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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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로 예수님께서 재림하셔도 해결 못할 대한민국의 양대 과제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수능(修能)이요, 또 하나는 부동산(不動産)입니다. 정권교체 때마다 이 두 가지 문제 때문에 매번 골머리를 앓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출범한 새로운 정부도 이런저런 대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역시 매번 되풀이되는 현상이지만, 그에 비례해서 만만찮은 반발과 비판도 함께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어쩌면 수리과학이나 정치역학의 방식으로는 애초부터 풀릴 가능성이 없는 난제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 나라의 시각으로 이 문제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일까요?
“2002년에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다.” 이런 글귀가 보입니다. 신정부가 이번에 예고한 새로운 수능제도 때문에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하는 말이랍니다. 21세기 임오년(壬午年)에 태어난 지금 중학교 3학년들은 절대평가 수능시험을 치르는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어, 한국사, 수학과학, 외국어한문의 네 과목에 국한해서 절대평가를 적용할 것인가 아니면 전과목을 대상으로 할 것인가의 두 가지 안(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아우성치는 학부모들이 있을까요?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수능의 변별력이 다소 저하되는 대신 내신이나 학생부 반영의 비율이 높아질 것이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과외는 물론이요 봉사활동이나 대외수상과 같은 부분까지 일일이 신경 쓰고 챙겨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달라지는 수능으로 말미암아 초래되는 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부동산 문제도 대폭적인 손질이 가해질 모양입니다. 1가구1주택소유자들의 비율은 전체 40% 미만이며 나머지는 거의 다가구주택소유자들이라는 통계가 재등장하고, 후자들에 대한 세금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정책 발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부동산경기부양책을 통한 경기활성화 정책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들이 속속 시행되고 있는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상향조정도 그 일환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전에는 내 돈이 많이 없어도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주택을 적어도 집값의 2/3 정도는 구매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전자의 세금정책이나 후자의 대출정책 모두 발표되자마자 찬성하고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이런저런 근거를 대면서 반대하고 비판하는 견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제도를 둘러싼 이러한 혼란도 역시 새롭게 체험하는 현상이 아닙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능시험이 바뀐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대책 또한 빈번한 변천을 겪어 왔습니다.
이러한 현상들 앞에서 교회는 세상을 향한 선지자적인 역할을 회복해야 합니다. 보십시오. 이들 문제의 배후에는 출세지향주의, 물질만능주의, 적자생존주의, 천민자본주의라고 하는 핵심적인 원인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 속에서 기생(寄生)해야 하는 세상에는 답이 없지 않습니까? 세상의 도성 속에서도 하나님의 도성 안에서 함께 살고 있는 하나님의 사람들만이 탐욕을 버리라, 회개하라, 혁신하라고 외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경제발전정도는 다를지언정 본질은 같았던 탐욕의 시대를 살았던 구약의 선지자들도 그러했습니다.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걸치고 자연이 주는 음식만을 먹거리로 삼았던 세례 요한 또한 거리낌 없이 세상을 향하여 이렇게 선포하지 않았습니까? “회개하라!” 한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않고 살만큼 극도로 절제하는 생활을 일삼았던 마르틴 루터 역시 95개조 반박문 첫 머리를 이렇게 쓸 수 있었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회개하라’(마 4:17)고 하셨다.” 이제 우리는 정말 본연의 모습을 회복해서, 부패하고 타락하며 혼돈으로 가득 찬 세상을 향해 입바른 소리, 쓴 소리로 질타하고 촉구할 수 있는 그런 교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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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수능과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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