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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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순진한 것인지 아니면 지혜롭지 못한 것인지, 또 어찌 보면 의리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우매한 것인지 모를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품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정치 현장이나 국회 그리고 각종 집회에서 보더라도 이성적이고 지혜로운 문제해결과 협의과정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 볼 수 없이 오직 장터에서나 볼 수 있는 큰 목소리에 따라 몰려다니는 맹목적 패거리주의들만 난무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가 그지없는데 역시나 시선을 교회로 돌리면 그 곳의 상황도 자못 심각하다.
목회자들은 동문과 교단에 발목 채워진 채 시정잡배(市井雜輩)같은 의리와 패거리주의로 인해 개혁자들의 모토인 5Sola는 색이 바래진지 제법된 것 같고 성도들은 목회자를 맹신하고 잘못 가르치고 전하는 바를 맹목하여 따름으로 한국교회의 수준을 후퇴시켜 놓았다는 세간의 비판에 절망스럽게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독교 신앙에는 이성과 논리를 이용하여 증명해 내거나 설명할 수 없는 체험적인 요소와 신비적인 요소가 분명히 있다. 보통 교회용어로 하나님과의 인격적 만남이라고 지칭하는 개인적 회심을 경험하고, 기도의 응답을 통해 하나님의 실존을 체험하기도 한다(비기독교인이 그런 체험을 심리적인 착각이나 합리화라고 비난하더라도 어차피 개인의 체험의 영역이니 논쟁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이 샤머니즘적 기복신앙과 다른 점은 그런 사사로운 체험이나 자신의 욕망을 투사한 바램과 기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실존하는 신의 음성, 즉 ‘계시’(Revelation)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통해 지금도 신앙인들에게 임하고 있고, 그 계시를 통한 교제와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정통과 이단을 구분하는 기준도 신의 계시인 성경의 교리적, 신학적 해석의 범주가 정통적인 해석에서 벗어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정통과 이단’을 구분한다. 체험의 영역으로만 기준을 세우면 ‘정통과 이단’은 구분할 길이 모호해진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현대 기독교인들의 보편적인 모습과 계시를 중시하는 이성적인 기독교의 원리 가운데 뭔가 어울리지 않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상하게도 주변에 신앙이 독실하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계시 의존적’이라기보다 ‘체험 의존적(Empiricism)’이며, 합리적이라기보다 ‘맹목적(Blindness)’이고, 지성적이라기보다 ‘반지성주의적(Anti-intellectualism)’인 모습을 많이 보인다.
원래 계시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면 계시를 분별하는 합리적인 이성을 그렇게 무시할 수는 없지 않을까? 게다가 성경구절을 외우는 것은 잘하지만 성경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되거나 난해한 구절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면 대부분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그건 네가 믿음이 없어서 그래! 일단 믿어봐. 믿으면 다 이해가 가!” 게다가 성경에 대해 그리 해박하게 잘 아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문자적으로만 성경을 달달 외우고 있거나, 중요한 구절들을 주제별로 암송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요즘 젊은 기독교인들은 사실 이 정도의 성경암송조차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기독교 신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추앙받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순종’이다. 그것도 지성이 차단된 순종 말이다. 그래서 교회는 성경에 관한 것이든, 교리와 신학에 관한 것이든, 교회의 문화와 제도에 관한 것이든 어떤 질문도 용납되지 않는 문화가 있다. 조금이라도 꼬치꼬치 캐묻거나 따져 물으면 바로 불온한 신앙을 갖고 있는 신자로 찍히거나 귀찮은 존재로 여겨지곤 한다. 아니면 교회를 흔드는 불순한 사람으로 찍혀서 요주의인물이 되고 만다.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의 소통과 교제를 믿고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을 믿는다고 ‘사도신경’을 매 주마다 외우는 교회가 가장 소통하기 어려운 ‘불통’의 문화가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가나안 교인(교회를 안 나가거나 이 교회 저 교회를 떠돌며 방황하는 교인)들과 정통을 떠나 이단에 늪에 빠져드는 교인이 점점 많아지는 현상의 이면에는 이런 뿌리 깊은 교회의 반지성주의 문화가 한 원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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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 목사] 맹목주의적 신앙이 교회를 죽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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