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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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청년들의 ‘미투’ 그리고 페미니즘
‘우리나라 교인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질문이었다. 후반부에 게재된 설문조사 내용과 분석한 글을 보면서는 또 다른 의문이 떠올랐다. ‘이 수치를 그대로 믿어도 될까?’ 현실과의 괴리감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최근 인천의 한 교회에서 일어난 그루밍 성폭행 피해자들의 ‘미투(Me Too)’ 폭로 뉴스화면을 보면서, ‘저게 사실이라면 한국 교회에서의 페미니즘은 더 이상 미루거나 방치할 것이 결코 아니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살면서, 얼마 전 여성 장로가 장립 받는 것을 보고서는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던 ‘남자 교인’이기에, 교회 청년들의 ‘미투’ 폭로는 너무도 아프게 다가왔다.
이 책은 모두 6명의 글이 게재되었다. 송인규(한국교회탐구센터 소장)는 보수주의 측면에서의 기독교회 페미니즘을 살펴보았고, 양혜원(일본 난잔종교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자 담론과 연계하여 한국 교회의 페미니즘을 분석했다. 백소영(이화여대 기독교학과 외래교수)은 기독교를 뛰어넘어 사회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페미니즘을 소개하면서 교회도 이에 동참해야 하는 당위성을 이야기했다. 이어서 센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분석과 리뷰, 한국의 페미니즘을 시대적으로 요약한 내용이 실렸다.

◈ 《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 || 이 책은 한국교회탐구센터에서 편집한 것으로, 이 센터는 2011년 ‘하나님나라를 위한 교회, 한국 교회를 위한 탐구’를 모토로 설립되었다. IVP, 2018. 18,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페미니즘과기독교윤리》 / 구미정 외 공저 / 예영커뮤니케이션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들》 / 백소영 / 뉴스앤조이


▌좌담: 김길구, 김수성 경성대 초빙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이것은 우리만 해방되는 사건이 아니다. 답을 가졌다고 생각하면서 가장 ‘비성경적’으로 살고 있는 가부장적 그리스도인들도 해방하는 사건이다. 그러니 이제 시작하자. 교회 안에서 ‘다름’이 들리도록, 보이도록 만드는 사건들을.” [백소영, ‘페미니스트 성서 해석으로 제안하는 교회 제도 개혁’ 끝말 중에서]

진정한 남녀평등 교회공동체 이뤄야
김길구  최근 미투(Me Too)운동이 우리 사회의 부도덕성에 신랄한 경종을 울렸습니다. 이와 함께 페미니즘에 대한 교회의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 기독교인들도 페미니즘에 대해 좀 더 올바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현호  이 책에는 복음주의 입장에서 바라본 페미니즘부터 진보적 입장까지 다양한 시각을 한데 모아놓았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입장을 신학적으로 갈무리한 책은 그동안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김수성  그러나 복음주의 입장에서는 ‘평등론’까지는 성경 해석에 따라 어느 정도 인정할 수도 있지만, 페미니즘의 경우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우려를 나타냅니다. 즉, 인정하기 어렵다는 뉘앙스입니다. 이에 비해 진보적 여성학자는 기독교가 페미니즘을 거부하면 페미니스트들은 결국 교회를 떠나게 된다며, 교회가 가부장제에서 벗어나 진정한 남녀평등 공동체를 이루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김길구  필자 중 한 분은 ‘라브리’ 활동을 통해 페미니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교회 사역자 사모가 되자 자기가 생각했던 ‘제자론’의 허실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이러한 현실은 복음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로 인식하였고,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학과로 진학해서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김수성  아무래도 출산과 육아 문제, 여기에 더하여 가사까지 겹치게 되면 아무래도 활동 영역이 좁아질 수밖에 없겠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가부장제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가 오래 전부터 자리 잡았고, 이러한 문화 바탕 위에 기독교가 전래됨으로써 다른 나라에 비해 더욱 가부장 중심의 교회 공동체로 성장한 것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김현호  그렇다고 할지라도 ‘라브리’는 가부장적 분위기가 가장 약한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자훈련을 통해 남녀 구분 없이 사역하는 단체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부분적으로 한계를 드러내는 면이 있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교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비하면 그래도 사역자 부부가 함께 협동간사로서 활동하는 기관입니다.

여성입장 대변할 자리 배정조차 안돼
김길구  우리나라의 경우, 가정적으로 본다면 유교적인 가부장제가 상당 부분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단적으로 비혼(非婚)이라 할 정도로 독신자가 늘어나고, 결혼을 해도 출산율은 세계 최저라는 뉴스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와 더불어 교회에서의 가부장적 인식은 아직도 더디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김현호  교회에서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지요. 몇몇 보수적인 교단을 제외하고는 여성들도 목사와 장로 안수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였습니다. 물론 교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내가 출석하는 교회에서는 남녀 구분 없이 직분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여성 목회자들이 강대상에서 설교하는 것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없고요.
김수성  물론 인식이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어떻게 보면 온정주의라는 생각도 듭니다. 담임목사로 시무하는 여성 목회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여성 장로는요? 이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현재 교회 교인들의 상당수가 여성인데 여성 목사와 장로의 비율은 턱없이 부족하죠. 뿐만 아니라 이들이 맡고 있는 업무는 전도사와 하등 다를 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길구  교단 총회에 참석하는 여성 대의원 역시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즉, 가장 상위에 있는 의사결정기구에 참석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개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회에 참석할 수 있는 여성의 숫자는 극히 적습니다. 여성의 입장을 대변할 자리조차 마련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수성  1970년대부터 미국과 영국에서 전개된 ‘정치적 올바름(폴리티컬 코렉트니스)’ 운동이 있었습니다. 이 운동은 여성주의자들이 남성 중심이 성차별적 단어를 중립적인 단어로 바꿔 쓰자는 것으로, 단적인 예로 의장을 뜻하는 ‘chairman’을 ‘chairperson’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인종차별적인 용어를 비롯해 장애와 관련된 용어를 순화하였는데, 이제는 남성 중심의 단어를 중립적인 낱말로 바꾸자는 운동을 전개한 것입니다.

위원회 중심의 운영시스템 확산해야
김길구  오늘 우리가 개념을 정확히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여성’이라는 접두어를 사용했습니다만, 직분이나 직업 앞에 ‘여’ 또는 ‘여성’을 붙이는 것도 사실은 가부장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도 여성목사, 여성장로, 여전도사, 여집사, 여교사, 여신자 등 성차별적인 용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합니다. 경우에 따라 남전도사, 남집사라고는 하지만 남성목사, 남성장로라고는 하지 않죠. 근본적인 인식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김현호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은 ‘하나님 아버지’라는 말부터 ‘하나님 어버이’ 등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호칭 자체가 하나님의 속성을 남성으로만 편향되게 인식하게 한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복음주의자들은 상당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김수성  마셜 맥루안이란 언론학자가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말을 했습니다. 즉, 같은 뉴스라도 어떤 매체를 통해 접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종이신문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과 같은 뉴스를 스마트폰으로 보는 사람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도 달라진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어떤 낱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김길구  교회가 사회의 변화에 앞장서지는 못하더라도,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폐쇄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몇몇 교회에서도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부장제를 유지하면서 다만 여성들에게 시혜적으로 뭔가를 베풀려하지 말고, 근본적이고도 적극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김현호  최근 당회를 구성하기 어려운 작은 교회들의 경우, 위원회를 중심으로 교회 공동체를 꾸려가는 곳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교인 수가 얼마 되지 않는 교회여서 위원회 구성은 남성 여성 구분이 없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경우 여성이 더 많습니다. 즉, 여성들이 앞장서서 교회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죠. 큰 교회에서도 이런 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면 좋겠습니다.
김수성  사실 페미니즘이 본격화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50년, 우리나라의 경우 30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수천 년을 이어온 가부장제에 맞서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인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여성들이 자체적으로 성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모임을 갖고,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능동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길구  이 책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실제로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은 ‘평화를 깨는 이단아’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아쉽게도 소란하지 않게 성 평등으로 가는 길은 없다.” 맞습니다. 공동체를 바로세우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다음에는 성탄절을 맞아 춘천제자교회 정해창 목사의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연탄 신학 이야기》(솔라피데, 2018)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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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43] “소란 없이 성평등으로 가는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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