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4-16(금)
 

전영헌 목사.jpg

2008년 브니엘고등학교에 교목으로서 존재감을 갖도록 길을 열어준 것은 다름 아닌 초코파이와 건빵이었다. 쉬는 시간마다 매점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을 보았다. 학교에만 오는 배가 고파지는 특이한 현상을 보고, 군인들과 비슷한 특징을 가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초코파이를 샀다. 처음 구입한 것이 30만원어치였다. 그런데 그 30만원어치의 초코파이는 쉬는 시간 4번을 넘기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하지만 이 초코파이는 아이들 마음의 문을 열기에 최적화된 도구였다. 하루에 교목실을 찾는 아이들의 숫자가 매일 200명은 족히 넘었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거리는 점점 좁혀져 갔다. 그런데 아이들과의 마음의 거리는 좁혀졌지만 경제적인 데미지는 제법 컸다. 부임 후 첫달 초코파이 카드 결재금액이 150만원이 나왔다. 아이들을 먹이는 것도 좋지만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성비에 맞는 간식을 찾게 되었다. 이때 발견한 간식이 건빵이다. 큰 포대자루에 들어있는 대용량의 건빵을 구입해서 교목실에 쌓아두고 마음껏 먹게 했다. 집에서는 쳐다보지도 않는 건빵을 학교에만 오면 애들이 미친 듯이 먹기 시작했다. 포대에 들어있는 건빵을 먹는 아이들도 과자를 먹는 것이 아니라 사료를 먹는 느낌이 들었는지 건빵을 건빵이라고 부르지 않고 사료라고 불렀다.

건빵은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하나의 도구가 되었다. 남자아이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간다. 군대에 가면 훈련소에서 처음 받는 간식이 건빵과 초코파이다. 그래서 군 입대를 한 제자들이 전화로 이런 말을 했다.

“건빵을 보는 순간 목사님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종교 활동 시간에 교회로 가게 되었습니다. 근데요, 목사님. 교회에 가니까 또 초코파이를 주던데요. 그래서 그 뒤로 쭉 교회에 가게 되었고요. 그러다 보니 세례도 받았습니다. 목사님 저 잘했지요? 그러니 휴가 나가면 술 한잔 사 주십시오.”

얼마든지 콜이다. 이 녀석들은 교회의 목사와 성도로 만난 것이 아니라 선생과 제자로 만났으니, 선생이 제자에게 술 한잔 못 사 주겠는가?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내가 술을 마시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다만 선생 된 자로 제자에게 격려의 술 한잔 사 주며 세상을 이겨 나갈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작은 것에 반응을 했다. 내가 무엇을 가르치느냐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내가 무엇을 하느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내가 무엇을 하느냐에 관심을 가지고 나를 지켜본 아이들은 드디어 내가 무엇을 가르치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나는 미션 스쿨에서의 종교 교육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보여 주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것은 미션 스쿨뿐만 아니라 교회와 가정과 사회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를 본다. 그래서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 부담스러움을 안고 살아가면서 복음대로 실천해 나간다면, 100여 년 전 신앙의 선배들의 영향력을 회복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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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세대 칼럼]오천명을 먹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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