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김문훈 목사.jpg▲ 김문훈 포도원교회 목사가 지난달 16일 우간다 카총가 지역의 한 마을에서 조손가정의 장애아동인 티토를 만나 격려하고 있다. GOODTV 제공
  
둥그렇게 흙벽을 쌓은 뒤 풀을 묶어 지붕을 올린 집에서 작은 체구의 소년이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 3년 전 허리를 다쳐 걷지 못하게 된 티토(14)였다. 얼굴엔 그늘이 깊었다. 웃음기가 전혀 없었고 말수도 많지 않았다. 목에는 직접 만든 작은 주머니를 메고 있었다. 그 속에 든 실과 바늘, 단추를 갖고 노는 게 유일한 소일거리였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이방인들을 맞이한 또래들과 대비돼 그의 얼굴은 더 어두워 보였다.
지난달 16일 우간다 카총가 지역에서 만난 티토는 할머니와 남동생 셋과 함께 살고 있었다. 부모는 2년 전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다. 우간다에선 전체 인구의 8%가 에이즈 환자다. 생계는 할머니가 갈대로 엮어 만든 자리를 만들어 팔거나 이웃집 밭에서 품을 팔아 이어간다. 하루 벌이가 500원도 안 되는 날이 많다. 티토는 혼자선 걷지도, 배변도 못 한다. 주일에도 교회에 가지 못하고 학교도 그만둔 지 오래다. 학교에 가는 친구들을 지켜보는 게 가장 고통스럽다. 공부하지 않으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고 미래도 희망도 없다는 것을 그도 잘 안다.
김문훈 부산 포도원교회 목사가 물었다. “네 소원이 뭐니.” 말수 적은 티토의 답은 짧고도 분명했다. “남들처럼 사는 거예요.” 하루 한두 끼를 겨우 먹으며 다 해진 옷에 맨발로 학교에 다니는 우간다 보통 아이들의 삶이 티토에겐 간절한 소망이었다.
우간다는 아름다운 나라다. 엔테베 공항에 내려 차로 조금만 달려도 이곳이 왜 ‘아프리카의 진주’로 불리는지 알 수 있다. 적도 선상에 있지만, 영토의 대부분이 해발 1000~1200m 고원지대여서 1년 내내 한국의 초가을과 날씨가 비슷하다. 나일강 발원지인 빅토리아 호수가 있어 토양도 비옥하다.
김문훈 2.jpg▲ 카총가 프라이머리 스쿨을 찾은 김 목사(왼쪽)와 전영순 월드비전 나눔본부장이 학생들과 함께 손을 흔드는 모습. GOODTV 제공
 
지난달 14~18일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과 함께하는 ‘국민일보 밀알의 기적’과 ‘GOODTV 체인지더월드’ 캠페인을 위해 카총가를 찾은 김 목사도 연신 “참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우간다 땅”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영국 정부가 척박한 팔레스타인 대신 우간다에 시오니즘 국가를 세우려 했을 정도로 천혜의 환경이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의 삶은 가난하고도 고단했다. 오랜 식민지 역사와 독재자의 장기집권, 내전 등이 남긴 후유증이었다. 카총가는 우간다에서도 변두리에 속했다. 할머니마저 없었다면 티토 4형제는 어떤 삶을 살았을지, 생각하기도 두려웠다.
김 목사가 티토를 위해 기도했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드려요. 이곳에서 할머니 손자들 다섯 식구 살아가는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하나님, 하늘 문을 열어주옵시고 이 귀한 생명들이 건강하게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은총을 베풀어주시옵소서. 할머니에게 낙심하지 않는 새 힘을 주옵시고, 몸이 불편한 우리 티토, 사랑하는 동생들 함께 주를 바라보고 살아가면서 힘을 얻어서 이 시대에 건강하게 힘차게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 가정에 복을 내려주옵소서.”
김 목사가 티토의 세 동생과 함께 물을 길러 나섰다. 철이 일찍 든 막내 퀴리(3)도 물통을 들었다. 이웃 마을에 깨끗한 우물이 있지만, 아이들이 가기엔 너무 멀었다. 대신 200m 거리에 있는 개울가를 찾았다.
김 목사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물이 흙탕물이다. 우리가 보기엔 빨래하기도 힘든 물”이라며 “이 어린 아이들이 무거운 물통을 들고 매일 이 물을 떠서 생활한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체인지더월드를 진행하는 배우 정주은씨도 “한국에선 정수기 물도 끓여서 먹는데 티
토의 동생들은 개울의 흙탕물도 거리낌 없이 떠 마시는 걸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목사는 티토를 가까운 병원으로 데려갔다. 의사 다니엘씨는 “정밀검진이 필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다시 걸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라며 “꾸준히 재활을 위해 노력하라”며 티토를 격려했다. 티토를 데리고 흙집으로 돌아온 김 목사는 생필품과 함께 휠체어를 선물했다. 이제 주위에서 조금만 도와줘도 학교와 교회에 갈 수 있다. 티토의 얼굴이 비로소 밝아졌다.
김 목사는 “한국에서 커피 한 잔 값도 이곳에선 한 가정이 며칠 먹을 곡식을 살 수 있을 정도로 큰돈”이라며 “헐벗은 이곳 아이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 성도들의 기도와 후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카총가 지역에선 3700여명의 아동이 한국월드비전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월드비전 카총가 ADP는 이를 바탕으로 식수위생과 보건, 교육환경 개선 사업 등을 펼쳐왔다. 성과가 적지 않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카총가 프라이머리 스쿨의 로버트(43) 교장은 “한국월드비전과 한국교회 성도들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 학교의 교육환경이 많이 개선됐다”며 “우간다의 미래를 열어간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공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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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처럼 살고 싶어요” 학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운 티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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