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독일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35살부터 45살까지 나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독일에서 보내었기에 수많은 추억들이 그곳에 묻혀있다. 헤르만 헷세를 좋아하고 학부논문도 그에 관해 썼는데, 독일에 첫발을 디디고 바라보는 풍경들이 그의 소설을 읽을 때 상상했던 낭만적인 장면처럼 느껴지면서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서 그런 낭만은 사라져가고, 우리와는 다른 사회시스템 속에서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때로는 도전받거나 감동받고 때로는 실망하고 힘들어하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
그런 소소한 일상들에 비춰진 독일인들의 모습과 독일사회의 모습 그리고 독일교회의 모습이 참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나 역시 서양하면 늘 미국을 생각하고 미국적인 것이 곧 서양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유럽에 가서 깨달은 것은 서양의 본향인 유럽의 사람들은 미국을 서양으로 생각지 않고 일종의 변질된 서양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어쨌든 젊은 시절 유럽의 중심인 독일에서 서양의 공기를 맡으며 살았던 것이 나에게는 즐거운 경험이었고, 목회나 학문뿐 아니라, 일상적인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외국에서의 삶이 나 자신과 또 내가 오랫동안 몸담고 살았던 대한민국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물론 유럽의 또 다른 중심인 영국이나 프랑스, 그 외의 나라들 역시 나름의 문화와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특별히 종교개혁의 고향이면서 개신교회와 신학의 역사가 깊다는 점에서 신학도에게 매력적이었고, 우리와는 다른 독일 교회의 모습과 시스템 그리고 사회에서의 역할 등이 한편으로는 도전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반면교사로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20세기 이후 독일의 역사는 여타의 유럽제국과는 다른 독특한 모습을 가졌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웠다. 두 차례 세계 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이면서 인류역사에 가장 잔인한 일로 기록될 홀로코스트의 주범이었던 나라, 그러나 전후에는 이 모든 역사적 과오를 철저히 파헤치고 반성하면서 대를 이어 자녀들에게도 교육하는 나라이다.
아울러 2차 대전 후 지구상에서 우리와 함께 외세와 이념에 의해 분단된 국가로 있다가 45년 만에 통일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통일독일로 안착한 나라이다. 그리고 어느 나라보다도 평화를 지향하고 미래를 위한 친환경정책을 강력하게 드라이브하는 나라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우리들에게 독일은 시사해주는 바가 많고 그 어떤 나라보다도 연구하고 돌아보아야 할 나라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한 것들, 또 나름 생각하고 연구한 것들을 갖고 지금까지 이야기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독일에 대한 지극히 부분적인 이야기이고 그 중에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속담처럼 주관적인 것도 있을 것이다. 또 독일을 떠나온 지 오래 되었기에 그 사이에 변화되거나 새로워진 것에 대한 자료들도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혹시 오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작은 글들을 통해서 독일을 좀 더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 자신과 우리 교회 그리고 우리나라를 보다 더 잘 이해하고 더 발전시킬 수 있다면 더 할 나위 없이 보람된 일일 것이라 생각하며 독일이야기를 여기서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