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4-16(금)
 

송길원 목사.JPG

‘사시사철’의 한자어는 ‘四時四철’이다. ‘철’만 순우리말이다. 사람들은 ‘철’을 모르는 사람들을 ‘철부지(철不知)’라고 한다. ‘철모르는 사람’ ‘철없는 사람’이라 하면 때를 모르는 사람을 이른다. 나이가 들었다고 철드는 건 아니다. 그래서 나이 값을 못하는 이를 ‘철딱서니 없다’고 한다.

교회 안에도 철없는 사람들로 수두룩하다. 24절기를 모르고 사는 이들을 ‘철모르는 사람’이라 하듯 교회 절기를 모르는 교인들도 철없는 교인들이 맞다.

절기를 지칭하는 모헤드는 ‘정한 날’, ‘정한 시간’, ‘정한 절기’라는 뜻이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특별한 시간’이다. ‘하나님과 만나는 신성한 약속’이 절기다. 절기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을 만난다. 폰 알멘은 「예배- 그 신학과 실천」에서 “교회력을 준수하는 것은 자신이 고백하는 믿음의 시금석이고, 자신의 믿음에 대한 분명한 증거”라고 말한다.

그런데 교회는 절기교육이 없다. 철없는 교인들로 가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세기 스코틀랜드 장로교회는 교회력은 ‘그리스도 중심의 절기’로 신앙생활에 매우 유익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회복시킨다. 대림절, 성탄절, 주현절은 메시아를 갈망하는 하나님의 백성, 그리스도의 탄생, 그리고 천천히 그분이 온 세상의 왕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다. 사순절, 부활절, 오순절은 그리스도가 받으신 시험, 타락한 세상에서의 삶, 고난, 죽음, 부활, 승천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성령의 오심과 교회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지금의 사순절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최근 <메멘토모리 기독시민연대>는 ‘유쾌한 반란’으로 메멘토모리 커피(Coffee)를 내놓았다. 뚱딴지같지만 흥미를 넘어선 깊은 신학이 담겨 있다. 신약학자 벤 워더링턴(Ben Witherington)은 커피 문화를 창조한 것이 스타벅스가 아닌 교회라고 지적한다. 처음 커피를 발명한 사람은 에디오피아의 수도승이었다. 카푸치노(cappuccino)라는 단어는 이탈리아 카푸친(Capuchin) 수도승들의 의복에 사용되었던 갈색의 색조를 지칭한다.(티시 해리슨 워런의 <오늘이라는 예배> 참고)

카푸친 수도회는 성 프란치스코가 설립한 작은 형제회의 독립된 분파 중 하나였다. 프란치스코의 가르침을 더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세상과 결별한다. 기도와 가난 겸손을 지향한다. 전염병자들을 돕는데 상상할 수 없는 용기를 보인다. 무엇이 이런 용기를 주었을까? 카푸친 수도회의 본원을 들어서면 지하 납골당이 있다. 십자가도 전등도 테이블도 죄다 해골로 꾸며져 있다. 1599년부터 1920년대까지의 카푸친 출신 수도사들의 유골 4000여구가 동원된다. 수도사들은 서로 마주치면 ‘메멘토 모리’로 인사를 나누었다. ‘죽음을 묵상하라’는 의미였다.

사순절은 재의 수요일로 출발한다. 이날 종려나무 가지를 태운 재(ashes)를 이마에 바르며 선언한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지니라.”(창 3:19) 인간은 본질적으로 흙이다. 인류의 첫 사람이 ‘붉은 흙’의 아담이다. 라틴어 ‘호모(homo)’는 ‘흙’이란 의미를 지닌 ‘후무스(humus)’에서 왔다. 흙을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뜻밖에도 커피다. 커피는 결국 흙의 맛이어서다. 입으로 느껴지는 쓰고 달고 신 맛의 감각이 아니다. 커피가 자라난 흙의 맛이 난다. 그 때 커피를 제대로 즐긴다고 말한다. 어디 그 뿐인가? Coffee를 한자어를 파자(破字)하듯 풀이하면 ‘Christ offers forgiveness for everyone everywhere.’(그리스도께서는 어느 곳의 누구라도 용서하십니다)가 된다.

이미 전 세계인의 필수품이 되어 하루에 80억 잔이 소모된다는 커피, 커피와 함께 죽음을 성찰하며 죄를 뉘우치고 그리스도의 용서를 새길 수는 없을까? 40일 동안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며 기도와 금식, 참회의 시간을 보내는데 이보다 더 좋은 도구는 없을 듯하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성탄을 온 세상에 퍼뜨렸듯이 커피로 사순절의 소중한 절기와 의미를 알릴 수 없을까?

철없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메멘토모리 커피>가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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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 목사] 철없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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