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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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지옥 차관인 스크루테이프가 초보 사탄인 조카 웜우드에게 보내는 31개의 편지 모음집, 아니 서간체로 쓰여진 지령문이다. 보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떻게 하면 표적으로 삼은 기독교인인 환자를 원수(하나님)로부터 떼어내는 방법을 조언하는 형식의 ‘사탄 전략서’이다. 영문학 대가의 글이라 은유가 많아 얇은 책임에도 생각할 것이 의외로 많다. 읽다 보면 우리의 이중적인 신앙 모습이 떠올라 쓴웃음을 자아낸다. 일상에서 무심코 하는 우리의 행동들이 고도로 계산된 사탄의 전략이라니‥ 저자 자신이 이 책을 쓰는 동안 ‘사탄’적으로 생각하느라 매우 힘들었다는 고백처럼 역설적으로 하루하루 치열한 영적전투에서 사탄의 삶을 닮아가는 우리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는 성찰의 책이기도 하다. 어느 평자의 말처럼 ‘악’에 대한 현대인들의 잘못된 상상력을 치유하기 위한 해독제로서 이 책을 권한다.


 

∥저자소개

C.S.루이스: (1898~1963) 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출생, 탁월한 기독교 변증가이자 시인, 작가, 비평가의 생을 살다간 저자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복음주의자. 1925년부터 옥스퍼드 모들린 대학에서 교수로 지내다 1954년 케임브리지 대학교수로 중세 및 르네상스 문학을 가르쳤다. 무신론자였던 그는 1929년 회심 후 치밀하면서도 논리적인 정신과 명료하고 문학적인 문체로 《순전한 기독교》 《나니아 연대기》 등 뛰어난 저술들을 남겼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1쇄를 시작으로 2018년 통합 100쇄 돌파하였고 지금도 꾸준히 읽히고 있다. 홍성사 간. 11,000원.

 

∥같이 읽으면 좋은 책

《C.S. 루이스, 기쁨의 하루》 / 월터 후퍼 엮음 / 홍성사

《스크루테이프 비밀보고서》 / 앤드류 팔리 / 터치북스 / 바른미디어

 

 


현대인들의 ‘악’에 대한 치유백서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현호 기쁨의집 대표, 김형기 팔복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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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악마’를 대체로 희극적으로 상상한다. (본문 87P에서)

 

20C 최고의 기독교변증가

“우리에게 흡수란 강한 자아가 약한 자아의 의지와 자유를 빨아들이는 것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곧 ‘경쟁한다’는 뜻이야. <악마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

 

김길구 이 책은 우리에게 《순전한 기독교》란 책으로 널리 알려진 20세기 최고의 기독교변증가이자 영문학자인 루이스의 작품입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도 57년이 되었습니다. 책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자에 대해 알아보죠.

김현호 다재다능했던 루이스에 대한 일화는 너무 많아 다 다룰 수는 없지만 무신론자에서 기독교인으로 살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기에 현재인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개종한 이어녕 선생님의 경우는 말년의 황혼기를 붉게 물들였다면, 루이스는 인생의 황금기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그의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여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계 인물 중에 하나로 평가받고 있지요.

김형기 루이스의 특이한 점은 종교적 회심의 단계가 1회적이 아닌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더욱 성숙해 갔다는 점입니다. 무신론에서 유신론으로, 그리고 당대의 거물이 기독교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도 흥미로워요. 지성에서 감성으로 그리고 믿음으로 이어지는 그의 여정이 신앙적 회의에 빠진 우리에게 많은 통찰을 줍니다.

김길구 그의 재능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요. 고전문학자인 그가 쓴 공상과학소설은 당시 SF소설 최고의 3부작으로 평가받고 있고요. 《나니아연대기》는 3대 판타지 소설로 그를 개종시킨 친구, 21세기 가장 위대한 판타지 걸작 《반지의 제왕》의 원작자 J.R.R. 톨킨과의 문학과 신앙에 얽힌 우정도 빼놓을 수 없는 얘깃거리입니다. 이 책을 J.R.R.톨킨에게 헌정한 것만 봐도 그들의 우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신도였던 그가 《고통의 문제》를 통해 탁월한 기독교 변증론의 해설자로 인정받았죠.

 

기독교의 고전-스테디셀러

김길구 그의 대표작인 이 책을 논하기에 앞서 생애를 먼저 이야기한 것은 이러한 당대의 천재 지성인의 신앙적 회의가 역설적으로 악마의 입을 통하여 크리스천을 넘어뜨리는 전략으로 표현되고 있으니까요? 그럼 본문으로 들어가 보시죠.

김현호 성서의 욥의 등장인물과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를 연상시키는 이 책은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지옥의 차관인 화자인 스크루테이프와 조카 웜우드, 악마의 타켓이 된 환자, 그리고 악마의 입장에서 본 원수는 하나님을 지칭합니다. 환자를 신앙의 길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사탄의 전략이 자세하게 나와 있어요. 전쟁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던 1941년에 〈가디언지〉에 연재한 이 책은 크게 성공하였고, 2000년부터 발매된 우리나라도 스테디셀러로 10만 권이 넘게 판매되었습니다.

김형기 등장인물의 이름들도 상징성이 있어요. 타이틀 롤을 맡은 스크루테이프는 소설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스크루지 할아버의 (Scrooge) + 관료적 형식주위의 상징인 빨간 끈(red tape)의 합성어고요, 신참악마이며 조카인 웜우드(Wormwood)는 쑥이란 뜻의 쓴맛, 고난, 고뇌를 뜻한다고 그래요. 슬럽갑(Slubgob)은 얼간이(slob) + 입에 가득한 침(gob) 등의 합성어로 저자의 의도를 아는데 도움을 주지요. 서문에서 그는 악마에 대한 두 가지 오류를 지적하고 합니다. 하나는 악마의 존재를 부정하고 믿지 않는 것이고, 또하나는 악마를 믿되 지나치게 과도한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내용을 보면 논증과 이성을 피하라, 교회는 우리의 가장 큰 협력자이니 교회에 실망토록 하라, 사랑을 변질시켜라 등 우리의 가정과 교회, 그리고 직장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와 영적인 문제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이 31장의 편지에 수록되어있습니다.

 

일상을 통해 본 사탄의 전략

김길구 1961년도판 서문에서 그는 단테와 러스킨 그리고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타난 악마의 유형을 비교하면서 그가 상상한 지옥은 무서운 불구덩이와 지저분한 범죄의 소굴이 아닌 스마트한 사무실에서 말쑥한 차림으로 음모를 꾸미는 두려움과 탐욕으로만 똘똘 뭉친 관료사회 같은 곳으로 묘사했어요. 그들의 음모 속으로 들어가 보죠. 우선 가족 간의 갈등을 이용하는 방법인데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등한시한 채, 내면의 영적인 구원만을 구하게 하는 전략으로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만들어 관계를 어렵게 하라는 거예요.

김현호 저는 두 번째 편지에서 실망감이란 자신이 꿈꿨던 것에 대한 좌절의 표시로 교회에 희망을 버리도록 실망시키라는 조언인데, 요즘 교회 안팎에서 실망하는 교인들이 많잖아요. 스물다섯 번째 신앙이 있어야 할 자리에 무언가 기독교 색채를 띤 유행을 들어 ‘불변하다’는 기술적 형용사를 ‘정체되다’라는 좀 더 감정적인 형용사로 바꾸어 버리고, 미래란 선택받은 영웅만이 얻을 수 있는 약속의 땅이라고 생각하도록 부추키라는 것입니다.

김형기 열여섯 번째 편지에서 자기한테 맞는 교회를 찾아 주변을 헤매며 ‘교회감정사’ 혹은 ‘감별사’가 되는 방법인데, 교인들을 교회 밖으로 끌어내지 못하면 교회 안에 있는 분파를 만들어 혼란케 하라는 것입니다. 스물한 번째 내가 주인이라는 의식을 주입하여 자신이 청지기임을 잊게 하는 전략입니다. ‘내 시간은 나의 것’이라는 그릇된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하고, 교만과 혼동으로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게하라는 것입니다. 스물두 번째 방법은 역사적 예수를 강조하여 예수를 단순한 스승으로 만들어 버린 후 그의 가르침과 다른 위대한 도덕적 스승들의 가르침이 궁극적으로 같다고 함으로써 그의 헌신의 삶을 무너뜨리라는 것이지요.

 

영적상태를 점검하는 지침서

김길구 그럼 이 책을 읽으신 소감 한 말씀씩 해주시죠.

김형기 악마들이 그리스도인을 어떻게 공략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글이라고 봐요. 매 편지 서두에 그들이 대상으로 삼는 신자의 영적상태를 분석한 글들은 우리가 자기 자신을 점검해 보는 데에 매우 유익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김현호 지옥의 원칙은 자아는 독립적이라는 대목입니다. 내가 좋으면 당신이 안 좋고, 당신이 좋으면 내가 안 좋은 일종의 제로섬게임 같은 거지죠. 나는 나, 너는 너니까요. 천국은 이와는 반대로 당신에게 좋은 것은 내게도 좋은 것이 아닐까요? 세상에서 천국을 맛볼 수 있는 곳은 교회이고, 믿으의 공동체를 통해 형제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요, 형제의 슬픔은 곧 나의 슬픔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김길구 저는 이 책을 통해서 평범한 일상의 하루하루가 치열한 영적 전쟁터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것은 루이스가 1941년에 이 책의 서문을 썼으니 1939년부터 시작된 4천만 명에서 5천만 명의 사망자를 낸 인류 역사상 최대, 최악의 전쟁이라는 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연재한 대가의 작품치고는 시대의 전쟁이라는 거대 악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움이 듭니다. 이것조차 악마의 전략이라면 모르겠지만…

김현호 무신론자였던 루이스를 일깨운 것은 의외로 인문학이었습니다. 인문학에 심취하다 그는 어느새 유신론자가 되어 있었고, 망설이는 그를 믿음의 세계로 인도한 것은 돌킨과의 각별한 우정 때문이었습니다. 인생의 여정에서 믿음의 동반자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김형기 반어법으로 이 말이 떠오르네요. ‘인간을 영원과 현재로부터 떠나 살게 하라. 미래 속에 살게 하여 희망과 두려움으로 붙들게 하고, 모든 의무와 은혜와 지식과 쾌락의 유일한 거처인 현재에 몸담고 살지 못하게 하라. 거의 모든 악은 미래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는 과거를 바라보고, 사랑은 현재를 바라보지만 두려움과 탐욕과 정욕과 야망은 앞을 바라본다. 현재를 살고 있다면 ‘자기만족’을 위해서 살게 하라’

 

김길구 장시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코로나19의 창궐로 세계가 공포의 도가니에 빠진 상황인데 미국의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오엔텍에서 중간 임상실험 결과 90% 완치율을 가진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과연 코로나팬더믹이 끝날 것인지 일상을 잃어버린 세계는 지금 되묻고 있습니다. 다음 읽을 책은 두란노에서 펴낸 김형석 교수의 저서 기독교. (아직) 희망이 있는가? 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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