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노사분규 없는 신원그룹
평소 신원그룹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이 이 회사를 방문하면 어리둥절할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성가곡이 흘러나오고, 벽면에는 ‘월요예배순서’가 붙어 있다. 사옥에는 예배실과 기도실, 신학연구소와 성가단의 간판까지 볼 수 있다. 교회인지, 회사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지지 않을 수 없다. 
국내 굴지의 의류업체인 (주)신원은 자타공인 믿음의 기업이다. 경영이념의 첫 번째가 믿음 중심이고 다음이 고객중심, 미래지향이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전 세계의 신원 직원들이 예배를 드린다. 회사 입구에는 ‘주일은 주님과 함께’라는 문구가 크게 붙어 있다. 이유를 막론하고 주일에 쉬는 것은 박성철 회장(서울 신길성결교회 원로장로)이 창업부터 지켜온 그의 철칙이다.
박 회장은 신앙으로 운영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꿈을 품고 신원통상을 설립했다. 섬유수출과 의류사업으로 승승장구했던 회사는 금융, 레저산업까지 진출하며 국내 16개, 해외 8개 계열사를 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 97년말 외환위기 때 빚을 제때 갚지 못하고 경영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가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의류와 관련 없는 사업은 모두 접었다. 다행히 해직된 직원들 대부분 다른 업체에 재취업을 했다. 신원 직원이면 믿을 수 있다는 평판이 큰 힘이 됐다. 
박성철 회장은 신원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책임을 지고 보유 지분 전량을 회사에 무상증여, 월급쟁이 회장이 됐다. 박 회장은 방만했던 경영을 스스로 반성하고 재점검하며, 회사 회생을 위해 1000일 기도에 들어갔다. 직원들은 보너스, 영업비를 스스로 반납했고, 주일을 지키기 위해 평소에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며 야근도 자처했다. 
박 회장은 지방으로 내려가 직원들을 설득했다. “주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쉬어야 합니다”면서 주일성수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놀랍게도 이들 영업점들이 주일에 문을 닫으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오히려 15%나 늘었다. 
신원은 해고된 직원들에게 명절이면 지갑이나 벨트 등 선물을 보내기도 했는데 ‘저희는 아직도 당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는 뜻을 이와 같이 성결교 증경총회장 이재완 목사가 위와 같이 담아 글을 올렸다. 
전국CBMC 중앙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박성철 장로는 지난 4월 국세청으로부터 조세포탈 협의로 고발당했다. 지난 7월 9일 사기 회생 및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썩은 사과’ 신원 박성철의 추락(이 글은 동아일보 권순활 논설위원이 지난 7월 15일자에 실은 칼럼 내용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란 표현을 썼다. 임직원들에게 도를 넘은 연봉과 상여금을 뿌리던 미국 금융회사들이 경영이 어려워지자 정부에 손을 내밀어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행태를 비판했다. 탈세 및 사기 혐의 등으로 그제 구속된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을 보면서 경제학자의 질타를 눈여겨 봐야한다.
신원그룹은 1998년 1조 원의 차입금을 안고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해 대상기업으로 선정됐다. 외환위기 충격으로 수많은 기업이 사라지고 직장인들이 줄줄이 해고된 ‘고통의 시절’에 신원은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부채 상환 유예와 탕감, 추가 융자를 받았다. 특혜에 가까운 혜택이었다. 
박 회장은 대주주 지분은 포기했지만 퇴진 약속을 뒤집고 회장 자리를 지켰다. 
그는 워크아웃 기간에 재산이 전혀 없는 ‘가난한 전문 경영인’의 이미지를 풍기려고 애썼다. 하지만 2002년 국회 공적자금 국정조사특위가 공개한 자료에서 전혀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박 회장 일가는 1998년 이후 11번이나 해외에 나가 귀금속 쇼핑 등에 2711만 원을 썼다. 국내에서도 신용카드로 2억8600만 원을 사용했다. 검찰과 국세청은 워크아웃을 악용해 회사 빚을 떠넘겼던 그가 당시 300억 원의 재산을 숨긴 사실을 최근 밝혀냈다.
박 회장은 가족 명의로 소유한 광고대행사를 통해 신원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을 되찾으면서 증여세 등 30억 원대의 세금을 포탈했다. 기업 부실은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한 뒤 ‘말끔한 회사’의 대주주로 당당하게 복귀한 셈이다. 2011년에는 또다시 개인 재산이 한 푼도 없는 것처럼 법원을 속이면서 개인 회생을 신청해 250억 원의 개인 채무를 면제받았다. 100억 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도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박 회장은 ‘썩어도 한참 썩은 사과’다. 틈만 나면 나랏돈을 빼먹으면서 자기 주머니는 몰래 챙긴 행태는 죄질이 특히 나쁜 악성 경제 범죄다. 이런 양심불량 기업인 때문에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떵떵거리며 산다’는 속설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박 회장은 10년 넘게 법의 빈틈을 악용해 이익은 사유화하면서 손실은 국가와 국민에게 전가했다가 결국 추락했다. 

△박성철 장로의 ‘야누스의 얼굴’
긍정과 부정을 엮은 두 편의 글을 읽고 느낀 것은 부끄러움뿐이다. 누가 누구를 정죄하랴. 하지만, 호남출신이자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인물인 박성철 장로는 한국교회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줬다. 대형사고가 터졌다고 하면 그 중심에 크리스천이 있다는 사실에 한국교회는 휘청거리며 위기를 맞고 있다. 
야누스의 두 얼굴을 본 것 같은 충격이다.   

신이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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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그룹 회장 박성철 장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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