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4-16(금)
 

홍석진 목사.jpg

요즘 세간에 ‘브레이브 걸스(Brave Girls)’가 화제입니다. 십년 전 데뷔했지만 뜨지 못하고 인원 교체를 거듭하다가 결국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던 중에 갑자기 인기가 급상승해서 본인들마저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30대 초반의 네 여성으로 구성된 그룹 이름입니다. 뭘 어떻게 해도 안 되니 이제는 정리하자 생각하고 각각 옷 장수와 커피 바리스타 그리고 취직 시험을 준비하며 짐을 챙겨 숙소에서도 나온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4년 전 발표했던 노래가 ‘역주행’을 거듭하면서 현재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하며 특히 젊은 세대를 열광하게 만드는 주역이 되었습니다. 우연히 이들의 사연을 들은 유튜버가 안타까운 심정으로 만들어 올린 동영상 하나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켜 불과 며칠 사이에 천만 조회 수 이상을 기록한 결과 나타난 현상이라 ‘알고리즘’이 만들어 낸 현대판 기적이라고들 부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현대인들의 무딘 감성을 촉촉하게 적시고도 남은 감동적인 사연이 있었습니다.

 생방송 중 1위에 오르는 순간 멤버 중 한 명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남긴 소감 한 마디가 그간에 일어났던 많은 일들을 대변해 주었습니다. “대한민국 국군 장병과 예비군 그리고 민방위 대원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노래는 부르고 싶은데 더 이상 불러주는 데가 없어 낙심하던 차에 군부대 위문 공연을 나서게 되었고 뜻밖에 열렬하게 호응해주는 장병들 때문에 힘을 얻었던 그녀들, 힘든 군 생활 가운데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불원천리하며 달려와 행복한 미소와 진심어린 태도로 노래하는 그녀들을 보면서 큰 위로와 활력을 얻었던 군인들, 선임이 후임에게 인계하며 군대에서만큼은 전설로 자리매김한 그녀들이 사라지려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제는 은혜 갚을 차례라며 한 마음 한 뜻이 되어버린 현역과 예비역들, 그리고 ‘어려운 고비라도 잘 버티자, 그러면 언젠가는 해 뜰 날이 있다’는 사실로 위로 받고 희망을 가진 많은 청춘들을 비롯한 수많은 뒤처지고 낙오했다 여기던 인생들, 이 모두가 다 같이 써나가는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실화가 여기 있습니다.

 그러나 버티기만 한다고 되는 일은 결코 아닙니다. 브레이브 걸스가 부활(?)한 두 가지 중요한 비결이 있다고 봅니다. 첫째, 힘들고 짜증날 법도 한 상황인데도 언제나 웃음과 친절을 잃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 멤버가 보여준 ‘미소’는 이번 기적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냈습니다. 군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감명을 받은 주된 이유였습니다. 둘째,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불러주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열정을 다한 결과 어떤 상황에서도 공연할 수 있는 실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감동은 신파로 전락하기 마련이라, 모처럼 기회가 찾아와도 묵묵히 쌓아 올린 내공이 없었다면 결코 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버틸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우리 대표님 기도하는 사진이 있어요.” 인터뷰 중에 툭하고 나온 말입니다.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끝까지 지원했고 직접 노래까지 만들어준 제작사의 대표는 한 때 어둠의 세계에 몸담고 있다가 지금은 독실한 신앙인으로 살고 있는 ‘용감한 형제’라 불리는 사람입니다.

 그라고 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그 역시 끝까지 버티며 묵묵히 곡을 만들고 그녀들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호전적인 부족 아말렉을 만나 싸울 때 아론과 훌이 모세의 두 손을 붙들고 올렸습니다(출 17:12). 이 때 쓰인 동사가 뜻밖에 ‘아만’입니다. 주로 ‘믿음’으로 번역하는 단어가 아닙니까? ‘아멘’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여기서 ‘믿음은 버팀이다’라는 영적 공식을 도출합니다. 예수님도 그러하셨습니다. 모세처럼 언덕 위에서 두 손을 들고 서셨지만, 예수님의 두 손을 붙들고 올렸던 것은 굳게 박힌 대못이었습니다. 하지만 극심한 고통 가운데서도 십자가에서 끝까지 버티시며 자애로운 미소와 긍휼하신 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는 믿음의 주를 바라봅니다. 믿음의 다른 말은 버팀입니다. 그냥 버티는 것이 아니라 묵묵하게 실력을 쌓으면서도 언제나 미소와 여유를 잃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것,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고난 가운데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신앙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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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브레이브 걸스, 믿음은 버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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