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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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에 초기 기독교 역사를 담은 책 ‘초기 기독교와 로마사회:로마 제국 하에서의 기독교’를 출간했다. 책 소개를 부탁드린다.
A. 기독교 역사 가운데 초기 3세기, 첫 300년 동안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책이다. 기독교가 생긴 후 로마 제국 하에서 기독교가 어떠했는지는 제일 중요하고 재밌는 문제다. 로마 제국과의 대립, 정치적 탄압, 문화적 갈등 그리고 다신교적 상황에서 기독교는 유일신으로 어떻게 정체성을 드러냈는지에 중점을 뒀다. 지금까지 초기 3세기 역사를 주로 교회사적, 신학적으로 주로 접근했다면, 이 책은 로마 사회사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컨대 초기 기독교 공동체 구성원들은 어떤 신분이었는지, 당시에 중요했던 신분구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며 사회사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그 외 초기 3세기의 종교적 갈등문제, 기독교 교리형성, 기독론 등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굉장히 애착이 가는 책이다.
 
Q. 기독교 초기 3세기의 로마 제국의 종교적 상황은 어땠는가?
A. 당시 로마 제국은 어느 특정 종교가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종교다원사회였다. 종교의 자유는 로마 황제와 신들을 숭배하고 받아들일 때 주어졌고 여러 신들에 대한 예배나 숭배 등을 거부하면 종교탄압을 받았다. 이미 종교다원주의사회로 다른 신이 생긴다는 것에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기독교는 유일신이기 때문이 처음부터 탄압을 받았다. 초기 기독교는 탄압을 받으면서도 정체성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오늘 우리도 다종교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정치적인 탄압은 없지만 인습, 도덕,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기독교 정체성을 지켜갈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초기 기독교는 탄압을 받았지만 물리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 비폭력, 평화주의를 주장했고, 책에도 썼지만 초기 기독교는 칼로 대응하지 않고 펜을 선택했다. 펜을 선택했다는 것은 변증활동을 했다는 것인데, 기독교란 이런 것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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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책에서 초기 기독 교회의 이단에 대해 다뤘다.
A. 초기 기독교는 양면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외부로는 박해, 내부로는 이단의 출현이다. 그래서 양면적이다. 당시 기독교는 왜 신앙의 박해를 받아야 하는가, 무슨 잘못을 했는가에 대한 신앙적으로 변호할 필요성이 있었다. 또 이단들이 기독교에 대해 잘못 가르치면서 바른 신앙을 해명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 일을 했던 사람들을 변증가라고 한다. 변증가들이 기독교에 대한 탄압과 교회 내부의 이단들에 대응하면서 이것이 나중에 기독교 교리로 발전해간다. 이단들이 잘못 설명한 기독교 정신에 대해 체계적으로 말하다 보니 기독교 교리가 형성된 것이다. 이단의 출현으로 초기 기독교는 바른 정경관을 제시하게 됐고, 참된 교회가 무엇인가 교리의 정통성을 말하게 됐다. 그래서 이단의 출현은 기독교 성경의 집성, 신앙고백의 확립, 교회의 제도화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지금의 이단들에 대해서 한국교회가 분열되면서 공동의 대응을 못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 우리 시대의 특징이다. 이단들이 이런 것들을 이용해 활동하면서 상당히 위협이 되고 있다. 현대 이단들에 효과적으로 대항하기 위해서는 전 교회적인 연합이 필요하다.
 
Q. ‘한국교회 위기’, ‘교회가 자정능력을 잃었다’면서 초대교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A. 초기 교회는 교리적으로는 오늘만큼 제도화되거나 체계화되지 않았지만 이 땅은 우리의 영원한 처소가 아니라는 기본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땅에 두발을 디디고 살지만 천국 시민이라는 의식으로 세상의 물질과 명예, 권력으로부터 자유 할 수 있었다. 이것이 교회가 순수성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다. 우리 시대의 교회는 마치 영원히 사는 것처럼 물질에 대한 탐욕, 권력에 대한 욕심, 명예에 대한 갈망이 넘쳐난다. 이런 것들이 결국 교회의 부패, 종교지도자들의 부패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초대 교회가 지향했던 이 땅의 나그네라는 정신, 나그네성을 회복하는 것이 초대교회가 한국교회에 주는 교훈이 아닐까 생각한다.
 
Q. 교회가 기독교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A. 역사에 대한 무지는 굉장히 큰 문제다. 역사에 대한 무지는 단지 과거를 모른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늘의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를 모르는 사람은 독단주의나 주관주의에 빠지기 쉽다. 과거에 대한 이해는 현실에 대한 이해, 독단에 빠지지 않고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제시한다. 역사란 사례를 가지고 가르치는 설교다. 성경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성경에서 인간은 타락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역사를 보면 인간이 타락한 것을 볼 수 있다. 역사는 성경의 가르침을 확인 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성도들이 성경도 알지만 역사를 안다면 신앙생활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기독교 역사학자로서 한국교회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A. 대체적으로 한국교회가 서구교회의 부정적인 모습을 답습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기독교의 역사를 보면 업앤다운(Up & Down), 부흥했다가 퇴락하는 굴곡이 많았다.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성장하고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고, 1980년 후반부터 쇠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정기간 이런 현상이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은 교회 내적인 것 뿐 아니라 국가정책과 사회현상, 현황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한국교회가 긍정적인 갱신보다는 갱신이 필요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어두운 전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A. 내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로, 종교개혁에 대한 논물을 저술하고 있다. 그리고 고신 교회의 역사에 대한 책이 곧 나온다. 2017년 은퇴를 앞두고 있어 그동안 연구했던 자료를 모아 분류하여 정리하는 중이다.
한국에서는 사회적 접근으로 초기 기독교 공동체를 분석하고 로마 제국 하에 기독교가 어떻게 대응했는가에 관한 것들이 많지 않아 새로운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 일이 한국 학문 발전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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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신대학교 신학과 이상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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