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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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역사에 있어서 1775년 11월 1일은 잊지 못할 날입니다. 포르투칼의 수도 리스본에 대지진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당시 리스본은 주민 25만 명 중 십분의 일이 신부·수사·수녀와 같은 성직자였을 정도로 종교적인 도시였습니다. 마침 로마가톨릭의 만성절을 맞아 대부분의 시민들이 성당에 모여 있을 무렵인 오전 9시 30분에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거대한 쓰나미가 도시를 덮쳤고, 불길이 3일간 도시를 태웠습니다. 이 사건을 두고 토마스 켄드릭은 “5세기 로마 멸망 후 서구 문명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참사”라고 했고, 수잔 리먼 역시 “신앙의 기초를 흔들고 선한창조에 의문을 제기한 사건”이라 평했습니다. 또한 볼테르는 소설을 통해 이렇게 썼습니다. “캉디드(주인공)는 지진의 공포와 심판의 여파를 겪은 다음 너무 놀란 나머지 어안이 벙벙해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떨며 ‘이것이 하나님께서 만드시는 최선의 세상인가?’를 외쳤다.” 토마스 롱은 이렇게까지 말합니다. “우리는 모두 리스본의 후손이다!”
지난 11월 중순, 포항 일대에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작년 경주 지진에 이어 리히터 규모로 5가 넘는 비교적 강한 지진이 한반도를 덮친 것입니다. 대학수능시험을 하루 앞둔 15일 오후 2시 29분, 리히터 규모 5.5의 지진이었습니다. 작년 경주(5.8)보다 강도는 약했지만 재산 피해는 오히려 열 배가 넘었고, 수능시험이 한 주 연기될 정도로 사회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파장이 컸으며, 무엇보다도 우리가 사는 이 땅 또한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지진이었습니다. 그 동안 삼국사기나 조선왕조실록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지진 이야기들을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붕괴가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다행스럽게도 사망자는 없었지만, 리스본 지진보다 약 200년 전인 1556년 중국 산시성에서도 대지진이 일어나 100만 명 가까이 사망했으리라고 추정합니다. 가까이는 2004년 인도네시아 일대를 뒤덮은 강진과 쓰나미로 25만 명,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에 10만 명, 2011년 동일본지진으로 2만 명, 2015년 네팔지진으로 8천 명, 2016년 이태리지진으로 수백 명, 올해도 포항지진 며칠 전에 이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수백 명이 숨졌습니다. 미국 콜로라도 주 볼더에 있는 국립 지구물리학 자료 센터는 지난 1984년에 리히터 7.5 규모이거나 사망자가 100명 이상인 지진을 조사한 결과, 1914년 이전 2000년 동안에는 856회, 1914년 이후 69년 동안 605회가 일어났음을 밝혔습니다. 성경에도 여러 차례 지진 혹은 그와 유사한 현상이 기록되어 있습니다(출 19장, 민 16장, 삼상 14장, 왕상 19장, 행 16장). 이처럼 지진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왔습니다.
지진은 인간의 교만을 파괴합니다. 인간은 자신의 무력감을 깊이 자각 할 때 하나님의 존재에 눈을 뜨기 시작합니다. 자연을 두려워하기 시작하는 순간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이 자랍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정수현 박사는 동일본지진 후에 「성경에 나타난 지진의 역사」(Austin, Greatest Earthquakes of the Bible)를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진을 통하여 하나님은 온 우주의 주관자가 되시며 모든 자연현상의 통치자이심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주권에 순복하는 삶을 살아야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1세기의 첨단과학을 통하여 하나님의 주권을 우습게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주권으로 일어나는 모든 자연현상 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교만하지 말고, 하나님의 주권 앞에 다시 한 번 겸손하게 서야 할 줄 믿습니다. 그 이유를 다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의 포괄적인 섭리 앞에 겸손하게 무릎 꿇어야 할 줄 믿습니다. 우리는 모두 십자가와 부활 사건 때 일어났던 대지진의 후손이기 때문입니다.(마 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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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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