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10-2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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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장악한 만화왕국 디즈니
2019년 세계 영화계는 디즈니와 애니메이션이 장악한 한 해로 기억할 것이다. 금년 한 해 동안 디즈니가 전세계적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영화만 무려 6개나 된다. 3,4월 봄날에는 <캡틴 마블>과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온 세상의 마블 팬들을 사로잡더니, 여름을 기다리던 5,6월에는 <알라딘>이 실사영화로 돌아왔고, 추억의 팬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4>를 개봉시켰다. 한 여름에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만화영화를 실사로 제작한 <라이온 킹>으로 여름방학 특수를 누리고는 올 겨울 <겨울왕국2>로 동심을 낚아채갔다.
이들 영화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두 만화와 관련 있는 영화란 사실이다. <캡틴 마블>과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마블사(Marvel Entertainment Inc)의 캐릭터를 일반 영화화한 것이고, <토이스토리4>와 <겨울 왕국2>가 전형적인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라면, <알라딘>과 <라이온 킹>은 과거 애니메이션 작품을 실사 영화한 작품들이다.
만화의 힘은 얼마나 놀라운가! 코흘리개나 보는 것으로 치부했던 만화는 셀룰로이드 용지에 그려서 일일이 사진을 찍어서 움직이는 그림을 만들었던 시절을 멀찌감치 뒤로하고 이제는 손이 아닌 순수하게 컴퓨터로만 작업하여 실제 보다도 더 사실 같은 화면을 연출하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연령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르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금년과 같이 디즈니의 세계 영화계 장악은 이미 오래 전에 예견된 일이었다. 1995년 디즈니는 당시 애니메이션 전문 스튜디오인 ‘픽사(Pixar)’와 손을 잡고 '토이스토리'를 제작한 후 <니모를 찾아서>(2003)와 <인트레더블>(2004) 등을 연이어 흥행가도에 올려놓았다. 디즈니는 디지털 기술로 현대적 감각의 이미지를 제작하는 픽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2006년에 무려 72억 달러(약 8조5000억원)에 픽사를 사들였다. 픽사의 슬로건은 “예술은 기술에 도전하고, 기술은 예술에 영감을 불어 넣는다”로 디즈니의 가족 중심적이며 판타지적인 요소가 픽사의 철학과 결합하며 외연은 급속히 확장되어 갔다.
무엇보다도 콘텐트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2009년 공상 과학 만화 잡지사로 출발한 ‘마블 엔터네인먼트(Marvel Entertainment)’를 40억 달러에 매입한 것은 할리우드의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왜냐하면 마블은 ‘스파이더맨’을 비롯하여 ‘엑스맨’과 ‘아이언맨’ 등 무려 5천여 개의 캐릭터를 보유한 만화시장의 강자였던 까닭이다. 이 캐릭터들은 고스란히 디즈니의 자산이 되었고 10년 전 40억 달러(약 4조 7000억원)의 투자는 오늘날 투자금액의 4.5배가 넘는 182억 달러(약 21조 4000억원)의 매출을 통해 대박이 난 거래였음이 증명되었다.
그밖에도 2012년에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제작한 루카스 필름을 연이어 인수한데 이어서, 2017년에는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 중 하나인 ‘21세기 폭스사’를 인수하면서 미디어 시장에서 최고의 강자로 등극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채널만 돌리면 디즈니 영화를 보게 되었고, 극장에만 가면 디즈니 영화를 골라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디즈니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고, 이것은 디즈니의 세계관에 대한 분석이 시급히 필요함을 의미하는 일이기도 하다.
 
기독교 고전은 강하다-‘천로역정’
기독교 애니메이션계도 꿈틀거린 한 해였다. 비록 국내에서는 장편 만화영화 한 편만이 개봉되는데 그쳤지만 그 위력은 제법 컸다. 그동안 수입한 영화들의 연이은 흥행부진으로 어려움에 처해있었던 ‘CBS의 영화사업부’를 소생시키는 119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니 말이다.
로버트 페르난데스 감독의 <천로역정:천국을 찾아서>는 기독교고전의 힘을 보여준 애니메이션이었다. 존 번연의 고전 명작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을 컴퓨터영상합성기술(computer generated imagery)을 통해 세련되고 기품 있게 만들었다. 디즈니의 톡톡 튀고 감각적인 영상미와는 다르게 고전적인 작품의 정취가 잘 묻어나도록 안정감 있는 색채와 캐릭터를 구성하였다. 이것은 <천로역정>이 애니메이션 세계에 있어서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최고의 기독교 소설의 내용과 의미에 집중하도록 시선의 분산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점은 장점임에 틀림없다. 비교적 단순한 이미지는 주인공 크리스천의 말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면서 기독교 고전으로서 관개에게 전하는 메시지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단점은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 시킨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천로역정>은 신세대적 관점에서 보자면 판타지 장르에 속한다. 그리스도인의 인생 여정 가운데 있을 수 있는 각종 유혹들이 은유로 묘사되고 있지만 초월적 존재와 세계를 묘사되기 때문에 인터넷 게임이 보여주는 판타지적 이미지에 익숙한 젊은 사람들이라면 마음에 썩 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신세대들에게 애니메이션을 통해 신앙을 전하려고 하는 의도가 있었다면 애니메이션이 갖고 있는 기술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숙제를 남긴다. 메시지를 통해 관객을 ‘납득’시키려 하기 보다는 그림의 감성을 통해 우리가 가야할 신앙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천로역정>은 공식 극장관람 인원이 296,588 명이라는 기독교 영화사상 최대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이것은 기독교 고전의 힘이다. 신앙에 정말 유익이 되는 기독교 고전이란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읽기에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선입견과 시간상의 이유로 책을 접할 수 없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애니메이션 <천로역정>은 17세기에 쓰인 명작이 21세기에 와서도 여전히 신앙을 성찰하는데 유익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왜 고전이 중요한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최고의 성탄영화를 만나라-‘더 크리스마스’
그렇다면 기독교 애니메이션의 최고작은 무엇일까? 교회교육용으로 나온 비디오 영화들이 주를 이루었던 기독교 애니메이션 세계에서 극장용 크리스마스 영화로 제작된 <더 크리스마스>(The Star, 2017)는 최고의 기독교 애니메이션으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예수님 탄생 이야기를 성경에 충실하게 풀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동물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한 흥미로운 상상력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진일보한 기독교 애니메이션의 모습을 발견하게 만든다. 특히 <나니아 연대기>시리즈를 제작한 ‘월든 미디어’와 ‘소니 픽쳐스’의 기독교 브랜드인 ‘어펌 필름’이 손을 잡고 만든 영화란 사실에서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이며 디즈니의 여느 영화 부럽지 않은 색채감과 화면전개에 있어서 역동성을 자랑한다.
방앗간에서 연자 맷돌을 돌리던 당나귀 보는 왕의 캐러반의 일행이 되어 왕을 자신의 등에 태워보고 싶다는 소원을 가지고 있다. 드디어 사고를 위장하여 방앗간을 탈출한 보는 정혼한 사이인 요셉과 마리아에게 발견되어 베들레헴 여행길에 동행하게 된다. 한편 동방박사 세 사람을 태우고 온 세 마리 낙타는 헤롯왕의 사악한 흉계를 눈치 채지만 헤롯왕은 도사견 두 마리와 함께 킬러를 보내 새롭게 탄생할 왕을 죽일 것을 명령한다. 보와 그의 동물 친구들은 마리아와 탄생할 아기 예수를 보호하기 위해 킬러의 도사견들과의 한판 승부를 펼친다.
<더 크리스마스>의 가치는 동물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증언하며 그 분이 참으로 경배 받으시기에 합당하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데 있다. 이것은 마치 민수기 21장에 기록된 거짓 선지자 발람을 깨우쳐주기 위해 하나님께서 발람이 타고 가는 당나귀가 사람의 말을 하도록 한 사건에 비견될 수 있다. 성경에 당나귀가 말을 한 사건이 의미가 있듯이,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은 만화영화 속에서 말하는 당나귀를 지켜보며 그가 보여주는 성탄절의 깊은 뜻을 보고 들을 수 있다. 사람이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는 일이 둔해지거나 어두워 질 때 하나님은 당나귀를 통해서 깨닫게 도와주셨다면, 현대문화 속의 기독교 애니메이션의 역할이란 바로 발람 앞에서 말하던 당나귀의 모습을 재현시키는데 있다.
당나귀가 말을 하다니? 놀랄 일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은 모든 상상력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초월적인 일들도 모두 묘사할 수 있다.
당나귀가 말을 한다고 애들이나 보는 유치한 우화정도로 여겨서는 안 된다. 만화는 어린이들이 많이 보는 장르임에 분명하고 이 어린이들은 만화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할 필요가 있다. 즉 기독교 애니메이션은 다른 영화들이 가르쳐 주지 못한 진정한 삶의 자세를 어린이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더 크리스마스>는 주인공 당나귀 보가 만삭의 마리아를 등에 태우고 베들레헴으로 갔다는 장면을 통해 캐러반의 일행으로 왕을 태우고 싶다는 소원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단순한 왕이 아니라 만왕의 왕이신 예수를 태운 셈이니 어린 관객들은 우리는 미처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이 우리를 향하신 그 깊고 위대한 뜻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
또한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죽이기 위해 파견된 킬러의 두 마리 도사견이 보의 친구들에 의해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지고, 무엇보다 예수님의 탄생을 다른 동물들과 함께 지켜보며 경배하게 되는 변화의 과정은 기독교 만화영화가 디즈니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기독교 애니메이션 속에서 악당은 영원한 악당으로만 남지 않고 변화한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이 변하듯이 말이다. 자칫하면 잊혀질 뻔한 기독교 최고의 성탄 애니메이션 <더 크리스마스>는 어린이들에게 크리스마스의 느낌을 평생토록 기억하게 만들 만한 작품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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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시대를 기약하는 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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