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이승연 목사.jpg
 
최근에 악몽을 꾸었다. 친한 친구 목사랑 분식집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데 난데없이 친구 목사네 교회 청소년으로 보이는 여자애들이 서너 명 들어와서는 다짜고짜 아무 말도 없이 무전취식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우리가 음식을 포크로 찍어서 먹으려고 입으로 가져가면 그때마다 달려들어서 이내 손도 안 대고 쏙쏙 뽑아먹는 것이었다. 계속 그런 무례한 행동을 계속하자 마침내 화가 나서 그러지 말라고 혼을 내니까 이런 행동이 자기네들 놀이라며 당연하게 계속하려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혼을 내는 필자를 오히려 비난하며 나가버렸다. 이렇게 악몽은 끝나버렸다. 이 별것도 아닌 꿈에서 깨어나면서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왜냐하면 꿈에 나타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오늘날 교회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화는 아닌가 하는 걱정과 우려가 몰려왔기 때문이다. 요즘 다음세대들을 보면 우리는 그토록 귀하게 생각하는 복음과 은혜를 그저 공짜로 선사하는 분식집 음식이나 값싼 선물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성경,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복음, 제자들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진부한 옛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건 아닌가 우려가 된다. 아니 사실은 우리 기성세대들이 그런 문화를 만들어놓은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구원과 은혜, 신앙교육에 있어서 정작 중요한 것은 복음과 제자도인데 교회학교에 넘쳐나는 선물들과 간식이라는 보조수단들과 유인물들이 중요한 핵심가치를 가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오늘날 다음세대들이 복음의 가치보다 다른 부수적인 것들에 좌우되다가 그 부수적인 것들마저 더 이상 힘을 못 쓰게 되는 때에는 교회학교마저도 떠나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지나친 비약마저도 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우려는 계속해서 존재해왔다. 100여 년 전 독일의 신학자 본 회퍼는 교회를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독을 ‘값싼 은혜’라고 지적했다. 그가 말하는 값싼 은혜는 회개 없는 용서, 훈련 없는 세례, 죄의 고백 없는 성만찬, 참회 없는 죄 사함과 같은, 고민하지 않고 쉽게 신앙생활을 하는 종교인을 낳는 은혜이다. 그는 또한 이러한 값싼 은혜를 제자로서의 삶도 십자가도, 육신으로 오시어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도 없는 은혜라고 지적하였다. 이와 같은 본 회퍼의 글은 나치시대를 살아가는 신학자로서의 절절한 시대비평, 교회비평이 들어있는 자성의 목소리였다. 다시 오늘날 우리에게로 돌아와서 이 신학자의 반성을 우리의 반성으로 심각하게 돌아보았으면 한다. 성탄절을 앞두고 있는 우리는 과연 우리의 다음세대들에게 정말 값진 은혜, 값진 선물을 전해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무엇을 받아도 만족이 없는 세대들에게 우리가 어떤 성탄선물을 준들 그들이 만족하겠는가? 그러나 또한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세상이 줄 수 없는 평화의 복된 소식을 말이다. 아무런 희망 없이 빈들에서 밤새 양을 치던 목자들의 삶을 바꾸고 가치를 바꾸었던 아기 예수 나심의 기쁜 소식 그 자체가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제 다음세대를 향한 신앙교육은 복음의 값진 공짜선물을 값지게 전하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며 희망 없이 살아가는 우리의 다음세대들에게 세상이 줄 수 없는 하늘의 선물을 가장 값진 선물로 전해주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선물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가르쳐야 한다. 선물의 가치는 그것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는 자에게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먼저는 복음의 스토리 자체가 힘이 있다. 복음의 이야기를 전해주자. 그것이 첫 번째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복음은 구닥다리가 아니라 언제나 최신상 선물이다.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가 담긴 성경의 대하드라마를 있는 그대로 만나게 해주는 것이 우리가 할 첫 번째 일이다.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그 선물을 받은 자의 간증과 삶으로 그 귀한 선물을 전하자. 엄청난 선물을 먼저 받은 우리 기성세대가 그 선물의 가치를 말과 행실로 전해주자. 이 일은 교사만이 아니라 교회의 모든 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그 선물을 받은 자로서의 삶, 제자도를 실천하며 살아가도록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일이다. 구체적인 훈련과 밀도 높은 체험의 시간이 없이는 저절로 신앙이 전수되지 않는다. 결국은 다음세대가 값진 선물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선물을 받은 이의 헌신이 필요한 것이다. 성탄절을 맞이하여 그리고 또 다른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와 우리 다음세대가 값싼 은혜가 아닌 값진 은혜라는 귀한 공짜 선물을 모두 만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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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학교를살린다] “값진 공짜를 선물하는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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