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07-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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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계절을 맞이한 영화
코로나19의 난국 속에서 새로운 영화나 관객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 밀폐된 실내일수록 코로나19의 전파력이 위력을 발휘한다는 전문가의 진단은 영화관 좌석을 배정할 때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만큼 충분히 간격을 두고 객석을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모으는데 실패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전국 극장을 통 틀어 1일 관객 수는 2만 명대로 떨어지며 2004년 통합전산망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하루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국 513개 극장에 3,079개의 스크린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영화 1편을 하루 종일 틀어도 관객은 10명도 채 들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아니나 다를까. CGV는 전국 직영점의 32%에 해당하는 35개 극장(전체 108곳) 영업을 임시 중단하고 문을 여는 극장조차도 일부 목 좋은 곳을 제외 하면 하루에 세 차례 밖에 영화를 틀지 않는 스크린 컷 오프(Screen cut off)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난국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한국영화 산업계 전반에 장기간 미칠 영향이다. 지난 3월 25일 영화제작가협회를 비롯한 11개의 영화직능단체와 롯데시네마를 비롯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사업주들은 ‘코로나19로 영화산업 붕괴 위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영화제작단체들과 멀티플렉스 영화관 사업주들은 오랫동안 특정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던 사이였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뜻을 같이했다. 왜냐하면 한국 영화산업 전체 매출 가운데 영화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80%에 이르는 상황에서 영화관에 관객이 없다면 영화산업은 몰락의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음을 모두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영화관의 위기는 소비산업 전반이 위험한 상태에 처했음을 뜻하는 일이기도 하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쇼핑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즉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이 극장 주변의 식당이나 카페, 상점 등을 방문하여 자연스러운 소비활동이 이루어지는 까닭에 영화관의 위기는 지역 경제와 소상인들의 생존에도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시절에 호황을 누린 곳은 영화관 밖에 없었다. 가난과 실업이라는 현실적인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영화관으로 몰려들었다. 그 당시 개봉된 영화들 속에는 실직자나 가난한 노동자와 같은 빈곤의 현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멋진 저택과 고급 승용차, 그리고 화려한 파티를 즐기는 상류층의 모습이 비춰졌다. 경제적인 곤란에 처한 사람들은 영화관 속에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꿈을 꾸며 위로 받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는 잠시나마 꿈을 꾸고 위로받을 수 있는 영화관마저 문 닫게 만들어버렸다. 사회적 거리를 통해 바이러스를 통제하려는 보건당국의 지침 속에서,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문화 소비가 끊긴 현실을 바라보며 한국인들은 어디서 위로를 받아야 할까?

부활을 기다리는 기독교영화
부활절 전후로 개봉을 앞 둔 기독교영화는 네 편이 있었다. 지난 해 영화관을 감동의 눈물로 흠뻑 적시었던 <교회오빠>는 영화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며 재개봉 날짜를 확정 지었지만 끝내 상영이 무산되고 말았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특집 다큐멘터리로 방영한 KBS의 <걸레성자 손정도>와 MBC의 <부활>도 극장판으로 확장하여 부활절 개봉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 역시 코로나19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 되고 말았다. 2019년 국제사랑영화제 개막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외국영화 <하나님과의 인터뷰>(An Interview with God, 2018)는 지난해 9월부터 개봉일 잡지 못한 채 표류하다 이번 부활절을 예약했지만 극장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특히 <순종>과 <제자, 옥한흠>을 연출한 김상철 감독의 <부활>은 제목이 뜻하는 대로 기독교 신앙의 중심을 잃은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부활의 신앙을 나누고자 기획 때부터 부활절을 기다려 온 영화였다. <부활>은 2019년 12월 25일 새벽 1시에 MBC의 성탄특집으로 방영되어 동시간대의 평균 시청률의 10배가 넘는 대기록을 세운바 있었다. 제작진과 방송국 모두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경험했던 터라 이번 부활절에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미스코리아 출신의 배우 이성혜와 김상철 감독의 페르소나 같은 존재인 배우 권오중, 그리고 췌장암 투병을 통해 죽음이 만만치 않은 대상임을 경험했던 이용규 선교사 등 세 사람이 인도의 바라나시(Varbnasi)를 시작으로 죽음의 순례를 떠나 이탈리아 로마의 카타콤( (catacomb)에서 왜 부활이 인생의 정답인지를 보여주었다. 바라나시는 힌두교와 불교 그리고 이슬람의 역사가 한 곳에 집중된 보기 드문 종교성지일 뿐만 아니라 지금도 갠지스강가에서는 시신을 태우며 환생을 기대하는 힌두교인들의 장례식을 볼 수 있어서 죽음에 대한 탐구를 하기에 매우 흥미로운 장소임에 분명하다. 이곳에서 기독교의 부활은 명확히 보이기 시작한다.
세계관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같은 세계관을 가진 사람끼리 모여 있을 때는 자신을 움직이는 세계관이 무엇인지 잘 드러나지 않지만,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 옆에 갔을 때는 분명하게 보인다는 사실이다. 왜 <부활>의 촬영장소가 예루살렘이 아니라 인도의 바라나시에서 시작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세계관 속에 비춰진 죽음에 대한 이해를 뒤로하고 영화는 로마의 카타콤에서 죽음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로마시대 순교자들의 시신을 안치했던 지하무덤이자 박해를 피해 숨은 기독교인들의 예배장소이기도 했던 카타콤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여러 층으로 수 킬로미터의 미로처럼 얽힌 통로를 파고 수 만 명의 그리스도를 따르던 신앙인들이 부활을 기다렸던 거룩한 장소는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이 말로만 얘기했던 예수님의 부활이 역사적인 사실일 뿐만 아니라 신앙적으로 어떻게 새롭게 이해되어져야 하는지를 가르쳐준다.
카타콤에 누인 사람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한 사람들을 목격한 사람들이며 또한 그들을 목격한 사람들은 우리가 그들의 목격자가 되어 살아있는 부활의 신앙이 살아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영화 <부활>의 가장 뛰어난 캐스팅은 미스코리아 출신의 이성혜와 비교문화학자인 이어령 교수를 등장시킨 일이다. 한국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는 여배우와 한국최고의 지성인이 생각하는 죽음과 부활이란 생각만 해도 그 조합에서 어떤 말들이 흘러나올지 기대감을 감출 수 없게 만든다.
이성혜는 “언젠가 나에게도 죽음이 찾아 올 텐데. 나는 어떤 마음으로 죽음 앞에 서있을까? 그러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될 것인가?”를 묻는다. 이어령은 죽음에 대한 호기심어린 눈망울 반짝이며 “나에게도 이 상흔이 없다. 상처는 있을지 몰라요”란 말로 부활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답하고 있다.
예수님의 몸에 새겨진 십자가의 상흔, 스티그마(Stigma).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한 흔적 없이 세상풍파에 찌든 상처를 내밀며 기복신앙에 몰두하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남긴 노교수의 일침이 꼰대의 발언이 아닌 선배의 애정 깊은 충고로 다가오는 것은 그가 지금 아무런 의학적 처치 없이 죽음의 순례 길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리라. 부활신앙을 가진 사람 앞에 놓인 죽음의 길은 어떤 모양으로 인식되고 있는지 이 영화의 개봉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궁금하기만 하다.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한 기독교영화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서비스는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에서 영화를 살리는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주일 예배를 드리는 교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대학에 이어서 초중고 학생들도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코로나19에 대항하기 위한 사회적 격리와 사회적 거리를 두려는 문화 속에서도 한국인들이 비교적 잘 버텨내고 있는 것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도 얼마든지 소비활동이 가능한 초연결사회(超連結社會, hyper-connected society)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에서 동네 재래시장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주문이 일상화되고 신선식품 마저도 새벽배송이 이루어져 아침식탁에 오르는 초연결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의 소비자들은 비대면 소비문화를 살아가는데 별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영화와 같은 문화를 소비하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의 유튜브나 넷플릭스, 그리고 디즈니와 애플TV 같은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코로나19가 창궐할수록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여 바이러스만큼이나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지난 2월 15일부터 25일까지 넷플릭스의 온라인 정보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월 22일 3,717건이었던 넷플릭스 정보량이 25일에는 5,070건으로 36.4%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3천 건 후반 대를 유지하던 일별 정보량은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증가하면서 동시에 폭발적인 소비가 일어난 것이다.
특히 중국을 제치고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급속히 증가한 유럽의 경우 집밖으로 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온라인 영상서비스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접속자수가 늘어나자 넷플릭스는 일단 유럽에 한해서 인터넷 과부하로 인해 시스템이 다운될 것을 염려한 끝에 한 달간 화질을 낮추기로 결정했다. 최고의 영상을 제공한다는 자부심을 가진 넷플릭스가 스스로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키는 전략을 쓸 만큼 세계인이 영화를 보는 방식에 큰 변화가 있음을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즉 극장에 가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는 문화에 사람들은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다.
이것은 기독교 영화에도 플랫폼의 변화가 필요로 함을 의미하는 일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문화는 콘텐츠 싸움이라는 얘기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얼마나 양질의 내용이 들어있는가에 따라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 하더라도 지금처럼 집 밖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결국 실내에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찾기 마련이다.
부활을 앞두고 정말 좋은 기독교영화들이 제작되었지만 극장에서 볼 수 없는 현실에서 우리는 플랫폼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할 때이다. 한국의 젊은 기독교인들이 한국형 좀비영화 <킹덤>시리즈에 보인 관심의 십분의 일만 보인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강진구 교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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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부활’이 코로나19의 난국 속에서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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