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최현범 목사.jpg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많은 잘못과 실수를 범하게 된다
. 그 죄로 자기 자신에게만 해가 가는 경우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돌이키기 어려운 손실과 상처를 입히는 경우도 있다. 우리 모두는 사실 많은 죄를 반복하면서 때로 주위 사람들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는 연약한 죄인들이다. 어떤 때는 그 죄가 아주 끔찍한 결과를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또 같은 일을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기도 한다.
과거의 죄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오직 하나 진정한 회개이다. 잘못한 것을 잘못한 것으로 인정하고 죄를 죄로 고백하는 것이다. 그리고 철저히 돌이키는 것이다. 그럴 때에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과거를 깊은 바다에 던지시고, 우리로 새 출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신다.
그러나 사실 이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고통을 겪는 사람들 앞에서 나 때문이오라고 인정하는 것은 참 어렵다. 그러나 그러한 아픔의 과정을 통과하지 않으면 과거의 죄는 여전히 지금과 미래 나의 발목을 붙잡게 될 것이다. 반면에 진정한 참회는 우리로 하여금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원리는 개개인뿐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국가의 경우 과거사를 숨기지 않고 그릇 되었던 것을 빛 가운데 드러내고 정리하려는 것은, 지나간 과거를 위한 일이라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것이다. 이 과정을 외면하면 국민들 속에 숨겨진 죄의 속성은 반드시 다시금 반복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과거 역사에서 일어난 많은 인권파괴의 만행들을 찾아내어 옳고 그름을 가려내고 정리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지나간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필수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웃나라 일본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일본이 과거의 어두운 역사를 벗어버리지 못하는 것은, 진정한 참회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덮고 없는 것처럼 넘어가려고 한다. 위안부문제, 징용문제, 마루타 생체실험등 전쟁 중의 비인간적인 만행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밝히고 사죄하기를 꺼려한다. 이러한 잘못된 과오를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숨기려고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치인들이 과거 자기백성과 온 세계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 전범자들의 위패 앞에 절을 하면서 그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 저변에는 우리 같은 위대한 민족이 어찌 그런 악을 저질렀겠는가 라는 자존심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자기 속을 발가벗기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민족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진정한 돌이킴의 과정이 없이 과거의 그 그릇된 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19958월 독일의 바이체커 대통령이 일본에 초청되어 종전 50년의 독일과 일본이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했다. 당시 일본은 왕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게 어떤 단어로 사죄해야 하는가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사죄, 유감, 통한의 염 등등. 어떤 기자가 이에 대해서 바이체커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갖는 경험이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적용이 된다고 봅니다. 사죄의 말은 자주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말은 그 하는 사람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할 때, 비로소 가치가 있고 유효한 것입니다.” 일본인들이 마음으로 진실하게 잘못했다고 생각지 않는다면 어떤 용어를 쓴다 해도 결국 단순한 정치적인 제스처에 불과할 뿐이라는 말이다.
스위스의 저술가 아돌프 무쉬그가 자기 국가 역시 바르게 참회하지 못하는 것을 놓고 독일의 유력주간지 슈피겔에 이렇게 썼다. “(과거를 돌이키는 사람에게는) 마치 마취가 풀릴 때처럼 먼저 고통이 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신의 허물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만이 올바른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
정말 옳지 않은가? 잘못을 드러내고 인정하는 것에는 종종 아픔이 따르지만, 그렇게 할 때만이 우리는 바른 현실로 돌아올 수 있고, 그럴 때 우리에게 바른 미래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는 무엇인가? 그것은 진정 자신을 돌이킬 수 있는 용기이다. 참된 신앙도 바로 여기서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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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칼럼] 진정 자신을 돌이키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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