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크기변환_파워1.jpg▲ 자천교회 내에서 찍은 고 권헌중 장로의 후손들. 이들은 현재 각자의 자리에서 조상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결혼할 당시 제 지인들은 아내에게 믿는 가정에 시집 잘 왔다고 했었죠. 그러나 결혼 후 아내 가문을 알게 된 지인들이 제게 장가 잘 갔다고 하더군요.(웃음)” 부산시 영도구 땅끝교회를 섬기는 김남규 장로와 권미혜 권사 부부 이야기다.
자천교회를 세운 고 권헌중 장로
김남규 장로는 53녀 중 여섯째로 형제들 중 3형제가 목사로 재직 중이거나 은퇴했다. 다른 남매들도 장로, 권사 직분으로 믿음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믿음의 가정에서 자란 김남규 장로는 결혼 후 처가에 대해 알게 된 후 놀라웠다고 말했다.
권미혜 권사 가정은 현재 6대째 신앙의 뿌리를 이어 온 영남지역 기독교 명문 가문이다. 권 권사의 증조부인 고 권헌중 장로는 경북 영천시 화북면 자천리에 위치한 자천교회(담임 손산문 목사)의 설립자다.
18984월 동학농민운동으로 청송에서 대구로 이사를 가던 중 산 고갯길에서 선교사를 만났다. 미국 북장로교에서 파송된 제임스 아담스(한국명 안의와) 선교사에게 복음을 들은 권 장로는 예수를 영접하고 이사를 포기했다. 선교사를 자신의 집에 초대해 3개월간 신앙교육을 받았고, 자천리에 초가삼간을 구입해 서당 겸 기도소로 사용했다. 권 장로는 자신의 집에 있던 노비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그들을 해방시켜 주고, 전도에 힘써 믿는 사람들이 증가하자 교회 설립을 결심하게 됐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에 자기 재산을 들여 마을에 필요한 주재소와 면사무소를 지어주고 나서야 교회를 완공하게 됐다.
자천교회는 일제 강점기 때에는 가마니 공장으로, 10.1 사건 때에는 인민군 사무실로 쓰이는 등 민족의 역사와 함께 했다. 지금의 교회 건물은 1904년에 지어져 해방 이후 다소 변형된 채로 보존되다 2003년 경상북도 지방문화재 문화재자료 452호로 지정, 2005년 복원공사를 통해 다시 원래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자천교회는 예장통합 총회사적지 제2호로 지정돼 있다. 3만명 이상의 순례객이 찾는 성지 순례 코스로도 유명하다.
자천교회 내에는 신성학당이 있다. 과거 서당 훈장이었던 권헌중 장로가 자천교회 내에 설립한 2년제 소학교이다. 191350명의 신입생으로 시작된 신성학교는 서당을 대신해 교회가 근대적 공교육의 장을 감당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한 전통 한옥 교육관인 신성학당과 관련된 간증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교회가 학당을 고 김경환 씨의 선대에 빚 대신 넘겨줬다.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이후 2007년 김경환 씨는 임종 직전에 신성학당을 교회에 기증했다. 고 김경환 씨는 할아버지가 산 이 집 때문에 자손들이 잘 된 것 같다며 다시 교회에 헌납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이를 기증해 그동안 폐가로 방치된 신성학당을 교회가 보수 정비했다. 이로서 교회와 함께 신성학당까지 성역화 작업이 진행돼 문화재로 지정됐다 


크기변환_파워2.png▲ 김남규 장로 아내 권미혜 권사의 증조부인 고 권헌중 장로가 설립한 자천교회
 
영남지역 기독교 명문 가문
지금 자천교회에 있는 예배당현판의 글씨는 권헌중 장로의 아들인 권오진 장로의 친필이다. 고 권오진 장로는 아버지를 이어 자천교회를 섬기며 일제시대 갖은 시련에도 강직한 믿음을 지켰다. 고 권오진 장로는 아버지에게 보고 배운 믿음을 자녀들에게 가르쳤다. 고 권오진 장로 슬하에는 42녀의 자녀들이 있었다. 이들 모두 장로, 권사, 사모, 집사 등 믿음을 지켰고, 권미혜 권사를 비롯한 다음 세대 자녀들도 모두 믿음 생활을 하고 있고, 그 다음 세대 역시 모두 믿음 생활을 하고 있다.
김남규 장로의 처남인 권순백 장로(땅끝교회)가계도를 보면 사회적으로 뛰어난 인물이 없을 수도 있지만 모두가 믿음을 지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축복이다. 믿음의 유산이 세대를 이어 잘 전수되고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고 권오진 장로의 후손들은 10년 전부터 매년 여름 가족수련회를 개최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오는 815일 자천교회에서 가족들이 모여 제11회 가족수련회를 연다. 기도, 격려사, 특강, 토론 등 여느 단체의 수련회에 뒤처지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별세, 건강 등의 이유로 보지 못하는 가족들도 있지만 또 새로 태어난 생명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며 세대의 전수가 이어진다. 이들은 매년 수련회를 갖고 그동안 모은 재정을 교회에 헌금한다. 시골 교회라 교인이 줄고 재정이 어려운 교회를 위해 설립자 후손들이 뜻을 모은 것이다. 연금, 월급 등 자신의 소득을 구분해 연 수천만원씩을 헌금했다.
김남규 장로와 권미혜 권사 슬하에는 두 딸 정은, 고은 씨가 있다. 두 딸 모두 변호사로 장녀는 제주도에서 활동 중이며, 차녀는 부산도시공사 법무팀 변호사로 근무 중이다. 가족들의 헌신을 보고 자란 김정은 변호사는 자천교회 등록교인이 돼 지속적인 헌금생활로 조상들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김남규 장로는 자손으로서 조상들의 신앙을 잘 계승하고 이를 후대에 잘 전달하고 싶다. 또한 예수 믿는 가정이 잘 되는 모습을 사회에 보여 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정의 두 자녀 모두 변호사가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신앙을 지킨 조상들의 기도의 열매를 우리 가정에서도 받게 된 것 같아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크기변환_파워3.jpg▲ 김남규 장로(우)와 처남 권순복 장로(좌)
 
 
크기변환_파워4.jpg▲ 김남규 장로 가족 사진. 두 딸 모두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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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천교회를 설립한 故 권헌중 장로의 후손들, 조상의 뜻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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