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09-25(금)
 

홍석진 목사.jpg

 연일 계속되는 집중호우로 소양강 댐이 방류를 시작했다는 소식입니다. 123m 높이와 530m 길이로 70km² 수면 면적에 29억t 저수량을 자랑하는 이 댐이 수문을 개방한 것은 1973년 10월 완공 이래 이번이 15번째라고 합니다. 초당 3,300t으로 최대 방류량 5,550t의 60%에 불과하지만 같은 북한강 수계의 화천댐, 의암댐, 평화의 댐, 춘천댐 등이 이미 방류중이라 한강 수위 상승에 따른 피해가 예상됩니다. 임진강 일대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특히 북한 측 영역에 있는 황강 댐 수문이 사전 연락 없이 개방된 징후가 포착되었습니다. 지난 2009년 홍수 때 급작스런 방류로 인해 임진강 유역에서 야영객 6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차후에는 사전 예고하기로 했었는데 말입니다. 토목공학의 꽃이라 불리기도 하는 댐은 이처럼 정치공학의 산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1986년 시작해서 2005년에야 완공한 평화의 댐을 생각해 보십시오. 홍수 조절이나 전력 생산과 같은 본연의 기능 이외에도 북한의 수공(水攻)을 가상하고 대응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세계적으로 공포를 조장하고 있는 댐이 하나 있습니다. 중국 양쯔강 중상류에 위치한 ‘싼샤 댐(三峽 Dam)’ 이야기입니다. 일단 규모 면에서 소양강 댐을 압도합니다. 높이 185m, 길이 2,309m로 각각 소양강 댐의 1.5배와 4.4배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최대 저수량인데, 무려 390억t으로 소양강 댐의 15배를 상회할 뿐 아니라 그 무게로 인해 지구 자전축이 2cm 가량 이동할지도 모른다는 예측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최근 중국에 사상 유래 없는 비가 내리면서 마침내 싼샤 댐도 방류를 시작했는데 그 규모 또한 초당 38,000t으로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미 450여개의 하천이 범람하면서 재산 피해 25조원에 5천 만 명에 육박하는 수재민을 남긴 참사가 이번 방류로 인해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지난 2019년 구글 어스(google earth)에 가공할만한 수압 때문에 살짝 변형이 생긴 사진이 공개되면서 싼샤 댐 붕괴설이 퍼졌습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에 싼샤 댐이 붕괴된다면 그 결과는 중국뿐만 아니라 인류 사회의 대재앙(catastrophe)이 되고도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댐 건설은 인류 문명의 총화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치경제학적으로도 댐 건설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합니다. 1930년대 대공황을 거치면서 미국의 뉴딜(New Deal) 정책의 일환으로 건설된 ‘후버 댐’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콜로라도 강의 홍수와 가뭄을 억제하기 위한 용도였지만 당시 기술로서는 불가능해 보이던 대규모 토목공사를 조성함으로써 강력한 경기 부양의 효과를 창출했습니다. 싼샤 댐은 중국 고대 황제 시절부터 오랜 숙원이었으나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치수(治水)의 기념비적 업적을 쌓고자 한 정치적 의도가 농후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규모 댐 건설이 불러올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댐은 그 자체로 주변의 자연 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수몰 지구가 생겨나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흐르지 못하고 갇혀 버린 물이 부패하거나 또는 발생시키는 막대한 수증기로 인한 기후의 변화 같은 요소도 새롭게 생겨난 댐의 복병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 이외 유일하게 나무를 심는 생물은 개미랍니다. 개미 군집 근처에서 발견되는 애기똥풀 등의 씨에는 지방질이 풍부한 ‘일레이오좀(elaiosome)’이라는 것이 있어 이 부분만 먹고 나머지 씨는 다치지 않게 주변에 뿌리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개미들의 정원에는 독특한 식물 군락이 조성되는데, 물도 흡수하고 바람도 막아주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어찌 개미뿐이겠습니까? 멕시코 산림생태학자에 따르면 울창한 중남미의 열대림은 사실 자연림이 아니라 그 옛날 마야나 아즈텍 인들이 심고 가꾼 산림이라 합니다(최재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중에서). 사실 우리 땅에도 오래된 댐들이 존재했습니다. 김제의 벽골제, 밀양의 수산제, 제천의 의림지 등이 그러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자연친화적인지 인위적인 시설인지도 몰랐을 정도였다니, 선현들의 지혜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창조주는 만물의 관리를 인간에게 위임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개미보다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선하지 않는 것 없는 하나님 작품들을 잘 가꾸며 바로 활용하는 인류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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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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