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2016년 KBS 연기대상에 베스트커플 상을 받은 뒤 연예인 차인표씨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50년을 살면서 깨달은 것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둘째, 거짓은 결코 참을 이길 수 없다. 셋째, 남편은 결코 부인을 이길 수 없다.’ 저는 여기에 넷째를 하나 더하고자 합니다. ‘목사와 장로는 결코 교회와 교인을 이길 수 없다.’” (최병학 목사)
 
“2017년도 트렌드 키워드 슬로건은 ‘CHICKEN RUN’” (김난도 외, 『트렌드코리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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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유년, 군주민수에서 사필귀정으로
 
지난해 연말 <교수신문>은 2016년의 사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선정했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4년간 선정된 <교수신문>의 올해의 사자성어를 보면, 그리고 그 당시 정치권을 강타한 사건들을 곁들여 보면 이렇다. 2013년 도행역시(倒行逆施,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공약철회, 국정원 댓글 사건,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거짓이 진실을 가린다)-세월호 참사, 정윤회 문건 파동, 2015년 혼용무도(昏庸無道, 세상이 어지럽고 무도하다)-메르스 대응 무능, 배신의 정치 찍어내기, 2016년 군주민수-촛불집회, 탄핵 등. 2017년 새해를 맞이하며 2017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누구나 흔히 아는 사자성어인 ‘사필귀정(事必歸正) 곧, “모든 일이 반드시 옳은 길로 돌아가는” 해가 되기를 기도한다.
 
2. 정유년 각자 도생의 시대, ‘CHICKEN RUN’
 
해마다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주요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한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매년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2017년에는 어떤 트렌드가 한국 사회를 주도할 것인가? 『트렌드 코리아 2017』 (미래의 창)은 2017년의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를 ‘CHICKEN RUN’으로 선정하였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자 비상의 날개를 펴고 극적으로 울타리를 탈출한 애니메이션 영화 <치킨런>(2000)의 주인공들처럼 철조망 울타리에 갇힌 것같이 정체와 혼돈을 벗어나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2017년에는 새롭게 비상하길 기원한 것이다. ¹
 
1) C’mon, YOLO! 지금 이 순간, ‘욜로 라이프’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약자이다. “한 번 뿐인 인생을 즐기면서 살자.”는 의미이다. 카르페 디엄(carpe Diem)이 삶의 태도라면 욜로는 태도이다. 자기지향적이고 현재지향적인 삶의 스타일로 후회없이 즐기고 사랑하고 배우라는 삶의 철학이자 이상향을 향한 실천을 중시하는 태도이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 미래를 향한 기대를 접은 젊은이들이 부르짖는 절망의 외침인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은 희망의 외침이기도 하다.
 
2) Heading to ‘B+ Premium’ 새로운 ‘B+ 프리미엄’
가격 대비 성능이 구매의 핵심 고려요인이 된 가성비의 시대의 상징으로 단순히 가격을 낮춰 가성비를 확보하기보다는 좀 더 프리미엄한 가치를 제공하고 제 각격을 받는 방향으로 가성비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아마도 불황의 벽을 넘는 사다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3) I Am the ‘Pick-me’ Generation 나는 ‘픽미세대’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췄지만 순위대로 피라미드의 자리가 주어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선택(pick-me)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고단한 세대를 잘 말해주고 있다.
 
4) ‘Calm-Tech’, Felt but not Seen 보이지 않는 배려 기술, ‘캄테크’
공기가 언제 어디서나 사람과 함께 공존하듯이 언제 어디서나 사람을 지원하는 기기들을 통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조용한 기술을 말한다. 캄테크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과 사람 사이에 인터랙션이 될 것이다. 보이지 않고 조용한 만큼 그 가능성과 파급력 또한 가늠하기 힘든 이 신기술은 얼마나 인간지향적인 형태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
 
5) Key to Success: Sales 영업의 시대가 온다
인정과 막무가내식 설득에 호소하는 주먹구구식 관계의 영업을 넘어 다양한 매체, 접점, 채널의 과학적 분석을 통한 영업의 과학화가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다가오고 있다.
 
6) Era of ‘Aloners’ 내멋대로 ‘1코노미’
철저히 혼자만을 위하면서도 때로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이들로, 1인과 이코노미(economy)의 조합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발적으로 혼자인 삶을 즐기는 사람들을 ‘얼로너(aloners)’라고 한다. 한 손에는 젓가락을 들고 혼자 밥을 먹고 있지만 다른 한 손으로는 쉴 새 없이 스마트폰을 터치하며 SNS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7) No Give Up, No Live Up 버려야 산다, 바이바이 센세이션
장기불황과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후, 일본에서는 ‘사토리족’의 버리는 삶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인기를 얻었고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소유보다는 향유, 공유의 가치를 전파한다. 한국의 젊은 유목민적 물질주의자들이 이 버리는 삶에 동참하여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자기 집에 비치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나 대여를 통해 그때그때 꺼내쓰는 ‘삶의 클라우드’현상을 만들고 있다.
 
8) Rebuilding Consumertopia 소비자가 만드는 수요중심시장
소비자가 시장의 권력으로 이동하여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한 제품과 서비스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나타났다.

9) User Experience Matters 경험 is 뭔들
포켓몬GO 게임을 위해 미국인들이 걸어 다닌 총량이 1,440억 걸음(지구와 달 사이를 143회 왕복하는 길이)으로 집계됐다. 웬만하면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을 이렇게 움직이게 만든 비결은 바로 경험과 재미이다. 물건을 파는 것에서 이제 경험을 파는 것으로 세상이 바뀌었다.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여 체험하거나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을 일종의 놀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10) No One Backs You Up 각자도생의 시대
전에 없던 심각한 자연재해와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은 깊어 가는데, 정부의 문제해결능력을 신뢰하지 못하고, 국민들은 제각기 살아 나갈 방법을 혼자 모색하고 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은 말 그대로 “스스로 알아서 살길을 도모해야한다.”는 뜻이다. “나는 억울하다”는 승복부재의 감정과 “나는 네가 싫다”는 타자혐오가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른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는 ‘욜로 라이프’와 ‘각자도생’이다. 어쩌면 이 두 키워드는 동일한 현실 자각을 기반으로 한 트렌드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믿을 건 나밖에 없는 세상, 국가도 사회도 가족도 나를 보호해줄 수 없고, 어떻게든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각자도생’의 절박한 심정이 지극히 현재지향적인 소비의 모습으로 ‘욜로 라이프’로 나타난 것이다.
 
3. 촛불의 미학
 
시인 가운데서 가장 훌륭한 철학자이며, 철학자 가운데 가장 훌륭한 시인인 가스통 바슐라르는 그의 마지막 저서 『촛불의 미학』(문예출판사, 2001)에서 이렇게 말한다. “불꽃은 그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생성을 향해 긴장되어 있는 세계이다. 몽상가는 거기에서 그 자신의 존재와 그 자신의 생성을 보는 것이다. 불꽃 속에서 공간은 움직이며, 시간은 출렁거린다. 빛이 떨면 모든 것이 떤다. 불의 생성은 모든 생성 가운데 가장 극적이며 가장 생생한 것이 아닐까? 불에서 그것을 상상한다면 세계의 걸음은 빠르다. 그리하여 철학자가 촛불 앞에서 세계에 대해 꿈꿀 때는 모든 것을-폭력이나 평화까지도-꿈꿀 수 있는 것이다.”
 
과학의 결합을 시로 메꾸고 시의 결함을 과학으로 메꾸려는 바슐라르는 또한 이렇게 말한다. “불꽃은 우리들에게 상상할 것을 강요한다. 불꽃 앞에서 꿈꿀 때, 사람이 상상한 것에 견주어 본다면 사람이 인지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불꽃은 그 은유와 이마쥬의 가치를 매우 다양한 명상의 영역 안에 두고 있다. 어느 것이라도 삶을 나타내는 동사의 주어로서 불꽃을 취해보라. 촛불은 그 동사에 한층 생기를 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불은 다른 것과 융합하려고 하는데 반해 촛불은 결코 합치려고 하지 않는다. 혼자 타면서 혼자 꿈꾸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 본래의 모습 그 자체이다.
 
사실 18세기 말엽 어떤 불꽃의 물리학자가 두 개의 촛불의 불꽃을 합치시키려고 헛되이 시도한적이 있었다. 그는 심지에 심지를 맞대고 촛불을 켰던 것이다. 그러나 두 개의 고독한 불꽃은 다만 더 커지고 상승하는 일에만 취하여 합일되는 것 따위에는 전혀 관계하지 않고 각각 그 뾰족함의 미묘함을 그 꼭대기에 지키면서 수직성의 에네르기를 유지했던 것이다. 이 물리학자의 실험 속에서 볼 수 있는 서로 힘을 합쳐 불태우려고 헛되이 노력하는 두 개의 정열적인 마음은 얼마나 불행한 상징인가! 적어도 불꽃은 몽상가에 있어서 스스로의 생성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존재의 상징인 것이다! 불꽃은 생성으로서의 존재, 존재로서의 생성이다.
 
바슐라르는 이렇게 말한다. “세계는 급속도로 진보하고, 시대의 흐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제 희미한 빛이나 타다 남은 촛불의 시대는 지났다. 쓰이게 되지 않게 된 사물에 집착한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꿈일 뿐이다. (……) 전등은, 기름으로 빛을 내는 저 살아있는 램프의 몽상을 우리들에게 결코 주지 못할 것이다. 우리들은 관리를 받는 빛의 시대에 들어왔다. 우리들의 유일한 역할은 전등의 스위치를 돌리는 일뿐이다. 우리들은 기계적인 동작의 기계적인 주체 이외의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정당한 긍지를 가지고 점화한다는 동사의 주어가 되기 위하여 그 행위를 이롭게 할 수 없다.” 그러나 바슐라르여, 걱정 마시라. 대한민국에 다시 촛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생성으로서의 존재가 존재로서의 생성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대한민국 국민들은 촛불 앞에서 세계에 대해 꿈을 꿀 것이고, 그 촛불은 꺼지지 않는 횃불이 될 것이다.
 
4.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러시아가 낳은 최대의 영상 시인이자 현대 러시아의 가장 역량 있는 감독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란 비어 있는 세계의 지붕 밑에 고독하게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로 연결된 수많은 끈으로 이어진 상태로 존재한다.” 따라서 어떤 인간도 자신의 운명을 세계와 인류의 운명과 연관 지을 수 있다. 이러한 촛불의 상징성에 깊은 관심을 가진 타르코프스키는 “전쟁과 사회적 궁핍, 갖가지 잔인한 고통의 위협에 직면한 상황 속에서 미래를 내다보며 서로를 발견하는 일은 인간의 성스러운 의무가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광화문과 서면 광장에서 촛불을 통해 만난 서로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론』에서 칼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했다. “문명의 본질은 여가시간이다. 자본주의적 야만은 이 여가시간을 노동시간으로 바꾼 것(잉여가치)이다. 따라서 자본주의적 야만을 문명의 길로 돌리는 첫걸음은 노동시간의 단축이다.” 헬조선, 피로사회, 경제적 절망, 양극화 모두는 여가시간의 부족에서 나왔다. 노동시간이 길수록 경제적 절망도 깊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790시간이며 독일은 1,371시간(2015년 기준)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으로 2,100시간이라고 한다.
 
반기문 전유엔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한다. “일등이 되어라, 이등은 패배다.”,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조국 근대화’ 돌진 때 젊은 시절을 보낸 한국의 노인들이 자식, 순주한테 흔히 하는 조언과 닮았다. ‘앞만 보고 뛰어라’와 ‘여가가 있는 삶’은 늘 항상 대립된다. 그러나 지금 대한한국에 필요한 건 야간 노동과 밤잠을 줄이는 학습인가? 혹은 법이 정한 노동과 적절한 휴식, 짧지만 경쟁적이지 않고 협동을 기르는 창의적 학습 분위기인가?
 
탄핵 이후의 국면은 대통령 선거로 이어질 것이다. 촛불의 명예혁명이 문명으로 나갈지 야만으로 다시 뒷걸음질 칠지는 시대의식을 올바로 읽는 후보를 국민들이 제대로 뽑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헤겔 법철학 비판』에서 마르크스 다음의 말은 의미있는 말이다. “이론이 민중에게서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는 오로지 이들 민중이 자신들의 필요를 실현시키는 정도에 달려 있다.” 2016년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80인 켄 로치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말해야만 한다.” 그렇다. 이명박근혜 시대와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정유년, 붉은 닭들이여, CHICKEN RUN!

각주1)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악독한 트위디 아줌마가 운영하는 영국의 어느 양계장. 여기 사는 닭들은 언제 트위디의 밥상에 오를지 모르기 때문에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다. 이중 가장 영리한 암탉 진저는 호시탐탐 동료들을 이끌고 탈출할 기회를 엿보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고초를 겪는다. 그러던 어느 날, 달걀 판 돈으로는 성에 차지 않던 트위디는 거대한 치킨 파이 기계를 들여놓고 닭들을 대량 학살할 음모를 꾸민다. 치킨 파이 기계에 휩쓸려 죽을 뻔한 진저는 탈출의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고 수탉 록키와 함께 여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탈주 계획을 세운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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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학 목사 (남부산용호교회 담임)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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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최병학 목사의 문화펼치기 23 :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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