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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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94년 여름에 루터유적지로 여행갈 기회가 있었다. 아이제나하, 바이마르, 라이프찌히 등 과거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와 바하, 괴테와 실러의 유적이 살아있는 이곳은 모두가 옛 동독지역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통일되기 전에는 무시무시했을 서독과 동독의 국경선을 지나가게 되었다. 통일이 된지 4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무너져 버린 담자국들과 쓸쓸히 서있는 동독군의 초소가 먼 과거의 유적처럼 보였다. 통일이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총칼을 마주하던 전선이 이제는 한갓 관광지가 되는 것 이것이 통일이었다. 이것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우리와 같은 분단국가였던 독일에게는 통일을 주셨습니다. 이제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 우리나라도 이 통일의 감격을 맛보고, 휴전선이 이처럼 과거의 유물이 되는 날이 속히 오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하였지만, 벌써 훌쩍 27년이 지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2012년 나는 남쪽 휴전선이 아니라 중국 단동의 압록강 철교 끝에 서게 되었다. 맞은편은 경부선이 끝나는 국경도시 – 한반도에서 부산의 가장 대칭선에 서있는 신의주가 있었다. 과거에는 신의주가 훨씬 번화한 도시였는데, 이제 고층빌딩이 수없이 올라가는 단둥에 비해, 신의주는 아주 초라한 시골항구가 되고 말았다. 신의주 옆에 의주가 고향이었던 선친은 신의주에 들러 영화 본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다.
철교 끝에서 바라보는 저 북한은 끊임없이 우리의 연민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분노와 공포의 대상이 되는 나라였다. 1995년부터 3년간 두 차례의 기근과 한차례의 대홍수로 온 국토가 초토화되면서 세계에서 10년 이상 계속 기아에 허덕이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정확한 수치야 알 수 없지만, 800만 명 이상이 영양실조 상태로 국민 3명중 한 명꼴이라고 한다.
인권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세계 많은 나라와 인권단체들이 북한의 열악한 인권을 비판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엠네스티는 요덕수용소를 비롯해 6개의 정치범 수용소에 20만명이 수용되어 있다고 보고하였다. 사실 북한자체가 거대한 감옥과 같은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장 가기 어려운 곳, 가장 폐쇄적인 나라요, 세계평화에 가장 위협이 되는 깡패국가, 불쌍한 국민들을 담보로 하면서 위험한 불장난도 서슴치 않는 나라가 북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또한 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우리와 피를 나누고 언어를 나눈 한 민족 한 형제임에 틀림없다. 반드시 통일되어 다시 하나가 되어야할 나라이다.
그러나 언제 저곳에 갈 수 있을까. 하나님은 언제 이 국경을 허물어주실까. 하나님은 언제 저 땅에 평화와 생명을 주실까?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 모든 역사의 미래를 예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지만, 이보다 더 예견하기 어려운 장래사가 있을까? 혹시 지금부터 또 25년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훌쩍 지나가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우리 세대에 통일을 보지 못하고 분단된 나라를 손자세대에 물려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는 안 된다. 이렇게 분단된 상태에서 우리의 자녀들이 살게 하면 안 된다. 80년대 말부터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유럽에서는 이념분쟁이 이미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한반도에는 그 이념이라는 괴물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면서 미움과 증오, 상식밖에 행동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것은 남과 북이 이처럼 강경하게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뿐 아니라, 남한 역시 아직 평화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분단은 우리 남한 사회에도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우리의 자녀들을 이런 증오와 분쟁, 갈등의 거친 광야에서 살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남한의 개신교회가 서독의 개신교회처럼 평화통일의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단동의 철교 끝에 서서 동서독 국경에서 했던 기도를 다시 한 번 했다. “독일에 통일을 허락하신 주님, 이 한반도에도 통일을 주셔서 이 단동의 철교를 따라 저곳 북한 땅으로 들어가는 그 날이 속히 오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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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칼럼] 압록강 저편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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