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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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식일은 물질주의에 대한 저항이다”
이 책 《안식일은 저항이다》는 하나님의 안식일이 물질주의에 대한 ‘강력한 저항’임과 동시에 ‘확실한 대안’임을 강조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자본주의가 심화하면서 갈수록 생산성만 추구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온통 더 생산하고 더 소비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사회에서 ‘쉼’이란 있을 수 없다. 마치 이집트의 파라오 치하에서 노예살이하던 이스라엘과 다를 바 없다.
저자는 서문에서 “사람을 녹초로 만드는 무거운 짐을 진” 이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사람들이 이런 짐을 짊어지게 된 것은 끝없는 생산과 만족을 모르는 무한 생산시스템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자기 착취’로 치달음으로써 영혼마저 피폐해져 가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이제 진정한 안식을 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십계명에 나타난 안식일의 본래 모습을 하나씩 보여준다. 안식일은 십계명의 모든 계명과 연결되는 ‘중요한 다리’이다.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물질주의 추구에 따른 불안과 강요, 배타주의, 과중한 일에 대한 저항임을 밝힌다.
안식일은 자기만 쉬는 날이 아니라, 이웃도 반드시 함께 쉬어야 하는 날이다. 평등한 쉼의 날이다. 더 나아가 안식일은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돌보는 계기가 되는 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안식일은 자유롭게 춤추고 노래하는 날이다.
저자인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예언자적 상상력》으로 널리 알려진 성경학자이자 구약학자이다. 원제 Sabbath as Resistance. 복있는사람, 2015. 10,000원.
 
[좌담: 김길구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이 책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구약학자인 월터 브루그만이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예언자적 상상력》에서 주장했던 내용의 연장선상에 있다. 저자는 《예언자적 상상력》에서 현 교회의 정체성 상실은 소비주의와 문화에 순응한 결과라고 진단하고, 인간정신을 획일화하고 노예화하는 이런 ‘맘몬’의 지배에 맞서 교회공동체가 근원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 내용이 조금은 까다로운 부분도 있었지만, 오늘날 점점 퇴색해가는 안식일의 본래적인 의미를 돌아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참가자 모두에게 유익한 시간이었다.
문화.jpg▲ 안식일은 말 그대로 ‘쉼의 날’이다. 모두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안식하는 날이다. 갈수록 쉼이 사라지는 현대의 삶에서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더욱 소중해지고 있다. 〈그림은 제인 레이의 그림책 ‘세상은 이렇게 시작되었단다’에서 일곱째 날의 모습.[마루벌, 2001]〉
 
 
김길구 : 저자는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불안, 강요, 배타주의 등에 대한 저항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책 제목에 ‘저항’이라는 낱말을 사용했습니다. 약간 자극적인 제목을 내세움으로써 안식일의 중요성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
김현호 : 여기서는 (신학적인 논란은 있지만) 안식일과 주일을 동일한 개념으로 생각하고 이야기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교회가 안식일의 전통을 잃어버린 것은 근본적으로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교회공동체의 약화, 그리고 종교개혁 이후 주일이 예배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김길구 : 저자는 더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의 안식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오늘날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스템은 옛 애굽의 파라오 치하나 다름없다고 강조합니다. 이런 무한 경쟁 시스템은 결국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니, 거기서 벗어나 하나님의 안식을 누리라는 것입니다.
김현호 : 구약의 안식일 전통이 오늘날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다는 의미겠죠.
김수성 : 그래서 안식일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말이 더욱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고도로 자본주의화된 오늘날 세상에서 진정한 의미로서의 ‘쉼’이란 실현불가능하다는 생각까지 드는데, 저자는 그럴수록 하나님의 안식일을 지켜야 한다고 강력하게 이야기합니다.
김길구 : 파라오 치하의 애굽도 현재 사회나 다를 바 없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 사람은 노예로 전락하여 살인적인 노동을 견뎌야 했습니다. 당시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의 안식일 계명은 정말 획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현호 : 안식일의 본래적 목적이 사회적 약자들도 반드시 쉬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너희가 종 되었을 때를 기억하라”고 누누이 강조한 의미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김길구 : 안식일은 그냥 대충 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구체적인 쉼을 요구합니다. 많은 교인들이 주일에 교회 가서 예배만 드리면 ‘주일 성수’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는 것이죠. ‘성도의 교제’ ‘이웃에 대한 배려’ 등 모두 함께 쉼을 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현호 : 주일은 교회가 사회공동체라는 본래적인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안식일은 이웃을 위한 ‘베풂의 날’
김길구
 : 안식일은 강요에 대한 저항이라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는 끝없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표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안식일은 이러한 강요를 깨부수고, 다 함께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는 날이라는 것입니다.
김수성 : 이 책을 읽으면서 재독(在獨) 철학자인 한병철 교수의 책 《피로사회》가 생각났습니다. 한 교수는 오늘날 우리 사회 시스템은 ‘자기 착취’를 강요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대인은 끝없이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다가 결국에는 모든 것을 소진함으로써(burn out) 우울증 등에 시달리는 존재로 전락한다고 경고하였습니다.
김현호 : 교회의 역할이 더욱 막중하다는 방증이겠죠. 교회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김수성 : 특히 컴퓨터와 인터넷을 비롯, 스마트폰이 급격하게 보급되면서 우리는 쉴 틈이 없는 생활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법적으로 근로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이러한 디지털 기기로 인해 365일 24시간 일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안식일에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방인과 과부, 고아로 대변되는 가난한 이웃이죠. 안식일의 본래적인 의미가 경제활동에서 벗어나 쉼을 가지라는 것인데, 이들은 안식일에도 일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형편입니다.
김현호 : 안식일은 이웃을 위해 베푸는 날이기도 합니다. 예수께서도 안식일의 본래 의미는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신명기에 나타난 안식일의 의미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김길구 : 안식일의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주일에 예배만 드리면 된다는 인식을 넘어서, 안식일 본래의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십계명에 나타난 하나님의 요구사항은 심오합니다. 물신(物神) 숭배로 인한 불안, 강요에 대해 저항하라고 합니다. 물질을 탐내는 것은 곧 이웃을 탐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현호 : 물질주의에 함몰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죠.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쇼핑하고 소비하라고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포츠나 영화를 보러 가고, 야외로 나들이 가는 단순한 쉼에서 벗어나, 내 이웃의 약자들과 함께 하는 안식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김길구 : 지난번에 ‘슬로처치’에서 언급했듯이, 교회가 지역공동체의 중심이 되고 이웃을 ‘환대’하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입니다. 이는 너희가 종에서 해방되었으니 마찬가지로 이웃을 환대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교회가 대안공동체 역할 감당해야
김수성
 : 그러기 위해서 교회에서 디지털 안식일 운동을 전개했으면 좋겠습니다. 주일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스마트폰을 비롯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아야, 진정한 쉼을 얻을 수 있고 또한 코이노니아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현호 : 목회자를 비롯해 교회에서 유급으로 일하는 분들의 안식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주일에 일을 하는 대신 이들은 월요일을 안식일로 대신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철저히 쉼을 누릴 수 있도록 교인들이 협조해야 합니다.
김수성 : 저자는 안식일을 안식년, 희년으로 확장시켜 언급합니다. 빚을 탕감해주는 등 가난한 이웃을 위한 안식일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구약의 정신은 철저히 약자에 대한 배려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김현호 : 축제로서의 안식일과 관련된 사항이라 생각합니다. 먼저 교회공동체가 주일을 중심으로 안식의 의미를 실현하는 등 정체성을 찾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이웃과 함께 떡을 나누고 물질주의에서 벗어나 진정한 쉼을 찾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김길구 : 앞으로 우리 사회는 빈부격차가 20대 80을 넘어 10대 90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교회가 대안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교회가 주일만큼은 모두가 안식을 얻을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달에는 양희송의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바쁜 가운데서도 시간을 내줘서 감사합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안식일이냐 주일이냐》 / 김근주 외 지음 / 대장간
《예수님과 안식일 그리고 주일》 / 양용의 지음 / 이레서원
《안식》 / 마르바 던 지음 / IVP
《안식》 / 아브라함 헤셸 지음 / 복있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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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④] ‘파라오 시스템’에서 벗어나 진정한 쉼을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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