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걱정이 되고, 길게 늘어선 줄이 겁이 나기도 하고, 혹시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 어쩌지, 라는 염려가 밀려왔지만 우리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어린이날이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곳, 꿈과 환상의 공간, 바로 ‘놀이공원’이다.
4일 저녁 애들에게 “내일은 놀이공원에 가자”라고 말하니, 큰 아이는 엄청 좋지만 사춘기다보니 절제해서 빙긋 웃는 수준이고, 둘째와 셋째는 춤을 추고, 막내는 뭣도 모르고 노는 거냐며 무조건 좋아한다.
밤새 천둥번개가 쳐서 엄마인 나는 마음을 졸였지만, 5일 새벽부터 파란 하늘이 펼쳐지고 날이 맑아지면서 아이들의 부푼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부산에서 경주로 향하는 차 안에서는 아이들끼리 노래를 부르며 오랜만에 나들이에 흥을 돋우며 신나했다.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긴 입장줄을 보며 나와 남편은 입이 쩍 벌어지게 놀랐지만 아이들은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다는 듯 신나게 기다리고, 기분 좋게 입장했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디즈니의 배경이, 판타지의 정점인 놀이동산을 삼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들어서면서부터 알았다. 마치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입장하는 듯한 놀이동산의 넓은 문을 지나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은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화려하면서도 웅장한 건물들이다. 그 건물들의 아름다움에 빠질 때 즈음에 나타나는 것은 현실 세계에는 없는 짜릿함을 선사해 줄 놀이기구들이 등장한다.
우리 가정은 4명의 아이들의 나이가 다 다르기에 팀별로 나누어 다녔다. 아빠와 함께 다니는 아이들은 바이킹, 롤러코스터 등 고난이도의 놀이기구, 엄마와 다니는 아이들은 가족 열차, 회전 목마 등 유아들이 탈 수 있는 것으로 즐겼다.
어린이날이라 오후에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평소 같으면 짜증내고 화를 내야 할 아이들은 그 때는 자기들끼리 즐겁게 이야기하고 놀면서 잘 기다렸다. 또한 놀이동산에 있을 때에는 아이들을 다그치거나 큰 목소리로 이야기해야 할 경우가 없을 정도로 말을 잘 들었다.
“엄마, 11년 동안 살면서 오늘이 가장 즐거운 날이에요”라는 말을 둘째가 했을 만큼 아이들도 좋은 시간이었음에 틀림없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부부가 아이들에게 하루 온종일 집중해서 시간을 보낸 적이 많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는 주일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으로 바빴고, 평일에는 각자 해야 하는 일 때문에 즐길수가 없었다. 물론 틈틈이 여유가 있을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는 썼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늘 부족했을 것이다.
겨우 하루, 아침부터 오후까지만 부부의 일들을 멈추고 아이들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다 쏟으니 힘이 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에 대한 소중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도 깔깔대고, 긴 줄을 기다리면서도 장난을 치고, 놀이기구를 탈 때는 가슴이 콩닥콩닥 거린다고 서로 이야기하고…
함께 웃고, 함께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니 부모가 부모의 일을 멈추어야 아이들의 소중하고 귀함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매달 이렇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겠다, 혹은 두 달에 한번 여행을 가겠다는 등의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의식적으로 나의 일을 멈추고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내야겠다는 결심을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며 했다.
잠시 나를 멈추니 우리 아이들의 소중함이 더 깊게 와 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