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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합장의 자유
2019/05/27 14:2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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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진 목사.jpg
 
‘합장(合掌)’과 관련된 논란이 연일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석가탄신일을 맞아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제1야당 대표가 예식 중 합장을 하지 않고 관불(灌佛) 의식에도 참여하지 않아 불거진 일입니다.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기독교인이 타종교 행사에 참여한 자체를 존중해야지 마음에도 없는 일까지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불교계뿐만 아니라 일반 언론과 많은 대중들로부터 거센 비판과 반발이 잇따르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 불교계 최대 교단인 조계종은 뒤늦게 공식 논평을 냈습니다. “남을 존중하고 포용하기보다는 나만의 신앙을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지독한 신앙인으로서 개인의 삶을 펼쳐 나가는 것이 오히려 개인을 위해 행복한 길이 될 것이다.” 도대체 합장이 무엇이기에 공당의 대표직 사퇴나 “지독한” 신앙이 거론되는 것일까요?
불가(佛家)에서는 합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마음에 스며드는 번뇌와 망상은 막기 어렵기 때문에 손바닥인 장(掌)을 합하여 일심(一心)이 되도록 제어하는 것이 합장이다.”(「法苑珠林」) 즉 합장은 일심이라는 설명입니다. “정혜상응(定慧相應) 즉 선정(禪定)과 지혜(智惠)가 서로 응하게 하고 본체와 작용이 둘이 아니라는 이지불이(理智不二)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천태종 교무원) “두 손을 합치고 모으는 것은 너와 내가 둘이 아닌 자타불이(自他不二)의 의미와 나와 같은 동일한 존재로 존중하겠다는 뜻이 있는 것입니다.”(불교신문 2294호) 불교인들은 이런 합장의 의미를 ‘하심(下心)’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합장이란 내면적으로는 정신집중과 외면적으로는 화해관용의 아름다운 관행입니다. 하지만 본래 불교식 합장은 ‘신에게 복종’이라는 뜻을 가진 인도의 ‘나마스테’에서 유래했습니다. ‘나무아미타불’의 ‘나무’가 경배를 뜻하는 ‘나마스’에서 왔다고 하지 않습니까?
합장은 인도나 불교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찾을 수 있는 이미지가 바로 ‘기도하는 손’인데, 전형적인 합장의 모습입니다. 마르틴 루터(1483-1546)의 종교개혁 시대에 살았던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라는 화가가 그린 작품입니다. 가난한 시절 도움을 주었던 친구를 잊지 못해 그렸다고도 하고 친구가 아니라 동생이라는 설도 있지만, 사실 뒤러는 금속세공장인 집안에서 태어나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으나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여 착실하게 도제 수업을 받고 일류 화가가 된 인물입니다. 그러나 개혁의 격변기에 전쟁과 기근과 전염병으로 얼룩진 시대를 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열다섯 형제 중 겨우 살아남은 세 명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뒤러의 합장은 절대자를 향한 간절한 의지(依支)의 산물입니다.
그렇습니다. 합장 자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심지어 오장육부의 기운이 응집된 곳이 손가락과 손바닥이니 합장은 육신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동작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판국이니 더욱 그러합니다. 그렇지만 종교적 의례에서 합장은 그 대상을 향한 공경과 복종과 귀의의 상징적 행위임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양심의 자유를 규정합니다. 양심의 자유는 누구든지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당하지 않을 자유와 자기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포함합니다. 수많은 논란과 파생되는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사죄광고를 불허하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양심의 자유는 그 어떤 자유보다도 먼저 지켜져야 하는 천부인권(天賦人權)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대로 합장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집니다. 동시에 누구든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합장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를 누려야 합니다. 이것은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양심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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