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김홍석 목사.jpg
 
대학에서 교직과정을 마쳐갈 즈음에 한 달 동안 교육실습을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교생실습에 앞서서 ‘각과지도법’이라는 과목을 수강하게 되었는데, 그 해 학기말 고사는 문제는 “당신이 가르치게 될 고등학교 3학년 교과서 목차를 순서대로 쓰십시오.”라는 단 한 문제였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었지만 그 학기말 고사 문제가 성적에는 별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한숨 돌리기는 하였으나 “적어도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교과서 한 권의 차례 정도는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담당교수님의 가르침을 오랫동안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목사는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사역하는 교회에서 자신만의 커리큘럼은 가지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강단에서의 설교도 가르침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1년 동안의 설교방향, 성경본문과 제목 정도는 정리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매주 성경의 여기저기를 뒤적이면서 그 다음 주일의 설교 본문을 찾고, 제목을 정하는 등의 일상을 반복하다면 너무나 힘든 고역이라고 봅니다. 이것은 마치 커리큘럼도 없이 담당 과목을 이끌어 가는 교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목사 설교의 커리큘럼
지금까지 필자는 1년 동안의 성경 본문과 설교제목, 그리고 회중들이 함께 부를 찬송가까지 미리 공개해왔습니다. 교회요람에 매년 수록합니다. 적어도 8월말까지는 확정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물론 완전한 설교원고를 작성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내년 주일낮예배 설교계획을 수립하게 되면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모든 교회력을 미리 검토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적인 명절이나 기념일 등에 대해서 미리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다음 주일 설교를 위해서 성경의 여기저기를 뒤적이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사회적인, 총회적인 화두가 대두될 경우에는 주일설교 일정은 그대로 진행하고, 주일밤예배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해 동안의 목회사역에 대한 준비가 되어야만 설교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설교계획뿐만 아니라 성도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훈련시키기 위한 개교회 수준의 커리큘럼이나 담임목사의 커리큘럼이 반드시 있어야만 하겠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해마다 목회세미나에 참석하느라고 분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목회세미나 바인더가 많을수록 목회를 죽 쑤고 있다.’는 말이 있는데, 어느 정도는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목회 실습은 끝났다.
전도사나 부목사 시절을 거쳐서 교회를 맡은 담임목사가 되면, 더 이상 목회실습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제는 자신의 목회, 책임감 있는 목회를 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자신의 커리큘럼을 반드시 가져야만 하겠습니다. 우리의 정신은 언제나 아마츄어 처럼 순수해야 하겠지만 사역에 있어서는 탁월한 프로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설교계획을 세우십시오. 1년 후, 3년 후에는 무엇을 설교하려고 하십니까? 이제 처음 교회를 찾은 초신자에게, 3년이 지난 성도에게, 그리고 직분자들에게 무슨 내용을 가르치고 훈련시키려고 하십니까? 목회자가 자신만의 커리큘럼을 가즌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연장을 들고 밭으로 나가야 합니다. 밑그림도 없이 그림을 완성하거나 조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것은 설교에 있어서만 아니라 교육훈련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동일하거나 비슷한 내용을 되풀이 하는 것은 피교육자들인 성도들의 동기유발에 실패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설교의 커리큘럼만이 아니라 성경공부반 교육과정도 마련해야 하지만 이러한 일은 목회의 바쁜 일정에 쫓겨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교회를 개척하려거나 부임할 후배들에게 권하는 것이 있습니다. 적어도 10년 정도는 설교할 커리큘럼을 가지고, 5년 이상 교인들을 훈련할 교육과정을 가지도록 권면하고 있습니다. 담임목사로 부임하고 난 후에 준비하는 것은 너무 늦은 것입니다. 자신의 교회를 담임목사에게 목회실습 현장으로 제공하고 싶은 교회는 한 군데도 없기 때문입니다. 준비해서 부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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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칼럼] 연간 설교계획을 준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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