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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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다윗의 시입니다. 그 분위기는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습니다. 3절은 <터가 무너지면>이라고 시작됩니다. 여기 <터>라고 번역된 <샤타>는 구약성경에 두 번 사용되었는데, 본문에서는 “토대, 기초”라는 의미로, 이사야 19장 10절에서는 “기둥”이란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둘 모두 집을 지탱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터가 무너지거나, 기둥이 꺾이면 집은 그대로 무너질 것입니다. 둘 다 치명적입니다.
다윗은 <터가 무너지면>이란 표현을 통해서 인생을 지탱하는 모든 것이 붕괴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다윗의 인생에서 터가 무너지듯, 삶의 근간이 송두리째 무너진 경우는 언제일까요? 본문을 통해서는 알기 어렵습니다만, 적어도 두 번은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사울에 의해 쫓길 때입니다. 당시 다윗은 이스라엘의 군대장관이요, 사울의 사위로서 탄탄한 삶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울이 그의 집에 자객을 보내던 날부터 그의 삶의 모든 터전이 한 순간에 무너졌습니다. 그는 집에 갈 수도 없었고, 아내 미갈과의 관계도 끝났고, 더 이상 왕의 사위도, 군대장관도 아니었고, 그저 왕권에 위협이 되는 정적으로서 죽여 없애야 할 수배자일 뿐이었습니다. 삶의 토대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또 다윗의 삶의 터가 무너진 또 하나의 경우는 아들 압살롬의 반란으로 궁궐을 비우고 도망했을 때라 하겠습니다. 아들에게 쫓기는 것은 타인에게 쫓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을 가져왔습니다. 게다가 많은 신하들과 백성들이 다윗보다 압살롬을 왕으로 인정하고 따랐습니다. 다윗은 야반도주해야 했고, 바실래가 가져온 곡식이 아니었다면 음식도 구할 수 없는 딱한 처지로 전락했습니다. 궁궐도, 그의 좋은 모든 것도 그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터가 무너지는 경험은 다윗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일어납니다. 사회의 혼란이나, 나라의 멸망은 온 백성의 삶을 밑바닥부터 무너지게 만듭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다윗은 3절에서 터가 무너질 때 <의인이 무엇을 하랴>고 질문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다른 사본에서는 “터가 무너졌으니 의인의 행한 것이 무엇인고”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의인이라 하더라도, 그때까지 의인으로서 선한 일을 많이 했다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음을 말씀합니다. 터가 무너지는 때는 워낙 위기여서 의인도 어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위기를 만날 때 나름대로 피할 길을 찾고자 합니다. 1절을 보면 <네 산으로 도망하라>고 했는데, 산은 새들의 피난처입니다. 마찬가지로 위기를 만날 때 새가 산으로 날아가듯이 피난처를 찾아가라는 것입니다. 터가 무너지면 사람들은 자기 방식으로 산을 찾아 가려고 노력합니다. 다윗이 보기에 이런 노력은 모두 부질없는 일입니다.
터가 무너지는 일을 경험한 다윗에게는 확고한 자기 방식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본문 1절에서 그는 <내가 여호와께 피하였거늘>이라고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든지 다윗은 이미 여호와께 피했습니다. 다윗이 쫓길 때 하나님의 언약궤 앞에 나갈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하나님께서는 너무도 높은 하늘에 계신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하나님의 눈이 인생을 통촉하시고, 감찰하심을 믿었습니다. 4절은 <여호와께서는 그의 성전에 계시고 여호와의 보좌는 하늘에 있음이여 그의 눈이 인생을 통촉하시고 그의 안목이 그들을 감찰하시도다>라고 했습니다. 다윗은 터가 무너질 때, 여호와 하나님을 피난처로 삼았고, 하나님께서는 그를 위기에서 건지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터가 무너지는 어려움 앞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위협은 점점 구체화되고,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미사일 혹은 방사포를 하루가 멀다 하고 쏘아댑니다. 미국의 언사도 예전과 다르고, 일본도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정부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반교회적 움직임들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작은 문제가 생기는 정도가 아니라, 터가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때 시편 11편은 많은 메시지를 줍니다. 지금이야말로 하나님께 피할 때입니다. 우리 모두 하나님께 두 손 들고 나아가 철저히 하나님께 피해야 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건지시고, 살려 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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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연구] 터가 무너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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