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탁지일 교수.JPG
 광주, 부산, 제주는 국내 다른 지역에 비해 교회연합운동이 활발한 곳이다. 기독교 교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교회연합의 필요성이 그다지 절실하지 않을 수 있지만, 반면 차별화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광주와 제주 그리고 불교의 땅에서의 고립적 상황에 처한 부산에서는 연합활동의 불가피성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들 지역들에서는 거의 모든 교단들이 연합에 참여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한편 연합활동이 ‘그리스도를 위한 연합’이 아니라, ‘사리사욕을 위한 야합’으로 변질되는 것을 민감하게 경계해야 한다. 지역교계와 주변사회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는 연합활동이 아니라, 특정 정파와 개인 중심의 불균형하고 불공평한 연합활동은 크고 작은 균열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연합’과 ‘야합’ 사이가 백지장 한 장 차이라는 것을 한국교회의 교파주의역사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단대처에 있어서 연합적 대처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개인이나 개교회 차원의 이단대처는 고립적이고 수세적일 수 있지만, 연합적 이단대처 활동은 효과적이고 영향력이 있다. 만약 여기에 주변사회가 쉽게 공감할 수 있고, 교회의 힘을 결집시킬 수 있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이단대처 전략이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강력한 이단대처의 조건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최근 교회의 연합활동이 오히려 이단대처 현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이단문제를 명분으로 정치적인 이합집산과 내홍을 오랜 기간 겪고 있다. 심지어 이단전력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인물이 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를 하고, 이단시비에 연관된 인물이 한교연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했다는 비판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기관이 이단대처의 중심이 아니라, 신학적으로 불건전한 개인과 단체들이 신분을 세탁하고 면죄부를 받는 장소로 악용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로 인해 신천지를 비롯한 이단들은 연합기관의 공신력을 조롱하며, 자신들의 활동과 존재이유를 합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주변사회도 이러한 연합기관의 파행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교회의 시급한 당면과제인 이단, 이슬람, 각종 비성경적 문화에 대해 교회가 목소리를 높이면, ‘너나 잘하세요!’라는 반대자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되돌아오는 것이 오늘 교회가 마주한 현실이다.
교회의 연합적 이단대처는 교회역사의 오랜 전통이다. 이방인 선교와 관련된 교회의 첫 위기를 예루살렘과 안디옥 교회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극복했고, 이단과 관련한 초대교회의 문제를 로마, 콘스탄티노플, 안디옥, 예루살렘, 알렉산드리아의 모든 기독교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신학적 변증과 대처의 길을 찾았다. 이러한 연합적 이단대처는 중세교회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회의 중요한 전통이 되었다. 특히 교파주의를 운명적 특징으로 하는 한국교회에서 연합적 이단대처는 필수불가결한 과제이다.
사리사욕을 위한 야합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위한 연합의 모습이 절실하다. 이단대처 현장은 반드시 교단정치의 청정지역이 되어야 한다. 이단대처는 ‘정적제거와 교권장악을 위한 마녀사냥’이 아니라, ‘교회와 복음을 정결하게 수호하기 위한 선한 싸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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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지일 교수의 이단바로알기] 연합과 야합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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