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09-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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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27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날이 갈수록 급증하는 불법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3,144km에 달하는 장벽을 설치하자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중국이 자랑하는 만리장성의 길이가 6,700km라고 하는데 그 절반 수준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하지만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인권이나 평화라는 가치를 내세우는 주장도 있지만 경제적인 부담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입니다. 60억 가까운 설치비용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던 미국 정부는 결국 정한 시한까지 익년(翌年) 예산안 타결을 보지 못해 업무정지(셧다운)라는 최악의 국면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벌써 이태를 끌어온 ‘장벽전쟁(War of Wall)’이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벽전쟁의 본질은 예산과 재정 측면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벌어진 미국 정부 내부의 대립에 있지 않습니다. 보다 발달한 나라를 향해 쇄도하는 인접국 백성들의 이동과 그것을 막으려고 하는 국가적-민족적 갈등에 그 본질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만리장성 역시 중화(中華)로 침투하는 사방의 이민족을 막기 위해 축조된 일종의 장벽전쟁의 산물이었습니다. 1961년 8월 13일 새벽 느닷없이 등장한 40km 길이의 베를린 장벽(Berlin Mauer)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좌우이념대립과 그로 말미암은 동서냉전의 결과물이었습니다만, 결국은 자유로운 통행을 금지하고 특히 동베를린에서 서베를린으로 넘어가려는 이동을 방해하는 목적으로 세워진 장벽이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255km 휴전선은 어떻습니까? 1953년 7월 22일 22시 휴전협정이 체결된 후 만들어졌으니까, 법적으로는 아직도 전쟁 중 상태에서 존재하는 진정한 의미에서 장벽전쟁의 전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2016년 1월 11일, 독일정부의 공식 트위터에 흥미로운 글이 떴습니다. “잘 가요, 데이빗 보위. 이제 당신이 영웅 가운데 있습니다. 장벽 철거하는 것을 도와주어서 고맙습니다.(Good-bye, David Bowie. You are now among Heroes. Thank you for helping to bring down the Wall.)” 가사에서 “벽(the Wall)”은 베를린 장벽을 의미합니다. 1977년 베를린에 정착한 영국 가수 데이빗 보위는 어느 날 죽음을 불사하고 장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껴안고 있는 연인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어 ‘영웅(Heroes)’라는 곡을 만들었습니다. 10년 뒤 보위는 이 노래를 베를린 장벽이 바라보이는 특별 무대에서 불렀는데, 그 때 놀랍게도 수십만의 젊은이들이 동서베를린 양쪽에서 함께 따라 부르는 장관이 연출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년 뒤인 1989년 독일이 극적으로 통일되면서 마침내 장벽이 무너지는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독일 정부는 데이빗 보위가 사망한 다음 날, 그 공을 기리며 공식적으로 감사를 표했던 것입니다.
독일 장벽에 데이빗 보위가 있었다면 휴전선에는 일찍이 박봉우 시인이 있었습니다.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우리 무엇에 불안한 의미의 얼굴은 여기에 있었던가.”(시 〈휴전선〉 일부) 휴전선이 만들어지고 불과 3년 후인 1956년, 시인은 비장하게 그러나 염원하는 마음으로 이 땅을 가로지르고 있는 장벽이 사라지기를 노래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실 모든 장벽을 대하며 이렇게 노래해야 합니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 또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려 하심이라 원수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시고...”(엡 2:14, 16) 우리는 오직 주님만이 인위적(人爲的)으로 쌓아올린 장벽을 근본적으로 사라지게 하실 수 있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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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장벽전쟁(War of 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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