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식탁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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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보기에는 기독교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저자는 아주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로 글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식탁으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그리스도께 뿌리내린 자’로서 본래의 자리로 회복되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가정은 물론이고, 교회도 식탁 대신 다른 것을 우선함으로써 신앙의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관계’와 ‘식탁’, 그리고 그 속에 ‘임재하시는 하나님’에 관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은 이야기로 서로의 관계를 형성하며 연결된다. 기독교 신앙 역시 ‘내러포’(narraphor, 은유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통해 전달된다.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는 식탁에서 전달되는 내러포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우리의 식탁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곳이 아닌, 하나님의 임재를 먹고 마시는 곳이다. 모든 식사의 자리에 ‘진정성’과 ‘진리’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식탁에 함께 앉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저자는 자기 가정의 예를 들며 가족들이 식탁에 마주할 때 지켜야 할 원칙을 몇 가지 제시한다. 특히 식사할 때 무엇이든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것은 안 된다는 원칙이 눈에 띈다. 식사시간에 책, 핸드폰, 아이패드, 컴퓨터 등은 전부 사용금지다. 우리도 지켜야 할 원칙이라 하겠다.
◈ 《태블릿에서 테이블로》 | 저자인 레너드 스윗(Leonard Sweet)은 저명한 기독교 미래학자이자 복음과 문화, 사회현상을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성찰하는데 뛰어난 복음전도자요 저술가이다. 원제 From tablet to table. 예수전도단, 2015. 12,0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제목의 ‘태블릿(tablet)’이 ‘태블릿 컴퓨터’를 의미하는 줄 알았다. 즉, 우리 일상에서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이고, 식탁의 중요성을 깨닫자는 내용으로만 생각했다. 책을 읽은 후에야 ‘태블릿’이 패스트푸드와 같은 인스턴트 신앙을 상징하는 것임을 알았다. 저자는 오래 전 교회학교에서 옹기종기 둘러앉아 반사 선생님이 들려주던 성경 이야기에 귀 기울이던 ‘부직포 칠판’과 반대되는 의미로 쓴 것이다.
 
문화.jpg▲ 예수님은 항상 배척받던 사람들과 한자리에서 식사를 하셨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가족은 물론, 주위의 불우한 이웃과도 함께 식탁을 나누는 것은 어떨까? [그림 출처: dreamstime.com]
 
#식탁공동체의 중요성에 관심 가져야 
김길구 :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소위 ‘맛집, 먹방’ 등 먹는 것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오늘 우리가 이야기할 ‘식탁 공동체’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김현호 : 그동안 핵가족화, 패스트푸드로 대표되는 음식문화 등으로 인해 우리의 전통적인 식탁이 무너졌고, 이에 따라 가족 공동체도 함께 붕괴되고 있습니다. ‘맛집’이나 ‘먹방’ 같은 프로그램이 이러한 흐름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건 아닐까요?
김길구 : 최근에는 특히 ‘집밥’에 관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맛집’이나 ‘먹방’이 식당에서 외식하는 것을 상징했다면, ‘집밥’은 역으로 우리의 식탁을 되찾아야 한다는 흐름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김수성 : ‘집밥’이 인기를 끄는 것은 그만큼 혼자 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한 것 같습니다. 집에서 혼자 대충 끼니를 때우던 사람들에게,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일반적인 재료만 가지고도 간단하게 요리를 해서 어느 정도 ‘격’을 갖춘 밥상을 차려서 먹을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 아닐까요?
김길구 : 출연자 대부분이 그동안 부엌과 동떨어진 남성들임을 보면 ‘집밥’의 의미가 가족식탁 공동체의 재발견이란 생각도 드네요. 이 책의 저자는 은유로 된 이야기를 뜻하는 ‘내러포’가 식탁을 통해 신앙과 매너가 다음 세대에 전달된다고 주장하는데,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상당히 중요한 지적인 것 같습니다.
김현호 : 올해 초에 나온 한 설문조사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횟수가 일주일(21회)에 평균 9.6회였습니다. 60대 이상은 약 12회인 반면, 20대는 7회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길구 : 횟수도 문제지만 식탁에 같이 앉아서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면 별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죠. 텔레비전을 켜놓고 시청하면서 밥을 먹는다든가, 각자 스마트폰에 집중하면서 식사한다면 혼자서 밥 먹는 것과 다를 바 없죠.
김수성 : 식탁에 앉아 같이 식사를 한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 관계를 맺어주는 매개체가 바로 이야기죠. 그래서 저자는 식탁을 함께 할 때에 원칙을 정해놓아야 한다며, 자기 가족의 식탁 원칙 몇 가지를 제시합니다(107~110쪽 참조).
 
#예수님은 배척받는 자와 함께 식사해
김길구
 : 저자는 모든 식탁에는 ‘진정성’과 ‘진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잘못과 허물에도 불구하고 ‘여기 있음’을 서로에게 드러내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죠. 즉, 식탁에서 서로의 진실을 드러냄으로써 화해하고 치유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현호 : 일반적으로 우리 교회의 메시지도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목회자는 우리 삶과 동떨어진 메시지, 교리를 해석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제는 삶과 생활을 신학화하여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실질적인 지혜를 좀 더 많이 전달했으면 좋겠습니다.
김길구 : 이 책에서의 좋은 식탁은, 삶의 현장과 괴리된 바리새인들의 ‘율법, 규정, 배척’으로 상징되는 식사가 아닌, ‘사랑, 자비, 용납’으로 목마르고 굶주린 우리를 부르시는 예수님의 유쾌한 식탁에의 초대를 은유합니다.
김수성 : 교회에서의 식사도 점차 한끼를 때우는 식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오후 예배시간에 맞추기 위해 봉사하는 분들은 물론, 식사를 하는 분도 이야기를 나누기는커녕 밥 먹기에 급급한 현실입니다.
김길구 : 가정은 물론, 여건이 문제지만, 교회에서의 식탁 문화도 업그레이드되어야 할 것입니다. 둘러앉아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럴 때 ‘치유의 식탁’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교회 식당의 분위기도 의도적으로 밝게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김현호 : 주일날 교회에서 하는 공동식사를 신학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만찬처럼 그리스도의 사랑을 베풀고 실천하는 ‘거룩한 식탁’이 되도록 하는 것이지요. 목회자와 직분 맡은 이들이 평신도들과 함께 어울려 아름다운 식사를 나누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수성 : 저자가 강조하듯, 식탁을 차릴 때는 반드시 하나님/예수님의 임재를 초청해야 한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군요.
김현호 : 예수님께서 부활 후 디베랴 바닷가에서 제자들의 식사를 직접 준비하신 것처럼, 리더가 먼저 섬기는 마음을 가지는 식탁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 교회가 제자리를 찾을 것입니다.
김길구 : ‘열린 식탁’의 중요성이라 할 수 있겠죠. 예수님께서는 당시 유대교에서 배척받던 작은이들과 식사하기를 즐기셨습니다. ‘끼리끼리’ 혹은 익명성 뒤에 숨은 오늘날 우리 교회의 폐쇄성이 좋은 관계요, 좋은 공동체라는 착각으로 그들만의 식탁으로 이끄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봐야겠죠.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음식’ 만들자
김수성
 : 곧 크리스마스입니다. 오늘의 주제인 식탁 공동체와 관련하여 이야기할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김현호 : 먼저 가족들과 함께 모여 성탄을 축하하는 식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또는 케이크를 자르면서 예수님의 탄생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김길구 : 교회에서는 불우한 이웃과 함께 하는 식탁을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 번 ‘슬로처치’에서 언급했던 포틀럭(potluck) 식탁을 차리는 것이죠. 이웃을 초청하되, 교인들이 각각 조금씩 음식을 준비하여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것입니다.
김수성 :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만의 ‘크리스마스 음식’을 마련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하면 칠면조 요리가 생각나듯이, 교회에서 공동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절기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면, 이것이 사람들에게 아기 예수 탄생을 되새기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현호 : 집에서 직접 만들 수 있는 음식이면 더 좋겠죠. 그리고 그 음식을 이웃과 나눈다면 더욱더 의미있는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습니다.
김길구 : 이러한 절기 음식은 기독교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식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입니다.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고 웃음꽃이 피는 식탁은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서는 물론, 건강한 신앙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 좀 더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에는 존 스토토가 마지막으로 쓴 책, 《제자도》(IVP, 2010)를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예수님께서 내시는 식사 오병이어》 / 이준 / 새물결플러스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 데이비드 그레고리 / 김영사
《만찬, 나를 먹으라》 / 김기현 / 죠이선교회
 
기쁨의 집.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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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교양읽기 ⑩] “크리스마스에 이웃과 함께 하는 식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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