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11-24(화)
 

홍석진 목사.jpg

 제법 찬바람이 조석으로 불어대는 계절입니다. ‘어디에 두었더라?’ 깜빡하기 일쑤인 전기장판을 찾고, 옷장 깊숙한 곳에 갈무리해두었던 두꺼운 옷들을 꺼낼 시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여름 내내, 아니 어쩌면 오늘 새벽까지도 누군가를 귀찮게 하고 힘들게 했을지 모르는 불청객들이 이제 물러갈 때가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이들은 무엇을 가리킬까요? 힌트 하나를 드린다면,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최근 대담에서 환경의 변화로 인해 뎅기열(Dengue Fever)을 유발하는 ‘이것’들이 이미 대만까지 도달했고 한반도에도 상륙할 날이 멀지 않았다 예언했습니다(『코로나 바이러스』, 인플루엔서). 생태전문가요 통섭의 대가로서 괜히 하는 우려가 아닙니다. 2015년 아사히(朝日)신문은 일본 땅에도 열대성 열병을 유발하는 매개체들이 발견되기 시작했고 이미 정착 단계에 있는 것은 아닌지 보도한 바도 있습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그 주인공은 바로 ‘모기’입니다.

 이들은 언제부터 존재했을까요? 영화 <주라기 공원>은 공룡의 피를 섭취한 모기 화석이 이야기의 시발점인데, 원 소설의 저자 마이클 크라이튼(Michael Crichton)이 의사 출신이라 그런지 그럴듯하게도 들립니다. 적어도 ‘역사 시대’를 모기는 인류와 함께 했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이집트의 룩소르(luxor)에서 발굴된 람세스 3세의 신전에 모기의 모습이 새겨진 상형문자판이 발견되기도 했으니까요. 단순한 역사의 동반자에 그치는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옥스퍼드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티모시 와인가드(Timothy C. Winegard)는 최근 ‘모기’라는 책에서 <인류 역사를 결정지은 치명적인 살인자>라는 부제를 달고 이렇게 서문을 썼습니다. “우리는 모기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110조 마리의 게걸스러운 모기 군단에 남극 대륙, 아이슬란드, 세이셸,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일부를 제외한 전 지구를 샅샅이 훑고 있다. 이 윙윙거리는 곤충 집단 중 최소 열다섯 종류 이상의 생화학 무기로 무장한 공격자들은 그 효과가 의심스럽거나 오히려 해가 되는 방어책만을 동원하는 인간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실제로 일어났던 역사의 한 자락을 살펴볼까요? 주전 480년 부왕 다리우스의 꿈을 이루겠다며 40만 군대를 이끌고 그리스를 침공한 크세르크세스(아하수에로)를 결정적으로 패퇴시킨 것은 뒤늦게 합류한 새로운 항공부대(모기)였습니다! 늪지대와 습지를 횡단하던 페르시아 군사들을 모기떼가 덮쳐 40퍼센트에 달하는 병사들을 말라리아와 이질로 쓰러뜨렸기 때문입니다. 모기는 성경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처음 고쳐주신 “왕의 신하”의 아들이나 베드로 장모는 모기와 무관하지 않았을 열병을 앓았습니다(요 4:52; 막 1:30). 바울도 타우르스(Taurus) 산맥을 넘기 전 심한 병에 걸렸다고 하죠? 해안가 모기가 옮긴 풍토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모습을 본 마가가 떠나버렸으니, 모기는 선교 역사에도 실력행사를 한 셈입니다. 사도행전 28장을 보면 표류 끝에 구사일생으로 도착한 멜리데 섬에서 바울이 “열병과 이질”에 걸린 보블리오의 부친을 안수하여 낫게 해주는 장면이 등장합니다(행 28:8). 모기를 통해 감염되는 전형적인 질병인 말라리아와 이질로 추측할 수 있겠습니다.

 ‘님은 갔습니다’라는 시도 있지만, 모기만큼은 지금 잠시 떠나는 듯해도 결코 우리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더 광폭한 친구들을 데리고 돌아온다 하니 걱정입니다. 동남아시아 선교여행을 떠날 때 제일 먼저 맞는 것이 뎅기열 예방주사였는데, 이제는 우리가 사는 동네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백신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하는 목소리도 있겠지만, 문제는 백신이 있고 없고의 여부가 아닙니다. 왜 뎅기열 모기가 북반구 중위도까지 진출하게 되었는가 하는 질문이 더 중요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백신 개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만, 정작 문제는 앞으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얼마든지 출현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재천 교수의 처방이 옳습니다. 현재 인류에게 절실한 것은 그때마다 땜질하듯 처방하는 백신이 아니라, ‘생태백신’이요 ‘환경백신’이라는 대안 말입니다. 그것만이 위험으로부터 인류를 지키면서 모기를 비롯한 자연과 공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공감대가 이번 기회에 널리 확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시사칼럼] 얼룩날개 장군이 납시었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