 하고, 노회와 총회에서 이름을 알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저런 모임에서 이사장, 회장 한 두 자리를 하는 것도 순수한 섬김보다 기념비적 측면이 강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설교집이라도 몇 권 내지 않으면 명함을 내밀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면서 슬픔을 느낍니다. 교세가 급속하게 위축되고 있고, 세상에서 비난받습니다. 교회들이 자신감을 잃고 움츠러들고 있습니다. 혹시 하나님께서 사울에게 실망하신 것처럼, 우리에게 실망하셨을까 하여 크게 염려됩니다. 촛대를 옮기시려고 작정하신 것은 아닌지 두렵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기념비를 세우는 데 열심인 우리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념비를 세우는 게 아니라, 십자가 앞에 엎드리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의 기념비들이 버림받은 자의 기념비가 되지 않길 원합니다. 하나님께 엎드려 전적으로 겸손하게 순종하길 원합니다. 그게 살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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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연구] 버림받은 자의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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