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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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지은 포도원교회 드림센터는 전원교회처럼 뒤쪽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계절이 바뀌면 무엇보다 들려오는 소리가 확연히 달라진다. 봄이 오면 꿩꿩하는 꿩소리가 힘차게 들려오고 뻐꾸기 소리가 구성지게 울려퍼진다. 그러다가 여름철이 다가온 소리는 밤이 되면 들려오는 개구리들의 우렁찬 합창소리이다.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개구리 소리는 사라지고 찌르륵 찌르륵 풀벌레 소리들이 온 산을 가득 울린다. 가을이 지나는 길목에서 쏴한 바람이 불어오는 순간 풀벌레 소리는 거짓말 같이 사라지고 산은 깊은 침묵속으로 들어간다. 나무들도 슬픈 빛으로 낙엽들을 마구 떨어뜨리며 앙상하게 메 말라간다. 산이 온통 회색빛으로 물들어간다. 산가에 살다보니 새소리, 풀벌레 소리가 정겹다. 꿩소리, 뻐꾸기소리, 개구리소리는 머리가 희게 된 나를 동심의 세계로 순간이동 시켜준다. 가난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스라이 가슴 깊이 저며온다. 사시사철을 소리로 구분할 수 있다. 동물에게서 배운다.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잊지 말아야 된다.
나는 왜그리 청개구리를 닮았을까? 베드로가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것과 반대되는 행동을 많이 했듯이 나도 청개구리 근성이 다분한 것 같다. 청개구리는 어머니 말을 늘 반대로 들었다. 죽기 전에 어머니는 내가 죽거든 개울가에 묻으라고 유언을 하였다. 어머니는 분명히 이번에도 청개구리가 반대로 개울가가 아닌 다른 곳에 묻을거라 생각하고 한 말이었다. 하지만 청개구리는 이번만큼은 어머니 말을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개울가에 묻었다. 그래서 비가 오면 청개구리는 어머니의 무덤이 쓸려내려 갈까봐 운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나는 여전히 개구쟁이 기질이 다분하다. 설교를 해도 성도들을 울리기보다 웃기고 일을 할 때도 장난기가 많다. 그러나 호된 목회사역을 하다 보니 지금은 상당히 까칠충만해졌다. 사역을 하다가 스텝들을 보면 속에서 불이 올라온다.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그런 내 모습은 영락없이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까먹은 것이다.
아직 어리고 미숙한 사역자들을 대할 때에 왜 그들을 공감할 수 없을까? 나는 저들보다 훨씬 더 웃기고 실수투성이고 엉망진창이었는데도 담임목사님들이 나를 귀엽게 봐주고 잘 밀어주셨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열쇠는 바로 공감 능력이다. 당사자가 속한 상황과 연령대, 성별을 잘 따져 그것을 포용하며 대화하는 것이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시작이다.
눈높이를 맞추고 이심전심, 동변상련, 긍휼사역을 해야 된다. 내가 올챙이 시절에 어르신들이 내게 그러했듯이...
메뚜기도 한철이다.
나는 목회자적인 배경이 전혀 없다. 불신 가정에서 자라서 나를 위해서 기도해주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부산 땅에 와서 쭉 살아왔다. 사역이라고 하면서 가르쳐주는 사람 하나 없이, 집안의 어른이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이, 발등의 불끄듯이, 두서도 없이 살아왔다. 워낙 바쁘게 쫓아다니니 사람들이 너무 무리한다고 뭐라고 하였다. 그때마다 나는 메뚜기 한철이다고 하였다. 장경동목사님은 요즘 비닐하우스 메뚜기는 사시사철 뛰어다닌다고 하였다. 일복이 많은 것이 복이 많고 바쁠 때 진도가 팍팍 나가고 힘들 때 힘줄이 생기는 법이다. 여전히 기뻐, 바뻐, 예뻐의 삶을 즐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된다.
사명자는 사명자의 길을 가야 된다. 나는 주의 일을 하고 주께서 나를 지켜주는 것이다. 송충이가 갈잎을 먹으면 죽는다. 사역자는 솔잎 사역을 해야 된다.
개미와 베짱이
이솦 우화 중에 겨울을 대비해 부지런히 음식을 모으는 개미와 따뜻한 계절동안 노래만 부르고 세월을 허송한 베짱이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겨울이 오자 베짱이는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개미에게 음식을 구걸하고 개미는 베짱이의 게으름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개미에게서 배워야 된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인생의 정비공은 없다. 정답은 없고, 비밀은 없고, 공짜는 없다는 말이다. 사역을 하면서 다른 동역자들을 보면 쉬 우울해진다. 탁월한 분들을 보면 금방 기가 죽고 시원찮은 사람들을 보면 같잖게 보인다. 하나님은 굼벵이에게도 구르는 재주를 주셨다. 하나님께서는 아무리 못난 사람도 결혼해서 먹고살도록 기본적인 탈렌트를 주신 공평하신 분이다. 한 가지 재주만 똑부러지면 되는 것이다. 굼벵이 같은 미물에게서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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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칼럼] 곤충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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