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11-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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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좀 늦춰졌지만, 매년 11월이 되면 우리나라는 대입수능시험을 치르는데, 거의 국가적인 행사가 된다. 대학입시가 워낙 초미의 관심사다 보니, 시험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이 생기면 사회적으로 아주 커다란 난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험출제자들도 은밀한 곳에 머물게 해서 문제 유출을 방지하고, 전국에서 같은 날 철저한 감독 하에 시험을 치르게 된다.

독일의 경우 우리와는 달라 모두가 함께 치르는 수능시험이나 또는 각 대학의 입학시험이 따로 없다. 인문계 고등학교인 김나지움 마지막 학년에 아비투어라는 졸업시험을 치르고 여기에 합격하면 누구나 대학을 갈 수 있다. 졸업시험이 일종의 대학입학자격시험인 셈이다.

독일대학은 대부분이 국립대학으로 미국이나 우리나라와 달리 평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아비투어 합격생은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나라도 의대나 법대 또는 취업이 잘되는 인기학과는 학생들이 몰리기 때문에 입학정원이 있고 그래서 좋은 성적이 필요하다. 아비투어에서 1점(A학점)을 받은 학생은 그해에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지만, 성적이 안 좋으면 한해를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중요한 아비투어지만, 그 시험을 자기 학교에서 치른다. 시험문제도 그것을 가르친 과목담당교사가 출제하고 채점도 그 교사가 한다. 문제도 사지선다형이나 단답식이 아니라 논문식으로 출제되며 그러기에 아이들의 실력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물론 교사들이 출제하고 채점한 모든 것을 교육부에서 감사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독일에 있는 동안 아비투어 채점에 부정이 있었다거나 학생이나 학부모가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뉴스를 들은 적이 없다. 교사는 철저히 양심적으로 시행하고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사회는 그것을 믿어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적용하기 쉽지 않은 시스템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그만큼 사회적인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서로를 믿어주는 것이고 또 서로가 믿을 수 있게 양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를 믿는 만큼, 불필요한 시간과 재원을 쓸 필요가 없고, 보다 심도 있는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나라도 속이고 사기 치는 사람들, 비윤리적인 기업인이나 정치인도 있어 감옥에 가고 정계에서 퇴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거짓말을 좋아하지 않는 정직한 사람들이 많고, 자신의 자리에서 양심적으로 일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서로를 더 믿을 수 있는 것이다.

독일인들의 그러한 정직과 양심은 오랜 기독교신앙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윤리가 교회 울타리를 넘어서 사회 속에 녹아져 들어갔다. 교인들이 어떻게 교회에 잘 모이느냐도 중요하지만,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오랜 고민과 노력이 그 교회가 속한 사회를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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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야기] 사회적 신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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