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이승연 목사.jpg▲ 이승연 목사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말이 있다.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지만 아무도 나서지 못하여 이룰 수 없는 일을 뜻하는 속담이다. 교회학교를 살리기 위한 해결책에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과 같은 어려운, 그러나 꼭 필요한 일이 있다. 그 첫 번째가 지난 회에 언급한 교회의 예산을 교회학교 중심으로 현실화하는 문제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 나눌 또 한 가지 이야기는 바로 담임목회자의 변화에 관한 것이다. 필자는 여러 교회의 부름을 받아 교회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교회학교 교장인 담임목회자는 강의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적 상황에서 교회학교를 비롯한 교회의 모든 정책 변화의 수장은 담임목회자이다. 담임목회자의 의지가 교회학교를 살리는 데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교회가 교회학교는 각 부서 담당 교역자에게 위임하고 정작 담임목회자는 미래를 위해 교회학교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성인목회에 전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교회학교를 돌아볼 수 있는 주일에 조차도 장년예배와 교회학교 예배시간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서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목회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담임목회자가 교회학교에 관심을 갖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교회학교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 청년들이 정작 담임목회자의 얼굴조차도 보기 힘들다. 담임목회자가 교회학교의 상황을 숫자로만 보고받고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면 교회학교에 대해 둔감할 수밖에 없고 결국 교회학교를 살리는 일에 주력할 수 없게 된다.
지금이라도 당장 교회학교를 살리고자 하는 변화에 대한 강한 열망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겨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헌신된 담임목회자들에게 헨리 나우웬의 조언을 전하고 싶다. 나우웬은 그의 책 『예수님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에서 사역자의 역할을 기억에 대해서 저항하거나 기억에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했다. 먼저 저항한다는 것은 위대한 영감이 시작되었던 그 지점으로 돌아가서 본래의 이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영감을 불어넣는 일은 다시금 새로운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고 위를 바라보며 달려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이끄는 것이다. 지금 교회학교의 변화를 위해서 담임목회자들이 해야 할 사명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의 교회학교는 처음 하나님이 주신 위대한 비전의 지점으로 다시 돌아가 그때의 뜨거운 헌신과 사랑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희망을 품고 하나님의 위대한 사역에 동참하는 사명자들을 길러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담임목회자는 회복과 비전의 선포자이자 격려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일은 사실 아주 단순한 퍼포먼스만으로도 빛이 난다. 필자가 섬기는 성민교회 담임목회자는 스스로를 “다음세대를 살리는 분, 그분을 전하는 홍목사”를 줄인 “분홍목사”라는 캐릭터를 만들어서 항상 분홍색 옷을 입고 다음세대를 만난다. 장년예배시간 사이 중간 중간에라도 시간을 내서 아이들을 만나러 교육부서로 향한다. 아이들 놀이터에도, 식당에서도 언제든지 담임목사님이 아닌 분홍목사님으로 아이들을 만난다. 일 년에 여러 차례 온 가족 예배를 드리는데, 이때 항상 다음세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설교를 준비한다. 장년 예배시간에 교회학교의 행사 광고를 하고 후원과 기도를 부탁하며, 가정예배를 드리는 가정을 소개할 때면 반드시 어린이의 이름으로 소개한다. 그래서 교회 전체의 분위기가 교회학교 중심으로 흐르게 만들고 있다. 담임목회자의 역할은 공동체의 신앙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다. “다음세대를 살리는 교회”라는 공동의 비전을 세우고, 모든 일들을 함께 이야기 나누며 계획하고, 실천하는데 전 교인들의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일,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찾아가는 일 등이 모두 담임목회자의 중요한 사명이다. 한 교회의 성도의 수준은 그 교회의 담임목회자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제 담임목회자들이 교회학교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강한 절실함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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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학교를 살린다]“가장 먼저 변화해야 할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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