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4-16(금)
 

송시섭 교수 복사.jpg

 원산에서 태어난 아버지와 부산이 고향인 어머니를 둔 한 소녀는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힘겨운 현지 적응과정을 거쳐 뉴욕 브롱스 과학고를 나와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조지타운 로스쿨을 졸업한 후 변호사로 활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병으로 변호사 일을 그만 둔 뒤 그녀는 오랫동안 품어왔던 작가의 꿈을 펼치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17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뿐 아니라, 2019년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작가의 최신작을 추천하면서 유명해진 그녀의 이름은 이민진(Lee, Min Jin), 그녀의 최근 작품의 제목은 ‘파친코’(PACHINKO)다. 이 소설은 일본에서 4대를 걸쳐 살아온 한국인들(在日朝鮮人, ざいにち)의 이야기다. 조선이 일본에 합병된 20세기 초 부산 영도의 한 끝자락에서 지독한 가난 속에 살던 '양진'과 세 아이를 먼저 떠나보내고 얻은 그녀의 딸 ‘선자’, 선자가 젊은 목사인 남편 ‘백이삭’과 결혼하여 일본 오사카에 건너가 낳은 아들 ‘노아’와 ‘모자수’(모세), 모자수가 낳은 아들 ‘솔로몬’에 이르기까지의 삶과 눈물, 고통과 환희를 그려낸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해 이 작품이 국내 유명배우를 캐스팅하여 애플TV에서 8부작 드라마로 제작한다는 소식을 접한 후 새해 벽두부터 이 소설을 읽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20세기 초반 오사카의 조선인 마을 ‘이카이노’에서 벌이는 재일 조선인들의 힘겨운 삶이,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의 위협 속에서 힘겹게 살아나는 현재 우리들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책장을 넘기면서도 답답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예배가 중단되고, 모임이 폐해지는 지금 현 상황 속에서 그 시대 소설속 등장인물들이 지녔던 신앙의 자세와 믿음의 삶이 다가왔다.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신앙인들은 신사참배에 죽음으로 맞서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성경의 가치를 따르면서도, 하나님의 계획을 의심하기도 한다. 작품 속 백이삭 목사의 입을 통해 들려지는 하나님의 모습은 우릴 당혹케 한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다스리시지만 우리는 그 분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죠, 때로는 그 분이 행하시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좌절하기도 하죠.” 소설 곳곳에서 등장하는 성경구절에 대한 작가의 묵상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풍겨내는 세속적인 텁텁함 속에서 퍼지는 신선한 향기와 같았다. 이렇듯 교회는 그리고 신앙인들은 각 시대의 위기 때마다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와 믿음, 그리고 용기를 갖고 넘기 어려운 산, 건너기 힘든 강을 인도한 동반자였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새로운 도전 앞에서도 우리 교회와 성도들은 결코 질수 없는 그리하여 반드시 이길 시련을 극복하고 있다.

 작가는 신문이나 방송 인터뷰, 그리고 강연을 통해, 두 가지를 늘 강조하고 있다. 자신이 장로교 목사의 손녀라는 점, 그리고 자랑스러운 한국인임을. 그녀의 당당한 모습 속에서 그리고 그녀의 글과 대화 속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크리스천’의 삶의 자세를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그녀가 MIT에서 행한 강연 중에서 청중을 향해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성구(聖句)를 이야기 했다.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셨다” (창 50:20) 아마도 그녀는 ‘인간은 역사 속에서 악(evil)을 보지만, 하나님은 그 속에서 선(good)을 보신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 그녀는 기독교가 궁극적으로 낙관주의이고, 크리스천은 본질적으로 지독한 낙천주의자들이라고 선언한다.

 아직도 코로나의 긴 터널은 쉽게 그 끝을 보여주기 않고 있다. 책을 덮으며 소설의 첫 장을 다시 펼쳐보았다. 소설의 유명한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필자에겐 이 말이 이렇게 읽혔다. “코로나는 우리를 망쳐났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우린 이겨낼 것이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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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섭 교수] 그래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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