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10-2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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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돌리는 시계’ 때문에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루는, 요즘 다시 유행하는 시간여행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종영을 앞두고 칠십 대 할머니 주인공 역을 맡은 김혜자 배우의 극중 고백에 다들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알츠하이머(Alzheimer) 병을 앓고 있습니다.” 자주 만날 수 없는 놀라운 반전(反轉)이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거나 아니면 노인들의 유쾌한 코미디쯤으로 치부(置簿)했었는데, 그 모두가 다 치매를 앓고 있는 주인공의 아름다운 환상이었다니!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고 얼마 전 종영한 한국 드라마 “눈이 부시게” 이야기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일종의 치부(恥部)로 여기던 치매(癡呆)를 환자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본 첫 번째 작업이라는 점도 소중했지만, 무엇보다도 “식스 센스(Six Sense)” 급의 게다가 감동적이기까지 한 반전이 두고두고 회자될 작품입니다.
기분 좋은 반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한 젊은 남자 연예인이 일으킨 파문 하나가 문자 그대로 블록버스터(blockbuster) 같은 폭발적인 반전을 양산하는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십 대의 나이에 거칠 것 없이 승승장구하던 아이돌 가수 출신의 한 젊은이가 운영하던 사업장에서 벌어졌던 사소한 폭행 사건 하나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여 동영상을 비롯한 마약 관련 사건까지 번져서 연루된 당사자들이 연예계를 은퇴하고 피의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평소 그들을 비호해주었다는 혐의로 일부 경찰고위간부까지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아가 수년 전 의혹의 죽음을 맞이한 신인 여배우 사건이 재조명되는가 하면, 소문만 무성했던 법무부 고위 관료의 일탈행위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모두 다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고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반전입니다.
지난 2월 27일에 열린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 역시 반전의 연속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단 장소가 베트남 하노이로 결정된 것도 의외였고, 북한의 지도자가 머나 먼 길을 기차로 달려(60시간이나!) 도착하는 모습도 퍽 이례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가장 극적인 반전은 급작스런 회담 결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비롯한 구체적인 4개항 합의에 도달했던 1년 전의 첫 번째 북미정상회담 모습과 비교할 때, 양측 최고당국자가 조우한 지 24시간이 채 안되어서 협상에 실패하고 합의문 하나 남기지 못하고 회담장을 떠난 결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장차 더 좋은 의미의 반전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더욱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나 파국을 낳는 반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과 능력으로 기분 좋은 반전이 나타나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나 뭐니 해도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반전은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십자가와 부활과 재림입니다. 완전히 부패하고 타락해버린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이 친히 인간의 모습이 되어 나타난다는 설정 자체가 극적인 반전이요, 또한 그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당하는 일견 무력해 보이는 방법으로 인류를 구원한다는 발상이 또 놀라운 반전일뿐더러,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해서 나타나심으로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충격적인 반전까지 선사하셨습니다. 그러고 오랫동안 같이 계실 줄 알았더니 홀연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승천하셨으니, 그야말로 반전에 반전의 연속입니다. 전체 인구의 1퍼센트도 되지 않던 그리스도인들이 결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이었던 로마를 기독교국가가 되게 한 역사는 또 어떠합니까? 만 명도 되지 않던 그리스도인들이 100년 만에 천 배로 성장하는 기적을 보여준 한국기독교의 역사는 또 어떻습니까? 기독교의 본질과 역사에는 이처럼 반전의 미학(美學)이 있습니다. 주님 안에서 그와 같은 아름다운 반전이 있는 인생들이 다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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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반전(反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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