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생각하기조차 꺼리는 2019년 마지막 한 달을 보내면서 가슴에 스며드는 과제가 무얼까 생각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죽음에 대해 기억하며 남은 여생 얼마나 있다가 갈는지 모를 노년을 어떻게 보낼까하는 생각이 밀물처럼 스며들었다. 노을진 저녁 햇살을 바라보면서 아! 나도 별 수 없구나, 아웅다웅하며 살았던 지난날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걸 어떻게 하겠나.
지금부터라도 아름답게 노년에 살다가 하늘나라에 입성 할 수 있을까?
필자는 10대와 20대는 늘 행복,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안락한 삶, 여유롭게 유학하는 초등학교 5년부터 농촌에서 마산까지 전학했다. 중, 고교 근 8년을 보내고 나니 3.15 부정선거라는 사건과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성명으로 경무대에서 자기 발로 걸어 나오는 광경을 보았고, 4.19와 5.16군사혁명, 부림사건, 부마사건, 10.26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6.29 직선제로 거쳐 오는 동안 우리나라 정치 변천사를 직접 역사의 현장에서 보고, 듣고, 행동하면서 살아 온 과거를 체험하며 교계 신문에 관여 해 온 50년 동안 못 볼 것 다 보며 글을 쓰다가 악명도 높은 미움과 고초를 견디며 참고 살아 왔다.
그 가운데 제일 가슴 아픈 순간들은 못난 남편이라고 생고생하며 옆에서 지켜주며 따라 살아 온 나의 아내에게 늘 미안하고 가련도 하고 남편구실 자식들에겐 아빠 구실 제대로 못하며 살았던 것이 천만번 후회가 되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죄인 중에 가장 큰 죄인이다고 고백하고 싶다.
변변히 월급이라고 갖다 준 적이 없이 아내 신세만 지고 70평생을 살아 온 본인으로서는 남은 여생 할 수 있다면 아내를 위해 빚을 갚고 죽어야 하늘나라에 가서도 조금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도 아름답게 늙어야지
인생 20~30대는 부귀영화, 출세 꿈을 꾼다. 그리고 40대는 지천명이라 그 꿈을 향하여 열심히 뛰고 달려간다.
50대에 이르자 주춤 좌절하기 시작하고, 60대에 들어서면 그 아름다웠던 꿈이 나도 모르게 훌쩍 내 곁을 떠나가고 만다. 그러니 포기라는 말이 어울리는 말이다. 70대 들어서고 교회에서 은퇴를 하는 그날부터 인생의 허무함을 깨닫고, 좀 더 잘 할 걸 후회가 막심하며 우울증세가 밀려오면서 어떻게 남은 인생, 노년을 뜻있게 보낼까? 그 이후부터는 아침에 눈을 뜨면 아, 오늘 생명이 연장되어 살아 있구나하며 하나님께 생명을 연장한 그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밖에 없다. 이후로는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며 살아야하는 일과가 되어 버렸다.
안젤레스 에리엔이 지은 책 ‘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에서는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길을 제시한다. 나이가 들수록 비관적인 말보다 긍정적인 말을 앞세우고, 아름답게 늙으려면 지금이라도 당장 쓸데없는 무의미한 꿈을 버리고 가치 있는 것에 행동하고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무의미한 가치란 못 다한 일들에 대해 용서를 빌고 빚을 갚는데 최선을 다해도 모자라는 부분이 넘칠 것이다. 제일 가슴 아픈 부분은 이제 늙어 병 들었을 때 옆에서 수발하고 병원에 데리고 가고 치유하는 일에 최선의 멘토, 즉 사회복지사 규칙에 “노인이 노인을 케어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늦게라도 노인복지사 자격 취득을 위해 4년간 노력해서 복지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그것도 만학의 노령 끝에 얻은 노인복지사가 병들고 늙어가는 아내에게 써 먹을 줄이야 생각도 못했는데 이렇게 유효하게 써 먹을 줄이야. 꿈엔들 생각 했을까?
병으로 죽음을 앞둔 소설가 토지의 저자 박경리 씨는 “다시는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 인걸은 온데 간데없고, 딱 하나 가야 할 곳 저 하늘 나라 그곳은 편안하다. 병도, 아픔도, 근심걱정도 없는 하늘 보좌 옆에 천사들과 옛 친구들 가족들 모두가 만날 수 있는 그 하늘나라.
지금부터라도 버리고 갈 것 밖에 없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 다 주고 가면 얼마나 홀가분할까? 정말 편안히 안기고 싶고 자는 잠에 눈을 감고 이 세상을 훌쩍 떠나고 싶다. 죽음에 두려움이 없는 믿음의 사람은 이렇게 죽음은 하나님 품에 안기는 엄마 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살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의미 있는 인생 가치를 만들려고 태어난 것이라고 헬리스 브리지스 철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무언가 가치 있게 채워가는 것이라고.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은 이 세상에 살 동안 주변 사람들이랑 교회 성도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배려하는 그 무엇의 뜻있는 가치를 위해 남겨 놓고 떠나는 아름다움, 그것이 노년에 늙어가거나 죽기 전에 남겨놓고 갈 과제가 아니겠는가.
일주일 전에 하늘나라에 간 부산영락교회 권사로 있었던 고 배경숙 권사(이송학 장로의 아내)는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도 가난한 이웃, 다문화 가정, 미종족 국가의 어린이들을 위해 베풀고 살다가 하늘나라에 간 그녀의 뜻을 담아 조의금으로 들어 온 일금 3천만 원을 고스란히 선교헌금으로 써달라고 유족들이 흔쾌히 헌금한 모습이 바로 아름다운 노년을 사는 현대 크리스천의 모습이 바로 작은 예수의 행동이고 이웃 사랑의 본질을 실천한 모습이 아닐까? 여기에 진정한 그리스도의 기쁨과 위로가 스며들 것이다. 아름답게 노년을 보낼 지침서가 되길 두 손 모아 소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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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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