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전영헌목사(신규).png
 
오늘날 입시 제도는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와 많이 달라졌다.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당연히 공부가 필수이지만, 봉사 활동과 같은 이른바 ‘스펙’들도 필요하다. 그런데 학교에 있다 보니 아이들이 봉사 활동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이리 저리 방법을 알아보던 중 우연히 ‘밥퍼(밥퍼나눔운동)’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2010년부터 6년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밥퍼 봉사를 했었다.
밥퍼 봉사는 부산 시청 광장에서 노숙인들과 노인들에게 밥을 퍼 주는 사역이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여기에 동참하여 설거지, 식판 나르기, 어르신들 안내하기 등의 봉사를 했다. 섬김의 정신을 배우면서, 아울러 봉사 시간도 덤으로 얻는 교육의 장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열심히 봉사 활동을 했다. 처음에는 내가 매주 참석했지만, 학교 업무가 많아지고 다른 봉사 단체와도 연결되면서 매주 참석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학생 중 S를 팀장으로 세워 그에게 밥퍼 봉사의 인솔을 맡기고, 나는 다른 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그렇게 8개월 정도가 지났다. 나도 시간이 되어 밥퍼 봉사를 함께 나간 어느 날, 뜬금없이 S가 이렇게 물었다.
“목사님, 여기 오신 어르신들 밥값이 얼마나 드나요?”
나 역시 모르는 사항이었기에 국장님께 물어보았다.
“국장님, 이렇게 어르신들 식사 대접을 하면 하루에 비용이 얼마나 듭니까?”
“음, 350만 원 정도 듭니다.”
국장님과 내가 대화하는 것을 듣더니 S가 끼어들었다.
“목사님, 15년 안에 제가 한번 쏘겠습니다. 그리고 계속 저분들께 밥을 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참 귀한 말이다. 그동안의 봉사 활동을 통해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았다. 물론 S의 말이 지켜질지는 15년 후가 되어 봐야 안다. 그가 어려운 노숙인들을 위해 밥을 쏠 수도 있고, 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부의 목적과 돈을 버는 목적이 적어도 다른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S는 앞으로 거룩한 부담감을 가지고 살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들의 스펙을 쌓게 해 주기 위한 도구로 봉사 활동을 시작했지만, 아이들은 어느새 작은 섬김 속에서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고 있었다. 나는 S가 대견스러웠다.
“짜식, 꼭 그렇게 해라.”
그랬더니 돌아오는 말이 걸작이다.
“네, 목사님. 오천 명을 먹이겠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오천 명을 먹이는 사람’이라는 가치가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삶의 모토가 되어 가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대학 입시에서 면접관들을 대할 때마다 오천 명을 먹이는 사람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단다. 이는 분명 일반적인 고등학생들이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면접관들이 면접 중에 칭찬하더라는 이야기를 자주 전해 듣는다.
이와 같이 교육은 반응이다. 반응이 올 때 가르치는 이는 춤추게 된다.
부활절을 맞이하여 학교현장에서 이러한 반응들이 일어나길 바란다. 초점잃은 아이들의 눈에 생기가 돌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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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헌 목사] 돈벌어 남주는 인생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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