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우스갯소리로 예수님이 재림해도 안 바뀔 것 두 가지가 한국에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부동산 가격이고 또 하나는 대학입시입니다. 먼저 부동산 가격에 대해 한 경제신문을 참고하면 1987년 서울 잠실 주공아파트 13평이 평당 100만원으로 총 1,000만원에 거래되었으나 2,000년대 이르자 평당으로만 5,000만원을 넘어버렸습니다. 물론 소득이 그만큼 같이 향상되었다면 또 다른 문제겠으나, 지난 30년 전에 비해 대부분의 근로자들 소득 또한 50배 이상 올랐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금 현재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약 361만원이고 한국감정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서울 중위권 아파트 가격은 약 6억 6천만 원입니다. 따라서 20-30세대가 서울 아파트를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0년 가까이 저축해야 하는데,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아니겠습니까?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신정부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것 중 하나가 부동산 정책입니다. 하지만 보수정부든 진보정부든 부동산 가격을 잡는 일만큼은 실패했다는 점에서 일치했습니다. 최근 정부가 새롭고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선포한 결과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주춤하는 것 같지만 동시에 부동산 매매가 실종되고 전월세가격이 급등한다고 아우성치는 소리들이 있습니다. 1990년대 천정부지로 치솟던 일본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장기불황으로 일본 경제 자체가 주저앉았던 기억을 이입하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집값을 잡으면 경기가 불황에 빠지고 실업률이 높아지고, 그렇다고 집값을 그대로 두자니 소득격차가 심화되고 다음세대의 좌절이라고 하는 위험한 담보를 감수해야 하고, 그러니 한국 부동산 문제는 어떤 정부가 서도 심지어 예수님이 재림해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한국 대학 입시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치러진 수능 시험은 사상 유래 없는 ‘불수능’이었다고 말들 합니다. 이번에 수능이 이렇게 어려워진 이면에는 지금까지도 이슈몰이를 하고 있는 ‘S 여고’ 성적 조작 사태가 단단히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수능 정시모집으로 대학을 가는 비율이 점차 줄어 이제 20퍼센트 대를 간신히 유지하는 반면 내신과 학생종합기록부 등을 통한 수시모집의 비율은 70퍼센트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이른바 삼유(三有) 학생들, 즉 돈과 시간과 부모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는 학생들이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대학입시분야에서도 터져 나온 지 오래인데 이번 내신 조작 사건은 그런 불만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인 격이 되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불시험은 또한 학교 간 학력 격차를 심화시키고 사교육 시장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정시로 아이들 인생을 서열화한다는 비판 때문에 수시로 돌아서면 반대로 불공평의 비판에 직면합니다. 과연 예수님 재림 운운할만한 모순과 역설입니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사례를 들어 부활에 관해 시험하려던 무리들에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요 야곱의 하나님이로라 하신 것을 읽어 보지 못하였느냐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요 살아 있는 자의 하나님이시니라.”(마 25:32) 우리가 ‘예수님이 재림해야’라고 생각할 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왜 예수님 재림을 기다립니까? 예수의 사람들에게는 이미 부동산에 관한 원칙과 공의에 관한 원칙과 다음세대에 관한 원칙들이 주어져 있습니다. 신자들이라면 사회의 부단한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창조하는 일이 아니라, 읽고 배워서 알고 있는 원리들을 실천하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물경 20퍼센트에 달한다는 신자들이 성경대로 부동산을 대하고 수능을 대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예수님이 재림하신다면 부동산이나 수능 문제를 해결해주시기는커녕 오히려 “읽어보지 못하였느냐?” 책망하실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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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예수님이 재림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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