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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정신 차려 이 친구야
2019/11/12 10:3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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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1월 ‘작은 거인’이라 불리던 가수 김수철은 7집 <원맨밴드(One Man Band)>를 발표합니다. 제목 그대로 작사·작곡은 물론 노래에다 모든 악기 연주까지 도맡아서 천재뮤지션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 이 앨범에서, 뒷면 두 번째 곡이 대히트를 기록했는데 바로 ‘정신 차려’입니다. 경쾌한 리듬과 유쾌한 가사에 ‘여보게 정신 차려 이 친구야’ 후렴구로 유명해진 이 노래에는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2015년 김수철은 ‘불후의 명곡’에 전설로 나와 이 곡에 관한 비사(秘史)를 직접 밝혔습니다. “사실 이 노래는 당시 철새 정치인들을 비유해 사회풍자적으로 만든 곡이다.” 이듬해 1월 이른바 ‘3당 합당’ 선언이 있었으니 당시 정치권에서 얼마나 이합집산이 심했을까를 생각하면 노랫말이 새삼스럽게 들립니다. “모르겠네 정말 난 모르겠어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지 무엇이 그리도 크길래 욕심이 자꾸 커져만 가나 왜 잡으려고 하니 왜 가지려고 하니”(2절)   
그때로부터 30년이 흘렀건만 유독 정치만은 변화가 없는 듯합니다. 초유의 여소야대 현상과 이로 인한 난맥상을 보여준 1989년의 정치와, 법무부 장관 임명 사태로 촉발되어 66일 동안 실종되었던 2019년의 정치를 보면 흘러간 세월이 무색합니다. 며칠 전 야당 대표가 기자회견까지 자청하면서 제시했다는 ‘보수대통합’은 그 옛날 여야의 3당 합당과 어떤 면에서 본질적인 차이와 발전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정치에 대한 실망만 쌓여갑니다. 하지만 정치를 떼놓고 인간사를 논하기도 쉽지 않지요. 서른 무렵 베네치아 주재 프랑스 대사의 비서로 잠시 일하면서 처음으로 정치에 대해 고민했던 루소의 말입니다. “모든 것은 근본적으로 정치와 관련이 있다. 모든 국민은 어떻게 행동하든 그 정부의 특성에 따라 규정된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사회계약론) 그렇다면 방관하지 말고 정치인들에게 한 마디 해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민을 잊은 그대들이여, 정신 차리시라!”
그런가 하면 아예 광장 한 복판으로 뛰어들어 직접 정치의 일부가 된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정의를 위하여 그리고 최선의 공동체를 향하여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서로 다른 생각들이 평화로운 토론을 통해 조화를 이룬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굴절된 의회 정치를 비판하면서 나타난 광장 정치 마당에서도 고성과 막말이 난무합니다. 더욱 안타까운 바는 거기에 일부 기독교인들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찍이 스피노자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나는 사랑, 기쁨, 평화, 절제, 성실을 강조하는 기독교를 믿는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증오의 태도로 서로 싸우고 매일 잔인한 미움을 내뿜는 것에 종종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기독교의 덕목들(사랑, 기쁨, 평화 등)보다 증오나 미움에 의해 그들의 믿음을 더 쉽게 인식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신학-정치론) 정치 활동이야 자유지만, 부디 도를 넘은 비방과 욕설로 사람과 사랑을 잃지 않도록 정신 차리시기를 바랍니다.
정치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옆 나라 사람들 생각이 났습니다. 수출 규제조치를 발표하고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오히려 ‘한국이 협정을 위반하며 국제조약을 일방적으로 깨뜨렸다’는 식으로 혐오 분위기를 조장하는 발언을 일삼는 이웃나라 정치인들 말입니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올해 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41위로 아시아권에서 가장 높은 반면 일본은 67위에 불과합니다. 과연 저들은 자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방해하는가 하면,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심각성을 국민들에게는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있습니다. 언론에서조차 정부에 대한 비판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집권당과 수상의 지지도는 반등을 거듭하고 있다니 기가 막힙니다. 역시 촌철살인의 가사, “자꾸 그럴수록 슬퍼져요 외로워져요 혼자 살아가게 되니까”를 그네들에게 전하며 이 한 말씀 드립니다. ‘아 여보게 정신 차려 이 친구야!’(벧전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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