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08-12(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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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4월 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마을 피에몽(Piemont), 알프스의 깊은 산골짜기에도 부활절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 그리스도의 이 말씀대로 실천하여 가진 것을 다 나누어주고, 교황을 비롯한 가톨릭교회의 부패상을 고발했던 프랑스 리용의 상인 피에르 발도(Pierre Waldo, 1140-1205)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모인 마을이었습니다. 당시 이 지역을 다스리던 사보이 공작은 가톨릭의 미사에 참석하지 않을 자는 떠나라는 자신의 명령을 거부한 자들이 이곳으로 피신하자 일망타진할 목적으로 부활절을 기하여 군대를 동원해 학살과 강간과 살육을 자행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존 밀턴은 이런 시를 남겼습니다. “주님의 책에 주님의 양떼들의 신음을 꼭 기록하여 잊지 마소서, 아이를 가진 어머니도 바위 밑으로 굴러 떨어지고 돌에 맞아 쓰러지나이다, 그들의 신음소리를 골짜기들은 산으로, 그리고 산들은 하늘에 울려 퍼지게 하나이다.”
이백 년 전 조선의 여주 땅에 그리스도인들이 살았습니다. 이들은 부활절이 되면 일종의 축제를 벌였고, 한 자리에 모여 부활의 기쁨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1801년의 봄에도 어김없이 부활절이 돌아왔습니다. 다들 한 자리에 모여서 음식을 함께 먹고, 몇몇은 길가에 나가 큰소리로 할렐루야를 외치고 바가지를 두드려가며 기도문을 노래했습니다. 그러자 고을 수령은 형방과 아전들을 보내 잔치에 참석했던 이들을 다 잡아들였고, 이들은 끝까지 자신들의 신앙을 고수하며 순교의 제물이 되었습니다. 1815년 경상도 청송 땅에서도 원근각처에서 온 사람들이 모인다는 첩보를 입수한 관아에서 군사들을 보내 함께 모인 신자들을 대거 잡아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역시 부활절 아침이었습니다. 이들 역시 고문을 비롯한 온갖 박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신앙의 지조를 지키고 이름도 빛도 없이 이 땅에 순교의 피를 보탰습니다.
2019421일 부활절 아침, 스리랑카에서 참담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성당과 교회 그리고 호텔 등 도합 일곱 곳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하여, 수백 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는 참극(慘劇)이 벌어진 것입니다. 기독교가 테러의 대상이 된 사실은 분명해보이고, 호텔이 피해를 본 것은 자신들 고유의 정신과 풍속이 이방인들이 그 땅에 들어옴으로써 해를 입었다는 반감과 증오의 표현인 듯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바라보며 슬퍼하고 분노합니다. 세계교회협의회 울라프 트베이트 사무총장 역시 가해자와 그 동기에 관한 정보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는 예배와 스리랑카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 대한 이러한 공격을 강력히 비난하며 희생자들에게 우리의 진심 어린 기도를 전한다면서 이 소름 끼치는 폭력행위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모든 사람들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나사렛 예수에 가해진 조롱과 박해와 살육을 기억하십니까? 그러나 그리스도는 부활하심으로 모든 혐오와 불법과 차별과 사망으로부터 진정한 승리가 무엇인지 보여주시고 선포하셨습니다. 악은 결코 그리스도의 사랑과 용서와 긍휼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 어떤 이념과 사상도 절대로 그리스도의 진리를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순교자들이 뿌린 피는 결국 그 땅에서 복음의 눈부신 꽃을 피웠습니다. 작은 긍휼과 용서가 하나님의 크고 놀라운 영광을 드러나게 하는 법입니다. 비록 패배한 것처럼 보이고, 비록 허무하게 죽임 당한 것처럼 보여도,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는 자들에게는 부활의 능력과 승리가 있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부활의 능력과 승리를 확신하고 선포하며 담대하게 그리고 긍휼을 베풀고 용서하고 선으로 사랑으로 미움과 악을 이기며 살아갑시다. 가슴 아픈 일들이 벌어지고, 잔혹한 세월이 이어지더라도, 부활의 날이 간직한 위대한 승리의 영광은 영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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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부활의 능력과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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