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김운성 목사.jpg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병원에서 중병을 앓고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청천벽력 같은 말은 아닙니다. 이미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사람들이 걱정하며 말하곤 했습니다. <어디 안 좋아요? 피곤해 보이네요> 그럴 때마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자신도 이상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피곤했고, 여기저기 아팠기 때문입니다. 의사는 짐작을 의학적으로 확인해 준 것이었습니다.

 이 환자는 누구일까요? <한국교회>입니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병원에 가 보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기독교인 아닌 사람들이 교회를 걱정했습니다. 교회의 무질서, 비도덕적 모습, 본질에서 벗어난 행태를 염려해 주었습니다. 그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교회 스스로 증세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증세는 이삼십 년 전부터 나타났습니다. <성장이 멈추었다>느니, <전도가 안 된다느니>, <신앙이 형식적이라느니> 하는 말들을 해 왔습니다.

 주변에서 성장하는 교회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간혹 성도가 증가하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이동 성장이 대부분입니다. 또 아이가 자랄 때는 키와 몸무게가 늘고, 머리도 커지고, 팔도, 다리도 길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일부 교회만 성장하는 것은 몸은 그대로인데, 한쪽 다리만 길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자랄수록 더 고통이 커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통계가 개신교인의 감소를 보여줍니다. 통계들은 이미 짐작하고 있던 한국교회의 병을 확인해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한국교회는 코로나19를 겪는 과정에서 혐오 집단처럼 규정되어 더 고통받고 있습니다. 증세가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본래 교회는 사회에서 소수였습니다. 예수님 때부터 소수였고, 우리의 경우 구한말 선교 초기는 말할 것도 없고, 교회가 가장 왕성했던 1980~2000년대에도 20% 주변에서 맴돌았을 뿐입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소수입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숫자로는 소수였지만, 심정적으로는 다수였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후진 사회였을 당시에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의료 등 전 분야에서 교회가 선구자 역할을 했습니다. 여론 주도층의 다수가 기독교인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힘 있는 다수!>라는 생각이 굳어졌습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소수입니다.

 이제 우리는 소수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소외되는 외로움, 따돌림당하는 설움, 주류가 아닌 아픔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박해당하고, 욕을 먹는 일을 잘 견뎌야 합니다. 이 상황에 분노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사야서의 말씀처럼 조금 남겨두지 아니하셨더면, 이것도 없었을 것이라 여기면서 감사해야 합니다.

 큰 회사에 다니던 사람이 작은 회사로 옮기면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기업을 운영하던 사장님이 구멍가게 주인이 되면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견디어야 합니다. 포기하면 끝입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소수로서 잘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선배들에게 배워야 합니다. 성경을 보십시오. 이스라엘은 바벨론이나 애굽에 비해 작았고, 초대교회 역시 로마 제국 안에서 아주 적었습니다. 그러나 선배들은 소수였으나 포기하지 않았고, 적었지만 생명의 하나님과 연결되어 생명의 능력과 사랑의 능력을 나타냈습니다.

 으스대지 말아야 합니다. 비웃음만 살 뿐입니다. 그 대신 깊이 기도하고 소자 하나까지 사랑하시는 주님을 의지해야 합니다. 다수라 생각하면서 드리는 기도는 형식에 흐를 위험이 많습니다. 그러나 소수의 아픔을 느끼며 눈물로 드리는 기도는 진지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다수라 해서 무조건 인정하는 분은 아니십니다. 오히려 소수를 통해 당신의 뜻을 이루십니다. 금이 귀한 것은 양이 적기 때문입니다. 소수라 낙심하지 말고, 고귀한 소수가 되어야 합니다. 멋진 소수로 정금처럼 존재합시다. 천국은 모래알같이 많은 사람 중에 십사만 사천 명으로 상징되는 소수의 나라입니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성서연구] 소수로 살기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