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소강석 목사 복사.jpg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끝이 보이지 않는 광야를 걸으며 모두 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부가 예배를 간섭하는 일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습니다. 전염병 창궐이라는 특수적 상황만 아니라면 한국교회가 예배를 축소하고 온라인예배로 전환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국교회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합니다. 예배의 존엄성을 지키고 방역에도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한국교회가 주도적으로 자율 방역을 하면서 현장예배를 드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는 작년에 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한국교회가 선제적으로 자율방역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부가 예배를 간섭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때 부총회장 때라 발언권이 약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미 제가 총회장이 되고 한교총 대표회장이 되었을 때는 예배의 주도권을 정부에 빼앗기고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국교회가 방역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안전한 예배운동을 전개해 나갔어야 했는데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앞으로는 그 어떤 바이러스가 와도 한국교회가 자체적으로 철저한 방역 매뉴얼을 지키면서 안전한 예배를 드리는 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종교개혁자 칼빈이 그랬지 않습니까? 중세 사제들은 흑사병이 창궐할 때 공간의 권위를 지키며 믿음의 힘으로 이겨보자고 했지만 오히려 성당이 감염의 온상이 되어 버리고 말았지 않습니까? 그때 칼빈은 제네바에서 쿼런틴(quarantine) 즉 격리 시스템을 시작하였습니다. 오늘날로 말하면 창의적 상상력인 하이 콘셉트와 감성적 공감 능력인 하이 터치의 새 길을 모색한 것입니다. 오히려 칼빈은 구빈원을 만들어 전염병 환자들을 돌보며 정부 관리들에게 손을 떼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감염에 노출이 많은 분들은 교회로 모이지 말고 성직자들이 조심스럽게 가서 심방을 하고 예배를 드려주도록 했습니다.

당시 제네바 시민들이 볼 때 전염병을 대처하는 칼빈의 모습이 중세 사제들과 너무 비교가 되니까 칼빈을 응원하고 박수를 쳐 준 것입니다. 그래서 종교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역사를 보면 흑사병이 결코 예배를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가톨릭처럼 무조건 모이라고 해서 이기자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칼빈을 비롯한 종교개혁을 하였던 성직자들이 솔선수범하여 방역의 모범을 보이면서도 예배의 본질과 정체성을 지켰던 것처럼, 오늘 우리도 개혁주의의 전통을 따라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도 예배를 지켜가야 합니다.

 

정부가 예배를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것이 얼마나 자존심 상하고 기분 나쁜 일입니까. 그래서 앞으로는 한국교회가 자체 방역 매뉴얼을 잘 만들어서 자율 방어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든지 코로나는 이겨낼 것이 아닙니까? 방역도 애쓰고 기도를 함으로써 코로나는 아웃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코로나가 종식되면 정말 해야 될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예배와 교회 운영에만 몰두했지 환경문제, 자연문제 등에 관심을 안 가졌습니다. 교회마저도 관심을 안 갖다보니까 자연이 분노해서 코로나 바이러스들이 왕관을 쓰고 우리에게 쳐들어 온 것이죠.

 

코로나를 종식시키고 난 다음에는 한국교회가 앞장서서 환경문제, 자연 생태계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우리만의 이너워십이나 카르텔을 벗어나서 행복 바이러스, 파파게노 효과를 이웃에게 퍼뜨려야 합니다. 파파게노 효과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파파게노'라는 인물에게서 유래된 말입니다. 주인공 파파게노는 연인인 파파게나가 죽자 같이 자살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요정들이 나타나 파파게노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자 파파게노는 자살을 하지 않고 다시 힘을 내어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흔히 파파게노 효과는 베르테르 효과와 대비되어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유명한 연예인들이나 정치인들이 자살을 하면 동조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베르테르 효과와 대비되어 파파게노 효과는 절망과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어 행복한 삶으로 인도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라는 전염병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하고 실의에 빠져 있습니까? 이러한 때, 한국교회가 행복 바이러스, 파파게노 효과를 일으켜야 합니다. 이것이 앞으로 한국교회가 가야할 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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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칼럼]파파게노 효과를 일으켜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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